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순수 소설 '소나기' 작가 황순원, 배우 뺨치는 미모?

타라 2012. 4. 19. 19:17
언젠가부턴, 여기 저기서 접하는 '과도한 러브씬의 애정물'에 신물이 나기 시작했다. 끌어당김엔 '감질나게 닿을 듯 말 듯한 뭔가'가 있어야 한다 생각하는데, 요즘엔 영화를 봐도 그렇고 TV 드라마, 심지어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기대할 법한 '사극'에서조차 남녀 주인공들이 수시로 진하게 부비적~거려대니 이젠 그런 걸 봐도 아무런 감흥이 생기질 않는다.(희소 가치가 없는데다가, 진한 러브씬을 지나치게 남발해서..)

몇 년 전에 한 드라마를 통해 언론에서 이병헌과 김태희의 '사탕 키스'를 막 띄워준 적이 있는데, 그러한 언론 보도 내용과는 달리 정작 '여초 사이트'에서의 여성 회원들 반응은 다 이병헌을 욕하는 분위기였고 '징그럽다, 더럽다, 굳이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거부감 든다~' 이런 반응들이 대세였었다. 나 역시 그런 요란뻑적지근한 키스씬이 별로 멋있단 생각 들지 않았다.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대치-여옥 '철조망' 이별씬


역대 국내 드라마 '키스씬' 중에선 아무래도 걸작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속 '대치(최재성)-여옥(채시라) 커플의 철조망 키스'가 가장 큰 감흥을 불러일으켰던 것 같고, 최근에 시시때때로 나오는 '드라마 속 키스 장면'은 봐도 '둘이 하든가 말든가~'의 시큰둥한 자세로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예전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때 '최대치' 뿐 아니라 여주인공과 포옹 한두 번 한 게 다인 '장하림(박상원)-윤여옥(채시라)'의 '은근한 러브 라인'에도 큰 매력을 느꼈었다..

'남녀 주인공이 온갖 요란한 애정씬을 연출한다든가 극적인 사건을 겪고서 이어지네 마네 울고 불고 난리치는 극' 보다는 '영화 <러브 레터>'나 '교과서에도 실린 황순원의 단편 소설 <소나기>' 속에 나오는 '잔잔한 사랑 이야기'야말로 정말 세련된 멜로라 생각한다. 보통은 '애들이 뭔 사랑?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이~' 이렇게 생각하기 쉬운데,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 속에 나온 '소년과 소녀의 안타까운 풋사랑 스토리'는 내게 그 어떤 '사랑 이야기'보다 깊은 여운을 남긴 바 있다.

작가 '황순원' 원작, 영화 <소나기>의 한 장면

한 때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진 적도 있고, 스토리는 전혀 다르지만 타 영화나 극에서 소설 <소나기>에서의 '소년-소녀 이야기'를 일부 차용하는 경우도 있었다.(ex-영화 <클래식>이랄까, 드라마 <구미호 여우누이뎐>이랄까...) 그 설정 자체는 좀 다르지만, 얼마 전에 끝난 <해를 품은 달> 속 '아역 이훤(여진구)과 아역 연우(김유정)의 장면'에서 황순원 소설 <소나기>에서와 비슷한 정서를 느낀 적이 있다.

허나 그것은 <해를 품은 달> 5~6회까지의 '아역 분량' 속에서만 존재했던 정서이며, 성인 이훤(김수현)과 성인 연우(한가인)로 바뀌면서 그 '아련함의 정서'가 사라져버려 아쉬운 맘이 많이 들었었다. 상대 배우들 간 어울림이나 분위기가 달라졌을 뿐 아니라, 어린 훤과 연우의 경우엔 '소녀(연우)' 쪽이 죽었다고 여기게 됨으로써 소설 <소나기>와 비슷한 안타까움 & 이뤄지지 않은 풋사랑에 대한 여운'이 남았었지만 성인 훤과 연우는 다시 재회하여 결국 이뤄지는 쪽으로 갔으니 말이다..

해피 엔딩도 나름 좋긴 하지만, 다 보구 나서 '더 큰 여운'을 남기는 스토리는 아무래도 '이뤄졌으면 좋았을 법한 두 남녀가 결국 이뤄지지 않아서 시청자나 독자로 하여금 큰 안타까움을 갖게 만드는 쪽'이 아닐까 한다. 그랬을 경우에도 보통 그 '대상'은 '사랑할 나이가 된 성인 남녀'인 경우가 많은데, 황순원 소설 <소나기>는 아직 어린 '소년과 소녀의 첫사랑'을 담은 내용임에도 유난히 그 여운이 크고 다 큰 어른들로 하여금 여전히 가슴 싸하게 만드는 뭔가가 존재해서 늘 신기해 하는 작품이다. 그 '짧은 내용'에 '간결한 문체'로 웬만한 러브 스토리를 뛰어 넘는 훌륭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다니...

소설 <소나기>의 황순원(1915~2000) 작가, 젊은 시절 모습

한 때는 <소나기>라는 단편 소설의 내용 자체 & 그 내용이 가져다 주는 이미지만을 생각하고 있었으나, 최근 그 소설을 집필한 고 황순원 작가의 '젊은 시절 사진'을 접하게 되면서 나름의 충격을 받았더랬다. 보통 우리 나라 '얼짱 문필가' 하면 일제 강점기 때의 '윤동주' 시인이 '대명사'처럼 거론되곤 했었다. 그런데, 그 아련하고 가슴 싸해지는 '윤초시네 증손녀딸 & 소년의 풋사랑'을 그린 <소나기>의 황순원 작가도 윤동주 시인 못지않게 얼짱이셨던 것이다.(
이건 뭐.. 황순원 작가님 젊은 시절 모습이 요즘 나오는 웬만한 '젊은 남배우'나 '인기 아이돌 스타'를 미모로 제압해버릴 기세가 아닌가-)

요즘엔 '정통 미남' 보다는 '개성 미남'들이 많고 '남자'고 '여자'고 간에 이전 시대에 비해 외모 '하향 평준화'가 이뤄져서 타고나기를 고만고만하게만 생긴 사람들이 많은 편인데, 그런 걸 보면 확실히 '이젠 찰흙 빚기 놀이에 싫증난 신(?)'에 의해 현대인들 모습은 너무 대충대충 빚어지는 것 같다. 그 '재능에서 파생된 결과물' 못지않게 '얼굴 생김새'도 하나의 작품이었던 예전 분들에 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