[ '오픈 유어 아이즈-(1)'에 이어.. ] 요즘 사람들은 영화나 드라마 같은 걸 보구서 그 안에 나오는 특정 '커플의 이미지'가 느낌이 좋으면 '케미'라는 용어를 많이들 쓰는데, 개인적으로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Alejandro Amenabar) 감독의 영화 <오픈 유어 아이즈(1997년작/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합작 영화)>에서 가장 케미 좋게 느껴진 이들은 함께 얘기를 주고 받으며 사건의 전모를 파헤쳐 가는 '주인공 세자르(에두아르도 노리에가) & 정신과 의사 안토니오(체트 레라)' 커플이었다.


'부자(父子) 케미' 흘러넘쳤던 (가면 쓴) 세자르-안토니오


[ 스포 有 ] 이상형의 여인 소피아(페넬로페 크루즈)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중 그녀가 갑자기 누리아(나즈와 님리)로 변해버려 우발적으로 그녀를 질식사시킨 세자르는 그 '살인 사건' 재판 전 정신과 의사인 안토니오와 2개월에 걸친 오랜 상담을 하게 된다. (본인이 현실이라 믿는) 현실에서의 과거 얘기도 하고, 이야기도 하면서...(이 영화의 구조는 순차적인 구성이 아니라 현실과 꿈, 꿈 속의 꿈을 오가는 복합적인 구조로 이뤄져 있다.)


그 살인 사건이 벌어진 직후 '수술하여 정상으로 복원된 세자르의 얼굴'이 다시 '복원 전의 흉측한 얼굴'로 변해 있었기에, 이후 세자르는 경찰-정신과 의사-정신과 직원 등을 대하며 가면을 쓰고 생활하게 된다. 누리아가 일으킨 자동차 사고로 얼굴이 심하게 망가졌을 당시, 의료진들이 만들어준 '특수 소재 가면'이다.



안토니오(Chete Lera)는 세자르의 형량을 줄여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는 자꾸 말이 안되는 것 같은 얘기만 하고 '가면 속 얼굴'을 보여달라 하여도 도통 보여주질 않는다.


세자르(Eduardo Noriega)가 잠꼬대로 말하던 "엘리~"란 단어에 뭔가 실마리가 있을거라 생각한 안토니오는 그것에 관한 질문을 하고, 꿈과 현실의 경계 사이에서 머릿 속이 뒤죽박죽 되어버린 세자르는 뚜렷한 기억이 떠오르질 않아 괴롭다.


어느덧 재판일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안토니오와의 상담이 끝난 시점에, 예전에 (세자르의 생일날) 소피아의 집에서 봤던 '인체 냉동 회사=생명 연장 회사'의 TV 광고를 정신병자 수감원에서 우연히 다시 접하게 되면서 세자르는 '엘리'가 사람 이름 Eli가 아니라 그 냉동 회사의 약자인 L.E란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급히 안토니오를 불러 그 인체 냉동 회사의 인근 지점을 찾아가게 되는데...


<오픈 유어 아이즈> '부자 케미' 커플-안토니오 & 세자르


인체 냉동 회사(L.E.) 여직원이 가면 쓴 세자르를 보고 놀라자, 안토니오는 그녀에게 '세자르'를 수줍음 많은 자기 아들이라 소개한다. 그 이전에, 상담 기간동안 티격태격하며 정이 든 세자르는 잔소리쟁이 정신과 의사 안토니오가 자기 아버지처럼 느껴진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리메이크작 <바닐라 스카이>에도 이 '정신과 닥터 캐릭터'는 어린 시절 세상을 떠난 남주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그의 무의식이 불러들인 '아버지 같은 느낌의 캐릭터'란 설정이 나오는데, 배우 캐스팅에 대한 외형적인 느낌 상 '부자 케미'는 원작인 <오픈 유어 아이즈> 쪽이 더 좋은 편이다..)


이 '인체 냉동 회사'는 사람이 죽었을 때 육신은 냉동하고 뇌기능만 살려 '(LE와 계약한 사실을 포함하여) 지우고 싶은 기억'은 지운 채 언제까지고(통상적으로 알려진 '인간의 평균 수명'을 훨씬 넘어선 시간 동안에도) 꿈 꾸는 가상 현실 속에서 살게 하는 서비스를 해주는 회사다. <오픈 유어 아이즈> 리메이크작인 톰 크루즈(Tom Cruise) 주연의 <바닐라 스카이>에선 이 '인체 냉동 회사=L.E'를 '자각몽을 파는 회사'라고도 설명한다.



