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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돌프의 죽음-다카라즈카 '엘리자베트'와 오스트리아판의 차이점 1

타라 2010. 5. 24. 00:27
쿤체의 뮤지컬 <엘리자베트=엘리자벳>에 대한 각색 버전인 다카라즈카 <엘리자베트>는 전반적인 '구성'이나 '캐릭터'의 특징 차원에서 오스트리아 원 버전과는 다른 점이 많다.

1992년에 탄생한 오스트리아산 뮤지컬 <엘리자베트(Elisabeth)>가 일본 다카라즈카 가극단에선 1996년에 초연되었으며, 설조(雪組-유키구미) → 성조(星組-호시구미) → 주조(宙組-소라구미) → 화조(花組-하나구미) → 월조(月組-츠키구미) 등이 돌아가면서 공연하였다.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 &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 콤비의 <엘리자베트(Elisabeth)>는 '2005년 빈 공연 실황'을 담은 오스트리아판
DVD(독어)가 나온 바 있으며, 일본 다카라즈카 가극단 공연도 각 조마다 DVD(일어)가 나와있는 상태이다. 같은 독일어권 내에서의 출연진(배우들)은 이쪽 저쪽에서 다 활동하지만(국제적으로~) 그 독어권 <엘리자베트> 공연 내에서도 오스트리아 원 버전과 독일 버전은 '연출' 면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스토리라든가, 극의 전반적인 맥락은 대동소이하다.

다카라즈카(타카라즈카) <엘리자베트>의 경우엔 그 독일어권 <엘리자베트>에 비해 '캐릭터 비중'이나 '극 구성' 자체가 많이 달라졌는데, 오스트리아 원 버전 DVD를 기준으로 해서 중간 중간 '생략된 부분'도 있고 '추가되거나 변경된 장면'도 꽤 된다.



예전에, 일어로 공연된 다카라즈카 <엘리자베트>의 몇몇 곡을 듣고서 굉장히 큰 압박스러움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맨 처음 들었던 곡이 'Die Schatten werden langer(그림자는 길어지고)'의 일본어 버전인 '闇が 広がる(어둠이 퍼져가네)'였는데, 이 곡 자체의 씽크로율은 일본어와는 별로 맞지 않는 듯하다. 독일어 원 버전이 훨씬 듣기 좋은...

하지만 뮤지컬 <엘리자베트>의 마지막 곡인 에필로그송 'Der Schleier fallt(베일이 벗겨지고)'는 독어판 원곡 보다는 일어 버전 '愛の テーマ(사랑의 테마)' 쪽이 좀 더 그윽하고 듣기 좋으며, 'Wenn ich tanzen will(내가 춤추길 원할 때)'의 멜로디 라인 역시 다카라즈카 일어 버전 '私が 踊る 時(내가 춤출 때)'와의 상생이 무척 좋은 편이다. 'Milch(우유=밀크)' 같은 곡도 다카라즈카 죽음(토트=토토) 언니와 앙상블의 조합이 돋보이는 'ミルク(우유)'가 독일판 '밀크'에 비해 꽤 듣기 좋은 편에 속한다.

기타 등등의 곡에선, 대체적으로 독일어로 불리워진 오스트리아 원 버전의 <엘리자베트> 노래가 귀로 듣기엔 더 나은 것 같다. 그래서 맨 처음엔 '요상한 분위기'에 '압박감 작렬하는 일본어' 버전의 다카라즈카 <엘리자베트>를 접하고서 약간의 편견 비스무레한 걸 갖고 있었는데, 막상 극을 보다 보니 쉽게 깔 수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다카라즈카 버전 <엘리자베트>가 오스트리아 원 버전의 <엘리자베트>보다 '극 구성'이 더 괜찮았으므로~ 거기다, 스토리적인 '개연성'도 더 있는 편이다.

