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 감동의 2009년 막공 커튼콜-Verone+인사(후기)

타라 2009. 3. 1. 19:02
원래 <로미오 앤 줄리엣(Romeo & Juliette)2009년 내한 공연 커튼콜에서 주로 2곡('Aimer+Avoir 20 ans' 또는 'Le Rois du Monde+Avoir 20 ans')의 앵콜곡을 들려주었으나, 마지막 공연(2009년 2월 27일 막공)에선 이번 공연의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총 4곡 앵콜송 타임을 가졌다.


커튼콜 3 : 스테판 메트로 - Verone(베로나) / 2009년 마지막 공연 커튼콜 특별 추가곡


이번 막공 커튼콜 순서는 Aimer(사랑한다는 건) → 주인공 다미앙 사르그(로미오)의 감사 인사 Verone(베로나) Le Rois du Monde(세상의 왕들) Avoir 20 ans(스무살이 된다는 건)

순서로 이어졌다. 마지막 공연이라, 원래 커튼콜 곡이었던 'Aimer'와 'Avoir 20 ans', 'Le Rois du Monde'.. 이 세 곡을 모두 불러주지 않을까 나름 기대는 하고 갔었다. 하지만 로미오와 줄리엣(다미앙 사르그 & 조이 에스뗄)의 'Aimer' 타임과 '다미앙의 무대 인사'가 끝나고 난 뒤에 불러준 베론 영주(스테판 메트로)의 'Verone'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곡이었는데 이 날 커튼콜 때 불러주어서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마지막 공연이라고, 특별 이벤트에 총 4곡의 앵콜곡을 불러주다니.. 아, 그런 게 바로 막공(마지막 공연)의 묘미가 아닐까-

커튼콜 3번 째 타임 : 스테판 메트로 - Verone(베로나) 영상 소개
-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 2009년 내한 앵콜 공연 마지막 날 -

이 곡의 전주가 흐르자마자 단상으로 올라가 박수를 유도하는 '줄리엣' 역의 조이 에스뗄(Joy Esther)의 모습이 무대 중앙에 보이는데, 곧이어 여성 댄서 2명이 합류하여 분위기를 띄운다. 이 날 (다른 날에 비해) '줄리엣' 역의 조이 에스뗄(Joy Esther)이 목소리 맛이 간 상태로 유난히 노래를 못 불렀는데, 이런 조이(Joy)가 커튼콜 때는 늘상 혼자 되게 흥겨워하며 설쳐대는(?) 경향이 있다. 나쁘게 말하면 '실력도 없으면서 나대기는~'이고, 좋게 말하면 '본 공연 때 노래 못하니까 커튼콜 때 나서서 분위기 띄우는 역할이라도 해줘야지. 잘했다, 조이~' 라고나 할까..? ;;

이 뮤지컬에서 '영주' 역을 맡아 1막 첫 곡 'Verone(베로나)'를 불렀던 스테판 메트로(Stephane Metro)가 나와서 서툰 한국말로 '오늘 오신 여러분...' 뭐라뭐라 하면서 분위기를 띄운다. '에브리바디 짝짝~'하며 관객의 박수를 유도하고... 중간에 '유모' 역을 맡았던 이다 고르동(Ida Gordon)과 스테판 메트로(Stephane Metro)가 커플 댄스를 추면서 흥을 돋우고, 이다가 자리로 돌아간 뒤 스테판이 객석을 향해 함께 부르자며 '베론, 베론~ 더 크게~'를 외치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어 무대 왼쪽 편에서 이번 공연에서 '더블 캐스트'로 간간히 무대에 섰던 더블 배역 6인방 '글라디스 프레올리(Gwladys Fraioli), 파비앙 데나(Fabien Dena), 뉘노 헤상드(Nuno Resende), 알랭 코르디에(Alain Cordier), 소피 제망(Sophie Gemin), 마리 클라우스(Marie Klaus)'가 차례대로 등장하며 무대에 합류한다. 이번 공연의 모든 출연진과 객석의 관객들이 하나가 되어 감동 받았던 열광의 시간..!  'Verone'은 원래 커튼콜에서 부르지 않는 곡인데, 이 날 '마지막 공연 커튼콜'에 대한 깜짝 선물로 특별히 불러준 곡이라 그만큼 더 인상적이고, 감동적인 시간이었다.

