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의 황석영 단편 소설을 영화화 한 '삼포 가는 길'은 '한국 로드 무비의 효시'로 불리는 이만희 감독의 유작인데, 극 전반에 걸쳐 펼쳐지는 '하얀 설경'이 인상적이어서 요즘 같은 겨울에 보면 딱 좋겠단 생각이 드는 영화다.


영화 <삼포 가는 길(1975년)>


원작 : 황석영 소설 '삼포 가는 길'

감독 : 이만희

각본 : 유동훈

출연 : 김진규(정씨), 백일섭(노영달), 문숙(백화)


영상화된 <삼포 가는 길>은 1975년에 제작된 영화 버전만 있는 게 아니라, 1981년에 방영된 TV 문학관 버전 <삼포 가는 길>도 존재한다. 같이 영상화 되었어도 '영화'와 안방극장용 'TV 드라마'는 장르적 특성이 갈려서인지 전반적인 느낌이 좀 다르다. 밑에 깔리는 상이한 '배경 음악'도 그 다름에 일조하는 분위기인데, 이런 류의 '같은 작품-다른 느낌'을 만끽하는 것도 꽤 유쾌한 일인 것 같다.

 


이 작품을 보면서, 새삼 '텍스트로 구성된 소설'이 '배우들이 직접 대사를 치고 연기하는 영상물'로 변모하는 게 참 신기하단 생각이 들었다. 


소설에선 "나 백화는 이래봬도..." 식으로 '등장 인물이 내뱉는 말'이 텍스트로만 표현되고 구체적으로 어떤 톤의 말인지는 독자들이 상상할 수밖에 없는데, 그걸 배우들이 각자의 톤으로 연기해서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로 보여주니 그만큼 더 생생하게 와닿는 느낌-


황석영 원작 <삼포 가는 길>은 수능 시험에도 나오는 유명한 소설로, 197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생활 터전(고향)을 벗어나 뿌리를 잃고 도시 노동자로 떠도는 하층민 주인공들의 애환을 다룬 작품이다. 옥살이를 끝내고 고향 삼포로 돌아가는 정씨 아저씨, 고향을 벗어나 도시 개발의 노동자로서 떠돌이 생활을 하는 노영달, 어린 나이에 술집으로 팔려가 창녀 생활을 하다가 찬샘 마을의 한 식당에서 도망쳐 나온 백화 등이 길에서 우연히 만나 눈 내린 재를 여러 번 넘고 기차역까지 동행하던 중에 벌어진 내용을 다루고 있다.



'단편 소설'이어서 그런지 원작 <삼포 가는 길>은 10여 분만에 휘리릭~ 읽히고 내용이 끝나는 반면, 영화는 기본 1시간 반은 넘어가는 분량이라 주인공들 따라 그 여정을 같이 걸어간 느낌이 살짝 든다. 원작이 '단편'인지라, 영화화 하면서 세부적인 에피소드는 추가된 부분이 꽤 있다.(그 '추가된 에피소드'도, <삼포 가는 길> 영화와 TV 드라마 버전 각각 다르다..)


텍스트로 묘사된 원작 소설에선 간결 명료하게 '핵심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각 '캐릭터의 대략적인 느낌'이 스쳐 지나가는데, 영화나 드라마에선 배우들이 나와서 직접 연기를 하니까 각각의 등장 인물에 대한 '캐릭터'의 개성이 더 강해진 느낌이 있다.


길에서 만난 '남자 둘-여자 하나(남 2-여1)'의 3인방이 '삼포(가상의 지명/정씨 아저씨의 고향-산업화로 인해 잃어버렸던 마음의 안식처)'를 향해 가는 여정을 그린 영화 <삼포 가는 길>은 여주인공 백화(문숙)가 등장하는 지점부터 본격적으로 재미있어진다.



당시 22세였던 영화배우 문숙이 원작에서도 스물 두어 살 정도로 나오는 '백화' 역을 연기했으며, 캐릭터를 맛깔스럽게 잘 살렸다. 통통 튀는 개성이 넘치는 인물로.. 그런데, 뒤에 나온 TV 버전 <삼포 가는 길>에서 '백화' 역을 맡은 젊은 시절의 차화연 역시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같은 '백화'임에도 두 캐릭터의 느낌은 묘하게 다르다.(원작 소설은 해당 캐릭터에 대한 전반적인 '아우트라인'만 잡아준 느낌이고...)


같은 작품인데 각각의 배우들 연기에 따라 '캐릭터' 느낌도 좀 달라지고, 동일한 '대사'도 다르게 구현되고, 연출색이나 배경 음악 설정에 따라 극의 '주된 정서'도 달라지는 것 같고, 배우들의 찰진 '연기력' 구경하는 재미도 있는지라.. 개인적으로 '1975년 영화 <삼포 가는 길>이 향후에 리메이크 되어도 참 괜찮겠다'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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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