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omeo and Juliette(2009년 내한 공연)] Sejong Center of Seoul-French Cast ]
어느덧 시간은 흘러 흘러 <로미오 앤 줄리엣(Romeo & Juliette)> 앵콜 공연도 마지막 주를 맞게 되었고, 이번 주 금요일이면 공연이 종료된다. 예전에, 식탐이 강한 어떤 이가 밥 먹으면서 울길래 왜 우냐고 물어보니 "밥그릇에 밥이 자꾸만 줄어들잖아요~ 그래서 슬퍼요.."하며 울던 그 개그가 새삼 떠오르며, 그 비슷한 심정을 느끼고 있다. 이 좋은 공연이 이번 주면 끝난다니, 참 아쉬운 마음.. 내년(2010년)엔 프랑스 파리의 빨레 데 콩그레 극장에서 이 뮤지컬의 10주년 기념 공연이 열리고 본격적인 유럽 투어가 시작된다고 하던데, 하는 김에 아시아 투어까지 하고, 그 때 이 팀이 한국에 또 공연하러 와주면 안될까~?
얼마 전에 <노트르담 드 파리(Notre Dame de Paris)> 라이센스 공연을 또 보고 왔는데, 생각보다 별다른 감흥을 받질 못했다. 예전에 그렇게 좋아하던 뮤지컬이었는데.. 그렇다고, 한국 배우들이 2005~2006년에 내한했던 그 <노트르담 드 파리> 프랑스 팀에 비해서 역량(가창력이나 연기력)이 확 딸리거나 그런 건 절대 아닌데, 이상하게 별로였다. 라이센스 공연이어서 그런가..? 프랑스 뮤지컬은 대체적으로, 원래 언어인 불어로 노래하는 원어 공연이 느낌이 제일 좋다. 기본 감흥에서부터 벌써 차이가 많이 나는 분위기~
Madame de Montague(몬테규 부인)-브리짓 방디띠
: 2007년 내한 공연 땐 안 그랬는데 <로미오 앤 줄리엣> 팀의 올해 새로 찍은 프로필 사진을 보니 죄다 빨간 배경에, 한 인상 쓰고 찍은 사진이 대부분이다. 뭔가 인상파 배우스런 느낌 & 전설의 고향 분위기..;; 하지만 이번 공연 프로필에 쓰인 의상이나 컨셉은 실제 공연엔 나오지 않고, 의상 자체는 2007년 버전이랑 똑같다.
재작년에도 내한했던 '몬테규 부인(로미오 엄마)' 역의 브리짓 방디띠(Brigitte Venditti)의 이번 공연은 크게 기억에 남는 것 없이 그냥 무난했다. 솔직히, 몬테규 부인과 카풀렛 부인이 나와 1막 두번 째 곡으로 부르는 '증오(La haine)'는 2001년 오리지널 캐스트 때의 양가 마님들이 더 파워 있게 잘 부른다. 하지만 뉴 버전 마님들도 그렇게 나쁘진 않은 듯..
항간엔 제목이 그래서 그런지, '증오(La haine)'란 곡을 원수 집안 마나님들인 몬테규 부인과 카풀렛 부인이 서로를 증오하며 부르는 노래로 알고 있는 이들도 있던데, 이 노래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두 부인들이 양 가문을 갈라놓은 '두 집안 간의 증오를 안타까워 한다'는 내용의 곡이다. 그러니까, 나름 평화 모드를 원하는 두 엄마(로미오 엄마 & 줄리엣 엄마)님들께서는 늘 으르렁거리며 싸워대는 몬테규가와 카풀렛가의 대립을 안타까워 하며 '이런 분위기 대략 반댈세~' 하는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Madame de Capulet(카풀렛 부인)-스테파니 로드리그
: <로미오 앤 줄리엣> 이번 2009년 내한 공연엔 2007년 내한 공연 땐 부르지 않았던 곡이 4곡 추가되었는데, 그 중 3곡은 2001년 초연 때부터 원래 있던 곡이고 이번에 1막 초반에 새로 들어간 카풀렛 부인의 '너는 결혼해야만 해(Tu dois te marier)'는 이번 공연을 위해 새로 작곡되어 들어간 노래이다. 2001년 초연 버전에도 카풀렛 부인의 '너는 결혼해야만 해(Tu dois te marier)'가 있었는데, 그 때는 지금의 이 곡과는 멜로디나 가사, 곡 분위기 자체가 다른 경쾌한 느낌의 곡으로 들어갔고, 이번에 새로 들어간 '너는 결혼해야만 해(Tu dois te marier)'는 다소 비극적인 분위기의 곡으로, 멜로디 자체가 많이 애절하다.
