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왕이 사랑한 '결혼 행진곡' 작곡자, 오만한 '바그너'

타라 2013. 5. 8. 23:07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는 독일 출신 작곡가이며, 음악사와 더불어 문학사에서도 많은 업적을 남긴 유럽의 천재 예술인이다. 소시 적부터 괴팍한 성향을 보였던 바그너는 셰익스피어의 문학 작품을 탐독하거나 베토벤의 곡을 들으며 음악에 빠져들었고, 20세 무렵부터 작곡을 하기 시작했다. 오페라 작곡가인 바그너는 <트리스탄과 이졸데> <니벨룽겐의 반지> <로엔그린> <탄호이저> 등 유명한 작품들을 많이 남겼지만, 그의 사생활적인 측면에선 갖가지 안 좋은 소문들도 많이 떠돌았다.

Richard Wagner(1813~1883)

여성 편력이 대단했던 바그너는 결혼 이후에도 상습적(?)으로 멀쩡한 남의 부인(유부녀)들과 바람을 피우고 돌아다녔다. 작곡가 바그너(Wagner)는 '일반 사람들이 뛰어난 능력을 가진 자신에게 존경을 바치는 것이 마땅하다'는 말을 떠벌리고 다니던 자뻑 왕자였으며, '천재인 자신은 여러 여인들과 무분별한 연애 행각을 펼치는 게 당연하다'고 여길 정도로 똘끼 충만한 인물이었다.


'여자 관계' 복잡한 데다 '낭비벽'도 심했던 바그너는 지인들에게 돈을 빌린 후 갚지 않는 걸로도 유명했다. 그렇게 빚도 많이 지고 사람들로부터의 평판도 좋지 않았던 그는 한 때 타국에서 가난하게 지내며 고생했던 때도 있었지만, 바로 그 때 바그너를 구원해 줄 엄청난 후원자가 짜잔~하고 나타나게 된다.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을 보구서 그의 열렬한 팬이 된 독일 바이에른의 국왕 루트비히 2세(Ludwig II)가 그를 뮌헨으로 불러들여 새로운 삶을 열어준 것이다. 바그너보다 32세나 어렸던 루트비히 2세는 그를 예술의 천재로 여기며, 부채를 탕감해 주고 각종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당시의 루트비히 2세는 바그너에게 한마디로 '로또 복권'과 같은 존재가 아니었나 싶다..)

젊은 왕 루트비히 2세와 그가 열렬히 숭배했던 작곡가 바그너


요즘으로 치면, 바이에른 왕 루트비히 2세(1845~1886)가 자신이 좋아하는 한 가지에 깊이 몰두하는 '덕후(일명 광팬) 기질'이 좀 있었던 모양이다. 그 둘은 인간적으로도 무척 잘 통했는지 '나이 차'를 극복한 엄청난 우정을 과시했는데, 왕의 총애를 등에 업은 바그너는 자기 맘에 안 드는 사람은 짜르라고 압력을 가하거나 주변인들에게 건방진 태도를 보여 귀족들의 반감을 샀다. 또한, 루트비히 2세가 바그너와의 우정이나 음악에만 심취해 있으면서 정치를 등한시하게 되자 바그너를 뮌헨에서 쫓아내라는 귀족들의 대동단결 건의가 이어졌고 루트비히 2세는 어쩔 수 없이 그를 외국으로 보내게 된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루트비히 2세(Ludwig II)는 외국에서 활동하는 바그너의 음악 활동을 지원했고, 중간에 삐끗한 적도 있었으나 계속해서 좋은 관계로 지냈다. 바그너(Wagner)는 루드비히 2세가 사망하기 3년 전에 죽었는데, 그 때 국왕은 이런 말을 남겼다. "지금 온 세상이 애도하는 그 예술가를 가장 먼저 알아본 사람이 나였다. 따라서 내가 세상을 구원한 셈이다~"라는...


파산 직전까지 갔던 바그너는 마침 자신의 천재성을 인정해 주는 루트비히 2세의 존재가 있었기에 자신의 예술성을 마음껏 뽐낼 수 있었다. 그가 남긴 예술적 업적이 만만치 않기에 한 편으론 바그너가 파산하지 않고 재능을 펼칠 수 있었던 게 다행이다 싶으면서, 또 한 편으론 '인간적으로 무척 거만하기도 하고 주변인들한테 상처 주는 일을 밥먹듯 일삼는 등 그다지 아름답지 못한 행실로 적도 많았던 바그너'가 그런 천재적 재능을 타고나지 않았더라면 과연 그런 삶을 살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독일 작곡가 바그너가 만든 여러 오페라들 중 <로엔그린> 3막에 나오는 한 곡은 요즘에도 '결혼식장에서 신랑 신부 입장 시 단골로 사용되는 곡'이라('딴 딴따 단~ 딴 딴따 단~'의 결혼 행진곡), 바그너의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무척 익숙한 곡에 해당한다.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 중에서 '혼례의 합창'

한 가지 재미난 사실은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에 나오는 '결혼 행진곡(혼례 합창곡/입장 행진곡)'은 정작, 극 안에선 두 남녀가 결국 헤어지게 되는 '비극적 사랑'을 예고하는 데에 쓰였다는 것이다. <로엔그린(Lohengrin)> 자체가 비극적 결말의 오페라이다.

당시 그의 팬이었던 영국 여왕의 딸이 결혼식 때 바그너의 곡을 연주해줄 것을 요청했고, 그 때 오페라 <로엔그린> 속 '혼례의 합창'이 사용되면서 유럽 상류층 사이에 인기를 끌어 오늘날에도 바그너의 그 곡이 결혼식장에서 '신랑 신부 입장곡'으로 일반적으로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은 '이별곡'임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