회사 기술팀에 의하면, 세자르 자각몽의 시점(꿈의 기억이 덧입혀지는 시점)은 소피아(페넬로페 크루즈), 펠라요(펠레 마르티네즈)와 술 마시고 헤어진 뒤 괴로워하며 쓰러진 그날 밤- 실제 현실에선, 소피아와 헤어진 뒤 흉측한 얼굴로 세월을 보내며 고통스럽게 살아가던 세자르가 광고에서 본 그 '인체 냉동 회사=생명 연장 회사(L.E.)'를 찾아가 계약서를 작성한 뒤 약을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후의 상황들은 모두 '세자르의 뇌가 꾸는 꿈(夢)'이다. 본인이 '마음먹은 대로' 원하는 꿈을 꾸게 설정되었으니, 일종의 '자각몽'인 셈. 그래서 (실제와는 달리) 쓰러진 다음날 아침 소피아가 찾아와 둘이 연인 사이가 되었고, 얼굴 복원이 힘들다던 의사들은 말을 번복한 뒤 얼굴을 완벽하게 고쳐주고.. 그렇게, 뇌가 꾸는 꿈 속 세상에서 세자르(에두아르도 노리에가)는 날마다 '꿈 안의 꿈'에서 깨어나 새로운 아침을 맞으며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랬던 세자르의 꿈이 '사랑하는 연인 소피아가 누리아로 바뀌어 버리고, 다시 다쳤을 때 얼굴로 되돌아가고 하는 식의 악몽'으로 변한 건 '(본인이 잠자리 상대로만 생각했던) 전여친 누리아'에 대한 죄책감, 사고로 얼굴이 흉측하게 변했을 때 느꼈던 공포감, 트라우마 같은 게 무의식 깊숙이 숨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무의식에 부정적인 감정이 남아있어 꿈이 겹쳐졌으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가상 현실' 프로그램에 대한 냉동 회사의 기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지라 이전의 오류를 수정하여 다시 '행복한 꿈 속 세상 살기'를 세자르는 계속 할 수 있다. 언제까지고...



하지만 이 극의 주인공 세자르(Eduardo Noriega)는 '언제까지나, 젊은 모습으로, 그것두 부자에다가 잘생긴 얼굴로, 이상형의 여인과 사랑을 나누며 날마다 즐겁게 지낼 수 있는 꿈' 꾸기를 그만 두고, 이제 그만 '꿈'에서 깨어나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사랑했던 여인(이미지) 소피아(Penelope Cruz)를 마음 속으로부터 불러들여 작별 인사를 하고, 절친 펠라요(Fele Martinez)도 보고.. 이후 세자르가 꿈에서 깨어나는 형식으로 '빌딩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설정'이 사용되는데, 그 이후에 나온 영화 <인셉션(2010년작)>에도 다른 여러 설정들과 더불어 '고층 건물에서 뛰어내림으로써 꿈에서 깨어나는 설정(킥)'이 등장한다.



스페인 영화 <오픈 유어 아이즈(Abre Los Ojos, 1997)>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같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작품의 주제(메시지)라고도 할 수 있는 "Abre Los Ojos(Open Your Eyes), Abre Los Ojos(Open Your Eyes)~"를 강조하며 영화가 시작되고 또 끝을 맺는다.


영화 속에 나오는 구체적인 내용과 장면들은 일종의 상징인 셈인데, 그 특정한 스토리를 담고 있는 이 영화를 통해 감독(Alejandro Amenabar)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은 결국 극의 처음과 끝을 통해 강조하고 있는 "눈을 떠. 이제 그만 에서 깨어나야지? 에서 깨어나야 돼.. 꿈 깨. 꿈을 깨! 꿈에서 깨어나라구~"가 아닐까 한다.


소피아(Penelope Cruz)가 누리아(Najwa Nimri)로 바뀌어져 있는 악몽을 꾸던 세자르(에두아르도 노리에가)가 확인 차 소피아 집을 방문했을 때, 정신 없는 세자르에게  가져다주겠다고 주방으로 들어간 누리아(나쟈 님리)가 다시 소피아(페네로페 크루즈)의 모습이 되어 나타난 <오픈 유어 아이즈> 이 장면에서의 연출이 참 인상적이었다.



다른 장면들과 다르게 이 때 걸어나오던 소피아(페넬로페 크루즈)의 모습이 마치 '홀로그램 영상 속의 사람'인 것처럼 표현되었는데, 이 장면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복층 구조의 꿈 속'에 있는 사람은 본인이 꿈꾸고 있는지 모른다. 또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이고 현실인지 구별하기가 힘이 드는데, 영화 속 L.E 회사의 직원처럼 그 누군가 일깨워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현실(?)에선 1997년에 <오픈 유어 아이즈(Open Your Eyes)>란 영화를 만들어 세상에 내어놓은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Alejandro Amenabar) 감독이 그 역할을 일정 부분 담당한 것 같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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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