원래 프랑스 뮤지컬 보러갈 때 웬만해선 자막 잘 안 보는데, 이번엔 새로 들어간 곡도 있고 해서 자막을 열심히 보았다. 카풀렛 부인의 저 곡 '너는 결혼해야만 해(Tu dois te marier)'는 멜로디 라인도 참 애절하고 슬픈데, 한글로 번역되어 나온 가사(자막)를 보니 더 짠한 기분이 들었다. '집안의 명예를 위해,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와 결혼해야만 하는 그 시대 여자의 슬픈 운명에 관한 내용'을 담은 노래였는데, 이 곡의 삽입은 이 뮤지컬을 만든 작곡가 제라르가 이번 공연을 위해 잘한 일 중 하나란 생각이 들었다. 단지 곡 하나 추가되었을 뿐인데, 2007년 버전에 비해 극의 전반적인 완성도와 여주인공 '줄리엣' 캐릭터가 확 살아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에...
사실 제라르 프레스귀르빅(Gerard Presgurvic)이 만든 이 뮤지컬에서, 분량만 많다 뿐 여주인공 '줄리엣' 캐릭터가 많이 약하다. 2001년 초연 버전 DVD 공연 실황에서도 전체 극 흐름에서 꼭 필요한 장면인 것 같은 줄리엣의 2막 후반부 곡 '왜(Pourquoi)'라는 노래가 전체 극 구성에서 빠지고(DVD 부록으로 따로 빼놓음), 그 타이밍에 줄리엣 비극적 죽음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 줄리엣 아빠(카풀렛 경)의 '딸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필요 이상으로 부각시키는 바람에, 졸지에 '줄리엣'이란 인물 자체가 어린 나이에 남자 알아가지고 거기에 목숨 거는 좀 철딱서니 없는 애처럼 그려진 감이 있는데, 이번에 새로 들어간 애절한 멜로디의 곡 '너는 결혼해야만 해(Tu dois te marier)'는 결국 그리할 수밖에 없는 줄리엣의 사연에 뭔가 힘을 실어주는 듯한 분위기의 곡이다.
카풀렛 부인(줄리엣 엄마)은 '집안의 명예를 위해 사랑 없이 결혼해서 애 낳으며, 그렇게 살아왔고 이 시대 여성들은 다 그렇다'고, '줄리엣 너도 결국 그런 운명이며,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이 곡을 통해 얘기하고 있지만, 줄리엣은 그런 식의 운명을 과감하게 거부하고 결국 진정한 사랑을 택한다. 그런데.. 이 극의 결말 부분에 가서, 너무나 절박해진 줄리엣이 그런 선택을 하기까지 어떠한 '개연성 있는 배경'이 있는지에 대해 약간의 설명이 되어줄 수 있는 곡이 바로 카풀렛 부인이 부르는 저 곡이며, 이 작품의 결말 자체가 양 가문의 젊은이가 4명이나 죽는 비극적 결말이기에, 이번에 새로 들어간 애절한 멜로디의 곡 '너는 결혼해야만 해(Tu dois te marier)'의 삽입은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Comte Capulet(카풀렛 경)-아리에 이따
