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선덕 여왕>은 주인공 덕만(이요원)의 '출생의 비밀'에 관한 떡밥을 본격적으로 터뜨린 이후 서서히 탄력 받아, 최근 들어선 40%대에 근접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월화극의 최강자 자리를 굳히고 있다. 지난 주 이야기부터 문노(정호빈)의 귀환과 뉴 페이스 비담(김남길)의 합류로 극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으며, '공주'와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되찾은 덕만(이요원)의 공주 신분 회복과 천명(박예진)의 안타까운 죽음에 앞서 더욱 큰 극적 긴장감을 유발하고 있는 상태이다.

원래 신라의 공주였던 덕만이 '여성'임이 밝혀지는 대목에서부터 김유신(엄태웅)과의 멜로 라인도 서서히 부각되고 있는데, 문제는 이 '김유신의 덕만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별로 범대중적으로 각광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엄태웅이 연기하는 '김유신' 캐릭터는 이 드라마의 메인 남자 주인공임에도 다른 남성 캐릭터들에 비해 밀리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선덕 여왕> 속 젊은 남성들 중 출연 분량에 관계 없이 '캐릭터'가 가장 멋있게 잘 그려지고 있는 배우는 조연에 해당하는 알천랑(이승효)이다. 지난 덕만의 '출생의 비밀' 관련 스토리에선 알천랑의 등장씬이 지극히 미미했고 지난 주엔 비담(김남길)의 출현으로 잠시 뒷전으로 밀리긴 했으나, 최근 회에서 다시 알천랑(이승효)의 분량이 조금 늘어나면서 '알천은 여전히 여성 시청자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는 식으로 그 건재함을 자랑했다.

남성 캐릭터들에 대한 선덕 기상도 : 김유신-흐림 / 비담-개임 / 알천랑-햇빛 쨍쨍

이 드라마에서의 '알천랑'이란 인물은 한마디로 '의기가 있는 남자'이다. 개인적인 이득이나 사사로운 감정에 이끌리지 않고 대의나 정의의 차원에서 모든 것을 판단하여 줏대 있게 행동하는 인물이며, 자신과 유별난 사이는 아니지만 한 여자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도량 넓은 남자이기도 하다.

이 대목에서, 최근에 다소 이상하게 그려진 듯한 김유신 캐릭터에 대해 큰 아쉬움이 느껴지는데.. 이 극 속의 김유신은 분명 우직하고 정직하고 착한 남자이지만, 본의 아니게 다른 여자에게 큰 상처를 준 남자이기도 하다. 이건 극을 감상하는 시청자 입장에서 봤을 때 굉장한 감점 요소이다. 거기다, 김유신(엄태웅)이 본의 아니게 상처 준 그 여자가 '이제 곧 죽을 운명'에 처해져서 안 그래도 말도 못하게 불쌍한 바로 그 천명(박예진) 캐릭터라니-

실제로 많은 시청자들이 유신(엄태웅)의 덕만(이요원)에 대한 진득한 사랑에 감동하기 보다는 불쌍한 천명(박예진)에게 상처 준 일로 이 캐릭터를 욕하고 있다. 그 와중에 '여자로서의 천명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았던 알천랑(이승효)에 대한 호감도는 또, 수직 상승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건 명백한 '스토리적인 실수'라고 생각한다. 안 그래도 다른 남자 캐릭터에게 밀리는 메인 남자 주인공 김유신 캐릭터를 더더욱 매력 없게 만들어 버리는 우를 범했던...

가련한 한 여자에게 달달한 사탕을 줬다 앗는 김유신은 '착한 나쁜 남자'~?

성장하기 전, 어린 김유신(이현우)은 분명 천명 공주(신세경) 앞에서 '공주님의 화랑이 되겠다~ 이젠 더이상 눈물을 보이지 말라'며, 마음 여리고 외로운 과부 천명의 마음을 뒤숭숭하게 흔들어 놓은 바 있다. 그런데.. 이제 덕만(이요원)과 오랜 정을 쌓아 마음이 빼앗겼다고 해서, 그랬던 천명 공주(박예진) 앞에서 '이젠 더이상 공주님을 모실 수 없고.. 덕만을 위해서만 살겠다~'고 김유신(엄태웅)이 천명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우직하고 솔직한 행동이 아니라, 잔인하고 무식한 행동인 것이다. 

