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뮤지컬 <엘리자베트(Elisabeth)>에서 내가 좋아하는 '베스트 쓰리(3) 송'은 따로 있지만, 최근엔 2막 초반에 나오는 'Wenn ich tanzen will(내가 춤추길 원할 때)' 역시 부쩍 좋아지고 있다. <엘리자베트> 오스트리아 원 버전에 나오는 여주인공 '엘리자베트' 자체는 다분히 '비호감 캐릭터'이지만, 이 뮤지컬에 나오는 몇몇 노래들은 참 좋다.

1992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된 뮤지컬 <엘리자베트>의 2000년대 독일 버전부터 추가되어 들어간 곡 'Wenn ich tanzen will'은 원래 그리 좋아하던 곡은 아니었다. 유난히 터프한 느낌의 '거센소리 발음이 많이 들어가는 독일어+이 뮤지컬 초연 여배우의 (시원스럽게 카랑카랑함을 넘어 선) 하이톤의 째랑째랑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의 조합은 나로 하여금 이 곡을 들어주기 '시끄러운 노래'로 인식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이 뮤지컬 오리지널 초연 버전 여주인공인 피아 다우스(Pia Douwes)는 가창력이 정말 뛰어난 여배우이지만, 가끔 가다 노래를 '극강 날카롭게 확 째지는 목소리 & 악 쓰는 듯한 분위기'로 소화할 때가 있어서, 듣는 사람을 좀 괴롭게 만들기도 한다. ;;)

그러다가 이 노래에 문득 관심 갖게 된 것은 다카라즈카 <엘리자베트>에 나오는 '그윽한 분위기'의 이 곡을 듣게 되면서부터였다. 사실, 딱딱한 발음의 독어 자체가 그리 음악적인 언어는 아니다. '음악'의 기본 성질은 유유하게 흐르는 과 같은 것인데, '독어'의 언어적 특성은 날카로운 에 가깝기 때문이다. 언어 자체가 음악과 상생이 좋을려면 불어이태리어처럼 발음 자체에 받침이 별로 없고, 유음이 많이 들어가거나, 몽글몽글~ 부드러운 느낌의 발음이 주가 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엘리자베트> 다카라즈카 버전에 나오는 일어 자체가 음악적 언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응' 발음 빼고는 거의 받침 없는 '일어' 노래가 '특유의 발음 때문에 똑같은 멜로디도 스타카토 식으로 딱딱 끊어지고, 투박한 발음이 많은 독어'에 비해선 같은 노래 대비, 상대적으로 훨씬 부드럽게 들리는 건 있다. 그러한 '언어적 특징' 때문인지, 뮤지컬 <엘리자베트> 넘버들 중 몇몇 곡은 독일어 원 버전보다 일어 버전이 더 낫게 들리는 듯하다.(단.. 몇 곡만 그렇고, 대체적인 이 뮤지컬 곡들은 독일어 원 버전이 더 나음.)

'내가 춤추고 싶을 때(Wenn ich tanzen will)' 역시 그 '몇몇 곡'에 포함되는 노래인데.. 반복되는 이 곡 후렴부만 보더라도, 거센소리 발음이 벌써 2개나 들어가는 '벤 잏(이히) 탄전 빌~' 보다는 다카라즈카판 '私が 踊る 時'에 나오는 '오도루나라~'가 훨씬 '음악적으로 거부감 없이 들리는 발음'이다.


그래서.. 맨 처음에 '
Wenn ich tanzen will(내가 춤추길 원할 때)' 오스트리아 원판 독어 버전만 들었을 땐 '겁나게 시끄럽고 딱딱한 게슈타포 삘 분위기의 투박한 노래'인 줄 알았다가, 훨씬 그윽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다카라즈카 일어 버전 이 곡을 듣고 나선 '알고 보니 굉장히 드라마틱하고 유려한 멜로디의, 듣기 좋은 곡이었구나~'라 깨닫게 된 개인적인 경험이 있다.

그윽한 느낌의 다카라즈카판 'Wenn ich tanzen will(=私が 踊る 時)'을 듣고 나서부턴, 이 노래 원 버전의 'Wenn ich tanzen will' 역시 무척 좋게 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이 곡 후렴부에 나오는 '벤 잏(이히) 탄전 빌~'은 들으면 들을수록 묘하게 중독성이 있는 듯하다.