다카라즈카 <엘리자베트>에 대한 윤색(潤色)과 연출(演出)은 나름 그 쪽 동네에서 별 거 별 거 다 만들어본 '코이케 슈이치로(小池 修一郎)'씨가 한 모양인데, 각 배우들(각 조)마다 해당 캐릭터를 소화하는 능력은 천차만별이지만, 어쨌거나 '캐릭터를 새롭게 창출'해낸 것과 '스토리에 대한 정리 정돈' 깔끔하게 한 걸 보면 나름 '극을 효과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감각은 있는 연출자가 아닌가 싶다.

오스트리아 원 버전의 <엘리자베트> 공연은 극 구성이 좀 산만하고, 전후 장면에 대한 개연성도 미비한 편인 데다가, 컨셉도 모호하다 생각하기에.. 오리지널 <엘리자베트> 작사가와 연출가인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씨와 하리 쿠퍼(Harry Kupfer)씨는 양심(?)이 있으면 다카라즈카의 각색 버전 <엘리자베트>를 함부로 까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 다카라즈카 <엘리자베트>가 비록 세부적인 내용에서 다소 유치한 구석이 있긴 하지만, 적어도 '이야기의 드라마적인 요소'에 있어선 오스트리아 원판보다 극 구성이 더 깔끔하고 정교하게 잘 짜여져 있으니까...



<엘리자베트>의 일판 다카라즈카 버전은 나쁘게 말해서 '유치 짬뽕~'스러운 구석이 있다. 그것이 '외국어(일본어)'이기에 망정이지, 만약 '모국어(우리말=한국어)'로 그런 유치한 가사를 노래한다면 많이 오글거렸을 것 같다. 쿤체의 오리지널 <엘리자베트>는 가사도 꽤 심오하고, 절대 그런 유치한 작품이 아닌데.. 일본어로 각색된 <엘리자베트>의 경우엔, 노래 가사 자체에 유치 짬뽕스런 내용이 군데군데 지뢰처럼 포진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허나, 그런 '유치한 가사'를 조용히 생까 준다면 다카라즈카 <엘리자베트>는 독일어권의 원판 <엘리자베트>에 비하면 극적으로 꽤 잘된 이야기물이 아닌가 싶다.

오스트리아 원 버전 <엘리자베트>에 비교하여,
다카라즈카 <엘리자베트>에서 생략된 장면


1)황제 부부의 헝가리 방문 때 '죽음'이 찾아와서 엘리자베트의 첫째 딸을 데려가는 장면(1막) 에루마 등 헝가리 민족주의자(혁명가)들이 '죽음'을 만나는 장면으로 바뀜

2)어린 루돌프 황태자가 엘리자베트 황후에게 가려 했을 때 조피 대공비가 그를 돌려보내고, 자신이 고용한 교관들에 의해 루돌프 황태자를 강하게 키워야 한다고 말하던 장면(1막)

3)'살롱 여자 사건'으로 부부 사이 멀어진 프란츠 요제프 황제가 조피 모후와 갈등하던 장면(2막)

4)엘리자베트 시어머니인 조피가 아들과 갈등 겪은 후 회한을 쏟아내며 슬퍼하는 장면(2막)

5)시간적으로 먼 훗날에 벌어질 '유태인을 박해하는 나치스'를 패러디한 '증오' 장면(2막)

6)심령술에 빠져 있던 엘리자베트가 돌아가신 자기 아버지의 영혼과 대화 나누는 장면(2막)

7)황제와 죽음이 맞짱 뜨는 장면 전에 루케니가 합스부르크 일가의 근황을 들려주던 장면(2막)

이러하듯, 다카라즈카 버전 <엘리자베트>에선 오스트리아 원판에 비해 생략된 장면이 많다. 그런데.. '꼭 있어야 될 장면'을 뺐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이 버전 공연에선 '딱히 없어도 전반적인 극을 진행하는 데 별 무리 없는 장면'을 생략했고 그 대신 '메인 주인공 캐릭터를 강화하거나 극의 흐름을 보다 개연성 있게 만들어줄 장면'을 집어 넣음으로써 오스트리아판에 비해 더 효과적인 극으로 탈바꿈하였다.



