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토크

피아 씨씨 & 우베 죽음-Wenn ich tanzen will

타라 2010. 4. 18. 13:45
오스트리아 뮤지컬 <엘리자베트(Elisabeth)>에서 내가 좋아하는 '베스트 쓰리(3) 송'은 따로 있지만, 최근엔 2막 초반에 나오는 'Wenn ich tanzen will(내가 춤추길 원할 때)' 역시 부쩍 좋아지고 있다. 뮤지컬 <엘리자베트>에 나오는 여주인공(실존 인물) '엘리자베트(엘리자벳)' 자체는 다분히 '비호감 캐릭터'이지만, 이 뮤지컬에 나오는 몇몇 노래들은 참 좋다.

1992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된 뮤지컬 <엘리자베트>의 2000년대 독일 버전부터 추가되어 들어간 곡 'Wenn ich tanzen will'은 원래 그리 좋아하던 곡은 아니었다. 유난히 터프한 느낌의 '거센소리 발음이 많이 들어가는 독일어+이 뮤지컬 초연 여배우의 (시원스럽게 카랑카랑함을 넘어 선) 하이톤의 째랑째랑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의 조합은 나로 하여금 이 곡을 들어주기 '시끄러운 노래'로 인식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이 노래에 문득 관심 갖게 된 것은 다카라즈카 <엘리자베트>에 나오는 '그윽한 분위기'의 이 곡을 듣게 되면서부터였다. 사실, 딱딱한 발음의 독어 자체가 그리 음악적인 언어는 아니다. '음악'의 기본 성질은 유유하게 흐르는 '물'과 같은 것인데, '독어'의 언어적 특성은 날카로운 '칼'에 가깝기 때문이다. 언어 자체가 음악과 상생이 좋을려면 '불어'나 '이태리어'처럼 발음 자체에 받침이 별로 없고, 유음이 많이 들어가거나, 몽글몽글~ 부드러운 느낌의 발음이 주가 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엘리자베트> 다카라즈카 버전에 나오는 일어 자체가 음악적 언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응, ㅅ' 발음 빼고는 거의 받침 없는 '일어' 노래가 '특유의 발음 때문에 똑같은 멜로디도 스타카토 식으로 딱딱 끊어지고, 투박한 발음이 많은 독어'에 비해선 같은 노래 대비, 상대적으로 훨씬 부드럽게 들리는 건 있다. 그러한 '언어적 특징' 때문인지, 뮤지컬 <엘리자베트> 넘버들 중 몇몇 곡은 독일어 원 버전보다 일어 버전이 더 낫게 들리는 듯하다.(단.. 몇 곡만 그렇고, 대체적인 이 뮤지컬 곡들은 독일어 원 버전이 더 나음~)

'내가 춤추고 싶을 때(Wenn ich tanzen will)' 역시 그 '몇몇 곡'에 포함되는 노래인데.. 반복되는 이 곡 후렴부만 보더라도, 거센소리 발음이 벌써 2개나 들어가는 '벤 잏(이히) 탄전 빌~' 보다는 다카라즈카판 '私が 踊る 時'에 나오는 '오도루나라~'가 훨씬 '음악적으로 거부감 없이 들리는 발음'이다.


그래서.. 맨 처음에 'Wenn ich tanzen will(내가 춤추길 원할 때)' 오스트리아 원판 독어 버전만 들었을 땐 '겁나게 시끄럽고 딱딱한 게슈타포 삘 분위기의 투박한 노래'인 줄 알았다가, 훨씬 그윽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다카라즈카 일어 버전 이 곡을 듣고 나선 '알고 보니 굉장히 드라마틱하고 유려한 멜로디의, 듣기 좋은 곡이었구나~'라 깨닫게 된 개인적인 경험이 있다.

