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전혀 다른 삶의 화가, 라파엘로와 미켈란젤로

타라 2011. 2. 8. 22:56
피터 쉐퍼(Peter Shaffer) 희곡의 영향으로 '음악계' 인물인 모차르트(Mozart)와 살리에리(Salieri)가 종종 첨예한 갈등을 겪는 '라이벌'로 인식되어지곤 한다. 이전에 그것을 소재로 한 미국 영화 <아마데우스(Amadeus)>와 프랑스 뮤지컬 <모차르트 락 오페라(Mozart L'Opera Rock)>가 탄생하기도 했는데, 전자의 경우 '살리에리' 캐릭터가 지나치게 악역으로 묘사된 감이 있고 후자의 경우 '살리에리'의 비중이 너무 낮은데다가 둘 간의 갈등이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존재한다.

실제로는 작곡가 모차르트의 인생을 통틀어 '같은 업계'에 종사했던 살리에리를 그의 주된 라이벌로 보기엔 좀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 한 때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의 행보에 약간 태클을 걸긴 하지만, 영화나 뮤지컬에서 묘사한 그 정도까지는 아닌 듯하다.(피터 쉐퍼의 '왜곡된 희곡'을 벗어난 실존 인물 살리에리는 모차르트를 크게 의식 안하고, 저대로 나름 잘 먹고 잘 살았을 것 같은...)

모든 사회 생활하는 사람들이 으레 그러하듯 모차르트는 굳이 살리에리가 아니더라도 주변에 '적'이라 부를 만한 인물이 많았고, 오스트리아 뮤지컬 <모차르트!(Mozart!)>에서 모차르트의 친구 캐릭터로 나온 실존 인물 '쉬카네더(Schickenede)' 역시 한 때 모차르트를 속여먹은 이력이 존재한다.

90세까지 장수한 '미켈란젤로'

굳이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라이벌 스토리>를 만든다면 '미술계' 인물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나 미켈란젤로(Michelangelo) & 라파엘로(Raffaello)의 관계를 각색했을 때, 실제 기록에 근접하면서 보다 쫄깃한 라이벌 극이 탄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들의 이야기를 영화나 뮤지컬로 만들면 (집필자의 역량이 괜찮을 경우) 참 재미난 스토리가 탄생할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이 인정하는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말년엔 한참 후배인 또 다른 천재 미켈란젤로(Michelangelo)에게 질투를 느끼고 일자리도 빼앗기고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지만, 이 경우 둘의 나이 차이가 너무 나서(23세 차이) '라이벌'로 보기엔 좀 뭣하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가 거의 부모뻘 & 자신의 재능을 물려줘야 할 스승뻘인데, 요즘의 예술계나 예능계도 그렇지만 사람이 나이가 들면 '후배'나 '젊은 사람'들에게 영광의 자리를 물려줄 줄도 알아야 하기에 말이다..

그러한 이유로, 내가 좀 더 흥미를 느끼는 쪽은 실제로 8세 정도 밖에 차이 나지 않는 라이벌 미술가 미켈란젤로(Michelangelo)와 라파엘로(Raffaello)의 관계이다. 둘 다 뛰어난 예술가이지만, 그 사생활적인 측면에선 극과 극으로 갈리기 때문에 더더욱 흥미롭게 느껴지는 두 사람이다..

그들의 자화상이나 초상화를 보면 알겠지만, 엄친아 천재인 '미켈란젤로'가 잘생긴 거랑 거리가 먼 반면 '라파엘로'는 나름 여자들에게 인기 많은 꽃미남이었다. 성격 면에서도 라파엘로는 사교적이고 사람들과 잘 어울렸으나, 미켈란젤로는 비사교적인 성격에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편이었다.


전반적으로 짧고 굵게 살다 간 '라파엘로'

라파엘로(Raffaello)는 평생 동안 '여성 편력'이 심한 편이었지만, 미켈란젤로(Michelangelo)는 여자들과의 스캔들과는 거리가 먼 금욕적(?)인 삶을 살았으며 항간엔 그가 동성애적 성향이 있다는 얘기도 떠돌았다. 미켈란젤로가 여자들을 멀리 한 건 '외모 콤플렉스' 때문이란 설도 유명한데, 모르긴 몰라도 미켈란젤로는 아마 '예술(조각)'과 결혼해 버린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딱히 연애를 안해도, 자기만의 '예술 세계' 안에서 만족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유형의 사람 말이다..

어쨌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세속적인 기준'에서 인생을 더 알차게, 즐기면서 산 것 같은 인물은 '화가로서도 인정 받고, 사람들과 잘 어울려 놀면서 여자들한테도 인기가 많았던 라파엘로(Raffaello)' 쪽이다. 하지만 인생엔 언제나 공짜가 없고, 자기가 한 것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때가 있다.


평생 '예술 활동'이나 하면서 독신으로 산 미켈란젤로(Michelangelo)가 몸에서 사리 나올 정도로 금욕적인 생활을 할 때에, 열심히 쾌락의 밤을 보냈던 라파엘로(Raffaello)는 결국 그 문란한 성생활 때문인지 38세의 나이에 요절하고 말았다. 그에 반해, 미켈란젤로는 90세까지 (그 시대 기준으로) 아주 오래~오래 장수한 인물이다. 전반적으로 극명하게 갈린 두 '라이벌 천재 화가'의 삶이 참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