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폴리스

소설 속 내용이 현실 그대로? 김만중의 '사씨남정기'

타라 2010. 12. 30. 15:16
장옥정이 '원래의 중전이었던 인현왕후를 몰아내고 왕비 자리에 오른 일화'는 꽤 유명하고, 우리 나라에서 드라마로도 여러 차례 만들어진 바 있다. 이 이야기에서 장옥정(장희빈)이 악녀로 칭해지게 된 데에는 그녀가 바람직하고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왕의 비호와 추종 세력의 힘을 이용하여 '부당한 술수'를 써서 별로 나쁜 왕비도 아니었던 인현왕후를 몰아내고 중전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국엔, 오리지널 중전이었던 인현왕후를 쫓아내고 장희빈을 중전 자리에 앉힌 숙종 임금이 그로부터 몇 년 후 또 다른 여인을 가까이하게 되면서 왕비 자리에 오른 장옥정은 찬밥 신세로 전락하게 되며, 나중엔 자신을 끔찍하게 아껴주었던 왕에 의해 처형 당하기까지 한다. 그런 걸 보면, 대체로 '바람직하지 못한 방법으로 남의 자리를 빼앗으면서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고, 그 행위 자체에 미안함을 갖기는 커녕 자기가 잘나서 그런 줄 알고 기고만장한 행태를 보이는 사람'의 말로는 좋지 않은 듯하다..

물론 역사 속에서의 장희빈은 한 편으로, 신하들과 힘 겨루기를 하던 숙종 임금의 행보와 당시의 정치 상황에 희생당한 비운의 인물이기도 하다.(그래서 요즘엔 '장희빈'에 대한 동정론도 일고 있는...) <인현왕후-숙종-장희빈-최숙빈> 관련 이야기는 비교적 여러 번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었음에도 은근히 대중의 흥미를 자극하는지 항상 양호한 흥행 성적을 기록하곤 했었다.

최근 들어, 여러 커뮤니티에선 '뭐니뭐니 해도.. 이 사람 예뻐했다가, 저 사람 예뻐했다가 하는 등 심한 변덕을 부리는 숙종 임금이 궁극적으로 가장 나쁜 인물 같다~'는 식으로, 세 여인들의 삶을 좌지우지하며 '운명의 신' 역할을 했던 왕에 대한 비난론이 일기도 했었다.


장희빈이 중전 자리에 있었을 때 '원래의 중전이었던 인현왕후 복권 운동'의 중심엔 김춘택(金春澤)이 있었으며, 당시의 서인들은 "장다리(장희빈)한철이나, 미나리(인현왕후)사철이다~"라는 동요를 만들어서 퍼뜨리기도 했다. 또한, 김만중(金萬重)은 <사씨남정기(謝氏南征記)>를 지어 현재의 왕비 장옥정을 비난하고 폐위된 전(前) 중전을 옹호했다.

서인들과 함께 이전 왕비 복권에 힘썼던 '숙빈 최씨'가 당시 왕의 눈에 띈 것은 '잊지 않고 옛 주인을 섬기는 정성'이 숙종 임금의 눈에 가상해 보여서였다. 그로 인해 왕을 가까이에서 모실 수 있었던 그녀는 결국 태기도 생기고, 비루한 신분에서 높은 신분으로 올라가기도 하고, 나중엔 자기 아들을 왕으로 만들기도 하는 등 변화무쌍한 일대기를 겪게 된다.  허나, 장희빈 관련 사건을 겪고 난 뒤 임금이 정책을 바꾸는 바람에 최숙빈의 경우 중전의 자리에 오르지는 못했다.



서포 김만중(金萬重)이 쓴 '풍자적'인 작품 <사씨남정기>는 '극 중 주인공이 원래의 부인 사씨를 가차없이 내쫓고 첩인 교씨를 부인으로 삼았다가, 나중에 교씨의 사악함을 깨닫고선 사씨를 다시 정실 부인으로 받아들이고 교씨를 죽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한글 소설이다.

참 묘한 것은.. 이건 그냥 꾸며진 내용의 소설일 뿐인데, 이후 실제 역사 속에서도 '인현왕후-숙종-장희빈'을 둘러싼 인물 관계가 소설 속 내용처럼 그대로 전개되었다는 사실- 그것은 '이전 중전을 그리워하며 실제로도 그렇게 되기를 바랐던 많은 이들의 염원' 때문이었을까, 아님.. 애초에, 크나큰 비호 세력을 등에 업은 장씨가 멀쩡한 중전을 몰아내고 중전 자리에 오르게 된 과정이 그닥 바람직하지 못해서 '뿌린 대로 거두게 된다'는 범우주적인 원리가 조금 작용해서 그리 된 것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