프랑스 팀이 내한한 제라르 프레스귀르빅(Gerard Presgurvic)의 이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Romeo & Juliette)>은 2007년 내한 공연에 이어 근 2년을 기다려온 공연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이번 '2009년 앵콜 공연'에서 나름 꼼꼼한 계획을 세워 알차게 본 공연이다.

주인공 '로미오' 역의 다미앙 사르그(Damien Sargue)는 이 공연의 유일한 원년 멤버이자 이 뮤지컬에서의 '최고의 로미오'로 손꼽히는 배우여서 한국 관객들이 이 배우의 공연을 보길 원하는데, 2년 전 첫 내한 공연 때 다미앙이 아닌 '언더 배우'가 나오는 날도 있어서 어렵게 공연을 보러 간 관객들의 항의 소동도 있었다. 언더 배우도 물론 잘하겠지만, 공연을 한 번밖에 못 보거나 비싼 대가(공연 관람료)를 치른 관객 입장에선 가장 뛰어난 '로미오'인 다미앙 사르그의 공연을 보고싶은 게 당연한 일-

"나, 떨고 있니?" 신종 공포 영화의 실사판 : 공연을 보러가기 전까진 절대 '묻지 마 캐스팅'

하지만 이런 류의 외국 팀 공연은 좀처럼 캐스팅 일정을 미리 알려주지 않는 터라 대부분의 관객들이 당일날 공연을 보러가기 전에는 원하는 배우가 나오지 않을까봐 공포(?)에 떨어야 하는데, 나 역시 공연 보러가기 전에 캐스팅 문제로 스트레스 많이 받으며 날짜 택하는 데 꽤나 큰 고민을 해야만 했다. 그래서 심혈에 심혈을 기울여 공연 날짜를 정했는데, 인연이 있는지 이번엔 내가 보러간 날마다 메인 로미오인 다미앙 사르그가 알아서 척척 나와 주었다.(공연 횟수는 아주 희박하지만 이번에 로미오 더블 캐스트가 출연한 날도 있었는데, 간발의 차이로 내가 관람한 날은 메인 캐스트인 다미앙이 출연했다.)

총 3번 본 이번 공연에서, 한국 관객들에게 별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허스키한 목소리의 조이 에스뗄(줄리엣 역)과 벤볼리오 역의 시릴 니콜라이, 머큐시오 역의 존 아이젠도 매번 나와주었다. 한 번쯤은 색다른 목소리의 또 다른 '줄리엣'인 더블 캐스트의 소피 제망(Sophie Gemin)과 '로미오 & 벤볼리오' 더블인 뉘노 헤상드(Nuno Resende)의 '벤볼리오'를 보고 싶었는데, 이번엔 메인 캐스트들이 어찌나 꼬박꼬박 출석해 주시는지..;; 운 좋게도 다른 더블 캐스트 배우의 공연은 볼 수 있었으나, 결국 더블 캐스트 6인방 중 소피 제망과 뉘노 헤상드의 공연은 볼 수 없었다.

이번에 아주 가까이서 볼 기회가 있었는데, 비록 소피 제망(Sophie Gemin)의 마스크가 내가 원하는 줄리엣의 이미지가 아니고 영상으로 접해본 그녀의 'Aimer'는 그저 그랬지만(이 뮤지컬에서의 'Aimer'는 아무리 생각해도 초연 때의 줄리엣인 세실리아 카라가 제일 개념 있게 부른다.) 그래두 허스키한 목소리의 조이 에스뗄(Joy Esther)과는 다른 음색의 줄리엣 노래가 한 번쯤은 직접 듣고 싶었고, 나름 가창력 뛰어나고 연기가 좋다고 소문난 뉘노 헤상드(Nuno Resende)의 공연도 보고 싶었는데, 이번 공연에서 유일하게 그 둘의 공연을 보지 못해서 조금 아쉽다.

하지만 다른 배우들도 그럭저럭 만족스러웠고, 한국 관객들에게 '공공의 적'으로 찍힌 조이 에스뗄(줄리엣) 역시 이번에 의외로 그 나름의 열창과 열연을 선보인데다 뭔가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여 이젠 좀 예뻐해줘야지...하고 있었는데, 결정적으로 마지막 공연에서 '도로아미타불'이 되어 버렸다.

