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링 뮤직

기타리스트 '게리 무어'의 죽음을 애도하며..

타라 2011. 2. 7. 21:55
전설의 기타리스트 '게리 무어(Gary Moore)'가 스페인에서의 휴가 도중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아직까지는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며, 그는 호텔 객실에서 잠자던 중 숨이 끊어졌다고 한다. 게리 무어는 작년(2010년) 봄에 국내에서 첫 내한 공연을 가지기도 했었는데,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 무대가 되다니.. 무척이나 아쉬운 마음이 든다.


개인적으로 게리 무어(Gary Moore)의 음악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오래 전, 같은 영어 학원을 다니던 한 지인을 통해서였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곡을 담은 카세트 테잎을 내게 선물했는데, 그 안에 게리 무어의 음악이 담겨 있었고 처음 듣자마자 난 그 음악에 매료되었다.

국내에서도 (한 때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많이 틀어줘서) 무척 유명한 'Still Got The Blues' 등 게리 무어의 음악들은 특히 비 오는 날 들으면 그 감흥이 장난 아니다. 북아일랜드 출신인 그의 곡들엔 뭔가 끈적거리고 나른하면서, 묘하게 음울하고 아름다운 분위기가 있는데, 한 번씩 게리 무어의 음악을 들으며 '지금 난, 다른 차원의 세계에 와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곤 했었다.


독학으로 기타를 공부하기 시작한 게리 무어는 1969년 말 18세의 나이로 영국의 록 밴드인 '스키드 로우(Skid Row)'의 기타리스트로 데뷔했다. 그 뒤 콜로세움(Colosseum), 씬 리지(Thin Lizzy) 등 여러 그룹을 거치며 다양한 활동을 펼쳤으며, 1980년대엔 에드워드 반 헤일런(Edward Van Halen) & 마이클 쉥커(Michael Schenker)와 함께 '3대 기타리스트'로 선정되기도 했었다.

우리 나라 대중들에게까지 명곡으로 많이 알려진 'Still Got The Blues(스틸 갓 더 블루스)'는 게리 무어의 개인 음반에 실린 곡이다. 널리 알려진 'Still Got The Blues' 외에 'Parisienne Walkways', 'Sunset', 'Always Gonna Love You', 'Spanish Guitar' 등도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곡이다.

'Spanish Guitar(스페니쉬 기타)'는 '게리 무어(Gary Moore)'의 기타 연주에 스키드 로(Skid Row) 시절부터 그의 절친이었던 보컬 '필 리놋(Phil Lynott)'의 노래가 들어간 곡으로, 한 때 우리 나라 드라마 삽입곡으로도 나온 바 있다. 2005년 드라마 <신입 사원> 초반 무렵 에릭(문정혁)의 장면에 나왔었는데, 극 중반 이후로 스토리가 좀 이상해져서 보다 말았지만 <신입 사원> 앞부분 내용은 꽤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난다. 게리 무어 & 필 리놋 콤비의 'Spanish Guitar'가 흐르던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게리 무어(Gary Moore) & 필 리놋(Phil Lynott) - Spanish Guitar

작곡 실력과 연주 실력 모두 뛰어난 게리 무어는 미국 보다는 유럽 & 아시아권에서 더 많은 사랑을 받았던 뮤지션이다. 그의 음악엔 아일랜드 특유의 음울하고 애잔한 정서가 있는데, 그런 분위기가 미국인들의 정서와는 잘 맞지 않는 모양이다. 허나, 게리 무어(Gary Moore)의 진득하면서 서정적인 느낌의 곡들이 한국인의 정서와는 어느 정도 부합되는 면이 있지 않나 싶다.

게리 무어가 올해 58세라고는 하지만, 우리 나이로 하면 60세이다. 그렇게 짧은 생은 아니었으나, 100세 수명도 바라보는 요즘 기준으로 하면 너무 일찍 가 버린 것 같아서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마침 케이블 TV로 옮겨 간 <수요 예술 무대>에서 이번 주 수요일(2011년 2월 9일)에 '게리 무어를 추모하는 특집 프로그램'을 마련한다고 하니, 그의 음악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좋은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이들에게 특별한 음악을 선사한 그가, 부디 더 좋은 곳에 가서 편히 쉴 수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