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앞에서

'프레드릭 레이튼'의 그림 속 아름다운 남자

타라 2013. 2. 25. 17:37
요즘 들어 이상하게 '아름다운 남자'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잘생긴 남자'가 아닌 '아름다운 남자'에게~ 적어도 내 기준에선, 아름다운 것과 단순히 잘생긴 건 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그렇다고 해서, 평소에 주변인들에게 외모적인 잣대를 들이대거나 외모 지상주의자는 아니다. 실제로, 너무 잘난 사람이 곁에 있으면 부담스럽기만 하다. 어떤 철학자가 '나를 무색케 하는 사람과 어울리지 말라~' 이런 말을 했는데, 그냥 보기 좋은 수준이 아니라 '신급 외모'를 가진 사람과 같이 있으면 괜히 비교되거나 본인의 외모가 위축되기 때문에 그런 상황은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다.


다만 '그림'이라든가 멋진 모델 & 배우들이 나오는 '화보'를 통해 아름다운 피조물을 감상하는 건 '안구 정화' 차원에서 가끔 해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요즘엔 후천적 &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성형 미남/미녀들도 많은데, 개인적으로 '타고난 아름다운 사람'에게 더 관심이 많다. 창조자 '성형 외과 의사'가 아닌, 창조자 '신(神)'과 교류하고 싶은 열망이 크기에 말이다..


학창 시절.. 시험이 끝나는 날이면 만화를 좋아하는 친구 따라 만화책을 보러 갔어야 했는데, 내가 보게 될 만화책을 정할 땐, 항상 그 안에 나오는 '그림체'가 내 취향인가 아닌가를 기준으로 고르곤 했었다. 그 안에 남녀 간의 '로맨스'가 나온다 쳤을 때, 남자 주인공의 외모가 내 마음에 들어야 그 이야기에 몰입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만화 작가들마다 캐릭터의 외적인 풍이나 그림체는 다 다르다. <그리스 로마 신화> 관련 책을 보면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유명 화가들이 '신화'를 소재로 그린 그림들이 중간중간 등장하곤 하는데, 그 그림체 역시 화가들마다 천차만별이다.


영국 화가 '프레드릭 레이튼' 1


빅토리아 시대에 활약한 '프레드릭 레이튼(Frederic Leighton)'이란 영국 화가가 있다. 개인적으로 이 화가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남성의 외적인 느낌이 마음에 든다. 소시 적부터 외국 여러 곳을 돌며 생활한 '프레드릭 레이턴'은 그 나름대로 잘생긴 외모에, 5개 국어가 가능한 엄친아였다. 유럽 각지를 돌며 예술적 소양을 쌓은 레이턴은 20대 때부터 '화가'로 활약했으며, 빅토리아 여왕이 그의 작품을 살 정도로 당시엔 무척 인정 받는 예술가였다. 최초로 '남작' 작위를 받은 영국 화가로도 알려져 있다.


프레드릭 레이튼은 한 때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한 그림을 많이 그리기도 했는데, 이 화가의 그림풍은 내 취향에 가깝다. '신화 속 내용에 나오는 등장 인물'이 엄청난 미남/미녀로 설명되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림'에선 아름다운 것과 거리가 멀게 묘사한 화가들도 많은 반면, 레이튼의 그림에 등장하는 남녀들은 미모가 뛰어난 경우가 많아서 감상하는 즐거움이 큰 편이다.


프레드릭 레이튼의 그림
'The Fisherman and the Siren'


'해변가에 살면서 근처를 지나가는 뱃사람들을 아름다운 목소리로 유혹하여 잡아먹거나 바닷 속에 빠뜨리는 신화 속 인물 세이렌'에 관해선 지난 번에 한 번 소개한 적이 있다. 프레드릭 레이턴 역시 그것을 소재로 한 그림을 남긴 화가 중 1인에 속한다. 위에 나온 그림 제목이 '어부와 세이렌(The Fisherman and the Siren)'인데, 레이턴은 일개 '어부'인 남성의 모습도 굉장히 아름답게 묘사하였다. 덕분에, 사람 잡아먹는 '세이렌'과 배 타고 지나가던 희생자 '어부'의 저 광경이 꽤 에로틱하게 느껴지기까지... 죽이기엔 아까울 정도로, 레이턴의 화폭에 담긴 어부 청년의 모습은 너무나 조각스러운 것이다.


[ 영국 화가 '프레드릭 레이튼(Frederic Leighton)'의 그림 속 남자 ]

Jonathan's Token to David


The Painter's Honeymoon


The Golden Hours


프레데릭 레이튼의 그림에 등장하는 '다윗, 요나단'이나 '화가'의 모습도 꽤 아트적인 분위기이다. 'The Painter's Honeymoon'과 'The Golden Hours'에 나오는 남자는 동일한 인물인데, 그림 속 그의 직업이 '화가'로 설정된 만큼 '예술가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남자로 형상화되었다. 단순히 조각 미남이어서가 아니라, 그의 화폭에 담긴 남자의 분위기가 정말 멋져서 유난히 레이튼의 그림에 마음이 간다.


이렇게 '그림 같은 분위기의 멋진 남자'를 많이 그려낸 '프레드릭 레이튼'은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준수한 외모에 뛰어난 언어 능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대중'과 '비평가'들로부터 두루 찬사를 받아 젊은 나이에 이미 화가로서 크게 성공한 완벽한 남자였음에도, 평생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지냈다고 한다.


67세까지 살다 간 영국 화가 프레드릭 레이튼(1830~1896)의 '나이 들어서의 모습'도 꽤 멋스럽게 느껴지는데, 그 사이 연애는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멋진 남자가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고 하니 어쩐지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 예쁜 여성 or 멋스럽게 생긴 남자가 한평생 결혼 안하는 '비혼'의 상태로 지내는 것에 대해 큰 동경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20년 가까이 왕립 예술 아카데미 의장으로 재직하기도 했으며, 영국 황실로부터 작위를 수여받았을 만큼 '당대 영국을 대표하는 유능한 화가'로서 아름다운 그림을 많이 남긴 프레드릭 레이튼(Frederic Leighton)은 여느 사람들처럼 가정을 꾸리는 대신 자신의 '예술 세계'와 결혼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영국 화가 '프레드릭 레이튼' 2


그 시기에 나름 유명인이었던 레이튼에겐 타 여성들과의 '스캔들'도 거의 없었다고 하는데, 그런 걸 보면 평소에 '이미지 관리'도 잘 하면서 꽤 정갈한 생활을 했던 모양이다. 준수한 외모에 신중한 성격 & 교양 있는 태도, 빼어난 외국어 능력과 적절한 사교성을 지닌 멋진 영국 신사 '프레드릭 레이튼(Frederic Leighton)'은 그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남자들 못지않게 이상적인 남자가 아닌가 싶다.


예전에 아는 이가 이런 말을 적이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우리 나라의 모 미남 배우가 있는데, 그가 다른 여자랑 결혼하게 되면 너무 싫을 것 같다고...(실제로, 특정한 유명인의 팬질을 하고 있는 사람의 마음은 다 그와 같을 것이다.) 19세기 훈남 화가인 '프레데릭 레이턴'의 경우엔 대중이 좋아할 만한 조건을 다 갖췄지만 평생을 결혼 안한 채 '독신'으로 지냈는데, 같은 시기에 살면서 이런 삶의 이력을 지닌 사람(예술가)의 팬이 된다면 두고두고 '즐거운 팬 라이프'를 영위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