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에서도 2007년과 2009년 두 차례의 내한 공연을 가진 적이 있으며, 라이센스 한국어 버전으로도 공연한 적이 있는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Romeo et Juliette)>의 일본 다카라즈카 버전이 탄생했다. 제라르 프레스귀르빅(Gerard Presgurvic) 작사/작곡의 이 프랑스판 롬앤줄(로미쥬리/로줄)이 아시아권에선 한국에 이어 '자국어'로는 두 번째 공연되는 셈이다. 다카라즈카 <로미오와 줄리엣>의 일본어 제목은 <로미오토 쥬리엣토(ロミオと ジュリエット)>..


그동안 일본 쪽에서 독일어권의
오스트리아 뮤지컬은 무대에 많이 올렸지만, 프랑스 뮤지컬은 이번 <로미오와 줄리엣>이 처음이 아닐까 한다. 다카라즈카(타카라즈카) <로미오 & 줄리엣> 팀은 며칠 전에 제작 발표회를 가졌고, 우선적으로 7월 10일~7월 26일까지 오사카에 있는 우메다 극장에서 본격적인 공연을 갖는다. '로미오' 역은 유즈키 레온(柚希礼音), '줄리엣' 역은 유메시키 네네(夢咲ねね)가 맡았으며, 다카라즈카 5개조 중 이번엔 성조(星組/호시구미)에서 공연한다.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 &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 작사/작곡인 오스트리아 뮤지컬 <엘리자베트(Elisabeth)>'의 다카라즈카 버전을 연출했던 코이케 슈이치로(小池 修一郎)가 이번 다카라즈카 <로미오와 줄리엣>도 연출했다. 다카라즈카 <엘리자베트>가 그러했듯, <로미오와 줄리엣>도 프랑스 원 버전과는 대폭 다른 컨셉으로 갈 듯한 분위기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벤볼리오'와 '머큐시오' 캐릭터를 생까는 제작 발표회 분위기로만 봐서는 일본판 롬앤줄이 '로미오 & 줄리엣 & 티볼트'의 삼각 관계(?) 모드로 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원래 제라르 프레스귀르빅(Gerard Presgurvic)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은 로미오, 줄리엣 다음 배역이 벤볼리오머큐시오였다. 그런데, 일본 다카라즈카 버전 <로미오와 줄리엣>에선 티볼트를 세 번째 배역으로 끼워 넣어서 제작 발표회를 했으니 말이다..

제라르의 이 작품에서 '티볼트'의 상대는 '줄리엣'이 아니라 '머큐시오'인데... 다카라즈카 <로미오 앤 줄리엣>에선 '티볼트'만 대접해 주고, 이 뮤지컬의 가장 히트곡인 '세상의 왕들(Les rois du monde)'을 부른 몬테규가의 로미오 삼인방 중 '벤볼리오'와 '머큐시오'는 어찌하여 찬밥 신세인 것일까..?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다카라즈카 공연(성조) 제작 발표회
 
제작 발표회 영상에서 짧게나마 로미오와 줄리엣의 첫 듀엣곡 '언젠가(Un jour)'와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2009년 음반에 새로 들어간 '티볼트(Tybalt)', '사랑한다는 건(Aimer)'의 일어 버전 몇 소절을 들어볼 수 있다. 여기서 굉장히 특이한 점은 '사랑'이란 의미를 가진 불어 '에매(Aimer)'의 일본어 제목이 '아이(愛)'가 아닌 '에메(Aimer=ェメ : 외국어에 대한 카타카나 표기)'라는 것~

우리 나라에서 예전에 <노트르담 드 파리(Notre-Dame de Paris)> 한국어 버전을 만들었을 때 불어로 ''이라 발음되는 'Belle(아름답다)'을 도저히 '아름답다'란 의미를 가진 한 글자의 단어로 번안할 수가 없어서 한국판 제목도 그냥 불어 식으로 'Belle(벨)'이라 하고, 그 대목 가사를 한국어가 아닌 프랑스어 '벨'로 부르게 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 사랑의 위대함을 노래하는 프랑스어 '에메(Aimer)'는 한국어 버전에선 같은 두 글자인 '사랑'으로 번안해서 불렀듯이, 일본어 버전에서도 그 의미를 지닌 '아이(愛)'로 제목을 정하고 그렇게 노래 부르면 될 것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다카라즈카 <로미오와 줄리엣>에선 '사랑한다는 건(Aimer)' 노래 제목과 그 대목 가사를 불어 식으로 '에매(ェメ)'라 부르고 있다. 해당 의미를 지닌 같은 글자수의 일본어가 분명 있음에도, 일본어 가사 중간에 프랑스어를 끼워넣은 것이다.

