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M사 드라마를 열심히 봤던 옛정을 생각해서, 올해 너무 지지부진한 M사 드라마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 하여 그저께도 <에덴의 동쪽>을 보았다. 수목은 M사의 '베선생'도, K사의 '주몽 손자' 이야기도 아닌 다음 주부터 시작될 S사의 '신윤복과 김홍도' 스토리를 일찌감치 점찍어 두고 있었기에 월화 드라마라도 좀 보탬이 될까 해서... 


게다가 M사 김진만 PD도 눈에 밟히고 해서, 의리상~ 그런데 <에덴의 동쪽> 8회 마지막 10분의 충격이 너무나 강렬하여 이틀동안 기절 중이다..;; 이런 걸 요즘 말로, 진정한 의미의 '병맛'이라고 해야 하나?

에덴의 동쪽, 사랑? : 멜로인가, 멜롱인가~

드라마 <에덴의 동쪽>은 연 이틀동안 연기력 논란으로 시끄러운 이연희(국자-국영란)의 연기 뿐 아니라, 대본과 연출 등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8회 말을 통해 만천하에 드러났다.


미혼의, 남자 작가여서 그런지 선 굵은 남성적 '스토리 중심'의 드라마에선 발군의 실력을 휘하지만 '섬세한 멜로'를 그려내는 대목에선 다소 취약한 약점을 보이는 최완규 작가의 경우처럼, 이젠 고령의 나이에 접어든 나연숙 작가 역시 다양한 등장 인물이 나오는 스케일 큰 시대극은 잘 쓰지만 '젊은이'들의 세밀한 멜로를 그려내는 데에는 소질이 없는 것일까..?

<에덴의 동쪽> 속에 나오는 초딩 동창 커플 '동욱(연정훈)-지현(한지혜)', 스토커적인 짝사랑인 '명훈(박해진)-지현(한지혜)', 너무 생뚱맞은 흐름 속에서 뜬금없이 멜로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는 '동철(송승헌)-영란(이연희)' 중 어느 한 커플도 사랑하게 된 것에 대해 '개연성' 있거나 '공감' 가는 커플이 없으니.. 드라마 속 멜로가 이렇게 세트로 뜬금없는 경우도 드물지 않나 싶다.


철 모르는 어린애 시절, 한 마을에 살면서 "동욱아~" "지현아~" 몇 번 하다가 성장 후 서로 죽고 못사는 사이가 된 전자의 경우는 헐리우드 재난 영화 속 살 떨리는 상황 속에서 같이 어려운 미션을 수행하며 급격하게 정든 남녀 주인공의 경우보다 훨씬 더 공감이 안 가고, 성장하면서 나름 큰 물에서 놀았을텐데 방학 때마다 겨우 한 번씩 들리던 황지 촌동네의 역장 손녀에게 지나치게 집착하며 "너는 내꺼야~" 하는 명훈의 사랑도 이해 안되긴 마찬가지-

우리가 정말 사랑할까?

전체 스토리 상으론 좀 무리가 있겠지만, 그래도 극의 자연스런 흐름을 위해서 이들은 좀 '담백한 관계'로 가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굳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야만 한다면, 그 중간 과정에서 '동욱-지현-명훈'에 대한 보다 섬세한 묘사가 있었어야 했고 말이다.. 


그나마 이 드라마 속에 나오는 지금까지의 커플 중 제일 자연스러운 커플은 '함께 유치장 경험을 하고, 술 한 잔 하며 시국을 논하는 서울대 법대 수석-차석 커플인 20대 청춘 동욱(연정훈)-혜린(이다해)'의 경우가 앞으로 연인 사이가 되기에 가장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니었나 싶다.

이 드라마 속에서 이해 안가는 커플 1위는 7회에서 첫 대화를 나눈 후 '잘생긴 아저씨네?', '웃기는 애로군~' 하다가 8회에서 뜬금없이 "아저씨, 날 벌써 사랑하게 된거니?"의 고속 직행으로 따따블로 오버하고 있는 '동철(송승헌)-영란(이연희)' 커플이다. 


특히나 <에덴의 동쪽> 8회 마지막 10분은 연기자 이연희의 튀는 연기와 작가님이 써준 손발이 오그라드는 듯한 병맛 대사와 촌스런 기법의 연출과 생뚱맞은 배경 음악으로, 8회 전체 분량 속에서도 따로 국밥처럼 겉도는.. 아주 이단아스럽고 메롱스러운 총체적 난국을 연출해 내었다. 게다가 이 대목에선, 우는 연기 감정 폭발씬이나 세레모니(수화)씬을 제하곤 극 전반적으로 비교적 연기가 자연스러웠던 송승헌의 연기 역시 상당히 어색하게 느껴졌는데..