오스트리아 뮤지컬 <엘리자베트>에서 '엘리자벳(Elisabeth)' 역과 '죽음(Tod)' 역은 독일어권 배우들 중에서 워낙에 많은 이들이 거쳐 갔지만, 개인적으로 엘리자베트와 죽음이 함께 부르는 'Wenn ich tanzen will(벤 잏 탄전 빌~)'은 초연(1992년) 때부터 활약했던 '우베 크뢰거(Uwe Kroger)와 피아 다우스(Pia Douwes)' 버전이 제일 듣기 좋은 것 같다. 노래에 대한 '맛'이 살아있다고나 할까-

피아 다우스(엘리자베트) & 우베 크뢰거(죽음) - 'Wenn ich tanzen will'

초연 엘리자베트(씨씨)피아 다우스(Pia Douwes)의 노래엔 부침이 좀 있어서 '라이브'에선 가끔 이 곡 박자나 노래 스타일을 원래대로 안하고 자의적으로 불러서 듣기 거북할 때도 종종 있지만, 우베 크뢰거(Uwe Kroger)와 함께 녹음한 'Wenn ich tanzen will'의 경우엔 꽤 듣기 좋게 잘 소화했단 생각이다.
(상기의 영상에 나오는 건 녹음 버전임) 저들이 함께 부르는 'Wenn ich tanzen will'의 그 을 알고부턴, 다른 독일어권 배우들이 부른 이 곡은 어쩐지 심심하게 느껴진다.

다카라즈카 버전 'Wenn ich tanzen will(=私が 踊る 時)'의 경우엔, 절대적으로 2002년 화조 멤버인 '하루노 스미레 & 오오토리 레이'가 부른 이 곡이 좋다.(다른 다카라즈카 배우들이 부른 이 곡은 내겐 좀 별로~) 사실.. 이 뮤지컬 음반을 통해 자주 들으면서도 'Wenn ich tanzen will'이란 곡을 전혀 듣기 좋다 느껴본 적 없는 내가 '이 노래를 좋아하게 된 것'도 <하루노 스미레(春野寿美礼)오오토리 레이(大鳥れい)가 함께 부르는 그윽한 느낌의 '내가 춤출 때(私が 踊る 時)'를 듣고 나서부터>였다.


다카라즈카 <엘리자베트> 2002~2003년 하나구미 공연에서 활약했던 하루노 스미레(春野寿美礼)는 가창력도 좋은 편이지만 노래할 때의 음색이 참 좋다. 무엇보다 다카판 2002년 엘리자베트인 오오토리 레이(大鳥れい)는 다른 년도 여주인공에 비해 노래 실력이 나름 괜찮은 편이다.(일본 '다카라즈카 가극단' 여주인공이라 해서 다 노래 잘하는 건 아니고, 가창력 시망인 여배우들도 꽤 있는 것에 반해..) 

뮤지컬 <엘리자베트(Elisabeth)> (2000년대 이후로) 2막 두 번째 장면에 나오는 '내가 춤출 때(Wenn ich tanzen will)'는 '간섭하던 시어머니 조피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남편인 프란츠 요제프 황제를 제멋대로 요리할 수 있게 된 엘리자베트(시씨) 황후'가 오스트리아-헝가리 이중 제국 대관식 후 승리에 취해 부르는 노래이고, 그 때 죽음이 와서 살짝꿍 태클(?) 거는 둘의 듀엣송이다. 다카라즈카판 이 곡(私が 踊る 時)은 노래 제목도, 가사 내용도 독일어 원판과는 좀 다르다.(이 뮤지컬 헝가리 버전의 경우엔, '극 자체'는 매력적이지만 헝가리 배우들이 '노래'를 별로 못 부르는 듯..) 

상대적으로 우아하고 그윽한 느낌인 '내가 춤추고 싶어할 때(내가 춤출 때)/Wenn ich tanzen will/私が 踊る 時/When I want to dance'의 다카라즈카 버전엔 독일어 원판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지만, 딱딱한 독일어권의 혈기방장한 'Wenn ich tanzen will' 오리지널 버전에도 그 나름대로의 크나큰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 한 번 빠져드니 헤어나올 수 없는 '벤 잏 탄전 빌~'의 그 오묘한 매력이란...


posted by 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