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세상

돼지 껍질팩이 아니더라도, 동안은 있다~

타라 2011. 9. 25. 16:37
어제 TV 프로 '스타킹'에 출연하여 '실제 나이에 비해 많이 어려 보이는 동안'의 비결로 '돼지 껍데기 팩(돼지 껍질 팩)'을 소개한 꿀피부의 45세 동안녀(연극 배우 마승지)가 화제가 되었는데, 무심코 그 프로그램을 보다가 최근에 벌어졌던 몇몇 커뮤니티에서의 <동안 논란>이 생각났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게시판 내에서 어떤 사람이 "제가 좀 동안인데요.." 그러면서 자기 사연을 이야기하면 "네가 무슨 동안이냐?", "그건 너만의 착각 아니니?", "스스로를 동안이라 생각해도, 타인들이 봤을 때 제 나이대로 다 보이거든요~" 하면서 빈정거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비교적 최근에, 각 커뮤니티에서 그 소재로 잦은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그 논쟁에서 '동안' 자체를 부정하는 이들도 꽤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그런 사람들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 경험 상, 살아가면서 접해 본 '동안남/동안녀'들이 심심찮게 있었기에 '동안형 얼굴.. 현실 속에 꽤 많지 않나~? 본인이 동안이라 말한 사람이 실제로 동안일 수도 있지~' 하는 생각이 들기에 말이다..

동갑들 : 이런 40대 중반/저런 40대 중반/요런 40대 중반?

여기서 '동안(童顔)'의 원래 의미는 가수 이승환이나 이선희의 경우처럼 '타고난 이목구비의 분위기 자체가 아이 같은 얼굴 or 소년/소녀 같은 페이스'를 의미하는 것이지만, 요즘엔 의미를 더 넓혀서 '본인의 실제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얼굴'을 통칭하여 <동안>이라 말하곤 한다.

예전에 그런 적이 있었다. 어떤 여성을 잠깐 만날 일이 있었는데, 그녀는 유니폼을 입고 있었으며 꽤 날씬한 체형에 올림 머리(or 묶음 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냥 봐서는 나이가 가늠이 안되어서 막연하게 '젊은 여성'이라고만 생각했고, 난 그녀가 당연히 미혼 아가씨인 줄 알았다.

해서, 미혼이냐고 물어보니까 그녀는 화들짝 놀라면서 '결혼한 지 9년 되었다~'고, '초등학생 아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 말에 나도 무척 놀랐는데, 그냥 봐선 정말이지 '전혀 결혼한 지 10년 가까이 된 아줌마 & 학부형'처럼 보이지 않았기에 말이다. 굳이 그 사람 뿐 아니라, 요즘엔 큰 아이를 둔 아줌마/아저씨들 중에 전혀 그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꽤 많다.

위대한 동안의 탄생? 청년 같은 40대 중후반의 이승환

얼마 전.. 주변의 40대가 정말 오랜만에 '10대 시절에 친했던 남녀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고 하길래 그 모임 후 '그 친구들, 이제 많이 늙었겠네?' 하니까 황당하다는 듯 '요즘 사람들은 나름대로 관리하기 때문에 40대라 해서 팍 늙어 보이고 그런 거 아니거든~' 하고 맞받아쳤다. 그 말에 '이해돼, 충분히~'의 기분이 들었는데, 지금 중년/노년층 사람들은 몇 십 년 전 사람들과 '외모 특성'이 실제로 많이 달라졌다.

2005년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이(김선아)가 "요즘 여자 나이 30세는 몇 십 년 전의 20세와 같다~"고 말한 것처럼, 실제로 '평균 수명이 많이 길어진 현재' 요즘 40대는 예전의 30대와 같고...요즘 60~70대는 예전의 50대와 같고...그런 식이다.  그래서 지금은 어떤 사람의 육체 나이를 계산할 때 '실제 나이에서 0.7을 곱하는 산술 방식'이 활용되기도 한다.