최근 아스트랄한 연기로 연기 세계의 새 지평(?)을 열고 있는 <에덴의 동쪽> 이연희는 버럭씬이 아닌 장면에서조차 모든 대사를 생소리 뻑뻑 지르는 '버럭~'으로 일관하고 있다. 또 버럭씬에도 나름 '강약 중강약'이 있어야 자연스러운 법인데, 이 드라마 속 이연희와 박해진은 모든 버럭씬을 '강강강강!'으로 소화해 내는 희한한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예쁘다고? 사랑스럽다고? (끙..;;) 내겐 너무 '끔찍한 국자씨'~

특히 <에덴의 동쪽> 8회 마지막 장면- 잔잔한 음악이 깔리고.. 감시하는 아저씨들 들을까봐 강렬한 어조의 말도 조곤조곤 자연스럽게 대사 치는 송승헌과 달리, 이연희 차례만 되면 '(혼자) 툭~', '(혼자) 툭' 튀던 단조로운 '버럭 버전 국어책 대사'는 그야말로 보는 이의 손발이 오그라들게 만드는데다, 
'음악 따로-배우의 춤사위 동작 따로-빙빙 돌아가는 카메라 연출 따로-대사 던지는 사람 따로-대사 받아치는 사람 따로 노는 엽기 풍경'에 다름 아니었다. 


연말에, 2008년 드라마 속 <워스트 장면 어워드>를 실시하면 단숨에 1위에 랭크될 것 같은 아주 인상적인 장면- ;;


[ 그녀의 아스트랄한 발음 세계
: 연기자 '이연희'의 대사 어록 ]


송승헌 : .....보트키야. 

이연희 : .....봇드키~? 


이연희 : 잔뜩 겁 머었꾸나~?, 겁 먹는 것 좀 바라~,
           상처가 몬지나 아니..? 아저씨 눈빛- 쓸 마하네~,
           오나시스의 국자 았다구


이연희 : 누구 납치해?(누굴 납치해?)
           오느(오늘), 선바왕(선박왕)...등등 


그녀의 형편 없는 연기가 핑계대로 의도된 설익음이든 의도된 무르익음이든, 국어책이든 산수책이든 간에, 일단 배우에게 있어 '연기'의 기본에 해당하는 자연스러운 발성과 정확한 발음은 본무대에 서기 전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자질' 아닌가-


애초에 이 드라마에 나오는 성인 연기자들 중 가장 기대했던 인물은 이다해였는데, 역시나 기대했던 대로 이다해의 감칠맛 나는 쫀득쫀득한 대사 처리는 배우의 연기를 감상하는 기쁨을 배가시켜 주었고, 그녀가 나오는 장면에선 (큰 특징은 없는 듯하지만 그래도) 상대 배우 연정훈의 대사 처리 역시 굉장히 편하게 느껴졌다. 


저 커플이 나오면 편안하게 극을 감상하다가, 한 번씩 국자(이연희)가 등장하는 동철(송승헌)이네 동네로 넘어가기만 하면 손발이 오그라들고 자동적으로 눈쌀이 찌푸려지곤 하는데.. 언제쯤이면 이들의 연기를 마음 편하게 감상할 수 있을까?


예전에 하희라와 이상아가 같이 청춘 영화를 찍었을 무렵 '하희라'는 본인 목소리로 녹음을 하고 '이상아'의 대사는 성우더빙으로 영화가 나온 적이 있었으며, 그 이전의 옛날 한국 영화들은 대체로 성우 더빙 버전이 주를 이루었다. 또한 CF에서도 모모 전자 "남자는요, 여자 하기 나름이에요~"로 뜬 '최진실'의 그 때 당시 CF 목소리는 최진실이 아닌 다른 성우 목소리로 방송된 바 있었다.

나중에 이상아의 예쁘장한 생김새와는 전혀 다른 '허스키한 목소리'와 최진실의 나긋나긋한 CF 음성과 너무 다른 '특이한 목소리'에 놀란 적이 있었는데, 드라마 <에덴의 동쪽>에서 이연희의 연기를 보다 보면 다시 예전처럼 '성우 더빙' 버전으로 회귀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그런 우려심이 들 때가 많다. 이연희 역시 꽤나 '걸걸하고 중성적인 음성'인데, <에덴의 동쪽> 8회 말에서 그녀의 굉장히 걸걸하면서 튀는 목소리 "Here..! here~!!!(버럭 버럭~~)".. 그 충격적인 느낌이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연기자 이연희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진 않는다. 하지만 기본은 하자~


이연희는 연기자로 데뷔한 지도 좀 됐고, 벌써 10여 편에 달하는 영화 & 드라마를 찍은 바 있는 '신입생-새내기 신분 탈출한 지 오래된 연기자'이다. 굳이 자유 응용-맛깔스런 대사까진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시청자들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대사 처리는 해주었으면 한다. 혼자 붕~ 뜨는 버럭거림으로 일관하지 말고 상대 배우와의 합을 어느 정도 맞춰줬으면 좋겠고, 발음도 좀 정확하게 해줬으면 좋겠고 말이다. 그게 안되면 진짜.. 극 중 이연희의 대사는 '성우 더빙'으로 대체하든가, 아님 한글 대사에도 '자막'을 넣어줘야 하지 않을까..? ;;


M사에 대한 옛정으로 나름 예뻐해 줄려고 노력하고 있는 드라마인데, <에덴의 동쪽>은 여러모로 참 감상하기 불편한 점이 많은 드라마이다. 최근, 사고 처리 전담반으로 전락해 버린 너무나 안쓰러운 김진만 PD.. 그가 환상적으로 연출해 낸, 그래서 한 때 자발적 촬영장 투어팀 & 단독 투어까지 유행했던 드라마 <아일랜드>나 다시 봐야할까 보다. 가을이 되니, 또 9월이 되니 유난히 생각나는 드라마이다. 시청 앞 횡단보도와, 닭다리와, 두번 째 달의 서쪽 하늘에와 함께...


posted by 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