: 제라르 프레스귀르빅(Gerard Presgurvic)은 자기 작품에 나오는 모든 배역들을 너무 사랑하는지, 그의 이 뮤지컬에는 악인다운 악인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성깔 드러운 티볼트도 '알고 보면 그 나름의 사연이 있는 불쌍한 놈이에요~'를 설명해 주는 넘버(내 잘못이 아니야-C'est pas ma faute)가 등장하고, 2001' 초연 버전에서 두 주인공 죽음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죽음(La mort)' 캐릭터 역시 악역이라기 보다는 인간들의 삶에 뭔가 거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로 등장하며, <로미오와 줄리엣> 영화에선 피도 눈물도 없는 비정한 아버지 분위기를 풍기며 딸 줄리엣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카풀렛 경 또한 제라르의 이 뮤지컬에선 '딸을 무진장 사랑하고, 이제 시집 보내야 하는 딸에 대한 부정(父情)으로 감상에 젖는 속정 깊은 아빠' 정도로 그려졌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조연 하나 하나에게까지 너무 많은 사연과 좋은 쪽으로의 개성을 부여하다 보면 자칫 '순수한 사랑에 목숨까지도 내 건 두 청춘 남녀'의 안타까운 사연을 다룬 이 작품의 주제가 흐려지거나, 주인공 캐릭터가 뻘쭘해질 수도 있다는 것- 이번 공연에서도 그런 부작용이 있는 듯 했는데, 이 공연을 보면서 '주연 보다는 조연 캐릭터가 더 빛나 보였다'는 기자 리뷰를 본 적이 있다. 그런데, 특정 관객들이 이 뮤지컬을 보면서 그렇게 느끼게 된 데에는 여기에 출연한 주인공 배우가 심각하게 역량이 딸리거나 캐릭터를 표현 못해서라기 보다는 애초에 이 작품을 만든 제라르가 조연 캐릭터들에게 너무 힘을 실어준 탓도 있는 듯하다.
<로미오 앤 줄리엣> 이번 내한 공연에서, 내가 보러간 날에는 그 혹평을 받던 여주인공 조이 에스뗄(줄리엣)이 크게 실수하거나 고음 처리 안되는 것 없이 꽤 무난한 연기력과 가창력을 선보였으며, 주인공 다미앙 사르그 역시 그 어려운 곡 '거리의 소문(On dit dans la rue)' 로미오 파트와 '난 두려워(J'ai peur)'에서조차 전혀 삑사리 나거나 음정 흐트러지는 거 없이 전반적으로 훌륭한 가창력을 선보였다. 그 날 '가창력' 부문에서 지적 받아야 할 사람은 카풀렛 경을 연기한 아리에 이따(Arie Itah)와 몬테규 부인 역의 브리짓 방디띠(Brigitte Venditti)였는데, 2막에서 티볼트와 머큐시오가 죽고난 뒤 양 가문 사람들이 함께 부르는 '대가란 무엇인가-복수(La vengeance)' 노래 시작할 때 아리에 이따(카풀렛 경)의 음정이 좀 틀렸고, 브리짓 방디띠(몬테규 부인)의 음이 다소 불안했다.(개인적으로, 노래하다가 음정 틀리는 걸 참 싫어하는지라..)
그 외, 신부 역을 맡은 프데레릭 샤르테가 신부 특유의 고음 파트를 죄다 저음으로 처리해 버려서 불만이었던 것 외에는 그 날 나온 다른 배우들의 가창력은 대체로 괜찮았는데(조이의 줄리엣도 의외로 선전했음~) 프레데릭 신부님은 예전에 '영주' 역할 했을 때는 노래 괜찮았는데, '신부' 노래는 왜 죄다 음을 낮춰서 부를까..? 우리 오리지널 베론 영주께서 '고음 불가'의 배우란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새삼 슬프게 다가왔다.
