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뮤지컬

뮤지컬 음악의 혁명-'로미오와 줄리엣' 초연 앨범

타라 2011. 7. 28. 22:45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오리지널 풀 버전 o.s.t는 평소에 굉장히 자주 듣는 음반이다. 예전에 '프랑스 뮤지컬' 나오는 노래들을 처음 접하고서 굉장히 큰 문화적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어린 시절부터 간간히 접하긴 했지만, 난 원래 '
뮤지컬
'이란 장르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사람이었다. 가끔 가다 '일반적인 대사'도 나오긴 하지만 뮤지컬 스토리 내에서 대부분의 대사 전달 특정한 리듬과 멜로디를 가진 '노래'로 이뤄지는데, 그 '뮤지컬 안에 나오는 노래'들이 전혀 내 취향이 아니었기에 말이다.. 원래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걸 좋아하는 만큼 또 '별로 듣기 좋지 않은 음악'은 듣고 있는 것 자체가 괴롭게 느껴질 때가 많다. 물론 그 음악(노래) 취향이란 것도 사람들마다 다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기존에 많이 접해 보았던 전형적인 브로드웨이 뮤지컬 음악 전혀 내 취향이 아니었다.


심지어는 '세계 4대 뮤지컬'에 속하는 작품의 곡들도 크게 좋다는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으며, 뮤지컬계의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만든 곡들 중에서도 좋아하는 곡 보다는 듣기 별로라고 느끼는 곡이 훨씬 더 많았다. 그것 보다는 차라리 드라마 o.s.t나 영화 음악 듣는 게 음악적인 '멜로디 라인' 만끽하거나 귀로 듣기엔 더 좋고, 스토리(극적인 재미)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도 내겐 '잘 만들어진 드라마나 영화, 소설' 쪽이 '듣기 싫은 노래로만 나열된 뮤지컬' 보다는 훨씬 더 흥미롭게 느껴지곤 했었다.


그러다가 '프랑스 뮤지컬' 음악을 알게 되었고, 그 때 당시 굉장히 신선한 느낌을 받았었다. '아니, 뮤지컬 음악이 이렇게 듣기 좋을 수가 있다니~' 하면서... 처음 입문하게 된 건 아무래도 우리 나라에 처음으로 들어온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Notre-Dame de Paris)>에 나오는 곡들이었지만, 그 이후에 제라르 프레스귀르빅(Gerard Presgurvic)이 작곡한 <로미오와 줄리엣(Romeo & Juliette)> 음악을 접하고서 그 '음악적 매력' 풍덩 빠져들게 된 기억이 있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스토리야 웬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아는 내용이고, 21C세기인 지금에 와선 '이야기물로써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진부한 내용 스토리'이기에, 굳이 그 이야기를 만끽하기 위해 내가 이 작품에 관심 가질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제라르가 만든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 '음악적 미덕' 때문에 관심 가질 수밖에 없었고, 이 뮤지컬의 전 곡이 담긴 <로미오와 줄리엣-2000' 오리지널 캐스트 스튜디오 풀버전 2CD>는 지금까지도 굉장히 자주 듣고 있는 음반에 속한다.


원래 싫증을 잘 내는 편이라 좋아하던 음악도 자꾸 들으면 질리는 감이 있는데, 이 뮤지컬에 나오는 곡들은 신기하게도 벌써 몇 년 째 듣고 있음에도 크게 질린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 뮤지컬 음반에 나오는 곡들 중 '원래 좋아했던 곡'들은 한 번씩 잊고 있다가 다시 들으면 여전히 듣기 좋고, '원래 안 좋아했던 곡'들은 들으면 들을수록 점점 좋아지거나 새롭게 다가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 앨범은 '불어 가사집(파란색)한글 번역 가사집(회색)+2장의 CD'로 구성되어 있으며, CD 표지 안쪽엔 출연진 사진과 배역 소개 부분이 나온다.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 & 줄리엣> 오리지널 버전의 타이틀은 <Romeo et Juliette(로미오와 줄리엣)-de la Haine a l'amour(증오에서 사랑까지)>..