50~60세까지만 살아도 많이 산 것으로 여겨졌던 예전과 다르게, 100세 수명을 바라보는 현재엔 사람들의 '육체 나이(or 액면가)'에도 서서히 변화가 오는 것이다. 그러한 관계로, 요즘엔 '실제의 자기 나이에 비해 어려 보이는 사람=동안'인 사람이 꽤 많은 실정이다.

몇 살이게?

그러한 현실 속에서 '사람은 나이 들면 무조건 제 나이대로 보인다~'고 빡빡 우기며 '동안'인 사람 자체를 부정하는 이들은 정말정말 '노안만 한가득인 마을'에서 생활하고 있거나, 살면서 '동안'인 사람을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할 정도로 자기만의 '좁은 세계' 안에서 살아가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조심스레 들었다.

그렇게까지 넓은 세계에서 살아가지 않는 나조차도 주변에서 간간히 <동안(그냥 봐선 몇 살 정도인지 잘 모르겠으며, 알고 보면 실제 나이에 비해 훨씬 어려 보이는 사람들)>을 발견하곤 하기에 말이다. 그리고.. 인생을 한 70~80년 살아본 사람들이야 타인을 처음 봤을 때 '대충 몇 살이겠다..' 가늠이 되지만, 아직 노년에 이르지 않은 사람들 입장에선 '사람 외모'만 봐서는 대번에 몇 살인지 가늠이 안되지 않나?

요즘엔 그만큼 '동안인 사람, 노안인 사람, 제 나이대로 보이는 사람' 등 사람들 외모가 다양하고, 일반인 중에서도 자기 관리 빡세게 하는 사람 & 나이 들어서 어떤 류의 병원 시술을 받는 이들이 많아졌기에 더더욱 '실제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그 와중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 보는 타인이 자기 나이보다 많게 보면 되게 기분 나빠 한다. '내가 그렇게 늙어 보이는 걸까?' 생각하면서... 그러한 관계로, 특히 영업이나 서비스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은 평소에 '호칭'에 신경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줌마? 아가씨? 학생? 애기 엄마?

지금 사회에선 '미혼 같은 기혼녀'들도 많기에 아무나 보고 대놓고 "아가씨~"라 그러는 것도 좀 곤란할 것 같고, 그렇다고 대충 나이 있어 보이는 사람에게 "아줌마 or 어머님~" 이런 식으로 부르는 것도 실례다. 실제로 요즘엔 비혼주의 & 노처녀/노총각 & 결혼해서도 '불임'이거나 일부러 아이를 갖지 않는 '딩크족'들도 많은 실정이니, 나이 먹거나 유부녀 되었다고 해서 다 '누군가의 어머님'이 되는 건 아니다. 물건을 팔거나 영업하는 이들은 상대 여성을 향해 통일해서 "고객님~"이라 부르는 게 제일 이상적인 듯...

최근 들어선 워낙에 자기 나이대로 안 보이는 사람들도 많고 해서, 일반적으로 사람을 호칭할 때 소소한 곤란함을 겪을 때가 있다. 그러한 이유로, 개인적으로 '가장 활용 범위가 높은 말의 서두 & 호칭 대용'으로 "저기요~"를 종종 사용하는데, 우리 나라도 사람 호칭할 때 있어선 서양의 일부 국가들에서처럼 (먼저 이름을 물어본 뒤) 심플하게 '이름'을 사용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곤 한다.

(별도의 존칭어가 없어서) 나이 어린 사람도 나이 많은 사람을 향해 "(그 사람 이름이 톰이었을 경우) 하이, 톰~(안녕, 톰~)"이라 인사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 나라도 '아줌마, 아저씨, 어르신, 어머님, 아버님, 총각, 아가씨, 학생, 오빠앙, 언니, 이모, 할아버지, 할머니, (누구 누구의) 엄마, (누구 누구의) 아빠~' 이런 호칭 다 빼고, 순수하게 부르라고 만들어진 <이름>만 사용하면 얼마나 편리하고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