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프랑스 뮤지컬 '십계' 커튼콜송 L'envie d'aimer(랑비데메) 듣다가 삘 받아가지고 노래방에서 직접 한 번 불러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는데, 결정적으로 우리 나라 노래방엔 그 곡이 없을 가능성 99.9%다. 하다못해 <L'envie d'aimer(랑비 데메)>를 리메이크해서 부른 카이(정기열)의 <사랑이란 이름>이라도 국내 노래방에 존재한다면 좋으련만~ 그렇담, 재주껏 한글 가사와 불어 가사 섞어서 부를 수 있을텐데...
'불어권 뮤지컬'에 나오는 곡들은 해당 멜로디와 결합된 '가사 어감'이 유난히 좋은 관계로, 단순히 듣는 감흥을 넘어서서 노래 반주에 맞춰 직접 불러보고 싶단 충동을 불러 일으키곤 한다.
개인적으로, 프랑스판 '모세' 다니엘 레비(Daniel Levi)가 부른 L'envie d'aimer(렁비데메) 후렴부에서 무한 감동받을 때가 많다. "스 서하 누 데 드망~ 스 서하 누 르 슈망(Ce sera nous des demain~ Ce sera nous le chemin~)"에서 "뿌흐 끌 라무흐(Pour que l'amour), 콩 소하 서 돈네~(Qu'on saura se donner~)"로 이어지는 대목의 노래 느낌은 들을 때마다 너무나 좋다- 그 노랫 가사가 절대적으로 '불어(프랑스어)'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특유의 어감이 존재하는 것 같다.
프랑스 뮤지컬 <십계 : 레 디스>는 어린 시절 같이 자라났지만, 민족간 갈등으로 격렬하게 대립하던 이집트 지도자 '람세스'와 이스라엘 지도자 '모세'가 결국 애틋한 형제애로 이렇게 되는 스토리이다..
프랑스어(불어) 못지않게 음악적인 언어인 'L'envie D'aimer' 이탈리아어(이태리어) 버전 'La Voglia D'amare'의 곡 느낌 자체도 꽤 괜찮은 편이고, 한국어 버전 리메이크 곡 '사랑이란 이름'도 좋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듣는 사람을 환장하게 만드는 (이 곡에서의) 불어 특유의 '언어 특징' 때문에 최종적으로 오리지널 버전 'L'envie d'aimer(랑비 데메)'에 안착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렇다고 하여 모든 '불어로 된 노래'가 듣기 좋은 건 아닌 듯하다. 난 '프랑스 뮤지컬'을 알기 전까진 '불어(프랑스어)'로 불리워지는 일명 '샹송'을 정말 싫어했던 사람이었으니... 기존의 '프랑스 대중 가요=상숑'을 싫어했던 이유는 노랫 가사에서 느껴지는 어감이 '느끼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오래 전.. 집에서 굴러 다니던 샹송 테잎이 있었는데, 들어보니 뭔가 부담스럽게 느끼한 분위기가 있었다.
허나, 캐나다 퀘백 지역 작품을 포함한 '프렌치 뮤지컬' 속 '불어 수록곡'들에선 별로 그런 류의 느끼함을 느껴본 적이 없다. 오래 전에 히트쳤던 프랑스의 일반 대중 가요와는 '곡의 성격'이 많이 달라서 그런 것일까..? 특히 파스칼 오비스포(Pascal Obispo)가 작곡한 뮤지컬 <십계(Les Dix)> 프랑스어 수록곡들엔, 대중 팝 같은 세련됨과 더불어 뭔가 숭고하고 장엄하면서 서사적인 분위기가 존재한다.
'세르지오 모스케토'-L'envie d'aimer(후반 샤우팅)
'프랑스 3대 뮤지컬'에 속하는 <십계(Les Dix)>는 이탈리아에서도 '이태리어'로 공연된 바 있는데, 우리 나라에 '오리지널 팀의 불어 공연'을 위해 여러 차례 내한했던 세르지오 모스케토(Sergio Moschetto)가 이태리 버전에서도 '모세' 역으로 출연했다. 이탈리아 '모세'인 세르지오의 가창력 자체는 워낙에 좋고 비주얼도 괜찮은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십계>는 프랑스 원 버전이 훨씬 낫다.
그나마 이태리 버전 <십계>의 '유일한 장점'이라면 <모세와 람세스(역 배우들)의 샤우팅>이 프랑스판 보다 더 뛰어나다는 점 정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나머진 프랑스의 오리지널 버전 공연이 절대적으로 우위에 선다. 무대 분위기나 해당 배역에 대한 배우들의 씽크로율, 전반적인 가창력 다 포함하여...
뮤지컬 <십계> 2막에 가면 '모세'와 '람세스'가 자기 민족의 일을 두고 <격렬하게 대립하는 장면(A chacun son glaive)>이 나오는데, 그 곡 후렴부에서 서로 으르렁거리며 미친듯이 소리 질러댄다.
그런데.. 다른 장면에선 다 훌륭하지만, 유독 이 곡 후반부 샤우팅 장면에서 '돼지 멱 따는 듯한 모드'로 바뀌는 프랑스의 오리지널 모세와 람세스 '다니엘 르비(Daniel Levi) & 아메드 무이시(Ahmed Mouici)' 커플과 달리, 이탈리아판 모세와 람세스인 '세르지오 모스케토(Sergio Moschetto) & 로베르토 티란티(Roberto Tiranti)' 콤비는 엄청난 샤우팅 퀄러티를 자랑한다.
뮤지컬 <십계> 이탈리아판 모세와 람세스, '세르지오 모스케토 & 로베르토 티란티'의 샤우팅
특히 파스칼 오비스포 작곡의 뮤지컬 <십계(Les Dix Commandements)> 이태리 버전에 나오는 '람세스' 역의 로베르토 티란티(Roberto Tiranti)는 세르지오 못지않은 탁월한 '초고음 샤우팅'을 선보이는데, 이탈리아에선 '노래 실력'으로 꽤 유명한 사람인 듯... 세르지오와 로베르토가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겟세마네'를 부른다면 스티브 발사모 버전과 같은 엄청난 퀄러티가 나올 것 같다.
다른 캐스팅은 좀 별로이지만, 이탈리아 버전 <십계>에서 '모세'와 '람세스' 캐릭터는 외형적인 측면에서 봐도 그럭저럭 잘 어울리는 분위기이다. 한국에서 몇 차례 공연을 가졌던 세르지오 모스케토(Sergio Moschetto)의 탁월한 가창력과 샤우팅 실력이야 일부 국내 팬들 사이에서 익히 알려진 바 있다.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람세스' 분장을 한 이탈리아의 로베르토 티란티(Roberto Tiranti)는 그 외형적인 모습에서도 프랑스 버전 <십계>에 나오는 아메드 무이시(Ahmed Mouici)와는 또 다른 느낌의 '꽤 그럴듯한 람세스'였는데, 그의 깨끗한 초고음 샤우팅은 '파리넬리' 저리 가라 한 분위기이다.
이탈리아판 <십계>는 전반적으로 프랑스의 오리지널 <십계>에 비해 몇 프로 부족한 느낌이었지만, 민족 간 대립으로 두 지도자인 '모세'와 '람세스'가 격렬하게 싸워대는 대목에서 '세르지오 모스케토 & 로베르토 티란티'가 들려주는 '기싸움 샤우팅' 만큼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