왜 그렇게 했는지, 그 사연이 조금 궁금하다. 한국판 <노트르담 드 파리>의 경우야 프랑스어 '아름답다'의 의미를 가진 'Belle(벨)'을 도저히 같은 글자 수의 한국어 단어로 줄일 수 없어서 '벨'을 그대로 사용했다 쳐도, 동일 음절인 '사랑'이란 단어가 있는 일본판 <로미오와 줄리엣>에선 왜 굳이 저 곡 제목을 '아이'가 아닌 '에메'로 붙였는지 말이다~('사랑한다는 건' 속에 나오는 프랑스어 '에매~' 부분을 일본어 '아이~'로 부르니까 어감이 영 좋지 않아서 그랬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

본격적으로 뚜껑 열어봐야 알겠지만, 맛뵈기 영상으로 봐서 다카라즈카 메인 남역인 '로미오'는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고 '줄리엣'의 노래 실력은 좀 시원찮아 보인다. 티볼트 상태도 그리 좋지는 않은 듯... 이 쪽 티볼트의 헤어 스타일은 마음에 든다. 일본 줄리엣의 경우엔 '노래'도 노래지만 줄리엣 치고는 너무 나이 들어 보이는 '분위기'인데, 전반적으로 작년(2009년)에 공연했던 한국 줄리엣이 훨씬 나아 보인다. '줄리엣'이면 되게 풋풋하고 귀엽거나 청순하거나 해야 할텐데, 이번 다카라즈카 성조 줄리엣은 도 필요 이상으로 크고 뭔가 성숙해 보이는 인상착의이다. 좀 더 풋풋해 보이는 분장이 필요하다 사료된다.

하지만 다카라즈카 <로미오와 줄리엣> 제작 발표회 영상 끄트머리에 나오는 'Aimer(사랑한다는 건)'은 일본어로 들어도 별다른 위화감 없이 너무 좋게 들리는 곡이다. 이 곡은 우리 나라 라이센스 공연 때 한국어 '사랑~'으로 번안되었어도 무척 듣기 좋았었는데,  제라르 프레스귀르빅(Gerard Presgurvic)이 만든 'Aimer(에 매~)'는 언어초월하는 좋은 노래인 듯하다.

예전엔 '로미오와 줄리엣' 관련 곡 하면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왔던 'A time for us'가 제일 먼저 떠올랐었는데,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을 알고부턴 제라르씨가 작곡한 'Aimer(사랑한다는 건)'이 그 로미오줄리엣의 대표곡인 것처럼 느껴진다. 'Les rois du monde(세상의 왕들)'이나 'Veorne(베로나)' 같은 곡은 말할 것도 없이 훌륭하고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 뮤지컬에 관한 한 2001년 초연 주인공인 '프랑스의
다미앙 사르그(Damien Sargue) 로미오'와 '세실리아 카라(Cecilia Cara) 줄리엣'의 조합을 최고로 치고 있는데, 이들의 '음색' 자체가 자기만의 개성이 분명하면서 서로 간의 '조화도'가 좋은 편이다. 거기다, 이 곡을 녹음했을 당시 & 초연 때의 나이가 정말 10대여서 그 나잇대의 젊은이들이 가질 수 있는 진지함풋풋함을 최대한 살려준 커플이었다. 지금은 이 조합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더 이상 볼 수 없어서 많이 아쉽다.

제라르의 이 작품은 앞으로도 세계 곳곳에서 공연될텐데, 다카라즈카 <로미오와 줄리엣>은 프랑스 원판과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짝 궁금해진다. '죽음'과 같은 '추상 명사 의인화 버전 캐릭터'가 한 명 더 들어간다는 얘기도 들리던데, 오스트리아 뮤지컬 <엘리자베트>를 전혀 다른 작품으로 만들어 놓은 '코이케'씨가 이번엔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을 가지고 과연 어떤 류의 각색 버전을 선보일런지..?

posted by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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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010.06.21 14:51
    •  Addr  Edit/Del Favicon of https://prorok.tistory.com BlogIcon 타라

      줄리엣은 차라리 앞머리를 내리든가, 아님 생머리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이마 위에 삐져 나온 몇 가닥 꼬불머리는
      그 옛날 드라마 술집 작부 캐릭터의 단골 컨셉이었던 것 같은데
      말이지요..;; 그리고, 카풀렛가가 붉은 색이라 해서 줄리엣이
      꼭 붉은 립스틱 칠할 필요는 없는데.. 보다 자연스럽고 청순한
      메이크-업이 이 캐릭터에는 더 어울릴 듯 합니다..