로미오, 벤볼리오, 머큐시오 - Les Rois du Monde(세상의 왕들)
제라르 프레스귀르빅 작곡,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대표곡

이 CD를 맨 처음 들었을 때, 첫 곡 '베로나(Verone)'의 웅장함에 감격하고.. 두 번째 곡 '증오(La Haine)'송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그 '쿵 딱딱 딱~' 하는 비트감에 심장이 쿵쾅거림을 느끼며 또 반하고.. 이후 '세상의 왕들(Les Rois du Monde)'까지 줄줄이 이어지는 여러 훌륭한 곡들과 그 뒤에 이어지는 다른 곡들을 들으며 '뮤지컬 음악 이렇게 훌륭할 수가 있다니..!' 하면서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웅장하고, 클래시컬하면서도 현대적인 세련미를 갖춘 고품격 반주 & 멜로디의 노래들.. 뭔가 시끄럽기만 하고, 크게 품격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던 기존의 뮤지컬 음악들과는 차원이 다른 '특유의 유려한 품격에, 현대적인 세련미를 두루 갖춘 이 작품의 곡들'을 들으면서 '문화 강국 프랑스는 일개 뮤지컬 음악도 완전 고품격으로 만드는구나~' 싶어서 참 많이 놀랐던 적이 있었다.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초연 캐스트-카풀렛가 사람들

프랑스에선 해당 뮤지컬 작품이 무대에 오르기 전, 작곡된 곡을 담은 '음반'먼저 나오는 경우가 많다. 제라르의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은 2001~2002년에 프랑스에서 초연되었고, 이 앨범은 이 작품이 본격적으로 무대에 오르기 전인 2000년도에 녹음한 곡을 담은 음반이다.

그 뒤에 이 뮤지컬 오리지널 팀의 공연 모습을 담은 DVD(초연 실황)도 나오고, 공연 실황을 담은 풀 버전 라이브 CD도 나오고, 싱글 앨범 & 기타 등등의 여러 음반이 출시된 바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추천하고 싶은 음반은 바로 오리지널 멤버들의 목소리를 담은 이 <로미오와 줄리엣 2000' 전곡 2CD 스튜디오 버전 음반>이다. 이 CD는 정말이지, 음악적 소장 가치 높은 음반에 속한다.


이 뮤지컬은 프랑스 초연 때의 성공 이후 벨기에, 영국, 네덜란드, 헝가리, 러시아,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멕시코, 한국, 일본 등지에서도 자국어로 만든 라이센스 버전이 올려진 바 있고, 비교적 최근(2010년/2011년)에 녹음된 것까지 다 합하여 '관련 음반'만 해도 굉장히 많이 나와 있는데, 그 중 가장 '음악적 가치'가 높은 쪽은 원래 언어로 불리워진 프랑스 버전.. 그 중에서도 유난히 반주에 대한 편곡과 멤버들의 가창력이 좋았던 '2000 오리지널 음반'이 아닐까 한다.

같은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도 플롯의 탄탄함이라든가, 명확한 주제 의식, 주연 배우의 비주얼, 출연진들의 연기력 측면을 평가하자면 이 뮤지컬보다 더 뛰어난 작품, 더 우수해 보이는 버전은 많다. 셰익스피어의 원작 소설 해도 진짜 '세계적인 수작'까진 아니지만 그 나름대로 '통속적 재미'가 있는 편이다.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초연 캐스트-몬테규가 사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해 감탄하게 되는 데엔 제라르 프레스귀르빅(Gerard Presgurvic)이 작곡한 이 뮤지컬 넘버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참 크다. 솔직히, 이 뮤지컬 프랑스 원 버전의 경우, 내러티브의 특성이나 플롯의 탄탄함 면에서 크게 훌륭하다고 말하긴 곤란한 극이다. 그보다 뛰어난 플롯을 가진 작품은 많기에..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의 가장 큰 미덕은 (불어 외) 다른 나라 언어로 들어도 여전히 듣기 좋다 여겨지는 그 수록곡들 훌륭함 있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