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앞에서 2011.03.02 16:20

봄이다. 아직까진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남아 있지만, 달력을 또 한 장 넘기고 보니 봄을 의미하는 '3월(March)'이란 글자가 눈에 띈다. 오늘 '청명하게 파란 하늘과 실내에 들어온 눈부신 햇살'을 바라보며 얼마 전까진 경험할 수 없었던 '나른한 분위기의 봄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같은 하늘, 같은 햇살인데 지난 겨울에 보았던 그것이랑은 느낌이 사뭇 다른 게 참 신기하다.

소시 적엔 극단적인 걸 좋아해서 '겨울'과 같은 특색 있는 계절을 선호했지만, 요즘 들어선 살기 쾌적한 날씨인 '봄'과 '가을'이 더 좋다. 일단 겨울처럼 '난방비'도 많이 안 들고 하니...(요즘, 전반적으로다가 '난방비'가 너무 많이 오른 듯~) 아직 한 차례의 꽃샘 추위가 남아 있지만, 조금만 지나면 우리는 봄의 나른함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울러 '춘곤증'에 시달리는 이들도 생겨날 것 같다. [ 춘곤증 : 따뜻한 봄날, 충분히 수면을 취했음에도 오후만 되면 졸음이 쏟아지거나 잦은 피로감을 느끼는 증상 ] 그런 류의 '낮잠' 말고 매일 밤 찾아오는 '잠자기 전'의 순간은 내가 하루 중에 참 좋아하는 시간이기도 한데, 깨끗하게 씻은 뒤 잠자리에 누웠을 때 '보드라운 이불'이 살갗에 닿이는 그 뽀송뽀송함을 느끼는 기분이 참 좋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적정한 수준의 '잠'을 자야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존재이고, 그 시간은 어떤 면에서 보면 지친 심신을 새롭게 만들어 주는 '재생'의 시간이기도 하다. 가끔 우리 나라 드라마 찍는 사람들(극을 연출하는 PD나 방송국 스텦 & 연기자들) 관련하여 "일주일에 12시간 밖에 못 잤어요~" 류의 기사가 뜨곤 하는데, 그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인간이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잠'을 사랑하는 난, 안 먹고는 살아도 안 자고는 못 사는 유형의 인간이기에... 우리 나라 방송국 PD나 주연급 배우들은 죄다 '철인(鐵人)'이거나, 드라마 찍으면서 '극기 훈련' 하는 사람들 같다.

예전에 어떤 '시대물' 성격의 드라마를 통해 등장 인물에게 '몇 날 며칠 동안 잠을 안 재우는 고문'을 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생각만 해도 왠지 끔찍하다. 그게 한 일주일~열흘 넘어간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잠을 안 자는 상태'가 계속 지속되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고 한다. 일상에서 쓰는 휴대폰도 충전 안하고 배터리 나가면 그 몸체를 사용할 수 없게 되듯이 말이다.

J. W. 워터하우스(John William Waterhouse)의 그림 '(의 신)과 그의 형제 죽음(의 신)'


<그리스 신화>엔 우리에게 '충전과 재생의 기회를 안겨다 주는 잠 or 휴식'의 신으로 '휘프노스=힙노스'가 등장한다. '잠의 신' 휘프노스는 밤의 신 닉스 & 암흑의 신 에레보스 사이에서 난 아들이며 '죽음의 신'인 타나토스와 형제지간이다. 19세기 영국 화가인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가 이 '휘프노스와 타나토스 형제'를 소재로 한 그림을 남기기도 했다. 그림에서 앞쪽에 있는 이가 잠의 신 히프노스(Hypnos), 뒤쪽에 잠들어 있는 이가 죽음의 신 타나토스(Tanatos)이다.

환한 빛을 받은 채 잠자고 있는 히프노스의 손엔 '양귀비' 꽃이 들려져 있는데, 환자의 통증을 완화시켜 주는 모르핀(아편)을 만드는 데에도 쓰이는 이 '양귀비'는 힙노스를 상징하는 꽃이기도 하다. J. W. 워터하우스
(John William Waterhouse)의 그림 속에서 형상화 된 '형제'의 모습은 꽤나 나른하고 평화로워 보인다. '잠의 신' 힙노스를 가끔 '휴식의 신'이라 칭하기도 하는 걸로 봐서, 고대의 사람들도 '잠'이란 개념 자체를 평온하게 쉴 수 있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바라봤던 모양이다.

아울러 통상적인 기준에서 너무 무시무시하게 생각되는 '죽음' 역시, 그 시기 사람들 기준에선 공포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좀 더 긴 잠 or 영원한 휴식'의 의미를 지닌 존재인 듯하다. 그러한 관념의 영향 때문인지,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John William Waterhouse)의 그림에 나오는 고대 신화 속 '죽음(Tanatos)'은 무서운 느낌이 아닌 '평범한 청년'의 느낌으로 묘사되었다. 

평화롭게 잠에 빠진 <잠과 죽음 형제(Sleep and his half-brother Death)>의 그림을 볼 때면 같이 나른해지는 느낌이 들곤 한다. 좀 있으면 날씨가 점점 따뜻해질텐데, '춘곤증'이란 이름으로 만나기도 하는 등 앞으로 우린 시도 때도 없이 '잠의 신 휘프노스(Hypnos)'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될지 모른다..

posted by 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