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라르 프레스귀르빅(Gerard Presgurvic)이 작사/작곡을 맡은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 & 줄리엣>은 음악적 미덕이 아주 뛰어난 작품인데, 그러한 탓에 이 뮤지컬에 대한 DVD를 자주 감상하기 보다는 초연 멤버들이 녹음한 스튜디오 버전 전곡 CD를 더 즐겨 듣는 편이다.
사실 이 뮤지컬 오리지널 공연 실황(2001년)을 담은 DVD는 어떤 면에서 보면 좀 지루한 구석도 있다. 거기다.. 같은 공연일지라도 '조그마한 영상으로 보는 것'과 '공연장에 직접 가서 보는 것'은 천지 차이여서, 다소 지루하게 본 이 작품 '초연 버전의 공연'을 담은 DVD 영상과는 달리 '뉴 버전(2007년 이후로 바뀐 버전) 내한 공연'은 꽤 재미있게 보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완성도'는 DVD 공연 실황으로 나온 2001년 초연 버전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 & 줄리엣> 2001~2002년 오리지널 공연(초연)은 각각의 캐릭터에 맞는 '캐스팅'과 전반적인 배우들의 '가창력', 매끄러운 '극 구성'의 차원에서 뉴 버전 공연(2007년/2009년 내한 공연)의 우위에 설 수밖에 없는..
같은 작품이지만, 지금의 이 뮤지컬 프랑스 팀 멤버는 초연 때와는 다르게 대폭 바뀌었다. 올해(2009년) 초에 있었던 내한 공연에서 해당 배역으로 2001년 초연(오리지널 공연) 때랑 같았던 배우는 '로미오' 역의 다미앙 사르그(Damien Sargue)와 '티볼트' 역의 톰 로스(Tom Ross) 정도였다.(2007년 내한 공연 때는 '로미오' 역의 다미앙 사르그만 유일하게 오리지널 공연의 멤버였던..)
우리 나라에서 만든 라이센스 <로미오 앤 줄리엣>은 새롭게 바뀐 버전을 기준으로 해서 만들었다 보니, 극의 '완성도' 면에서 그리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는 공연이다. 그것이 라이센스 공연의 '기준'이 되었던 터라, 뒤늦게 한국판 <로미오 앤 줄리엣>을 본 관객들 중에는 '프랑스 내한 팀 공연(2007~2009년)과 그 때의 캐스팅'을 꽤 잘된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던데.. '로미오' 역 빼고는 대폭 물갈이가 된 그 프랑스 팀의 뉴 버전 공연도 정작 2007년 내한 당시에는 무척 말 많았던 공연에 속한다.(캐릭터의 특성에 부합하는 캐스팅 면에서도, 각 배역을 소화하는 배우들의 역량 면에서도, 극 구성이나 넘버의 배치,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도 DVD에 나온 2001년 초연 버전에 비해 훨씬 못하다고 말이다.)
<로미오 앤 줄리엣> 2007년 첫 내한 공연 당시.. 그 내한 프랑스 팀은 2001' 프랑스에서의 오리지널 버전 공연 & 초연 배우들과 많이 비교 당하며, 가루가 되도록 까이곤 했었던 걸로 알고 있다. 허나, 정 드는 건 은근히 무서운 것이어서.. 이젠 빼도 박도 못하는 캐스팅으로, 내년에 다시 (그 나라에선 8년 만에) 프랑스 파리의 한 공연장에 올려지게 될 이 뮤지컬 뉴 버전 멤버들은 한국 팬들에게도 어느 새 '그리운 멤버들'로 자리잡은 듯하다. 거기다, 이 내한 팀의 공연은 이 뮤지컬의 원산지인 프랑스 관객들보다 우리 한국 관객들에게 먼저 선보인 공연이어서.. 거기에서 오는 야릇한 호감의 정서도 한 몫하는 것 같다.