<로미오 앤 줄리엣> 이번 2009년 내한 공연에서 추가된 4곡 중 가장 개념 있는 선택은 '거리의 소문(On dit dans la rue)'의 부활 & '너는 결혼해야만 해(Tu dois te marier)'가 경쾌한 분위기의 초연 때와는 달리 애절한 멜로디의 곡으로 들어가서 '결국 딸을 잃고 평생을 슬픔 속에서 살아야 할 카풀렛 부인'과 '안타까운 운명을 지닌 줄리엣'의 비극적 분위기를 잘 살려 주었다는 데에 있다. 극 초반부터 그런 분위기로 밑밥을 단단히 깔아 놓으니, 2막 후반부에서의 줄리엣의 사연과 주인공 커플의 죽음이 더욱 슬프게 다가왔다고나 할까-
어느덧 시간은 흘러 흘러 <로미오 앤 줄리엣(Romeo & Juliette)> 앵콜 공연도 마지막 주를 맞게 되었고, 이번 주 금요일이면 공연이 종료된다. 예전에, 식탐이 강한 어떤 이가 밥 먹으면서 울길래 왜 우냐고 물어보니 "밥그릇에 밥이 자꾸만 줄어들잖아요~ 그래서 슬퍼요.."하며 울던 그 개그가 새삼 떠오르며, 그 비슷한 심정을 느끼고 있다. 이 좋은 공연이 이번 주면 끝난다니, 참 아쉬운 마음.. 내년(2010년)엔 프랑스 파리의 빨레 데 콩그레 극장에서 이 뮤지컬의 10주년 기념 공연이 열리고 본격적인 유럽 투어가 시작된다고 하던데, 하는 김에 아시아 투어까지 하고, 그 때 이 팀이 한국에 또 공연하러 와주면 안될까~?
얼마 전에 <노트르담 드 파리(Notre Dame de Paris)> 라이센스 공연을 또 보고 왔는데, 생각보다 별다른 감흥을 받질 못했다. 예전에 그렇게 좋아하던 뮤지컬이었는데.. 그렇다고, 한국 배우들이 2005~2006년에 내한했던 그 <노트르담 드 파리> 프랑스 팀에 비해서 역량(가창력이나 연기력)이 확 딸리거나 그런 건 절대 아닌데, 이상하게 별로였다. 라이센스 공연이어서 그런가..? 프랑스 뮤지컬은 대체적으로, 원래 언어인 불어로 노래하는 원어 공연이 느낌이 제일 좋다. 기본 감흥에서부터 벌써 차이가 많이 나는 분위기~
몬테규 부인-브리짓 방디띠 (Brigitte Venditti) |
카풀렛 부인-스테파니 로드리그 (Stephanie Rodrigue) |
카풀렛 경-아리에 이따 (Arie Itah) |
Madame de Montague(몬테규 부인)-브리짓 방디띠
: 2007년 내한 공연 땐 안 그랬는데 <로미오 앤 줄리엣> 팀의 올해 새로 찍은 프로필 사진을 보니 죄다 빨간 배경에, 한 인상 쓰고 찍은 사진이 대부분이다. 뭔가 인상파 배우스런 느낌 & 전설의 고향 분위기..;; 하지만 이번 공연 프로필에 쓰인 의상이나 컨셉은 실제 공연엔 나오지 않고, 의상 자체는 2007년 버전이랑 똑같다.
재작년에도 내한했던 '몬테규 부인(로미오 엄마)' 역의 브리짓 방디띠(Brigitte Venditti)의 이번 공연은 크게 기억에 남는 것 없이 그냥 무난했다. 솔직히, 몬테규 부인과 카풀렛 부인이 나와 1막 두번 째 곡으로 부르는 '증오(La haine)'는 2001년 오리지널 캐스트 때의 양가 마님들이 더 파워 있게 잘 부른다. 하지만 뉴 버전 마님들도 그렇게 나쁘진 않은 듯..
항간엔 제목이 그래서 그런지, '증오(La haine)'란 곡을 원수 집안 마나님들인 몬테규 부인과 카풀렛 부인이 서로를 증오하며 부르는 노래로 알고 있는 이들도 있던데, 이 노래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두 부인들이 양 가문을 갈라놓은 '두 집안 간의 증오를 안타까워 한다'는 내용의 곡이다. 그러니까, 나름 평화 모드를 원하는 두 엄마(로미오 엄마 & 줄리엣 엄마)님들께서는 늘 으르렁거리며 싸워대는 몬테규가와 카풀렛가의 대립을 안타까워 하며 '이런 분위기 대략 반댈세~' 하는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Madame de Capulet(카풀렛 부인)-스테파니 로드리그
: <로미오 앤 줄리엣> 이번 2009년 내한 공연엔 2007년 내한 공연 땐 부르지 않았던 곡이 4곡 추가되었는데, 그 중 3곡은 2001년 초연 때부터 원래 있던 곡이고 이번에 1막 초반에 새로 들어간 카풀렛 부인의 '너는 결혼해야만 해(Tu dois te marier)'는 이번 공연을 위해 새로 작곡되어 들어간 노래이다. 2001년 초연 버전에도 카풀렛 부인의 '너는 결혼해야만 해(Tu dois te marier)'가 있었는데, 그 때는 지금의 이 곡과는 멜로디나 가사, 곡 분위기 자체가 다른 경쾌한 느낌의 곡으로 들어갔고, 이번에 새로 들어간 '너는 결혼해야만 해(Tu dois te marier)'는 다소 비극적인 분위기의 곡으로, 멜로디 자체가 많이 애절하다.