다카라즈카 <엘리자베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루돌프 황태자가 죽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오스트리아 원판보다 더 개연성 있게 묘사되었다는 대목이다. <엘리자베트> 헝가리판 역시 이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데, 헝가리판에선 2막에 접어든 어느 지점에 가면 거의 '루돌프의 독무대'일 정도로 루돌프 황태자와 관련한 이야기에서 다소 늘어진다고 느껴지는 대목이 있다. 헝가리 버전 역시 '~루돌프의 죽음'까지의 과정이 오스트리아 원 버전에 비해 더 보강된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중간에 늘어지는 부분 없이 극 구성이 좀 더 깔끔하고 효과적으로 되어 있는 건 다카라즈카 버전 같다.

   뮤지컬 <엘리자베트> 오리지널 오스트리아 빈 버전

● 2막에 가서 다 큰 루돌프가 갑자기 '죽음'을 찾아오고, 죽음이 그에게 황제께 반항하라고 추동함 
● 루돌프 황태자가 요제프 황제와 정책적으로 대립하며 논쟁을 벌이고, 황제 아버지를 비난함

● 중간에 뜬금없이 먼 미래의 나치씬 등장함(황제의 정책대로 가면 나중에 그리 된다는 의미?)

● 루돌프가 어머니인 엘리자베트에게 찾아가 황제와의 중재를 부탁하지만, 엘리자베트가 거절함
● 이에 상심한 루돌프 황태자는 어머니마저 자신을 버렸다 생각하며 죽음과의 춤을 춘 뒤 자살함

   뮤지컬 <엘리자베트> 각색된 다카라즈카 가극단 버전

● 1막에서부터 꾸준히 '죽음'이 헝가리 민족주의자(혁명가)들이랑 접선해서 친분을 쌓아 놓음

● 2막에 가서 다 큰 루돌프가 아버지인 요제프 황제의 정책에 반하는 글을 쓴 게 발각되어 그의 노여움을 사고, 프란츠 요제프 황제와 루돌프 황태자가 서로 첨예하게 논쟁을 벌임
● 이에 상심해 있던 루돌프 황태자에게 '죽음'이 찾아와서 위로해 주며 은근슬쩍 그를 선동함

● '죽음'의 조종으로 헝가리 민족주의자들과 손잡게 된 루돌프는 그들과 함께 모종의 일을 꾸밈
● '죽음 & 헝가리 민족주의자 & 무리들'은 루돌프에게 헝가리의 왕이 되라며 추동질하고(이것은 현재 오스트리아-헝가리 이중 제국의 왕인 요제프 황제 입장에서 보면 '반역 행위'나 마찬가지) 이에 삘 받아서 행복한 상상을 하던 루돌프 황태자는 곧 현재의 황제인 프란츠 요제프 아버지께 '헝가리 민족주의자(혁명가)들이랑 함께 헝가리 독립에 관한 일을 꾸몄다는 사실'을 들키게 됨

● 그 엄청난 일로 황제의 미움을 사고 '황위 계승'도 불안해지는 등, 갈 데까지 몰린 루돌프는 어머니인 엘리자베트 황후에게 찾아가서 황제께 잘 빌어달라고 부탁하지만, 이를 거절 당함
● 이에, 루돌프 황태자는 더 이상 방법이 없다 생각하고 죽음과 마지막 춤을 춘 뒤 권총 자살함

그 외에도 '특정 캐릭터의 비중'과 '장면 연결', '세부적인 스토리'가 약간 달라진 다카라즈카 버전 <엘리자베트>는 오스트리아 원 버전의 <엘리자베트> 이야기와는 여러 부분에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