불편한, 너무나도 듣기 불편한~ : 좋아졌다가, 다시 나빠진 돼지 멱따는 소리 절정의 줄리엣

그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이번 막공에서 '줄리엣' 역 조이(Joy)의 목소리가 완전 쉬어 가지고 줄리엣 넘버를 제대로 못 불렀고, 듣는 사람을 많이 불편하게 만들었다. 지난 번 내한 공연 때 비해 가창력이 좀 늘은 것 같은 조이 에스뗄을 보면서 '아, 이제 조이가 좀 잘할려나 보다..' 생각했는데, 마지막 공연에서의 그 개판 오분 전 실력인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음.. 역시 조이는 이 뮤지컬에서 줄리엣 역을 할 만한 그릇이 아니야..'란 생각이 다시금 새록새록 올라왔다.

중요한 막공에서 그렇게 목이 갈 것 같으면 그냥 그 전날 공연은 다른 줄리엣(더블 캐스트)에게 맡길 것이지, 막공 전날까지 다른 줄리엣이 나온다고 한 날도 메인 캐스트인 조이가 꼬박꼬박-따박따박 다 나오더니 결국 마지막 공연에서 조이 목소리가 완전 쉬어 가지고 노래를 제대로 부르질 못하는 그 사단이 났다. 삑사리도 몇 번 나고... 헌데, 이 날 마지막 공연에선 굳이 '줄리엣' 역의 조이 에스뗄 뿐만이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대체로 뭔가 맛이 간 상태로 노래 불렀다. 마지막 공연이어서 들떠서 그랬는지, 내일 모레면 드디어 고향 프랑스로 돌아간다고 흥분해서 그랬는지, 아님.. 그 전날 잠 안자고 다들 함께 모여 놀면서 무리를 했는지 어쨌는지, 이번 막공에서의 배우들 노래가 전반적으로 다 별로였다. 

그러한 관계로, 막공이어서 안전하게 '메인 캐스트'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이번 막공을 '첫 공연'으로 잡았거나 '유일한(1회성) 관람일'로 잡은 관객들, 어찌 보면 좀 안됐단 생각도 들었다. 막공 전인 다른 날에는 배우들이 무지 잘 부른 날도 많았고, 이번 막공에서의 '본 공연' 자체는 그냥 봐도 전반적인 가창력이 진짜 별로였기에 말이다.(해당일 공연 자체의 퀄러티가 많이 떨어진다는 생각..)


그 와중에 '티볼트' 역의 톰 로스(Tom Ross)와 '머큐시오' 역의 존 아이젠(John Eyzen)은 이번 막공에서도 연기나 노래 실력이 참 좋았단 생각이 들고, '죽음' 역으로 이번에 새로 온 오렐리 바돌(Aurelie Badol) 또한 한결같이 인상적이었다.(이 뮤지컬 2001년 공연 실황 DVD에 나오는 카리스마 넘치는 기럭지 긴 '죽음' 언니를 최고로 치지만, 의외로 이번에 새로 온 '죽음' 역의 배우도 참 마음에 들었다. 초연 때의 '죽음(la mort)'처럼 키가 크진 않지만 이번에 온 오렐리의 '죽음'은 무대 위에서 특유의 범상치 않은 포스를 발산하며 다니던데, 매 공연 때마다 전반적으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이번 막공에선 1막 보다는 2막으로 접어들면서 뭔가 무대 분위기가 더 좋게 느껴졌는데, 특히 2막 초반의 [ On dit dans la rue(로미오 & 벤볼리오 & 머큐시오-사람들이 수군대지)' → C'est le jour(티볼트-그 날) → Le duel(머큐시오 & 티볼트-결투) ]로 이어지는 라인은 전반적으로 불만족스러웠던 이번 막공에서도 특유의 빛을 발하며 가장 인상적인 장면들로 자리잡았다. 이 뮤지컬에서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는 진정한 백미이자, 하이라이트 장면..