      아, 그런데.. 역시 이 줄리엣이 키가 큰 편이군요~ 어쩐지..
      프랑스 방문 영상 보니까 중키 정도는 되는 조이 에스뗄보다
      일본 줄리엣이 키가 더 크더라구요~ 줄리엣은 약간 아담해도
      되는데.. 뭐 타고난 키는 어쩔 수 없다 쳐도, 분장이라도 좀
      어려 보이게 개선하면 훨 나을 것 같아요..

      성조 로미오는 어쩐지 마음에 드는군요.. 제라르씨의 '로미오 곡'엔
      얄쌍하고 붕 뜬 목소리는 안 어울려 보이고, 진중하고 깊숙한 울림을
      주는 중저음의 음색이 낭랑한 이 뮤지컬 '줄리엣 파트'와 대비되면서
      곡의 미덕을 잘 살려주던데, 다카라즈카의 이 로미오는 목소리 자체가
      중성적인 톤이어서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프랑스 롬앤줄 뉴 버전 공연 때의 머큐시오(존 아이젠)는 그 때 당시
      초짜 '신인 배우'였음에도 그 캐릭터로 굉장히 흥했었는데, 계급제(?)
      스타 시스템인 다카라즈카 극단의 찬밥 배우들도 열심히 해서 좋은 평가
      받았으면 좋겠네요...

      헝가리 모 극장의 연출자 한 명이랑 일본 다카라즈카 가극단에서 활약하는
      코이케씨는 제가 약간의 관심을 갖고 있는 연출가들인데, 이번 다카라즈카
      로줄에선 프랑스 원판에 비해 달라진 점이 많을 것 같아서 은근 기대됩니다..
      저는 완전 똑같이 재연하는 것 보다는 각색을 하는 연출자가 새로운 미덕을
      부여하는 방식이 좋더라구요.. 이번 기회에, 또 다른 방식으로써 그 나름의
      설득력을 가지는 새로운 느낌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탄생했으면 합니다~ ^^

      2010.06.21 18:20 신고
    •  Addr  Edit/Del

      비밀댓글입니다

      2010.07.28 17:11
    •  Addr  Edit/Del Favicon of https://prorok.tistory.com BlogIcon 타라

      반가운 소식이로군요~ 각각의 장/단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비교 판본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데, 어쨌든 설조가
      가창력은 좋은 편이라니 은근 기대되네요..

      그치만 로미오와 줄리엣은 비주얼도 충분히 좋아야 하는데..
      분장으로 어떻게 안될까요..? ^^; 롬앤줄은 코러스나 앙상블
      실력도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국 공연 뒤에 공연장에서만 파는 음반이 나왔는데, 웅장하고
      깊이감 있었던 프랑스 오리지널 초연 버전의 음반(2001년판)과
      달리, 앙상블 소리가 너무 경박해 보여서 참 실망스럽더라구요..
      물론 프랑스판도 2007년 이후의 음반에선 앙상블 소리가 경박하긴
      마찬가지였지만...

      좋아하는 작품이어서 그런지, 성조나 설조 외에도 다른 조들에서
      괜찮은 신인들 발굴해서 한 번씩 공연했으면 좋겠어요.. ^^

      2010.07.29 01:12 신고
    •  Addr  Edit/Del

      비밀댓글입니다

      2010.07.29 12:44
    •  Addr  Edit/Del Favicon of https://prorok.tistory.com BlogIcon 타라

      12009701님, 밑의 요 댓글을 너무 늦게 발견해서
      이제서야 읽어봤네요..(죄송해요~ ;;)

      어차피 전부 여성 멤버로 구성되어 있어서.. 비율만 좋고
      몸매가 호리호리하면, 남역 167이라도 키높이 구두 신으면
      키가 꽤 커 보이더군요.. 170이 넘어가는 성조의 남역들은
      다들 우월한 기럭지를 자랑하나 봅니다.. ^^;

      그런데.. 왜 이번 롬앤줄에 참여하는 다카라즈카 여인네들은
      이게 되면, 저게 안되고.. 하는 식일까요..? ㅠ

      다카라즈카 학교가 나름 경쟁률이 세다던데, 아무래도
      한 극단에서 수많은 공연을 올리기 때문에 특정 작품의
      캐릭터에 완전히 잘 들어맞는 배우 찾기가 힘든가 보네요..

