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앞에서

미인 선발 대회의 효시 '파리스의 심판'

타라 2012. 6. 26. 05:45
어릴 적엔 온 가족이 모여 '미스 코리아' 같은 미인 선발 대회 프로그램을 꼬박꼬박 챙겨보곤 했었는데, 언젠가부턴 관심사에서 사라졌다. 그래서 요즘엔 '미인 선발 대회를 아직까지도 하는지, 한다면 언제 쯤 하는지?'에 대한 사항을 잘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그 시기에 지상파 중계로 보여주었던 '미스 코리아 선발 대회'가 케이블 방송으로 넘어갔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당시 <미스 코리아 선발 대회> 같은 우리 나라 '미인 대회'를 지켜본 사람들 사이에서의 중론은 "예쁘긴 미스 코리아들 보다 (키가 크지 않더라도) 탤런트나 CF 모델, 잡지 모델 등이 더 예쁘다~"였는데, 미스 코리아 선발 대회엔 기본적으로 키가 큰 여성만이 참가할 수 있으니 상대적으로 '진짜 미인'은 드물었던 것 같다. '키 큰 여성'들 사이에서만 미인을 찾는 것보다, '키가 큰 여성 & 키가 중간인 여성 & 키가 작은 여성'을 다 포함한 상태에서 미인을 찾을 때에 '진짜 미인'을 발견할 확률이 더 높아지니 말이다..


한 때 잠깐 '<미인 선발 대회>에선, 왜 민망하게시리 후보들이 훌러덩한 상태로 나오는 수영복 심사를 할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그걸 두고, 페미니즘 단체나 여성 커뮤니티 등에서 '성의 상품화가 아닌가' 하는 차원에서의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사실, 어린 마음에도 '말 만한 처자들이 단체로 나와 온 가족이 지켜보는 안방 극장에서 수영복 입고 왔다리 갔다리 하는 모습'이 그리 훈훈한 풍경처럼 보이진 않았다. 그렇게 하는 본인들(미스 코리아 후보들)도 민망하고, 보는 사람들도 뻘쭘하다고나 할까-

그런데.. 비록 신화 속 내용이라 약간 판타지스럽긴 하지만 '미인 대회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의 미인 대회가 '나체'로 이뤄지는 등 애초에 터를 잘못 닦아서 그리 된 것 같다. 희랍 신화의 배경이 되는 '고대' 때에는 본격적으로 섬유 산업(?)이 발달하기 전이어서 어쩔 수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수많은 서양 화가들이 그린 '신화' 배경 작품들만 봐도, 그 안에 나오는 인물들은 대충 나뭇잎 같은 걸로 가리거나 옷을 거의 입지 않은 채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화가 William Etty의 그림 '파리스의 심판(Judgement of Paris)'


희랍 시대의 <미인 선발 대회>가 비록 나체로 이뤄졌으나, 이상한 의미가 아니라 당시엔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행사였으며 경건하고 엄중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여자들 뿐만이 아니라 남자들을 대상으로 한 나체 <남성미 자랑 대회>도 실시되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된 '파리스의 심판(Judgement of Paris)' 사건이 <미인 대회의 효시>라 할 수 있다. 당시 '헤라(주노), 아프로디테(비너스), 아테나(미네르바)' 그 세 여신이 아름다움을 두고 경합을 벌였다.

바다의 여신 '테티스'의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가장 아름다운 자에게~"라 씌여져 있는 황금 사과를 연회장에 던져놓고 갔는데, 헤라(Hera) & 아프로디테(Aphrodite) & 아테나(Athena)가 서로 그 '황금 사과'가 자기 것이라 우기자(각자 자신이 '제일 아름다운 여신'이라 생각함) 제우스가 그 심판을 트로이 왕 아들인 '파리스(Paris)'에게 맡겼다.

아무래도 사람 마음이 개입된 것이라, 완전히 객관적일 수는 없는 '미인 대회'가 아니었나 싶다. 당시 헤라는 파리스에게 '세계 주권'을, 아프로디테는 '인간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아테나는 '지혜'를 약속했는데 '예쁜 여자' 좋아했던 파리스는 결국 아프로디테를 최고 여신('가장 아름다운 자'에 해당하는 황금 사과의 주인)으로 뽑아 주었고, 그 대가로 스파르타 왕비인 '헬레네(Hellene)'의 사랑을 얻게 된다.

화가 Jacques Clement Wagrez의 그림 '파리스의 심판(Judgement of Paris)'


아프로디테가 약속한 대로 '인간들 중 가장 아름다운 여성인 헬레네(Hellene)'와 '파리스(Paris)'가 사랑으로 맺어지긴 했으나, 하필이면 그녀가 '남편이 있는 유부녀'였기에 아내를 파리스에게 빼앗긴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가 트로이를 치게 되면서 '트로이 전쟁'이 시작되었다. 아프로디테는 미(美)의 여신이라 단순하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간 여자'가 파리스를 사랑할 수 있도록 힘써준 것 같은데, 그녀(헬레네)가 '임자 있는 몸'임을 감안하지 않아서 그 사단이 난 것이다.

결국 '목마 위장술(트로이의 목마)'로 인해 그 전쟁은 그리스의 승리로 끝났고, 헬레네는 다시 본남편이 있는 그리스(스파르타)로 돌아갔다고 알려져 있다. 여자(美人) 하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며 10년 간이나 전쟁을 벌이다니.. 초대 받지 못한 에리스의 '황금 사과'와 '미녀 경합'으로 이어진 그 작은 사건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게 된 셈이다. <미인 대회>의 시초라 할 수 있는 <그리스 신화>에서의 이 '파리스 심판' 사건은 어쩐지 '중매를 잘 서자~'의 교훈을 남기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