'On dit dans la rue(사람들이 수군대지)'는 <로미오와 줄리엣> 2001년 초연 때 있었다가 지난 번 2007년 내한 공연 때 삭제된 곡이었는데, 이번 2009년 공연에서 다시 부활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곡이 부활하니까 확실히 2막 초반이 더 긴장감 있어지고 극이 확 사는 느낌이 들었다.(<로미오 앤 줄리엣> 이번 '2009년 내한 공연'이 쓸데없는 사족 장면이 너무 많았던 '2007년 내한 공연' 버전에 비해 확실히 더 좋은 이유 중 하나- 여기엔 원조 '티볼트' 역인 톰 로스의 귀환도 한 몫한다.)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 2009년 막공의 '본 공연'은 별로, '커튼콜'은 대박~

그 외 '로미오' 역의 다미앙 사르그(Damien Sargue)가 좀 들쭉날쭉하긴 했지만 어떤 곡에선 유난히 성량을 높여 노래했고, '벤볼리오' 역의 시릴 니콜라이(Cyril Niccolai)가 유일한 솔로곡인 'Comment lui dire(어떻게 말하지)' 만큼은 참 듣기 좋게 잘 불러서 많은 박수 갈채 받았다. 그런데, 1막에선 멀쩡하던 시릴이 2막에서 갑작스럽게 하고 나온 그 촌티 폴폴 날리던 작위적인 아톰 머리(or 폭탄 머리, 번개 머리 스타일)은 도저히 용서가 안된다..;; 그 외 나머지 배우들의 '전반적인 가창력'은 막공이라 다들 들떠 있어서 그랬는지, 총체적으로 약간 개판 오분 전 수준~ 다른 날 공연에 비해 많이 별로였다.

굳이 이 뮤지컬 뿐 아니라 다른 뮤지컬에서도 막공 특유의 이벤트 때문에 사람들이 선호하긴 하나 그 특유의 '흐트러진 분위기'나 오랜 공연으로 인해 목이 간 상태인 배우들의 '열악한 가창력' 때문에 마지막 공연의 '본 공연'은 별로라는 얘기가 많고, 그래서 웬만해선 막공을 보러가지 않는데, 이번엔 나름 사연이 있어서 계획에도 없던 막공을 보러가게 되었다. 커튼콜 때 앵콜곡으로 'Le Rois du Monde(상의 왕들)'을 꼭 한 번 듣고 싶었던 것- 마침 'Aimer+Avoir 20 ans'을 부르던 공연 초반 때와 달리 그 이후부턴 'Le Rois du Monde+Avoir 20 ans' 체제로 간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공연에서도 결국 들을 수 있을까 하여 나름 기대를 했는데, 공연 후반에 와선 커튼콜 노래가 다시 'Aimer+Avoir 20 ans'로 바뀌는 바람에 결국 2번 다 'Le Rois du Monde(세상의 왕들)'을 못 듣게 된 것이었다.

저들이 이 공연으로 다시 한국에 와줄진 모르겠으나,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그 공연에서 이 뮤지컬의 진정한 개념 커튼콜 곡인 'Le Rois du Monde(세상의 왕들)'을 결국 못 듣게 된 것이 너무 억울하고 속상해서.. 이번 공연 커튼콜 때 'Le Rois du Monde(세상의 왕들)' 앵콜송을 꼭 듣고 싶다는 열망 & 오기로 결국 계획에도 없던 막공표를 끊게 되었다. 마침 마지막주 공연이 '대박 세일'로 싸게 풀리기도 해서, 굉장히 싼 가격에 티켓을 구입해서 (원래는 선호하지 않는) 막공행을 하게 되었던 것-

헌데.. 공연 자체는 (역시나) 이번에 본 3번의 공연 중 막공이 제일 별로였다~ ;; 약간은 흐트러진 분위기, 뭔가 목소리의 맛이 간 듯한 투박한 가창력의 배우들.. 특히나, 좀 늘었다가 마지막 날에 목소리 완전 쉬어서 끼역끼역 노래 부르던 불협화음의 조이-줄리엣의 거슬리는 가창력.. 이번 막공에서 극 전반적으로 굉장히 극악스런 솜씨로 불리워졌던 제라르의 이 뮤지컬 넘버, 넘버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비롯하여 이 막공을 본 관객들이 그 날 공연에 대해 괜히 봤다는 생각은 절대 들지 않았을 거라 사료된다. 왜냐하면.. <로미오 앤 줄리엣> 2009년 내한 공연의 마지막 날인 그 날의 '본 공연'은 비록 별로였지만, 공연 끝나고 바로 이어진 '막공 커튼콜'이 진짜 진짜 대박이었기에~!


