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앞에서

로코코 시대의 에로티시즘, 프라고나르 그림 '그네'

타라 2010. 7. 23. 21:12
프랑스의 풍속 화가였던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Jean Honore Fragonard)는 1767년, 자신의 후원자였던 상 쥘리앙 백작의 의뢰를 받고서 로코코풍의 에로티시즘이 녹아 있는 이 그림을 그렸다.


프라고나르의 후원자였던 상 쥘리앙 백작은 그림 안에 자기 모습도 같이 그려놓도록 주문했다. 그런데.. 그림 안에 나오는 남자=백작의 위치가 좀 노골적이다.(쥘리앙 백작은 '그림'을 통해 자기 욕망을 실현시키고 싶었나 보다. ;;) 여인의 자그마한 발과 벗겨진 신발이 묘하게 에로틱한 느낌을 준다. 이 그림은 한가한 로코코 시대 한 귀족의 '유희에 가까운 향락적이고 선정적인 작품'이다.



이 그림을 보면서, 문득 우리 나라 고전에 나오는 춘향이와 이도령이 떠오르곤 한다. 예전에 국어 선생님한테 듣기론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춘향전>'과 달리 '전공자들이 따로 보는 원서 <춘향전>'이 있는데, 그게 그렇게 야하다고 얘기 들었다.(한국의 고대 소설인 <춘향전>에는 '판본'이 꽤 여러 가지가 있다고 한다.) 조선 최고의 연애 소설 <춘향전>에 나오는 춘향이.. 나이 얼마 안 먹었는데, 은근히 발랑 까진(?) 것 같다. 몽룡이도 응큼하고... 그 시대 때에는 요즘처럼 다양하게 누릴 만한 '취밋 거리'가 없었던 탓인지, 비교적 이른 나이에 '남녀 간의 상열지사'에 눈 뜨고 거기에 목숨 거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그 때 당시 선생님이 <춘향전> 원전에 나오는 이몽룡과 성춘향이 처음 만난 '그네 장면'을 선생님 버전으로 각색해서 좀 재미나게 & 상세하게 묘사해 주었는데, 이몽룡 도령.. 역시 응큼했다. 프랑스 화가 프라고나르가 그린 에로틱한 느낌의 저 '그네(The Swing)'란 그림에서 묘한 자세로 여인의 치맛 속을 훔쳐보는 상 쥘리앙 백작의 모습을 보니, 그 '응큼 몽룡'이 연상된다.



에로틱하고 관능적이면서 화려한 그림을 주로 그렸던 프랑스 로코코 미술의 대표적 화가 '프라고나르(Fragonard)'는 한 때 루이 15세, 루이 16세 밑의 귀족들과 친분을 맺으며 화려한 생활을 누렸으나 '프랑스 대혁명' 이후에는 그런 작품이 배척되었던 탓에 살림살이가 줄어들었고, 새로운 미술 양식과 사회적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채 가난과 무관심 속에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하지만 프라고나르의 그림은 그의 사후 몇 십 년이 지난 뒤, 다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