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길을 걷다가도, 드라마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의 '강재호'란 인물이 그냥 문득 떠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내게 늘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어서 생활 속에서 드라마 속 캐릭터가 떠오른 것은 정말 드문 일이었는데, 그 땐 분명 그랬다. '재호는 지금 뭐할까~?', '강재호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그동안 참 많이 힘들었겠다~' 등등의 생각이 문득 떠오르며.. 그 이후론, 그렇게까지 길 가다가 막 떠오른 드라마 속 캐릭터는 없었다. 물론, 드라마를 보면서 나름의 매력을 느낀 캐릭터들은 많았었지만..

자기를 이용할려고 했던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재호에게 빠져들게 된 극 중 현수(윤손하)나 연하의 제자였음에도 결국 사랑에 빠져버리게 된 신형(김혜수)이처럼, 그 때 당시 드라마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노희경 극본/박종 연출)>에서 배용준이 연기했던 재호란 인물에게 푹 빠져 지냈던 시청자들이 참 많았었다. 여기저기서 드라마 우정사 동호회가 생기고, 전국지부와 해외 지부가 결성되어 번개팅을 하고, 정모를 하고.. 그리고 각종 회지와 달력, 명대사 CD 등을 발간하고, 함께 불우 이웃 돕기나 봉사 활동 등을 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우정사 동호회는 꽤 오랫동안 그 명맥을 유지했던 걸로 알고 있다.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는 극 초반 네 남녀의 삼각 관계, 사각 관계의 사랑 속에서 맨 처음 '저 사람의 마음은 어떤 걸까..' 서로 탐색하고, 설레하고, 상처받으면서 주인공들이 서서히 사랑을 찾아 나가거나 포기해 나가는 그 과정들이 참 신선했고, 세밀하게 그려졌던 드라마였다. 사실 이 드라마의 메인은 재호(배용준)와 신형(김혜수)이었지만, 극 초반에 '사랑의 약자'에 해당하는 현수(윤손하)와 길진(이재룡)이 나누는 대사들 중에 인상적인 장면이 꽤 있었고, 특히 길진의 대사 중에 명대사들이 많았었다.

노희경 & 박종의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 재호, 그리고 진숙 이모..

개인적으로, 그 누구보다 서로를 위하고 아껴 주면서도 참 많이 티격태격했던 재호(배용준)와 진숙 이모(김영애)의 장면들이 참 좋았다. 겉으론 이모에게 늘 삐딱하고 까칠하게 굴었던 재호와 은근슬쩍 빈정대면서도 그런 재호에게 공자같은 말만 해주던 진숙 이모.. 연기자 김영애는 노희경 드라마에 단골로 나오는 배우는 아닌데, 드라마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에서 재호 이모로 분한 김영애씨 모습은 참 인상적이었다.

그녀(김영애) 특유의 음성과 목소리톤으로 들려주던 노희경의 대사가 꽤나 매력적으로 느껴졌으며, 겉으론 으르렁대면서도 서로를 위해주는 이모-주인공 라인의 캐릭터도 참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었다. 그 외 신자(나문희) 아줌마의 '세 가지 시리즈'도 좋았고, 술집 손님 병국(주현)과 진숙(김영애)이 나누던 인생이 묻어나는 대화들도 기억에 남는다.

그렇다고 해서, 그 드라마에 나온 모든 대사들이 가슴으로 막 공감 가고 그런 건 아니었다. 작가분의 살아온 삶이나 가치관과 모든 시청자들의 그것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니..(그 때 당시에는 많이 좋아했었는데, 세월이 흐르고 지금 다시 보니 약간 낯간지러운 대사들도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슴을 울리는 대사들이 많았고, 그 무엇보다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에 깊이 빠져들었던 데에는 특유의 은은한 영상미와 주제가를 부른 최진영의 호소력 짙은 음색의 노래도 한 몫 했다는 생각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는 찰떡 궁합 : 노희경표 드라마와 최진영이 부르는 드라마 주제가

최진영은 드라마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노희경 극본/박종 연출(1999)> 이전에 <내가 사는 이유-노희경 극본/박종 연출(1997)>에서도 주제가(너무도 다른 세상을 사는 너에게)를 불렀었는데, 개인적으로 '은은한 분위기의 MBC 화면 & 노희경-박종-최진영' 라인을 참 좋아한다.

그 조합은 너무 자극적이거나 요란스럽지 않은 노희경 드라마에 대한 감성 수치를 최대한 끌어올려 준다고나 할까- 그 누구도 쉽게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최진영만의 호소력 짙은 음색은 사람 냄새 나는 노희경표 드라마를, 보는 이로 하여금 더욱 더 짠하게 다가오게 만드는 묘한 마력을 지녔다. 드라마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는 전반적인 o.s.t도 참 예술인데, 엔딩 타이틀곡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외에도 '날 위한 사랑', '나 하나의 아픔' 등 좋은 곡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으며, 드라마 중간에 많이 나왔던 노래들이다..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o.s.t는 최진영(최진실 동생 최진영과는 동명이인)이 직접 프로듀싱했으며 그 외 피아노, 키보드 & 몇몇 주요곡들을 작곡, 편곡하고 노래까지 직접 불렀다. 드라마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주제가.. 진짜 좋은데, 그걸 작곡, 편곡에, 그 개성 넘치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노래까지 직접 부르다니.. 세상엔 정말 재주꾼들이 많은 것 같다.(최진영씨는 그 외 MBC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 <아일랜드> 등에서도 주제가를 부른 바 있다..)