커튼콜 2 : 다미앙 사르그 & 통역 - 한국에서의 2009년 마지막 공연에 대한 인사

이번 막공에서의 커튼콜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는데, 마지막 공연이어서 그런지 각 층의 객석도 꽉꽉 찬 느낌이었다. 그런데, 본 공연이 끝난 뒤 커튼콜을 보기 위해 수많은 앞 좌석의 관객들이 막 일어나는 바람에 무대가 카메라에 제대로 잡히지 않아서, 제대로 찍을 수 있는 자리로 이리저리 옮겨다녀야만 했다. 그래서 다미앙과 조이가 부르는 첫 곡 'Aimer(사랑한다는 것)'는 제대로 찍지 못했고, 커튼콜 2번 째 타임인 다미앙 사르그의 무대 인사를 영상으로 담아 왔다.(커튼콜 2 영상)

마지막 날이니 커튼콜용 앵콜곡 세 곡 모두를 부를 것이라 기대했었지만, 다미앙의 감사 인사 후 전혀 기대 안했던 스테판 영주의 앵콜곡 'Verone(베로나)'가 이어져서 관객들의 환호가 대단했고, 이 때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다. 그리고.. 그 다음에 이어진 다미앙 & 시릴 & 존의 앵콜곡 'Le Rois du Monde(세상의 왕들 : 내가 이번 막공을 보러가게 된 결정적 이유)'과 그 뒤에 이어진 이 삼인방의 'Avoir 20 ans(아부와 뱅땅-스무 살이 된다는 건), 이 타임이 완전 대박이었는데.. 그런데~ 그런데..! 관객들의 열광적인 환호 속에 펼쳐진 이 날 막공 커튼콜에서의 마지막 그 두 곡을 팔이 빠져라 카메라 들고 무대 골고루 훑으며 굉장히 열심히 찍어왔는데, 집에 와서 보니 카메라에 제대로 담기지 않은 것이었다~ ㅠ.ㅜ

교훈 하나 : 때론,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거나 돌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 인생이다..?

무대 쪽을 신경 쓰느라 촬영 버튼을 제대로 누르지 않았거나 (2번) 잘못 눌러서 녹화가 되지 않은 모양이다. 그런 상태인 줄도 모르고, 녹화가 되고 있다고 생각하여 열심히 무대 구석구석을 뷰파인더를 통해 훑으며 유난히 공들여 찍었고, 그 날 촬영한 자리가 무대가 전반적으로 다 잘 보이는 자리여서 제대로 찍혔다면 대단한 커튼콜 영상이 되었을 것 같은데, 집에 와서 'Le Rois du Monde(세상의 왕들)'과 'Avoir 20 ans' 장면이 안 찍힌 걸 알고 얼마나 속상했는지 모른다.

그 전날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런가.. 생전 안하던 그런 실수를 하다니~! 울컥한 마음에 한동안 기분이 다운되었지만, '인생이란 원래 그런거야~ 그 날.. 같은 공간에 있었으면서 아예 '사진'이나 '영상' 자체를 찍지 않고, 열심히 박수만 치며 고스란히 그 순간-그 무대의 느낌을 즐기다가 간 사람도 많잖아~ 다른 사람들이 찍어온 거 보면 돼지, 뭐. 그래두 그 날 현장에서 그 감동의 순간을 직접 느끼고, 보고, 듣고 했으니 그걸로 된 거잖아..' 등등 초긍정주의의 자세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견디고 있는 중이다. 다음부턴 카메라 뷰파인더에 확실하게 '기록'되고 있다는 '빨간 불'이 들어왔나 안 왔나 꼼꼼하게 확인하며 촬영하자며, '꺼진 불도 다시 보자~'의 교훈을 뼈저리게 되새기면서...

그런데, 다른 관객들이 찍어서 웹에 올려놓은 그 막공의 'Le Rois du Monde(세상의 왕들)'과 'Avoir 20 ans' 영상을 보니, 그 때 당시 내가 카메라에 담았던 풍경들이랑 사뭇 달라서 그 날 '현장에서 열심히 찍었으나 결국 내 카메라에 담기지 않은' 그 장면들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커튼콜 장면은 각 관객들마다 어느 좌석, 어떤 위치, 어떠한 각도에서 찍었는가에 따라서 기본적인 풍경이 다 달라진다. 근거리 풍경, 원거리 풍경, 사이드 풍경, 몇몇 배우에게 집중된 소수 체제 모드, 전체 무대가 골고루 다 잡힌 토탈 모드 등..