원래 프랑스 뮤지컬 보러갈 때 웬만해선 자막 잘 안 보는데, 이번엔 새로 들어간 곡도 있고 해서 자막을 열심히 보았다. 카풀렛 부인의 저 곡 '너는 결혼해야만 해(Tu dois te marier)'는 멜로디 라인도 참 애절하고 슬픈데, 한글로 번역되어 나온 가사(자막)를 보니 더 짠한 기분이 들었다. '집안의 명예를 위해,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와 결혼해야만 하는 그 시대 여자의 슬픈 운명에 관한 내용'을 담은 노래였는데, 이 곡의 삽입은 이 뮤지컬을 만든 작곡가 제라르가 이번 공연을 위해 잘한 일 중 하나란 생각이 들었다. 단지 곡 하나 추가되었을 뿐인데, 2007년 버전에 비해 극의 전반적인 완성도와 여주인공 '줄리엣' 캐릭터가 확 살아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에...
사실 제라르 프레스귀르빅(Gerard Presgurvic)이 만든 이 뮤지컬에서, 분량만 많다 뿐 여주인공 '줄리엣' 캐릭터가 많이 약하다. 2001년 초연 버전 DVD 공연 실황에서도 전체 극 흐름에서 꼭 필요한 장면인 것 같은 줄리엣의 2막 후반부 곡 '왜(Pourquoi)'라는 노래가 전체 극 구성에서 빠지고(DVD 부록으로 따로 빼놓음), 그 타이밍에 줄리엣 비극적 죽음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 줄리엣 아빠(카풀렛 경)의 '딸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필요 이상으로 부각시키는 바람에, 졸지에 '줄리엣'이란 인물 자체가 어린 나이에 남자 알아가지고 거기에 목숨 거는 좀 철딱서니 없는 애처럼 그려진 감이 있는데, 이번에 새로 들어간 애절한 멜로디의 곡 '너는 결혼해야만 해(Tu dois te marier)'는 결국 그리할 수밖에 없는 줄리엣의 사연에 뭔가 힘을 실어주는 듯한 분위기의 곡이다.
카풀렛 부인(줄리엣 엄마)은 '집안의 명예를 위해 사랑 없이 결혼해서 애 낳으며, 그렇게 살아왔고 이 시대 여성들은 다 그렇다'고, '줄리엣 너도 결국 그런 운명이며,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이 곡을 통해 얘기하고 있지만, 줄리엣은 그런 식의 운명을 과감하게 거부하고 결국 진정한 사랑을 택한다. 그런데.. 이 극의 결말 부분에 가서, 너무나 절박해진 줄리엣이 그런 선택을 하기까지 어떠한 '개연성 있는 배경'이 있는지에 대해 약간의 설명이 되어줄 수 있는 곡이 바로 카풀렛 부인이 부르는 저 곡이며, 이 작품의 결말 자체가 양 가문의 젊은이가 4명이나 죽는 비극적 결말이기에, 이번에 새로 들어간 애절한 멜로디의 곡 '너는 결혼해야만 해(Tu dois te marier)'의 삽입은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Comte Capulet(카풀렛 경)-아리에 이따
: 제라르 프레스귀르빅(Gerard Presgurvic)은 자기 작품에 나오는 모든 배역들을 너무 사랑하는지, 그의 이 뮤지컬에는 악인다운 악인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성깔 드러운 티볼트도 '알고 보면 그 나름의 사연이 있는 불쌍한 놈이에요~'를 설명해 주는 넘버(내 잘못이 아니야-C'est pas ma faute)가 등장하고, 2001' 초연 버전에서 두 주인공 죽음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죽음(La mort)' 캐릭터 역시 