거기다, 공주님의 마음을 헤아려 보라는 알천랑(이승효)의 충고에 이어 자긴 마음에 위배되는 거짓된 행동을 할 수 없다는 유신랑(엄태웅)의 단호한 발언이 이어졌는데.. 유신의 그 말 자체는 틀린 말이 아니며 우직한 그의 성품 상 당연히 나올 수 있는 말이었지만, 그의 그 말이 떳떳해 질려면 과거에 김유신이 천명 공주 앞에서 공주님의 화랑이 되어 지켜주겠다는 식의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남자가 한 입으로 두 말 하거나 쉽게 말을 뒤집으면, 어쩐지 좀 찌질해 보이는 건 사실이니까... 바로 이 대목에서, 이 드라마 속 김유신(엄태웅) 캐릭터는 또 다시 많은 시청자들에게서 '캐릭터적인 매력도'를 잃은 게 아닌가 한다.

차라리 스토리가 이런 식으로 흘러갔으면 더 나았을 것이다. 김유신(엄태웅)이 직접 나서서 덕만(이요원)과 함께 떠나겠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김유신은 앞으로 어찌해야 될지 모르며 고민하는 상황 속에서 천명(박예진)이 먼저 그들의 마음을 캐치하여 유신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접은 뒤 김유신에게 "네가 덕만에게 마음 있는 것 안다. 내 동생 덕만(이요원)과 함께 떠나는 게 어떻겠느냐..? 덕만을 여인으로서 행복하게 해 줘라. 부탁이다~" 이런 식으로 나오고, 김유신도 영 싫지는 않으니까 잠시 고민하다가 "공주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딱 이런 상황이었으면, 김유신(엄태웅) 캐릭터가 덜 욕먹지 않았을까..?

우리 나라 시청자들은 항상 극 속에서 더 불쌍해 보이는 쪽에 마음이 가는 경향이 있다. 딱 보기에도 동생을 위해 모든 걸 주기만 하고 희생할 것 같은 진평왕의 장녀 천명 공주(박예진)가 이제 곧 떠나 보내야 하는 동생 덕만(이요원)과 자매의 정을 나누는 그 장면도 참 슬픈데, 그녀는 이제 곧 동생을 대신해서 저 세상으로 가야 한다. 이 얼마나 불쌍한가..? 그런데, 그런 가련한 천명 공주를 한 때는 지켜줄 것처럼 얘기했다가, 그 사이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겼다고 '이젠 공주님 곁을 떠나 다른 여자를 위해 살겠다'고 직접 말한 김유신이란 남자가 결코 시청자들 눈에 남자답고 멋있게 비춰질 리가 없다.


스토리 전개 안에서 별로 어필하지 못하는 김유신주, 반등할 수 있을까?

'덕만(이요원)과의 멜로 라인'에 있어서도 그녀가 '여성'임이 대외적으로 밝혀진 직후 김유신(엄태웅)이 보여주는 행동들은 너무 급작스러운 감이 있는데다, 과거의 상황들을 떠올려 보니 응큼해 보이기까지 하는 대목이 있다. 극 안의 인물들은 그의 감정을 몰랐다 할지라도, 극 초반 덕만의 발랄 낭도 시절부터 이미 김유신은 그가 여성임을 알고 있어서 마음을 주고 있다는 걸 '시청자들에게 진작에 꾸준~히 알려주는 식'으로 극을 진행했다면 작금의 '덕만에 대한 김유신의 멜로'적인 감성이 보다 효과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어필될 수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드라마의 남성 캐릭터들 중 엉뚱하고 귀여운 매력과 숨겨진 '광기'를 지닌 비담(김남길), 멋진 남자가 가질 수 있는 모든 남성적인 미덕을 다 지닌 호방하고 의기가 있는 절제된 매력의 알천(이승효)과 달리 곰같이 우직하기만 한 유신(엄태웅) 캐릭터는 안 그래도 요즘 시청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하기엔 '기본 캐릭터' 자체가 좀 밋밋한 감이 있는데, 거기에다 '스토리 전개'까지 번번히 김유신 캐릭터의 매력을 해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드라마 <선덕 여왕> 속에서 메인 남자 주인공에 속하는 김유신은 꽤 중요한 캐릭터이다. 향후 스토리에서 천명 공주(박예진)의 죽음과 맞물려 덕만(이요원)은 이제 공주와 여왕의 단계로 나아갈 것이고, 한 때 남녀 사이로 미래를 꿈꿨던 김유신(엄태웅)과는 군신 관계로 돌아설텐데, 과거의 스토리 안에서 지극히 '캐릭터적인 인기'를 못 누렸던 김유신이란 인물이 앞으로의 이야기에서라도 보다 '매력 넘치는 남자 캐릭터'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posted by 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