그 날 내 카메라 뷰 파인더 안에 들어온 막공 'Le Rois du Monde(세상의 왕들)'과 'Avoir 20 ans' 장면은 다른 날-다른 앵콜곡에 비해 유난히 공을 들여 팔이 빠져라 열심히 뷰 파인더 안에 담았는데.. 정말 멋진 장면들이 많이 들어와서 제대로 찍혔다면 굉장히 좋은 기록물로 남았을텐데, 결국 제대로 찍히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쉽다.(특히, 그 타임 때 '머큐시오' 역 존의 동선이 굉장히 다이나믹하고 역동적이어어서 기억에 남는다..) 사실, 순간의 느낌이나 감흥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옅어지기 때문에 결국 남는 건 사진(or 영상)밖에 없으므로.. 그래두 다른 분들이 찍어온 막공 'Le Rois du Monde'과 'Avoir 20 ans' 영상을 보며 '그래, 그 때 저랬었지..' 위로하며, 이미 어쩔 수 없는 지난 아쉬움은 잊기로 했다.

이 작품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이 결국 비극적 죽음을 맞게 된 것도 로미오에게 편지가 제대로 전해지지 못하고 신부의 좋은 묘책의 계획이 간발의 시간 차이로 실패했기 때문에 그들이 안타까운 상황을 맞게 된 것인데,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애초의 계획대로 되지 않거나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그런 안타까운 상황들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세상의 모든 일이 내 뜻대로, 내 바람대로 다 되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실상 살아보면 모든 세상 일이 그런 건 아니란 생각과 세상 곳곳엔 더 안타까운 사연들도 많을텐데 그 정도 일에 너무 집착하거나 지나치게 연연해 하거나 속상해 하지 말자는 다짐을 하며, 다시 한 번 마음 다스리는 법을 배운다..

무수한 일상을 견뎌내는 또 하나의 힘 : 직접 보고 느끼며, 마음으로 담아둔 소중한 체험

최근 그 막공행의 계기가 된 'Le Rois du Monde(세상의 왕들)' 앵콜 타임을 결국 3번에 걸쳐서 관람한 이번 공연에서 내 카메라에 담진 못했지만, 그 날 엄청난 무리의 관객들 환호 속에서 너무나 훈훈하게 펼쳐졌던 그 뜨겁고 감동적인 순간을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며 그 날의 기억을 고스란히 내 가슴에, 또 머릿 속에 담을 수 있었다는 그 사실에 의미를 두며.. 또한, 다른 공연 커튼콜 땐 결코 불러주지 않았던 커튼콜용 'Verone(베로나)' 영상이라도 건질 수 있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프랑스 팀 내한 <로미오와 줄리엣(Romeo & Juliette)> 이번 공연을 행복한 추억으로 간직하려 한다.

정신 차려 보니 어느덧 3월이고 봄인데, 제라르의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을 현장에서 직접 관람할 수 있었던 얼마 전의 일이 꿈만 같고, 환상처럼 나타났다가 스르륵 사라져 버리는 신기루 같다. 이제 다시, 다소 무미건조하고 피곤하기도 하며 때론 스트레스도 받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겠지만, 지난 겨울에 소중한 대가(관람료)를 지불하고 얻게 된 다시 오지 않을 그 '순간의 멋진 경험과 느낌'을 엔돌핀 삼아 다시 힘내서 열심히 일상을 살아나가야 되겠다.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이번 내한 공연을 관람하면서, 진정 행복했다. 다시 되새겨봐도, 지난 이번 공연에 대한 추억은.. 너무나도 멋지다-


[ 이 날의 공연 Cast ]

로미오 - 다미앙 사르그(Damien Sargue)
줄리엣 - 조이 에스뗄(Joy Esther)

벤볼리오 - 시릴 니콜라이(Cyril Niccolai)
머큐시오 - 존 아이젠(John Eyzen)

티볼트 - 톰 로스(Tom Ross)
로랑 신부 - 프레데릭 샤르테(Frederic Charter)
줄리엣 유모 - 이다 고르동(Ida Gordon)


몬테규 부인 - 브리짓 방디띠(Brigitte Venditti)
카풀렛 부인 - 스테파니 로드리그(Stephanie Rodrigue)

카풀렛 경 - 아리에 이따(Arie Itah)
죽음 - 오렐리 바돌(Aurelie Badol)

베론 영주 - 스테판 메트로(Stephane Met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