그윽한 느낌의 다카라즈카판 'Wenn ich tanzen will(=私が 踊る 時)'을 듣고 나서부턴, 이 노래 원 버전의 'Wenn ich tanzen will' 역시 무척 좋게 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이 곡 후렴부에 나오는 '벤 잏(이히) 탄전 빌~'은 들으면 들을수록 묘하게 중독성이 있는 듯하다.

피아 다우스(엘리자베트) & 우베 크뢰거(죽음) - 'Wenn ich tanzen will'

오스트리아 뮤지컬 <엘리자베트>에서 '엘리자벳(Elisabeth)' 역과 '죽음(Tod)' 역은 독일어권 배우들 중에서 워낙에 많은 이들이 거쳐 갔지만, 개인적으로 엘리자베트와 죽음이 함께 부르는 'Wenn ich tanzen will(벤 잏 탄전 빌~)'은 초연(1992년) 때부터 활약했던 '우베 크뢰거(Uwe Kroger)와 피아 다우스(Pia Douwes)' 버전이 제일 듣기 좋은 것 같다. 노래에 대한 '맛'이 살아있다고나 할까-

피아 다우스와 우베 크뢰거.. 저들이 함께 부르는 'Wenn ich tanzen will'의 그 을 알고부턴, 다른 독일어권 배우들이 부른 이 곡은 어쩐지 심심하게 느껴진다.

다카라즈카 버전 'Wenn ich tanzen will(=私が 踊る 時)'의 경우엔, 절대적으로 2002년 화조 멤버인 '하루노 스미레 & 오오토리 레이'가 부른 이 곡이 좋다.(다른 다카라즈카 배우들이 부른 이 곡은 내겐 좀 별로~) 사실.. 이 뮤지컬 음반을 통해 자주 들으면서도 'Wenn ich tanzen will'이란 곡을 전혀 듣기 좋다 느껴본 적 없는 내가 '이 노래를 좋아하게 된 것'도 <하루노 스미레(春野寿美礼)오오토리 레이(大鳥れい)가 함께 부르는 그윽한 느낌의 '내가 춤출 때(私が 踊る 時)'를 듣고 나서부터>였다.


다카라즈카 <엘리자베트> 2002~2003년 하나구미 공연에서 활약했던 하루노 스미레(春野寿美礼)는 가창력도 좋은 편이지만 노래할 때의 음색이 참 좋다. 무엇보다 다카판 2002년 엘리자베트인 오오토리 레이(大鳥れい)는 다른 년도 여주인공에 비해 노래 실력이 나름 괜찮은 편이다.(일본 '다카라즈카 가극단' 여주인공이라 해서 다 노래 잘하는 건 아니고, '가창력 시망'인 여배우들도 꽤 있는 것에 반해...) 

뮤지컬 <엘리자베트> (2000년대 이후로) 2막 두 번째 장면에 나오는 '내가 춤출 때(Wenn ich tanzen will)'는 '간섭하던 시어머니 조피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남편인 프란츠 요제프 황제를 제멋대로 요리할 수 있게 된 엘리자베트(시씨) 황후'가 오스트리아-헝가리 이중 제국 대관식 후 승리에 취해 부르는 노래이고, 그 때 죽음이 와서 살짝꿍 태클(?) 거는 둘의 듀엣송이다. 다카라즈카판 이 곡(私が 踊る 時)은 노래 제목도, 가사 내용도 독일어 원판과는 좀 다르다.(이 뮤지컬 헝가리 버전의 경우엔, '극 자체'는 매력적이지만 헝가리 배우들이 '노래'를 별로 못 부르는 듯..) 

상대적으로 우아하고 그윽한 느낌인 <내가 춤추고 싶어할 때(내가 춤출 때)/Wenn ich tanzen will/私が 踊る 時/When I want to dance>의 다카라즈카 버전엔 독일어 원판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지만, 딱딱한 독일어권의 혈기방장한 'Wenn ich tanzen will' 오리지널 버전에도 그 나름대로의 크나큰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 한 번 빠져드니 헤어나올 수 없는"벤 잏 탄전 빌~" 의 그 오묘한 매력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