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세상

내.마.스-로맨스물 주인공의 연령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타라 2008. 3. 12. 10:40
예전엔 참 많이도 봤던 드라마- 한동안은 바쁘다는 핑계로, 또 다른 관심사들에 눈을 돌리다 보니 TV나 드라마하고는 다소 멀리 떨어져 지낸 시기가 있었으나 최근 몇 편의 드라마를 시작으로 다시 TV 드라마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는데.. 역시 드라마는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는 매체인 것 같다. 영화나 공연처럼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언제든 TV 리모컨을 누르면 안방에서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들~

한 때는 뭔가 수준 높은 드라마, 생각할 꺼리가 많은 명품 드라마, 남들 보기엔 좀 골치 아프게 여겨질 수 있는 그런 드라마를 선호할 때가 있었는데(굳이 그걸 원했다기 보다는 어쩌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 알고 보면 그런 드라마였던 것) 그래서 주변인들로부터 '넌 뭘 저런 드라마를 보냐? 머리 아프게~' 이런 류의 핀잔을 종종 듣기도 했었다. 그 때는.. 그냥 그런 시기였나 보다. 물론 그 중 정말 좋은 작품도 있었고, 그 안에서 나름 행복하긴 했었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과 함께 식성도 바뀌고, 드라마 취향도 바뀌고.. 그런 변화들이 생기게 된다는 걸 조금씩 느끼고 있다.

심오한 내용의 드라마도 좋지만, 중간에 건너 뛰어도 내용 파악 다 되고 부담 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명랑하고 유쾌한 드라마- 언젠가부턴 그런 드라마들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드라마 보면서 머리 아프게 막 분석하고, 숨겨진 상징을 찾아 헤매고, 그러기가 조금 귀찮아지기도 했고... 그것 말고도, 살아가면서 내가 신경 쓰고 집중해야 할 일들은 참 많으니까 말이다.


 '드라마'라는 것 자체가 원래는 자기 집 안방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그런, 이야기가 담긴 영상 박스(?)이기에... 보편적인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담아, 너무 어렵지 않은 범위 내에서 적당하게 유쾌함을 주고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드라마야말로 '드라마 본래의 목적'에 가장 충실한 극일지도 모른다. 그러다 한번 씩, 좀 심오하고 전문적인 드라마로 색다른 변화를 주는 것도 좋고-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가장 최근에 시청한 드라마가 바로 이 드라마이다. 평일엔 시간이 잘 안나서 주중 드라마를 고정적으로 챙겨보지는 못하고 작년 말부터 주말극 위주로 보고 있는데, 지난 번에 고정적으로 시청하던 드라마가 끝나고 그 시간대가 허전하여 채널을 고정하니까 마침 저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었다.

별로 기대 안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어 보였다. 중간중간 박장대소, 자지러지기도 하면서...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연령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구나~' 라는... 나름 바람직한 현상인 것 같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에는 20대 청춘들만 존재하는 건 아닌데, 예전의 드라마들은 죄다 파릇파릇한 20대 청춘 남녀가 주인공인 드라마들이 주를 이뤘었기에...

예전에 MBC 드라마를 참 좋아했었는데, 드라마 왕국이란 칭호에 걸맞게 색다르고 재미있으면서도 영양가 있는 드라마가 많았던 것 같다. 재능 있는 드라마 작가나 개성 넘치는 연출의 PD도 있었던 것 같고... 그런데 언젠가부터 소재나 스토리 진행 상의 기본 패턴이 왠지 모르게 비슷비슷하면서 진부하게 느껴지거나 재미 없는 드라마들이 판을 치길래 한동안 드라마 쪽엔 등 돌리고 살았었는데, 다시 돌아와 보니 그 사이 한국 드라마가 또 '한 반 뼘' 정도 자라나 있었다. 소재나 설정, 등장 인물 직업도 보다 다양해졌다.

또 한 가지 반가운 사실은 한국 드라마의 주인공은 이제 더이상 20대 꽃돌이, 꽃순이들만이 아니란 사실- 1990년대 활약하던, 소위 스타라 불리우던 연기자들 중 개성 있고 빼어난 외모에 드라마나 영화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던 여배우들이 많았었는데 지금은 그녀들도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진 삶을 살아가는 아줌마가 되어 있다. 그들.. 20대 꽃순이 배우들은 이제 30대가 되고 40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안방 극장을 주름 잡으며, 적지 않은 나이에도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젊은 주인공의 엄마나 이모로 불리우는 조연'이 아닌 '로맨스물의 당당한 주인공'으로 자리잡기까지 했다.

이건 대한민국 여성들에겐 나름 반가운 현상이 아닌가- 인간은 누구나 해가 바뀌면 자연스럽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게 되고, 그 누구나 서서히 늙어간다. 그리고 '청춘의 시기(10대 중/후반~20대)'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더 이상은 청춘이 아닌 나이'로 세월을 보내야만 한다. 최근, TV 드라마의 주 수요층 또한 그들 장년층 이상의 사람들이다.(요즘의 한국 젊은이들 중엔 자신이 원하는 시간 대에, 인터넷을 통해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웹 환경과는 별로 친하지 않은 세대-중/장년/노년층, 그들은 여전히 매일 쏟아지는 TV 드라마에 엄청난 충성도를 자랑하고 있다.

전반적인 사회적 분위기와 그런 흐름의 반영 때문일까..? 이제 드라마 '로맨스물'에서의 여주인공은 더 이상 20대 꽃띠가 아니라 30대 여주인공, 최근엔 불혹을 넘긴 나이인 40대 여배우들도 당당하게 안방 극장 로맨스물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내가 가장 최근에 본 이 드라마 역시, 이제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마흔을 넘긴 최진실이 여주인공이었는데(물론 실제 나이와 비슷한 연령대의 애 엄마로) 남자 주인공 역시 마찬가지이다. 마흔을 앞둔 그들이 20여 년 전에 가슴 설레했던 친구와 다시 만나서 알콩달콩 엮이면서 러브 모드를 조성한다는 그런 내용- 중간 중간 심각한 내용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 배꼽 잡고 웃게 만드는 코믹한 내용이다. 출연 배우들 연기도, 꽤 자연스럽게 잘 소화하는 것 같고...

지지난 주만 해도 다른 드라마가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봄이라 그런가? 그새 신선한 봄 작품들로 물갈이가 된 듯하다. 최진실, 정준호 주연의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은 과거 옥림이였던 아라(고아라) 출연의 <누구세요?>와 함께 MBC에서 내놓은 새 드라마인데, 한 쪽은 여전히 20대, 아니 아직 10대인 꽃띠 처자가 주인공으로 나오지만 또 다른 한 쪽에선 실제 나이 40세 전후한 배우들이 나와서 상큼 발랄한 로맨스를 보여준단다. 분명 주인공 연령대에 있어서의 갭은 있는데, 이젠 이런 현상이 무척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이제 더이상, TV 드라마 로맨스물은 20대 청춘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