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세상

파트너 식 멜로-이동욱과 김현주의 '손으로 말해요~'

타라 2009. 8. 1. 18:07
수목극 <파트너>는 법정물 성격의 드라마이다. 그래서 매 회 특정한 법정 사건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나오고 있으며, 여러 등장 인물들에 얽힌 사연을 미니 시리즈라는 짧은 분량 안에 녹아내려 하다 보니 이 드라마의 스토리 자체가 두 주인공들의 이성 관계가 주가 되어 흘러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에서 한 번씩 잠깐 나오는 '주인공들의 이성 관계에 얽힌 모습'들에는 여느 멜로 드라마 저리 가라 수준의 강한 멜로삘이 느껴진다. 대놓고 멜로임을 표방한 드라마보다, 이런 식으로 감질맛 나게 등장하는 멜로 설정이 은근히 더 강렬한 듯하다.

총 16부작인 <파트너>는 이제 4회 분량만을 남겨놓고 있는데, 마지막회까지 매듭 지어야 할 내용이 많이 남아 있으므로 앞으로도 이변(이동욱)과 강변(김현주)의 '남자와 여자로서의 관계'에 대한 내용이 중점적으로 나올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멜로적인 설정에 있어서 별다른 진도(?)를 나가지 않았음에도 커다란 파장의 가슴 떨림을 안겨주는 이 남녀는 은근히 응원하고 싶은 커플이다.


드라마 <파트너>에서 거대 로펌 해윤의 둘째 아들인 이태조(이동욱)와 '진성 그룹 & 해윤이 연관된 일'에 남편을 잃게 된 강은호(김현주), 이 둘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경우처럼 가까이 하기엔 너무 멀고도 어색한 집안의 남녀들이다. 언젠가부터 점점 파트너 변호사 강변(김현주)에게 끌리는 감정을 느끼지만, 그 일을 먼저 알게 된 이변(이동욱)은 애써 강변을 멀리 하려고 한다.

변진섭의 '희망 사항' 추가 : 한 손으로 **밴드를 잘 붙여주는 남자~

그래서 일부러 차갑게 대하고, 화도 내보고 하지만, 결국 깨진 유리잔을 치우다 손이 다친 채로 혼자 소주를 마시고 있는 은호(김현주)에게 약 사 들고 달려가 무심한 듯 치료해 주는 태조(이동욱).. 그 전에 버럭거렸던 태조(이동욱) 때문에 맘이 상한 은호(김현주)가 강하게 뿌리치자, 한 손으로 여자의 손을 꽉 잡아 고정시켜 놓고 또 다른 한 손으로 약 발라주고 치료해 준다.

엄한 사람 구박하며 일부러 냉정한 척 화내다가, 마음이 쓰이니까 다시 쫓아가서 위해주는.. '병 주고 약 주고~'의 상황이었지만, 여자들은 이렇게 사소한 것 하나에 감동하지 않을까..? 여느 정통 멜로 드라마에서처럼 주인공 남녀 사이에 뭔가 거창한 멜로적 설정이 나오는 것이 아님에도, 이 드라마에 나오는 이런 류의 사소한 장면들은 웬만한 포옹씬이나 키스씬보다 더한 멜로적 자극을 주고 있다.


법정물을 표방한 이 드라마에서 직업적 파트너로 만나 매 주 일적인 임무를 함께 수행하는 이들에게서 나오는 '멜로적인 요소'라 해봤자, 이제껏 손 잡는 씬이 다였다. 게다가 정식으로 사귀는 사이도 아니다. 그런데, 드라마 <파트너>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손 장면엔 유난히 많은 의미가 내재되어 있는 듯하다.


해당 드라마 안에 나오는 장면들 중 주인공의 손이 나오는 장면에 꽂혀 보기는 2004년 드라마 <아일랜드>에서 '중아(이나영)가 창가에 서서 비 맞고 가는 창밖의 재복(김민준)에게 손 우산을 씌워주던 장면' 이후로 정말 오랜만이다. 특히, 이 드라마 <파트너>에선 강변 캐릭터에 꽤 잘 어울려 보이는 손목 시계를 찬 김현주의 상대적으로 작은 손과 이동욱의 섬섬옥수가 그럴듯한 연출과 더불어 이 스쳐지나가는 '손잡기 씬'에 굉장히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멜로계의 블루오션 : 손 한 번 잡았을 뿐인데, 시청자의 가슴엔 백만 송이 장미가..

극 중에서 강변(김현주) 남편의 음성이 담긴 휴대폰을 망가뜨린 죄로 그녀에게 새 휴대폰을 사 준 이변(이동욱)은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핸드폰 꾸러미를 품에 꼭 안은 채 졸고 있던 강변의 손이 밑으로 내려가자, 흔들리는 차 안에서 그 꾸러미가 떨어지지 않도록 대신 받쳐준다.


그 때, 잠결에 무심코 태조
(이동욱)의 손 위로 은호(김현주)의 손이 겹쳐지고.. 그동안 파트너 변호사로서 수많은 일들을 겪으며 은호에게 점점 마음을 빼앗긴 듯한 태조는 손을 뒤집어 그녀의 손을 맞잡아 본다. 같은 직업에 종사하는 '동료'로서가 아니라,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여자'로서 발견하는 장면이었다.

그 이후로 이 커플은 별다른 진도 없이 최근 방영분까지 손만 몇 번 잡았는데, 이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 남녀의 '손 잡는 씬'은 그 느낌이 참 독특하다. 요즘엔 안방 극장용인 드라마에서도 주인공 남녀들이 수시로 자극적인 키스씬을 연출하는 등 대놓고 과도한 멜로 장면을 선보이는데, 그런 류의 애정씬을 TV에서 너무 자주 접하다 보니 오히려 식상하고 별다른 감흥이 안 오는 느낌이다.

그와 달리, 요즘 드라마 <파트너>를 보다 보면 '그런 요란뻑적지근한 애정씬이 없어도 그보다 10배~20배 넘는 감흥이 오게 만드는 가슴 떨리는 멜로 장면을 연출할 수 있구나..', '배우는 얼굴 표정 없이 클로즈 업 되는 손만으로도 연기를 할 수 있구나..'란 생각에 굉장히 신선한 자극을 받고 있는 중이다. 극의 80~90% 정도를 멜로적인 내용으로 채우는 여느 드라마에서도 못 느껴본 근질근질한 멜로삘이, 가끔 가다 손 한 번 잡아본 게 다인 이 드라마 속 주인공들을 통해 무한 충전되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