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앞에서
프랑스판 타짜? 라투르의 그림 '사기 도박꾼'
우리 나라의 평범한 아줌마들도 '모임' 같은 걸 하면 가끔 점당 100원씩 걸고 '고스톱' 놀이를 하는 것 같던데, 점당 100원 짜리는 도박이 아니라고 하지만 여기서 판돈이 점점 커지면 도박죄가 성립될 위험이 있다. 일명 '동양화 놀이'라고 하는 이 '고스톱'을 그냥 건전하게 즐기는 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에 '사행 심리'가 들어가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이렇게 '건전한 놀이'와 '위험한 도박' 사이를 오고갈 수 있는 화투(고스톱), 포커(카드 놀이) 등은 우리 나라 뿐 아니라 서양 사람들도 즐겼던 놀이에 속한다. 그 때 당시의 상황을 그린 미술 작품으로 라투르(1593~1652)의 <사기꾼>이란 그림이 있는데, 그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표정이라든가 속임수가 들어간 듯한 '게임판'에서의 미묘한 기 싸움 같은 게 무척 인상적이다.
17세기에 활약했던 프랑스 화가 조르주 드 라투르(Georges de La Tour)는 북 프랑스의 로렌 지역에서 태어났으며, 한 평생 그곳에서 작품 활동을 했다고 한다. 그는 '종교적인 주제'를 담은 그림을 많이 남겼는데, 초창기 땐 그 시기 일반인들의 생활상을 담은 '풍속화'를 주로 그리기도 했다.
라 투르의 풍속화들 중 <사기꾼(다이아몬드 에이스의 사기꾼/도박 사기꾼/사기 도박꾼)>은 이 화가를 잘 모르는 우리 나라 사람들도 '어디선가 한 번 봤음직한 그림'으로, 비록 번역서이지만 국내에서 출간된 '책 표지'에 등장하기도 하는 작품이다. 판매 중인 도서에 조르주 드 라 투르(Georges de La Tour)의 그림 '사기 도박꾼'이 표지로 사용된 경우는 내가 본 것만 해도 벌써 2권에 달한다.
<태연한 척 하며 벨트 속에서 '카드 두 장'을 꺼내어 뒤에 감추고 있는 왼쪽 편 사람, 술 따르는 척 신호를 보내며 그 옆에 서 있는 여인네와 모든 걸 꿰뚫고 있다는 듯 날카로운 시선을 건네는 가운데 여인 & 나름 정직하게 카드 놀이에 몰두하고 있는 듯한 오른쪽 여인..> 등 라투르의 이 그림은 감상자의 입장에서 '팽팽하게 느껴지는 인물들 간의 심리적 긴장감'이 충분히 와 닿을 수 있게끔 해당 상황 자체를 꽤 섬세하고 생동감 있게 묘사해 놓았기에, 볼 때마다 참 흥미롭게 느껴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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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문화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사회에나 있지 않았을까 싶군요. 아... 아마존과 같은 청정지역에는 없을라나요? ㅎㅎ 그렇다면 '어느 사회'를 '그 잘난 문명 사회'라는 말로 바꾸면 될까요? ㅎㅎ 그것도 정확히 맞지는 않는 듯하니 참 언급하기가 쉽지 않네요. 하여튼 점 십원이니 백원이니 하는 정도야 단순한 놀이로 본다 해도, 그러다가 판돈이 커지면 도박이 될 수 있는데, 그 기준을 어느 선으로 잡아야 하는가 역시 판단하기엔 쉽지 않은 문제죠.
답글
제가 그냥 이 한밤중에 심심해서 이렇게 긴 댓글을 다는 이유 중 하나는 ㅎㅎ 바로 어제, '**뉴맞고' 사이트를 탈퇴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그넘의 사이트가 못돼 처먹어서 저한테 매번 너무 안좋은 패만 주더라고요 ㅎㅎㅎ 뭐 진짜 돈을 들여가면서 하던 게임은 아니었지만, 십여차례 연속으로 패하고 올인당하는 상황이 며칠간 반복되니 괜히 열받아서요 ㅎ 건강에 안좋을 것 같아서 아예 관두려고 합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제가 집착하고 있던 몇 가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아, 그 중에 맞고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ㅎㅎ 내려놓으면 자유로워지고, 가벼워진 만큼 행복해진다는 진리를 새삼스레 체험하는 중입니다. 타라님, 행복한 날들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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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음상황이 눈에 그려지는군요..
답글
"첫판부터 밑장 빼기냐?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여?"
"나는 구땡을 주고 너는 장땡을 가졌을 것이여 니가 장땡이라는거에 내 전재산과 손모가지를 건다" "아그야 여기서 가장 둔탁한것좀 가져와라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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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두 고스톱을 할 줄 몰라요. 왠지 반갑습니다~ㅎㅎ
답글
그림 속 표정이 실감나서 그 순간의 긴장감이 느껴지는 듯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