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뮤지컬을 가지고 와서 한국식으로 각색한 라이센스 버전 <삼총사>는 한마디로 '명랑 만화'에 가까운 느낌에, 약간의 웃음 요소를 가미한 헐리우드의 전형적인 '코믹 액션 오락물'적인 뮤지컬이라 할 수 있다. 그 '웃음 코드'가 관객에게 잘 어필되려면 그 안에 나오는 배우들의 역량 & 서로 간의 호흡이 참 중요하다. 이번에 라이센스 뮤지컬 <삼총사>를 다시 올리면서 전반적인 '배우진'이 좀 바뀌었다.
그나마 <삼총사>의 경우엔 딱 보기에도 '가볍기가 그지없는 명랑 만화 같은 스토리'이기에, 극을 보는 대중들이 내용을 깊게 새기거나 그 안에 나오는 요소들을 곧이 곧대로 안 받아들일 여지가 조금이라도 남아있다고나 할까-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역사 속에 존재했던 실존 인물, 그것두 남의 나라 실존 인물을 극의 중요한 요소로 갖고 와 심하게 왜곡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생각된다..
'원작'과 한 번 비교해 볼려고 해도, 이 뮤지컬 내용이 워낙에 여러 가지를 섞은 '짬뽕 스토리'여서 제대로 된 비교가 불가능하다. 체코 뮤지컬 <삼총사> 말고 독일어권에서 만든 또 다른 스토리의 뮤지컬 <삼총사>가 있는데, 그 두 작품을 비교해 보는 건 (같은 장르이니) 나름 의미있을지도 모른다.
이 극을 보는 사람들은 혹시라도 극 안에 나오는 '루이 13세(극 안에서 악역인 리슐리외의 음모로 철가면 쓰고 지하 감옥에 갇혔다가 총사들에 의해 구출되는 프랑스의 왕 & 리슐리외의 쌍둥이 형 & 안느 왕비의 배우자)'가 진짜 리슐리외 추기경과 쌍둥이로 태어난 왕이라 생각하면 곤란하다.
라이센스 <삼총사>에서 좀 수동적이고 순하게 나오는 안느 왕비(안느 도트리슈)는 프랑스 뮤지컬 <태양왕>에서도 주인공 '루이 14세의 엄마'로 나오는 인물이다. 그의 남편인 '루이 13세(태양왕 루이 14세의 아버지)'가 이 극 안에선 악역인 리슐리외 추기경에 의해 음모에 휘말렸다가 다시 구출되는 착한 왕으로 나오지만, 실은 자신의 의지로 리슐리외를 재상으로 임명한 뒤 프랑스 절대주의 왕정의 기초를 닦은 정치적인 인물이었다.
부부 금슬이 별로 좋지 않았던 '루이 13세'와 스페인 출신 '안느 왕비' 사이에선 꽤 오랫동안 자식이 없다가 결혼한 지 20여 년 만에 아들을 낳았는데, 그가 바로 '루이 14세'이다. 그렇게, 자식이 늦게 태어난 관계로 프랑스에선 이 <루이 14세(안느 도트리슈가 낳은 아이)의 출생>과 관련하여 갖가지 카더라설이 떠돌기도 했다. 루이 14세는 안느 왕비가 달타냥과 관계해서 낳은 아들이란 설도 있었다. ;;
라이센스 뮤지컬 <삼총사>에선 '루이 13세가 리슐리외 추기경과 알고 보니 쌍둥이 형제였다~'로 나오지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 주연의 영화 <아이언 마스크>에선 (루이 13세가 아닌) '루이 14세가 동생 필립이랑 쌍둥이 형제였다~'는 설정이 등장하기도 했었다.
어쨌든 실제론 '루이 13세의 충직한 오른팔이었던 리슐리외 추기경'을 이 뮤지컬 안에서 '왕의 쌍둥이 형제로 설정하고, 그 둘을 정적으로 둔 대목'은 꽤 무리한 설정이 아니었나 싶은데..(실제로 루이 13세와 리슐리외 추기경은 나이가 16세 정도 차이 난다.) '극 안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개인기와 웃음 코드는 가볍게 즐기되, 뮤지컬 <삼총사> 안에 나오는 실존 인물들에 대한 그러한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는 점은 이 극을 감상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