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연기자 안재욱에 관한 기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실은, 안재욱을 TV 드라마에서 본 지 너무 오래 되어서 '안재욱은 최근 들어서 왜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몇 달 전에 한 적이 있었다. 사극에 출연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안재욱이 사극 드라마에 도전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가끔 해 본다.(조선 시대 사극에서, 갓 쓰고 하얀 도포 입은 모습도 왠지 잘 어울릴 것 같으며 긴 머리 늘어뜨리고, 머리에 띠 하나 두른 채 히피 스타일의 산채 사람 분장을 한 모습 또한 그림이 그려지기에..)


안재욱은 97년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로 큰 인기를 누리며 확고한 주연급 배우로 자리 잡았지만, 개인적으로 그 이전부터도 눈여겨 보던 연기자였다. 오래 전.. 모 프로그램에서 MBC 공채 23기를 소개하는 코너가 있었는데, 그 프로그램에서 안재욱을 처음 보게 되었다. 신인 탤런트로 소개된 그는 전형적인 미남형은 아니었지만, 꽤 호감 가는 마스크에 화술이 괜찮아 보였다.


풋풋한 마스크와 연기력이 돋보였던 신인 연기자 : 맹인 역할도 자연스럽게~

그 이후 안재욱이 어떤 TV 프로에서 MC도 봤던 기억이 나는데, 그랬던 그가 '연기자'로서 눈에 확 들어왔던 순간은 특집극 <눈먼 새의 노래>에서 맹인 역할로 열연했을 때였다. 당시 안재욱의 마스크도 풋풋하고 훈훈했지만, 맹인 역할을 굉장히 리얼하게 잘 소화하며 신인이었음에도 참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 주었다. 그 이후 무수한 드라마에 출연했는데.. 김희선과 함께 출연했던 <안녕 내 사랑>이란 드라마에서, 안재욱의 연기가 유난히 돋보였던 특정한 한 장면은 아직까지도 생각난다.

그가 열심히 활동하던 90년대는 물론이거니와 비교적 최근 드라마에서도 안재욱은 꽤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준 배우였는데, '노래'도 좋지만 그건 취미 생활로 하고 연기자는 역시 '연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안재욱도 이제 늙어가는 것 같아 좀 서글펐는데, 그의 최근 모습을 보니 다시 예전의 동안삘 모습을 되찾은 것 같기도 하다. 아직 한창 활동할 나이인데, 하루 빨리 그가 TV 드라마에 출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시대극에 출연한 안재욱 : '원재'와 씨크릿 가든의 'Nocturne'

90년대에 안재욱이 출연했던 드라마는 참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안재욱이 극 중반부터 출연했던 <전쟁과 사랑>이란 드라마가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원작 소설이 따로 있었고, 이 드라마의 각색은 김정수 작가가 맡았다. 태평양 전쟁, 6.25 전쟁,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이창훈, 배종옥, 오연수 등이었고 안재욱은 전쟁 2세대로 이 드라마 중반부터 등장했었는데, 처음부터 꼬박꼬박 챙겨 본 드라마는 아니었지만 전쟁 2세대인 안재욱-우희진 커플의 이야기가 펼쳐진 시점부터는 열심히 시청했던 기억이 난다.


씨크릿 가든(Secret Garden)의 '
Nocturne(녹턴)'이란 곡이 당시 드라마 <전쟁과 사랑(1995)>의 주제가로 자주 흘러 나왔었는데, 이 드라마를 통해 노르웨이의 그룹 '씨크릿 가든'의 곡들이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더 많이 알려진 것 같다.

중간에 놓친 내용도 있고 지금으로선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안재욱이 출연했던 MBC 수목 드라마 <전쟁과 사랑>의 대략적인 스토리를 떠올려 보면 다음과 같다.

전쟁 & 사랑 : 아버지가 같음을 알지 못한 채..

(초반부 스토리 생략~) 주인공 남천(이창훈)은 선옥(오연수)을 사랑하게 되지만 결국 헤어지고, 한 때 같은 인민군이었던 지연(배종옥)과 남천(이창훈)은 인민군에서 이탈하여 남한에 남은 채 양섭(윤동환)의 아들인 원재(안재욱)를 키우며 함께 살아가게 된다.

