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병자들을 사랑한 한국 최초의 여의사 : 박 에스더(김점동)

타라 2010. 9. 2. 20:53
한국 최초의 여성 과학자 겸 의사로 알려진 박에스더는 1876년 서울의 한 가난한 선비인 김홍택의 딸로 태어났다. 그녀의 본명은 김점동(金點童)이었으나 세례를 받은 뒤 이름을 '에스더'로 바꾸었고, 결혼 이후엔 '서양 풍습'을 따라 남편의 성(박)을 사용하였다. 

개신교 선교사였던 아펜 젤러네 집에서 잡무를 보던 아버지로 인해 '외국 선교사'들과 인연이 닿았던 그녀는 10세 때 이화 학당에 들어가 '신학문'을 배우게 된다. 어학 분야에 큰 재능을 보였던 박 에스더가 그 학교를 졸업할 무렵엔 빼어난 영어 실력을 갖출 수 있어서, 보구여관(保救女館-병원)에서 의사들의 통역을 담당하기도 했다.

박 에스더(1876~1910)

통역을 하면서 병원 의사들과 간호사들을 돕던 에스더는 원래 의술에 대한 관심이 없었으나, 여의사 로제타 셔우드(Rosetta Sherwood : 결혼한 뒤론 남편 성을 따라 로제타 홀이 됨)가 '언청이'라 놀림 받던 아이를 고쳐주는 모습을 보고 감명 받게 된 뒤로, 그 일에 매력을 느껴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혼인할 때가 된 에스더는 로제타 선생의 남편인 윌리엄 홀의 일을 돕던 성실한 청년 박유산을 소개 받게 되고, 그녀의 집에선 남자 쪽 신분이 낮다는 이유로 반대하였으나 결국 에스더는 부모님을 설득하여 박유산과 결혼하게 된다.


그 후, 박 에스더는 남편과 함께 '미망인이 된 로제타 홀'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서 의학 공부를 하게 된다. 박 에스더가 입학생들 중 최연소의 나이로 볼티모어 여자 의과 대학(Woman's Medical College of Baltimore)에 입학한 뒤로 남편 박유산은 뉴욕의 농장에서 일하며 그녀를 열심히 뒷바라지 하였으나, 안타깝게도 아내의 졸업을 앞두고 급성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남편 죽음에 대한 슬픔에도 꿋꿋하게 학업을 계속한 박 에스더는 볼티모어 대학(지금의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의학과 천문학을 전공한 뒤, 귀국하여 여성 전용 병원인 '보구여관'에서 일을 시작했다. 귀국한 직후 10개월 동안 진료한 환자 수가 3천 명이 넘었을 정도로 그녀는 쉬지 않고 일했다.

그 다음 해에 로제타 홀(Rosetta Hall)이 한국에 세운 평양의 기홀(起忽) 병원으로 옮긴 박 에스더는 쉬는 날에도 인근 지역 시골 마을을 두루 다니며, 가난하고 병 든 사람들을 위해 무료 진료 활동을 펼쳤다. 그녀는 간호원 양성소와 맹아 학교를 설립하는 데 기여하여, 고종 황제가 참석한 '해외 유학 여성 환영회'에서 은장(銀章/은메달)을 받기도 했다.

박 에스더는 언제나 환자들의 병을 먼저 생각하는 의사였는데, 자신의 안위를 생각하지 않고 환자들만 열심히 돌보다가 결국 젊은 나이에 페결핵으로 사망하게 된다.

박에스더 & 로제타 홀과 그 자녀들 & 박에스더의 남편


그러고 보면, 올해(2010년) 상반기에 방송되었던 월화 사극 <제중원> 속 여성 캐릭터인 제중원 의사 석란(한혜진) & 보구여관에서 일했던 석란의 친구 의사 승연(오수민) 등이 이 '실존 인물 박 에스더'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 드라마 <제중원> 속 석란 : 역관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일찍이 '영어'를 습득한 언어 능력자. 외국에서 온 의사 & 선교사들 통역을 해주다가 '제중원' 여의사가 됨 / 승연 : 뒤늦게 신문물을 익히고, 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여성 병원 '보구여관' 의사로서 활약하지만,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열심히 환자들만 치료하다가 병이 악화되어 세상을 떠남 ]

박에스더의 삶을 보면, 또 다른 의미에서 헌신의 삶을 살다 간 제중원 2대 원장 헤론(리키 김)이나 신분의 차이를 극복하고 결혼한 극 중 석란(한혜진)-황정(박용우) 커플의 일화도 떠오른다.

'한국 최초로 서양 의학을 전공한 여의사 박 에스더(朴愛施德)'는 2000년 방송의 히트 드라마 <허준>에 나오는 조선 중기 때의 명의 허준(許浚-실존 인물) 못지 않게 '병자들을 위해 성심을 다했던 훌륭한 의사'였다. 그녀의 멘토와도 같았던 로제타 홀(Rosetta Hall) 역시, 40년 넘게 조선인들을 위해 봉사하고 여성들의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한 인물이다.

병자들을 위해 헌신하다가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난 박 에스더의 죽음을 안타깝게 여긴 로제타 선생의 아들 셔우드 홀(Sherwood Hall)은 '폐결핵 전문의'가 되어 결핵 요양소를 설립하고 결핵 퇴치를 위해 크리스마스 씰을 발행하기도 했다. 2006년, 박 에스더는 생전의 공로를 인정 받아 한국 과학 기술부에 의해 '과학 기술인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