따라라라 라~ : 자막이 올라갈 때.. 매 회, 너무나 강렬했던 엔딩

드라마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는 한창 갈등이 고조되는 클라이막스와 매회 끝부분(자막+예고편 부분)에서 늘 '따라라라 라~' 하는 피아노 연주음으로 끝나고, 연이어 최진영의 주제가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하이라이트 부분의 노래가 흘러 나오는데, 지금도 그 곡을 들으면 가슴이 뛴다. "내게 사랑이란.. 바람처럼, 내 모든 걸 흩어놓고 갔을 뿐이야~" 그 가사가 참 좋은데, 어쩐지 바람처럼 휘이~ 살다 가버린 극 중 강재호의 삶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리고, 노희경의 44부작 장편 드라마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마지막회-마지막 장면 후에 최진영의 '날 위한 사랑'이 풀버전으로 흐르는데, <우/정/사> 마지막 장면은 드라마 <다모>의 엔딩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끝나고 나서 유독 여운이 많이 남았던 인상적인 드라마로 기억된다.. 드라마가 다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 멍~하게 슬퍼했던 기억이... 다른 작품들에 비해, 그렇게 드라마를 떠나 보낸다는 것 자체가 참 아쉬워서 한동안 그 여운을 깊이 음미했던 드라마 엔딩이라, 특히 기억에 많이 남는다.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마지막 장면에 흐르던 최진영의 '날 위한 사랑'은.. 전반적으로 다 좋지만, 2부 하이라이트 노래 가사까지 다 끝나고 관현악 연주 부분이 흐른 뒤 최진영의 허밍음 나오는 그 부분이 특히 좋아서 한동안 참 많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얼핏, 휘휘거리는 바람 소리처럼 들리는 최진영의 그 허밍음이 바람처럼 살다 간 재호의 모습과 그 삶을 떠올리게 했으므로...

그렇게.. 그 드라마가 끝난 지 벌써 10년 가까이 되었는데, 얼마 전 최진영의 '날 위한 사랑'이 흐르던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의 마지막 장면을 다시 보니 또다시 가슴 먹먹해지는 느낌에, 한동안 그 여운에 젖어들게 되었다. 음.. 극을 보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드라마 속 장면에 온전히 몰입하게 만들고 온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데에는 드라마 o.s.t도 참 중요하단 생각이 든다.

그 시작은 물론 작가가 쓴 대본 속 내용이지만, 그 감동을 시청자에게 온전히 전하게 만드는 화룡점정과도 같은 역할-그 결정적 한 방은 역시 드라마 배경 음악이 아닐까 싶다.(그런데, 재호가 그렇게 아끼던 그의 포카리 스웨트 차는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드라마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는 '우리가 정말 (우리의 인생을) 사랑했을까'의 준말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또 하루를 살아 나가는 우리들은 과연.. 우리의 인생을 정말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드라마 매니아를 탄생시키는 요소~? : 

시청자의 감성을 적시는 결정적 한 방, 드라마 주제가.. 찰떡 궁합의 여러 조합들~ and..

이 드라마는 최진영이 부른 주제가 외에 극 중후반 이후에 많이 나왔던 연주곡(플룻곡?)과 팝송 역시 참 듣기 좋았는데, 드라마가 종영된지 꽤 오래 되었음에도 그 주제가만 들으면 여전히 온몸으로 반응하게 만드는 <우/정/사> o.s.t를 들으며, 드라마 배경 음악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요즘 나오는 드라마들 중엔 배경 음악이 너무 별로여서 실망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새삼 최진영이 직접 프로듀싱하고 주제가를 부른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의 주제가가 참 완성도가 높았단 생각이 든다. 이 드라마의 전반적인 톤이나 감성과 참 잘 어우러졌으니 말이다..

한 사람만 잘하면 되는 '소설'과 달리, '드라마'라는 장르는 여러 파트의 사람들이 다 함께 잘해야 진정 완성도 높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인데.. 작가의 대본 & 감독의 연출 & 역할에 딱 떨어지는 이미지의 배우 캐스팅과 연기 & 드라마의 전반적인 톤 & 극의 집중을 도와주는 배경 음악(o.s.t) 등 여러 면에서 두루두루 다 궁합이 잘 맞는데다, 마지막 장면까지 너무 강렬했고 여운이 많이 남는 <다모>나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와 같은 드라마는 바로 그러한 여러 요건들을 두루 갖추었기에 수많은 드라마 매니아들의 깊은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posted by 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