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수상한 부부, 루이 13세 부인 '안느 도트리슈'

타라 2011. 7. 28. 23:52
재작년에 국내에서 초연된 체코 뮤지컬 '삼총사' 라이센스 버전이 최근 들어 또 재공연에 들어갔는데, 2009년 이후로 해마다 빼먹지 않고 꼬박꼬박 출석 도장을 찍는 것 같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뮤지컬 <삼총사>는 체코 외에 다른 나라에서 제작한 극도 존재한다. 같은 제목이지만, 제작자에 따라 세부적인 스토리나 캐릭터 특징 & 연출 방향이 조금씩 다르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 공연 중인 한국판 <삼총사>는 '체코 뮤지컬'을 가져다가 '대대적인 각색'을 가한 것이다. 너무 많이 뜯어 고쳐서 '체코 원 버전'과는 영판 다른 뮤지컬이 되어버린 게 아닌가 싶다. 국내 연출자가 거의 창작한 거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컨셉 자체를 가볍게 잡았기에 뒤마의 원작 소설이나 오리지널 유럽 뮤지컬 버전과는 또 다른 느낌의 '명랑 만화 같은 분위기의 극'으로 탈바꿈하였다.

라이선스 뮤지컬 <삼총사>를 처음 봤을 때, 해당 역할을 연기한 여배우의 노래 '음색'이 참 마음에 들어서 '안느 도트리슈(육세진)' 캐릭터가 살짝 인상적이었는데, 극 안에서의 비중은 크지 않은 역할이었다.

'안느 도트리슈'(프랑스 왕비, 루이 13세의 부인/실존 인물)


'안느 도트리슈'는 실존 인물로, 국내 버전 체코 뮤지컬 <삼총사> 뿐 아니라 프랑스 뮤지컬 <태양왕>에도 등장하는 '루이 13세의 부인'이다. 태양왕, 즉 루이 14세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왕비'이긴 하지만, 그녀는 오스트리아(에스파냐) 합스부르크 가문에서 프랑스로 시집 온 여성이다.

그녀는 아주 어린 나이에 루이 13세와 결혼하였는데(당시는 루이 13세가 프랑스 국왕이 되기 전), 이것은 부르봉 왕가와 합스부르크 왕가의 '정략적 결혼'에 가까운 결합이었다. 당시, 안 도트리슈 뿐 아니라, 그녀의 남동생도 루이왕의 여동생과 혼인하였다. 그러니까, 두 왕가가 '겹사돈'을 맺은 셈이다.

가뜩이나 어린 나이에 시집 와서 '불어'에 능숙하지 않았던 '안느 도트리슈'는 아름다운 미모를 지니고 있었음에도, 남편 '루이 13세' 하고는 내내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이 국왕 부부는 오랫동안 후사를 보지 못했고, 당시 실세였던 리슐리외 추기경은 안느 도트리슈를 많이 견제하였다.(국내 버전 뮤지컬 <삼총사>에 나오는 것과 달리 '루이 13세'와 '리슐리외 추기경'은 별개의 인물이며, 실제론 리슐리외가 루이왕의 오른팔이었을 정도로 둘 사이는 정치적으로 돈독한 관계였음)

이 '사이 나쁜 부부'는 결혼 23년 만에 첫 아이를 갖게 되었는데, 그가 바로 '루이 14세'이다. 워낙에 두 사람 사이가 나빴던지라 뒤늦게 태어난 '루이 14세 출생'에 관련하여 갖가지 카더라설이 난무했다.


그 시기 프랑스 왕비였던 '안(느) 도트리슈'가 루이 13세 측근인 '리슐리외 추기경' 하고는 사이가 안 좋은 편이었지만, 남편 사후에 이탈리아 출신의 '마자랭'을 스카웃하여 어린 '루이 14세'를 대신하여 한동안 섭정을 하기도 했다. 항간엔 '안느 도트리슈와 마자랭 재상이 그렇고 그런 관계'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었다.(프랑스 뮤지컬 <태양왕>엔 안느 도트리슈 & 마자랭 캐릭터가 등장한다.)

지금 공연 중인 뮤지컬 <삼총사>에서 '안 도트리슈'의 분량은 꽤 적은 편인데, 개인적으로 '기존에 탄생한 뮤지컬이나 소설' 말고 '루이 13세, 안느 도트리슈, 루이 14세'에 관련한 극을 새로 만들어 <안느 도트리슈 왕비>를 중심 인물로 잡으면 꽤 재미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루이 13세 & 안느 도트리슈'의 경우 워낙에 '부부 사이' 나빴던 데다가 23년 만에 첫 아들을 낳았던 터라 '아이(루이 14세)의 생부'에 관한 논란이 실제로 있었던 커플인데, 같은 '출생의 비밀' 소재 이야기라도 진부하고 구태의연한 내용이 있는 반면 '실제로 출생 논란'이 있었던 이 국왕 부부의 이야기는 하나의 '극'으로 꾸리면 그 자체로 무척 흥미진진할 것 같기에 말이다..


뮤지컬 '태양왕'-등장 인물 2(왕의 동생, 철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