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세상

보석비빔밥-닭살 영국의 '서민 체험 시절'을 그리며..

타라 2010. 2. 8. 01:07

어린 시절, 어린이용 동화책을 읽다 보면 결말에 "그리하여 사랑하는 두 남녀(왕자와 공주 류..)는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신데렐라>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예전에 한 번, 그런 상상을 한 적이 있다. 그들이 결혼한 그 이후의 이야기가 안 나와서 그렇지 '신데렐라 역시 재투성이 아가씨로 지내다가 환경이 갑자기 달라지니까 화려한 궁 생활에 적응을 못하거나, 왕자랑 둘이 시시때때로 부부 싸움 하거나, 그 나름대로 지지고 볶고 살지 않았을까?' 하는...

아님, 탐욕스런 신데렐라의 계모와 의붓 언니들이 '왕자 마누라가 된 착한 신데렐라'에게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어서 '이거 해 달라, 저거 해 달라~' 하며 들들 볶았을지도...(어쨌거나 그들은 신데렐라의 유일한 친정 식구들이니 말이다..) 실제로, 유명한 영화 배우인 '그레이스 켈리' 같은 경우엔 '배우' 생활 하다가 모나코의 '왕비'가 되었는데 그 이후 그녀의 결혼 생활이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언제나 '현실은 현실이고, 동화는 동화고, 드라마는 드라마~'이니까... 동화책이나 소설, 드라마 같은 건 어디까지나 '작위적으로 꾸며진 이야기'일 뿐인 것이다.

그리하여, 우여곡절 끝에 사랑에 이르고 결혼에 골인한 두 남녀의 오글거림~


그래서 난 TV 드라마 같은 데서 '신분 상승의 신데렐라 이야기'를 보면 한 편으론 환상적이다 생각하면서도, 또 한 편으론 '에잇, 저건 드라마니까 그렇지~' 하고 생각하게 될 때가 많다. 지금이야 '그래.. 좋은 게 좋은 거다- 우리 사는 현실도 팍팍한데, 드라마 속 커플들이라도 맘껏 행복해라~' 하지만, 막상 그 행복해진 커플들의 닭살 행각을 보면 왜 그렇게 오글거리게 느껴지는지...;;



주말극 <보석 비빔밥>에 나오는 비취(고나은)와 영국(이태곤) 커플 역시 마찬가지이다. 개인적으로, 이 커플 내용들 중에 제일 좋았던 건 '함께 동업 형식으로 분식집을 운영하면서 서로 정 들고, 가슴 떨릴락 말락 했던 극 초반 무렵의 이야기'이다. 그 때는 영국=재덕(이태곤)이 비취에게 하는 진실된 행동들에 같이 믿음직스러워 하고 가슴 떨려 하면서, 비취(고나은)의 입장에 무척 감정 이입이 잘 되곤 했었다.


그와는 반대로, 그 사이 우여곡절을 겪은 뒤 금주에 방영된 <보석 비빔밥> 45~46회에서 드디어 '동화책이나 드라마 속 커플의 종착 지점'인 결혼을 하고 '신혼 부부'로서의 알콩달콩한 생활을 보여주는 영국(이태곤)-비취(고나은) 커플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왜 그렇게 손발이 오글거리는지 모르겠다.

이젠 부잣집 마나님이 된 비취와 알고 보면 왕자였던 영국의 풋풋한 서민 시절을 그리며..

그것은 비단 이 드라마 속 커플의 문제만은 아니다. 어느 드라마에서든, 결국 커플이 되는 두 남녀의 러브 스토리에서 제일 재미난 부분은 <둘이 막 좋아질려고 하면서, 야릇한 분위기로 서로 가슴 떨려하는 그 지점>인 듯하다. 대체적인 TV극에서, 그랬던 그들이 막상 서로 연결되고 햄 볶기 시작하면 이상하게 긴장감도 풀어지고 재미가 없었다. 괜시리 닭살만 돋고...

결혼 이후 급 느끼(?)해진 영국의 '그리운 서민 체험 시절'~

드라마 <보석 비빔밥> 속에서 그동안 참 열심히 살아 온 궁비취(고나은)와 서영국(이태곤)이 결국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결혼해서 행복해진 것까지는 좋은데, 이제 더 이상 '쫄깃한 긴장감'은 없고 '느슨한 일상'만이 남은 그들의 모습을 막상 지켜보니 어쩐지 '재벌 왕자 영국(이태곤)이 비취네 집에 세 들어 살면서 서민 체험 하던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느낌이다.

그 때는 극 안에서 분위기 있는 좋은 BGM도 많이 깔리고 화면 때깔에도 꽤 신경 쓰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둘이 결혼해서 비취는 새댁이 되고 '결혼 생활' 자체는 '평범한 일상'에 속하는 것이며 서로에게 완벽한 임자가 된 두 남녀의 애정 행각은 그저 닭살스러울 뿐이어서 그 때 만큼의 여운은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 이제 극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 단계이고, 해당 드라마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이 드라마 소재 자체가 그리 자극적인 설정은 아니니, 여러 등장 인물들이 적당히 해피한 선에서 마무리될 것 같다. 전형적인 가족극적인 형태로... 개인적으로 비취 동생 루비(소이현)가 결국 옛날 애인 병훈(윤종화)과 결혼하게 될지, 아님 카일(마이클 블렁크)과 커플이 될지.. 그 향방이 조금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