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앞에서

불멸의 소생력을 지닌 '프로메테우스의 간'

타라 2012. 5. 9. 20:43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프로메테우스'는 티탄족에 속하는 신이다. 프로메테우스(Prometheus)는 그리스어로 '먼저 생각하는 자'를 뜻하는 단어인데, 그는 우리 '인간'들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지닌 존재가 아닐까 한다.

프로메테우스와 그의 동생인 에피메테우스는 인간(人間)을 창조한 뒤, 그들에게 필요한 능력을 부여해 주었다. 먼저 에피메테우스가 인간과 동물들에게 '힘과 지혜, 용기' 같은 것을 주었고, 프로메테우스는 자기네가 만든 인간이 그 험한 세상에서 잘 살아나갈 수 있도록 그들에게 '불(火)'을 주어야겠다고 결심한 뒤 '태양 마차'에 있던 을 훔쳐 인간에게 가져다 주었다.

티탄신 프로메테우스 덕분에 '인간'들은 불을 갖고서 연장을 만들고, 문명을 발달시키고, 따뜻하고 편하게 지내는 등 그 삶이 보다 풍요로워질 수 있었다. 당시의 올림푸스 (神)들은 연약한 인간들을 '보호'하기 보다는 그들로부터 신을 향한 '숭배'를 요구했다. 반면, 인간들의 보호자와도 같았던 프로메테우스는 인간들에게 윤리와 덕목, 갖가지 지식과 기술 등을 가르쳐 그들이 무사히 살아나갈 수 있도록 여러 방면에서 애썼다.(인간들을 향한 프로메테우스 신의 '엄마 마음'~)

하지만 프로메테우스(Prometheus)는 신들의 세계에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었단 이유로 제우스(Zeus) 신의 분노를 사 '코카서스 산 바위에 쇠사슬로 묶여, 날마다 산 채로 독수리에게 간을 뜯어 먹히는 벌'을 받게 된다. 나름 질투심이 많다는 '신'들은 '인간'들이 보다 똑똑해지거나 힘이 세지는 걸 원치 않았던 모양이다.('불'은 인간에게 또 하나의 '힘'을 가져다 주므로...)

루벤스의 그림 '사슬로 묶인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Bound)'
(코카서스산에 묶인 채, 독수리에 간을 쪼아 먹히는 프로메테우스)


페테르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는 종교나 신화적 주제를 다룬 그림을 비롯하여 초상화, 풍경화, 자화상 등 2,000점이 넘는 작품을 남겼다. 화려하고 웅장한 분위기의 '역사화'나 '신화화' 등을 많이 남긴 루벤스는 17세기 바로크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라 할 수 있다..

아무리 독수리가 간을 파 먹어도, 밤이 되면 프로메테우스의 그 (肝)은 다시 멀쩡해졌다. 허나, 그것은 '매일 매일 멀쩡해진 간이 독수리에게 파먹히는 일이 계속해서 되풀이' 되는 무서운 형벌~ 그럼에도, 프로메테우스는 '불굴의 정신'으로 그 엄청난 고통을 견뎌 내었다.

프로메테우스가 바위에 묶인 지 30년이 지난 후, 영웅 헤라클레스가 독수리를 죽이고 쇠사슬도 끊어내어 벌을 받던 '프로메테우스'를 구해 주었다. 이 때 쯤엔 '제우스 신'도 그것에 동의하였다. 프로메테우스의 형벌이 끝날 무렵엔 '인간의 관계'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던 것이다. 그 후 프로메테우스는 '불사의 존재'가 되었고, 그에게 감사한 인간들은 제단을 쌓아 프로메테우스의 은혜를 기리기로 했다..

신화에 나오는 '쇠사슬에 묶인 프로메테우스' 관련 그림은 역대 화가들이 굉장히 많이 그린 그림이다.

미래의 일을 미리 바라볼 수 있는 '선지자'였던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이 인간들에게 불을 가져다 주면 분명 고초를 겪게 될 것을 알면서도 그런 일을 감행했고, 그 희생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자신도 신(神)이면서 '힘과 기술을 독점하려 했던 기득권층(=신)'에 비해 약자인 '인간(人間)'들의 이익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눠 주었던 프로메테우스도, 어떤 면에서 보면 예수나 체 게바라 같은 진보적인 혁명가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