악역이라기 보다는 인간들의 삶에 뭔가 거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로 등장하며, <로미오와 줄리엣> 영화에선 피도 눈물도 없는 비정한 아버지 분위기를 풍기며 딸 줄리엣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카풀렛 경 또한 제라르의 이 뮤지컬에선 '딸을 무진장 사랑하고, 이제 시집 보내야 하는 딸에 대한 부정(父情)으로 감상에 젖는 속정 깊은 아빠' 정도로 그려졌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조연 하나 하나에게까지 너무 많은 사연과 좋은 쪽으로의 개성을 부여하다 보면 자칫 '순수한 사랑에 목숨까지도 내 건 두 청춘 남녀'의 안타까운 사연을 다룬 이 작품의 주제가 흐려지거나, 주인공 캐릭터가 뻘쭘해질 수도 있다는 것- 이번 공연에서도 그런 부작용이 있는 듯 했는데, 이 공연을 보면서 '주연 보다는 조연 캐릭터가 더 빛나 보였다'는 기자 리뷰를 본 적이 있다. 그런데, 특정 관객들이 이 뮤지컬을 보면서 그렇게 느끼게 된 데에는 여기에 출연한 주인공 배우가 심각하게 역량이 딸리거나 캐릭터를 표현 못해서라기 보다는 애초에 이 작품을 만든 제라르가 조연 캐릭터들에게 너무 힘을 실어준 탓도 있는 듯하다.
<로미오 앤 줄리엣> 이번 내한 공연에서, 내가 보러간 날에는 그 혹평을 받던 여주인공 조이 에스뗄(줄리엣)이 크게 실수하거나 고음 처리 안되는 것 없이 꽤 무난한 연기력과 가창력을 선보였으며, 주인공 다미앙 사르그 역시 그 어려운 곡 '거리의 소문(On dit dans la rue)' 로미오 파트와 '난 두려워(J'ai peur)'에서조차 전혀 삑사리 나거나 음정 흐트러지는 거 없이 전반적으로 훌륭한 가창력을 선보였다. 그 날 '가창력' 부문에서 지적 받아야 할 사람은 카풀렛 경을 연기한 아리에 이따(Arie Itah)와 몬테규 부인 역의 브리짓 방디띠(Brigitte Venditti)였는데, 2막에서 티볼트와 머큐시오가 죽고난 뒤 양 가문 사람들이 함께 부르는 '대가란 무엇인가-복수(La vengeance)' 노래 시작할 때 아리에 이따(카풀렛 경)의 음정이 좀 틀렸고, 브리짓 방디띠(몬테규 부인)의 음이 다소 불안했다.(개인적으로, 노래하다가 음정 틀리는 걸 참 싫어하는지라..)
그 외, 신부 역을 맡은 프데레릭 샤르테가 신부 특유의 고음 파트를 죄다 저음으로 처리해 버려서 불만이었던 것 외에는 그 날 나온 다른 배우들의 가창력은 대체로 괜찮았는데(조이의 줄리엣도 의외로 선전했음~) 프레데릭 신부님은 예전에 '영주' 역할 했을 때는 노래 괜찮았는데, '신부' 노래는 왜 죄다 음을 낮춰서 부를까..? 우리 오리지널 베론 영주께서 '고음 불가'의 배우란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새삼 슬프게 다가왔다.
<로미오 앤 줄리엣> 이번 2009년 내한 공연에서 추가된 4곡 중 가장 개념 있는 선택은 '거리의 소문(On dit dans la rue)'의 부활 & '너는 결혼해야만 해(Tu dois te marier)'가 경쾌한 분위기의 초연 때와는 달리 애절한 멜로디의 곡으로 들어가서 '결국 딸을 잃고 평생을 슬픔 속에서 살아야 할 카풀렛 부인'과 '안타까운 운명을 지닌 줄리엣'의 비극적 분위기를 잘 살려 주었다는 데에 있다. 극 초반부터 그런 분위기로 밑밥을 단단히 깔아 놓으니, 2막 후반부에서의 줄리엣의 사연과 주인공 커플의 죽음이 더욱 슬프게 다가왔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