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앞에서

작가적 상상력으로 더 강렬해진 '진주 귀걸이 소녀'

타라 2011. 7. 17. 21:52
예전에 자주 갔던 블로그 중에 네덜란드 화가 베르메르(Vermeer)의 그림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메인 이미지로 내건 블로그가 있었다. 헌데.. 주인장이 바쁜지 언젠가부턴 업데이트를 하지 않고 있었으며 최근에 다시 가보니 독립 도메인 기한이 다 되었던지, 아님 다른 연유에서인지 해당 사이트 자체가 없어져 버렸다. 그래서 궁금하기도 하고 무척 아쉬운 마음이 들었는데, 그곳에 자주 들렀을 때 항상 볼 수 있었던 '진주 귀걸이 소녀'는 지금까지도 꽤나 강렬하게 느껴지는 그림이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Girl With A Pearl Earring)>는 17세기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Johannes Vermeer)의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으로, 한 때 그것을 소재로 한 소설과 영화가 탄생하기도 했었다. 영화 버전에선 스칼렛 요한슨(Scarlett Johansson)이 '진주 귀걸이 소녀'를 연기했다.

베르메르의 그림 속 소녀와 많이 닮은 듯한 이미지,
스칼렛 요한슨 출연의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그 스토리에 의하면 '그림 속에 나오는 어린 진주 귀걸이 소녀=그리트'는 궁핍한 집안 환경으로 남의 집 식모 살이를 해야 했던 하녀였고, 그 집 주인인 '화가 베르메르'는 그런 그녀로부터 예술적인 영감을 얻곤 했었다. 그에겐 부인과 여러 명의 자녀들 & 장모가 있었으나 그들은 돈만 밝히면서 예술엔 문외한이었기에 '베르메르'는 예술적 재능이 있어 보이는 하녀 '그리트'에게 호감 느끼곤 미술에 관한 여러 가지 것들을 가르쳐 주게 된다. 그러면서 그 둘은 서로에게 묘한 떨림을 느끼게 되지만, 처지가 처지인지라 표를 내지 못한 채 안타까운 가슴앓이를 한다.

그러던 중.. 그리트에게 딴맘을 품게 된 베르메르의 한 후원자가 그녀의 초상화를 그릴 것을 요구하였고, 그의 요구대로 초상화를 그리던 베르메르는 신비한 매력의 그리트에게 더더욱 빠져들게 되면서 그 사랑에 어쩔 줄 몰라한다. 작품 완성 직전 베르메르는 자기 아내의 '진주 귀걸이'를 그리트에게 걸어주고, 그렇게 소녀가 '진주 귀걸이'를 한 모습인 채로 그림은 완성된다. 이후, 남편이 완성한 그림을 본 베르메르의 부인이 둘 사이에 흐르던 오묘한 분위기를 눈치 채게 되어 하녀 그리트는 결국 그 집에서 쫓겨나게 된다. 이후 많은 세월이 흐르고.. 베르메르의 사후에 그리트는 '화가 베르메르가 죽기 직전까지 자신의 모습을 그린 그 그림을 곁에 두고 있었다'는 얘기를 전해듣게 된다..

요하네스 베르메르
(Johannes Vermeer)의 그림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북유럽의 모자리자' or '네덜란드의 모자리자'로 불리는 작품이다. 모나리자처럼 눈썹이 없는 듯하면서 독특한 눈빛을 하고 있는 이 소녀 그림에 관한 다양한 해석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몇 백 년 뒤 이 그림에 영감을 얻은 소설가 '트레이시 슈발리에'가 위와 같은 플라토닉 러브 스토리를 탄생시켰다. 그러니까 '영화'나 '소설'에 나온 위의 사연을 완벽한 '실화'라고 보긴 힘들고, 그저 '작가적 상상력이 가미된 픽션'인 듯한데, 그런 스토리가 덧입혀졌기에 해당 그림에 대한 이미지가 더 강렬하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싶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그림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화가'로서 일했을 뿐 아니라 숙박업(여인숙 운영)도 겸하며 생활했던 요하네스 베르메르(Johannes Vermeer)가 그렇게 많은 작품을 남긴 화가는 아니다. 한동안은 그의 생애나 작품에 대한 것들이 크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가, 20세기에 접어 들어 한 '미술 수집가'가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암스테르담의 한 미술관에 기증하면서 그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졌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하네스 베르메르'는 여러 면에서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은 베일에 쌓인 화가이며, 그의 유명 작품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주인공 역시 실제로 그와 어떤 관계에 있는 사람인지 현재의 우리로선 알 길이 없다. 개인적으로, 도대체 어떤 배경에서 탄생했는지 알 길이 없는 저 그림에다가 '특정한 사연'을 부여한 트레이시 슈발리에(Tracy Chevalier)의 이야기가 꽤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딱 보기에 가난해 보이는 어린 소녀가 '진주 귀걸이'를 한 채 저런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하여, 그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집 주인이었던 화가와 그 집에서 식모 살이 하던 하녀의 이뤄지지 않은 아련한 러브 스토리'를 탄생시키다니, 새삼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 못지않게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이런저런 사연과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 내는 '소설가'들도 참 대단한 존재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