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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한국 법정물은 마이너'의 공식을 극복할 수 있을까?

타라 2009. 6. 25. 17:21

개인적으로 '법정 드라마' 유형의 이야기물을 아주 좋아한다. 오래 전에 외국의 법정물 성격 영화들을 매우 재미나게 보면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는 왜 이런 법정물이 없을까?' 하는 아쉬움을 많이 가졌었는데, 그로부터 조금씩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에서도 서서히 법정물 성격의 영화나 드라마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번번히 한국의 '법정 드라마'는 흥행엔 실패했다.

한국에선 별로 선호받지 못했던 법정물 유형의 드라마

이렇게 만들어도, 저렇게 만들어도, 한국 내에서 '법정 드라마'는 별로 먹히지가 않았다. 그래서 결론 내렸다. '한국 관객들이나 시청자는 법정물 성격의 이야기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라고... 외국의 잘 만들어진 법정 드라마를 보면 '법정물'이야말로 진짜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재미난 이야기 구조를 지닌 오락물인데, 한국에선 영화로 만들든 드라마로 찍어내든 '법정 드라마' 자체가 번번히 성공하지 못하여 그런 데 대한 아쉬움이 참 크다.

'법정물'을 선호하는 입장에서, 한국에서도 언젠가는 '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흥행에 성공하는 법정 드라마'가 꼭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주에 시작된 KBS의 새 수목극 <파트너> 역시 '법정 드라마'여서 시작 전부터 많은 기대를 했었는데, 1회 내용만 봐서는 앞으로도 큰 부담 없이 재미나게 볼 만한 드라마 같았다. 각 인물에 대한 세부적인 설정들이 크게 새로울 건 없지만, 각각의 '캐릭터'들도 전반적으로 개성 있게 잘 빠진 드라마이다.

징크스 하나 : 한국에서의 '법정 드라마'는 영원히 마이너로 남을 것인가

그런데.. 한국 내에서 이제껏 만들어진 '법정 드라마'가 쭉 그래왔듯, 이 드라마 역시 '한국에서 법정물은 마이너~'의 공식을 깨지 못한 채 '시청률'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새 드라마 <파트너>는 진짜 잘 짜여진 외국의 법정 드라마에 비하면 다소 허술한 구석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크게 무겁지 않은 '경쾌한 분위기'에 주어진 사건의 결과에 대해 '궁금증'을 유발하거나 '캐릭터의 매력'이 살아있다는 점에서 꽤 볼 만한 드라마임에도 첫 회 시청률이 너무 낮다 보니, 이 역시 '한국에서 법정물은 흥행하지 못하는 마이너적인 장르~'란 징크스의 영향인가 싶어 다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제껏 제작되었던 한국의 '법정물' 중에서, 그나마 당시에 꽤 많은 화제가 되었던 작품으로 원미경, 이영하, 손숙 등이 출연한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라는 영화를 들 수가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사회 고발적 성격의 영화였는데, 정확한 관객수는 모르겠으나 그 때 당시에 많은 화제가 되었었고, 재미도 있었으며, 작품성 면에서도 무척 좋은 평가를 받은 영화이다.

한 주부(원미경)가 어느 밤 귀가길에 두 청년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위기에 처하고, 이에 적극적인 방어로 자신을 지키려 했던 여자는 한 청년의 혀를 깨물어 버린다. 원래는 성폭행 피해자였으나, 여주인공은 도리어 그 청년에게 상해죄로 고소를 당한다. '피해자'가 억울하게 '가해자'로 바뀌어 버린 상황...

한 때 큰 화제가 되었던 추억의 법정물 : 한 여성의 치열한 법정 투쟁사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상대편 변호사로부터 인격적, 성적인 모욕을 당한 여자는 급기야는 유죄 판결을 받게 되고, 집행 유예로 풀려나긴 했으나 그 이후 주변인들로부터 이상한 소문에 휘말리게 되면서 가족들과도 불화를 겪는 등 그녀의 삶은 점점 피폐해져 간다. 우여곡절 끝에 여주인공(원미경)은 다시 법정에 서게 되고, 변호사(손숙)의 활약과 사건 현장에 함께 있던 이의 위증 번복으로 결국 '무죄'를 입증하게 된다. 이것이 이 영화의 스토리이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맞듯 평범한 한 주부가 졸지에 성폭행 당할 뻔한 위기에 처해졌으나, 적극적인 자기 방어로 오히려 가해자가 되어 버리고.. 법정에서 죄를 가리는 과정 속에서 여자의 과거와 현재가 낱낱이 까발려지면서 화목했던 가정도 해체의 위기에 처해지고, 피해자였던 한 여성이 철저하게 인권 유린을 당하는 등.. 남성 위주의 사회 속에서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억울한 상황에 처해진 한 여성의 사회적 모순에 대한 처절한 투쟁을 그린 영화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1990년)>는 당시에 '대종상'과 '청룡 영화상' 등 여러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 여우 주(조)연상, 남우 주연상 등을 수상하며 그 해의 좋은 영화로 뽑히기도 했었다.

새 수목극 <파트너>, '흥행 부진 법정 드라마'의 징크스를 깨뜨릴 수 있을까?

그 영화 이후로도 한국에선 간간히 법정물 성격의 영화와 드라마가 만들어졌고, 최근에도 그런 드라마가 몇 편 방영되었으나 번번히 '법정물' 유형의 극은 우리 나라에서 큰 화제가 되거나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아직은 극의 시작 단계여서 남아있는 이야기가 무궁무진한 KBS의 새 수목 드라마 <파트너(김현주, 이동욱, 최철호, 이하늬 등 출연..)>의 경우엔, 앞으로 초반의 시청률 부진을 딛고 새로운 유형의 법정물 드라마로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새로운 수목극 <파트너>에서, 아직은 능력을 인정 받지 못한 여주인공 은호(김현주)가 과연 '자신의 생계가 걸린 첫 국선 변호'를 성공하여 법무법인 이김 사무실에 '변호사'로 무사히 안착할 수 있을 것인지..? 절대 무죄 승소할 수 없다는 의문에 쌓인 이번 살인 사건의 전말에 대해 앞으로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개인적으로 다음 이야기도 무척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