프랑스 팀이 내년 초 파리에서의 공연을 앞두고 뉴 버전 커튼콜 곡으로 새로 추가된 'Avoir 20 ans(아봐 뱅 땅~)' 뮤직 비디오를 얼마 전에 공개했는데, 예전에 공연장에서 직접 본 배우들을 이렇게 먼 나라에서 찍은 영상으로 다시 보니 무척 반갑기는 하다. 2009년 내한 공연 때, 제라르가 새로 만들어서 넣은 이 곡 자체도 참 좋다. 한국 배우들로 구성된 <로미오 앤 줄리엣> 라이센스 공연에서도 최근의 시즌 2 공연부터는 이 노래를 앵콜송으로 부르고 있다.(우리 말 '한국어'로 번안해서..)
최근에 공개된 이 <로미오 앤 줄리엣> 프랑스 뉴 버전 팀의 '스무살이 된다는 것(Avoir 20 ans)' 뮤직 비디오에 대한 한 줄 감상은 애석하게도 "이 작품에 관련한 프랑스의 뮤직 비디오 센스는 여전히 촌스럽다~"이다..;; 2001년 공연 실황을 담은 DVD에 부록으로 딸려 있는 '세상의 왕들(Les rois du monde)' 뮤직 비디오 때처럼 정신 사나운 분위기의 화면 분할 하며, 과도하게 진한 색감 하며..
이 뮤지컬 찍은 감독이 줄리엣 역의 조이(Joy) 덕후인지, 곡 후반부에서는 전반적인 화면에다가 조이 얼굴을 왕따시 만하게 클로즈 업해서 도배를 해 놓았다. 뉴 버전 공연의 '줄리엣'인 조이 에스뗄(Joy Esther)은 실제로 몇 번 봤는데, 내 기준에서 그리 미인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이목구비가 너무 큼직하고, 몸매도 별로고, 좀 넙데데하게 생겼다는 기억만.. 개인적으로, 얄쌍하고 은은한 분위기의 여성을 미인이라 생각한다.) 그녀는 일단 무척 화려하게 생겼고, 어떤 면에서 보면 꽤 예쁘다고도 할 수 있는 얼굴이다. 이 'Avoir 20 ans' 뮤직 비디오에선 특히, '줄리엣' 역의 조이도 예쁘게 잘 나온 것 같다.
2001년 초연 DVD를 출시할 때 딸려 나온 M/V도 그랬고, 무려 8년이 흐른 2009년에 만든 뮤직 비디오도 여전히 촌스러우니... 심지어는 별이 총총거리는 이 뮤/비의 배경 화면까지 참 촌스럽게 느껴진다. 몬테규가의 삼인방인 로미오(다미앙 사르그), 벤볼리오(시릴 니콜라이), 머큐시오(존 아이젠)가 나란히 서 있는 옆 얼굴을 잡은 장면도...(이건 전형적인 '국기에 대한 맹세' 삘이 아닌가- ;;)
그리고, 공연 직후엔 커튼콜을 통해 여러 곡의 풀 버전 앵콜송으로 보답하고.. 하나의 공연을 본격적으로 무대에 올리기 전에 음반도 출시하고, 뮤직 비디오도 공개하는 등 프랑스인들의 공연 외적인 서비스 정신은 무척 높이 살 만하다고 생각한다. 소비 시장의 규모가 좀 달라서인지, 우리 나라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이다. 프랑스에선 한 뮤지컬 작품을 올리기 전에 수록곡을 담은 '음반'을 만들어서 관객으로 하여금 해당 뮤지컬의 전반적인 '노래'를 먼저 들어보게 하지만, 우리 나라에선 비교적 흥행한 작품도 웬만해선 DVD나 관련 음반(CD)을 잘 내어놓지 않는 편이다.
제라르 프레스귀르빅(Gerard Presgurvic)이 만든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Romeo et Juliette)>은 2001년 초연 때의 공연 실황을 담은 DVD에 이어 내년(2010년)에 프랑스 파리에서 하는 뉴 버전 팀의 공연 실황을 담은 DVD 2가 출시될지도 모른다고 하는데, '바뀐 캐스팅 & 새롭게 편곡된 뉴 버전 공연의 전 곡 CD'와 '새 공연 실황 DVD'도 은근히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