양섭(윤동환)은 한 때 지연(배종옥)이 사랑했던 남자였으나 다른 여자랑 가정을 꾸렸고, 남천(이창훈)과도 과거의 인연이 있는 남자였다. 6.25 전쟁 때 '남천(이창훈)과 지연(배종옥)이 속한 인민군'이 '양섭(윤동환)의 부인과 아들이 있는 집'을 습격하여 부인은 죽게 되고, 그 어린 아들이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의 아이란 사실을 알게 된 지연(배종옥)이 차마 아이를 죽이질 못하고 자신이 데려가 키우게 되었던 것이다.


전쟁이 끝나고, 국가의 고위직에 오른 양섭(윤동환)은 또 다른 여자와 재혼하여 딸을 하나 낳게 되는데 그 딸이 은주(우희진)이다. 선옥(오연수)을 가슴에 품은 남천(이창훈)은 지연(배종옥)을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어찌어찌 하다가 부부의 인연으로 같이 살게 되었고, 그 둘은 남의 아들인 원재(안재욱)를 친아들처럼 키우며 어럽게 살아간다. 한 때 남천(이창훈)이 사랑했던 여자 선옥(오연수)은 이런저런 사회 활동을 하며 쭉 독신으로 지냈던 걸로 기억한다.


우연한 기회에 양섭(윤동환)과 남천(이창훈), 그 부모님들 사이에 왕래가 있어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원재(안재욱)와 은주(우희진)는 처음엔 오빠 동생 하다가 점점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알고 보니, 이들은 아버지(윤동환)가 똑같은 이복 남매였다.

은근한 여운을 안겨다 주었던 비극적 결말의 드라마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지연(배종옥)은 그들의 결합을 반대한다. 하지만 깊이 사랑에 빠진 원재(안재욱)와 은주(우희진)는 모든 걸 버리고 자신들 사랑을 완성하려 하고.. 서로 오누이 지간인지 알지 못한 채 그들이 동침하려는 찰나, 원재 엄마(배종옥)가 나타나서 모든 사실을 밝힌다. 그 이후 은주(우희진)는 많이 힘들어 하고, 원재(안재욱)은 자원하여 베트남전에 참전한다.

이 드라마의 결말은.. 베트남에서 알게 된 한 여자와 아이들과 함께 바닷가에서 잠시동안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던 원재(안재욱)가 수류탄을 만지던 아이를 구하려다가 그게 폭발하여 아이 대신 죽는 결말이었다. 곧이어 그 부모들이 베트남에 찾아오고, 원재의 죽음을 확인한 뒤 덜커덩 차를 타고 떠나던 장면이 이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원재 역의 안재욱 때문에 드라마 <전쟁과 사랑> 후반부를 열심히 봤었는데.. 해피 엔딩의 결말도 좋지만, 전쟁 세대인 주인공들 아들이었던 원재(안재욱)가 죽는 그 비극적 결말은 은근히 여운을 남기는 인상적인 결말이었다. 원작 소설에서는 원재가 아닌 베트남 여자가 죽는 내용이었다는데, 각색된 드라마에서의 그 비극적 결말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연기자에겐 '연기'를 : TV 드라마로 다시 돌아오라, 안재욱이여~

작년 초의 모 드라마 이후론 안재욱이 통 TV 드라마에 출연하질 않으니까 언젠가부터 '안재욱은 요즘 뭐하나..? 왜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는 것이지~?'란 궁금증이 생겨나길 시작했는데, 하루 빨리 어울리는 역할 잡아서 드라마 속 캐릭터로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싶은 연기자이다. 안재욱을 스타 반열에 올려준 <별은 내 가슴에>류의 멜로도 나쁘진 않지만, 그 이전에 그를 '괜찮은 연기자'로 인식 시켜준 <눈먼 새의 노래>나 <전쟁과 사랑> 류의 묵직한 작품에서 그를 다시 볼 수 있었으면 한다..

posted by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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