      그래두, 한 조에서라도 꽤 볼 만한 '로미오와 줄리엣'이
      꼭 탄생했으면 좋겠어요..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일본은
      공연 DVD를 꼬박꼬박 잘 만들어줘서 좋더라구요..

      다카라즈카 롬앤줄도 조금 기대 됩니다~ ^^

      2010.08.22 01:47 신고
  2.  Addr  Edit/Del  Reply 노란붓꽃

    드디어 일본에서도 시작인가요~ㅎㅎ
    영상보니 로미오는 괜찮은데 나머지는 여엉....기대가 되질 않는군요;;;;
    가사도 어쩐지 한국어버젼이 더 좋은듯 싶고~
    실력도 한국버젼이 나았던듯 싶고~
    과연 실제 무대에서는 어떨지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영상보니까 제라르옹이 보러간다고 했다는데....
    타카라즈카 버젼에 어떤 코멘트를 달지도 매우 궁금해지는군요^^

    2010.06.22 03:08
    •  Addr  Edit/Del Favicon of https://prorok.tistory.com BlogIcon 타라

      지난 한국판 롬앤줄도 그렇게 잘 만들진 않았는데,
      그래두 한국에 역량 있는 뮤지컬 배우들이 많지요..

      가끔씩 엄한 배우들이 낑겨 들어갈 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한국 뮤지컬 배우들이 노래도 잘하고
      실력 있는 사람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는 것 같아요~

      다른 작품들은 모르겠지만, 독일어권 뮤지컬 '엘리자베트'의
      다카라즈카판을 보면 코이케씨가 나름 작품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그 안에서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내려 하는 개성 넘치는
      연출자 같던데.. 다카라즈카 배우들의 코이케씨에 대한 신뢰도
      대단해 보이더군요..

      다카라즈카 롬앤줄에선 '죽음' 캐릭터와 대비되는 '사랑'이란
      별도의 캐릭터가 들어간다고 합니다~ 프랑스 원판에는 없었던
      몬테규경(로미오 아빠) 캐릭터도 추가되구요.. 저 쪽 로미오의
      '음색'은 그럭저럭 괜찮아 보입니다.. 이번에, 색다른 느낌의
      '연출'과 남주인공 '로미오'라도 건졌으면 좋겠네요.. ^^;

      2010.06.22 16:30 신고
  3.  Addr  Edit/Del  Reply shkim

    줄리엣 비주얼이 별로네요. 청순미는 없고 많이 논 언니같은 분위기...
    다카라즈카는 이렇게 마음대로 바꾸는데 왜 우리나라는 못할까요...음악은 대만족이지만 극의 구성면에서 오리지널이 썩 훌륭한 건 아닌데 그런건 좀 보완,수정했으면 좋았을 것을요...

    2010.06.22 11:27
    •  Addr  Edit/Del Favicon of https://prorok.tistory.com BlogIcon 타라

      저두 처음엔, 다카라즈카 줄리엣의 외모를 보구서
      '줄리엣의 막내 이모삘'을 느꼈었어요.. ㅠㅜ 좀 더
      순수 & 청순하면서 어려 보이면 좋을텐데 말이지요..

      다카라즈카 쪽은 외국 뮤지컬과 '계약'을 어떻게 하는지,
      번번히 자기들 입맛대로 다 뜯어 고치더라구요..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작품의 '음악' 자체는 정말 좋은데, '한국판'은 극 구성이 그리
      훌륭하지도 않은 '프랑스 원판'과 너무 비슷하게 가려고만 해서
      별로 매력이 없었지요...

      제라르씨의 <로미오와 줄리엣>, 우리 한국판도 나중에 기회 된다면
      캐스팅 새로 해서 다시 만들었으면 좋겠어요..(그 때도, '머큐시오'는
      김태훈으로~) 구성이나 스토리를 더 그럴 듯하게 해서 말이에요.. ^^;

      2010.06.22 16:42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