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앞에서 2013.05.23 18:43

예전에 이탈리아 화가 티치아노 베첼리오가 그린 그림 '시지프스'를 보며, 오묘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다소 서글픈 느낌이었다. 우리 '인간의 삶'을 단 하나의 그림으로 표현하자면, 바로 그런 모습이라고나 할까- 그림엔 '신화'에 나오는 '시지프스'가 끊임없이 바위를 밀어 올리는 모습이 묘사되었는데 <자기 의사와는 무관하게 이 세상에 태어나, 죽는 날까지 끊임없이 뭔가를 하면서 꽤 긴 시간을 살아내야 하는 인간의 삶>이 딱 그것과 비슷해 보였다.


열심히 살아야 되는 건 알지만, 사실 사람이 한 평생 살아 가는 과정이 결코 녹록치가 않다. 하기 싫은 일 억지로 해야 될 때도 너무나 많고, 남한테 뒤쳐지지 않기 위해 & 인생의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 쉼없는 노력을 해야 하며, 크고 작은 사고와 질병에 노출되어 이런저런 고통을 받기도 한다.


기왕 태어났으니 나름 감사하며 잘 살아야겠지만, 그래두 삶의 여정이 너무 힘들어서 '나 왜 태어난 거야? 우리 부모님은 괜히 나를 낳아가지고..' 이런 생각 한 두 번 쯤 해본 사람들도 꽤 있을 것이다. '인생은 고(苦)다', 인간이 한평생 살아가는 것은 신화 속에 나오는 '시지프스(Sisyphus)의 형벌과도 같다~' 이런 비유도 틀린 말이 아니게 느껴질 때가 많으니...

티치아노 베첼리오(Tiziano Vecellio) 그림 '시지프스(Sisyphus)'


신화 속에 나오는 '시지프스(Sisyphus)'가 끔찍한 형벌을 받게 된 경위는 이러하다..

도둑질이 주특기인 '헤르메스' 신이 아폴론의 소를 훔침-시지프스가 '아폴론'에게 그 사실을 말함-아폴론이 헤르메스의 도둑질을 제우스 신에게 고발함-시지프스는 헤르메스에게 완전 찍힘-제멋대로인 제우스 신, 시지프스가 인간인 주제에 감히 신들의 일에 끼어들었다고 괘씸하게 여김

납치 전문 '제우스' 신이 어느 날 독수리로 변신하여 요정 아이기나를 납치해 감-범죄 현장 목격 전문 '시지프스'가 또 그 모습을 보게 됨-고민 끝에 '아이기나'의 부모를 찾아간 시지프스는 자기 부탁 들어주면 딸 있는 곳을 가르쳐 주겠다 함(그의 부탁은 나름 선한 목적에 쓰일 예정이었음)-아이기나 아빠가 그 제안을 받아들이자, 시지프스는 그녀가 납치된 섬 위치를 가르쳐 줌-아이기나 아빠가 딸을 제우스로부터 구출해 냄-그것에 열 받은 제우스 신이 저승신에게 시지프스를 잡아오라고 시킴

그 뒤.. 우여곡절 끝에 시지프스는 붙잡혔고, 그는 아내를 이용한 꾀를 내어 죽음의 신 하데스(플루토)에게 사흘만 이승에 갔다 오겠다 호소하여 되돌아 왔지만, 이승에 미련이 남아 다시 저승으로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대마왕 '제우스 신'을 비롯하여 그의 형인 명계의 제왕 '하데스 신'에게마저 단단히 찍힌 '시지푸스'는 이승에서 좀 살다가 다시 명계로 끌려 왔고, 그런 그에겐 가혹한 형벌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건 바로.. '명계(冥界)에 있는 높은 바위산에 올라가, 산기슭에 있는 커다란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리는 형벌'이었다. 그것두 '영원히'.. 꼭대기로 올라간 그 바위가 제자리에 있으면 다행인데, 시지푸스가 있는 힘껏 밀어 올려도 워낙에 부피와 무게가 상당했기에 다시금 굴러 내려오곤 했다. 그런 이유로, 시지푸스는 '온 힘을 다하여 그 바위를 꼭대기로 다시 밀어 올리는 일'을 끊임없이, 영원히, 무한대의 시간동안 반복해야 하는 운명에 처해졌다. 무려 영겁의 시간동안..

그 비슷한 양상을 띄고 있긴 하지만, 그나마 우리 '인간의 삶'은 몇 십 년 정도의 '유한한 시간'이기에 '무한의 시간'동안 벌 받는 시지프스 보다는 좀 덜 가혹한 것 같다. 그런데, 이 <시지프스의 신화> 이야기가 좀 슬픈 건.. 하데스(Hades) 신을 속여먹긴 했지만, 애초에 '범죄 현장' 목격하여 고발한 시지프스는 별 잘못 없는 것 같은데(도둑질 고발/납치 고발) 괜시리 나쁜 짓 저지른 '헤르메스(Hermes)'와 '제우스(Zeus)' 신 때문에 그가 필요 이상의 엄청난 형벌을 받게 되었단 것이다. 예전에도 여러 사례들을 통해 느꼈지만, 제우스 신은 정말 행실이 좋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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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