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폴리스

고전 소설 주인공 '효녀 심청'은 실존 인물?

타라 2012. 5. 8. 11:27
해마다 '어버이날'이 되면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 나는 나는 높은 게 또 하나 있지.."  or "진 자리 마른 자리 갈아 뉘시고~"  가사가 나오는 어버이날 노래가 생각나면서, 더더욱 효도해야 되겠단 마음을 먹곤 한다. 우리 나라에서 '효(孝)' 하면 자연적으로 떠오르는 인물이 '어린이용 동화에도 나오고 학교 교과 내용 중에도 등장한 바 있는 효녀 심청'이라 할 수 있는데, 오래 전부터 이 인물이 '꾸며진 이야기물'의 주인공인 걸로만 알고 있었으나 의외로 '실존 인물'이었단 사실을 알고 놀란 적이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한국의 고대 소설 <심청전(沈淸傳)>의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기 때 어머니를 여의고 눈 먼 아버지 밑에서 자라난 '심청'은 지극 정성으로 맹인 아버지를 봉양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스님 한 분이 '공양미 300석을 시주하면 심봉사가 눈을 뜰 수 있다' 말하였는데, 가난한 청이는 '상인들이 인당수 제물로 쓰일 처녀'를 구한다는 소식을 들은 뒤 그들에게서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할 '공양미 300석'을 받기로 하고 자신이 제물이 되기로 결심한다.

늦게 그 사실을 안 심봉사는 슬퍼하며 만류하지만, 청이는 결국 쌀 300석을 시주한 채 상인들과의 약속대로 '인당수'에 뛰어든다. 심청의 효심을 기특하게 여긴 바닷 속 용왕은 그녀를 살려 주었고, 청이는 '연꽃'에 둘러싸인 채 바다 위로 올라오게 된다. 그 때 '지나가던 한 왕'이 우연히 연꽃 속에 잠들어 있는 심청을 발견하고선 그녀에게 반하여 왕비로 맞아들이게 되며, 한 나라의 왕후가 된 심청은 맹인들을 위한 잔치를 벌여 아버지를 다시 찾게 된다. 그 잔치에서 딸의 존재를 알게 된 심봉사는 눈을 번쩍 뜨게 되고, 이후 효녀 심청은 아버지를 모시고 행복하게 잘 살았다..

작자 미상의 '한국 고전 소설'로 알려져 있으며 문학 수업 중 '판소리' 대목에도 나오는 이 <심청전
(沈淸傳)>은 전형적인 권선징악(착하게 살면 복 받는다)과 부모에 대한 효(孝) 사상을 강조하는 이야기물이다. 고전 '소설' 주인공이지만, 비교적 최근에 이 이야기 속에 나오는 '심청'이 백제 시대 때 전라남도 곡성군에 살았던 '실존 인물'이었단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어느 마을에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에 대한 일화가 '구전'되어 전해지다가, 훗날 하나의 소설 작품으로 정착되었다는 것이다.

한국 영화 <효녀 심청>의 한 장면(1972) / 당시, 배우 윤정희가 영화 <효녀 심청>의 주인공 역을 맡았으며, 그 영화로 제 10회 청룡 영화상 '여우 주연상'을 수상하였음..

<심청전>과 관련하여 워낙에 수많은 판본들이 존재하기에 '실화'라 주장되는 그 '구체적인 내용'에 관해선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오래 전 어느 마을에 살았던 '실존 인물 효녀'에 대한 소문 & 관련 일화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전해져 내려오다가 그 기본 뼈대에 세부적인 내용의 살이 붙어 오늘날 많이 알려진 <심청전(沈淸傳)> 스토리를 이루게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실존 인물'로 추정되는 효녀 '심청'의 간략한 이력 ]

출생 : BC 286년 / 고향 : 전라남도 곡성군(옛날의 백제땅 곡나) / 6세 때까지 홀아버지 밑에서 젖동냥의 힘으로 성장함. 이후 16세 때까지 시각 장애인 아버지(심봉사)를 지극히 봉양하며 살았던 심청은 마을 사람들에게 '효녀'로 칭찬 받았으며, 그녀의 효심이 저 멀리 중국에까지 알려졌다고 함..

최종적으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갖게 된 <심청전> 줄거리 자체가 '바닷 속 용궁이 나오고, 꽃보다 체중 면에서 훨씬 무거운 사람이 연꽃을 타고 바다 위로 올라온다'는 대목이 등장하는 등 약간의 <판타지적인 내용>이 존재하는 데다가, 맹인 홀아버지 밑에서 가난하게 자랐던 청이가 결국 왕의 눈에 띄어 '한 나라의 왕후'가 된다는 <신분 상승의 신데렐라> 이야기가 결합된 내용이다.

항간에 '눈 먼 아비를 놔두고 인당수에 빠진 심청'이는 불효녀가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 이 이야기의 본질은 그것이 아니라 '효녀 심청이 스스로 희생하여 아버지의 장애를 고쳐 주려는 갸륵한 마음을 먹었다'는 데 있는 게 아닐까 한다. 어린 심청이 입장에선 결혼도 안했고 자식을 안낳아 봤으니, 자식이 먼저 죽으면 부모 마음이 어떨지 온전히 헤아리기 힘들기도 했을 것이고 말이다.. (그것 자체에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긴 하지만) 청이는 공양미 300석으로 자기 아버지 눈만 나으면, 건강해진 아버지가 다른 여자랑 재혼해서 가정 꾸리고 그 나름대로 잘 살았을 거라 믿었을지 모른다.


최근에 제기된 주장처럼 설사 <심청전>이 '실존 인물'의 일화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해도, 그녀의 세부적인 삶의 이력은 '비현실적인 판타지에, 극적인 신분 상승 에피소드가 나오는 고대 소설' 속 심청과는 사뭇 달랐을 것 같다. 허나 '핵심적인 주제'는 똑같지 않을까- 오늘날 '심청이 실제로 태어났다고 알려져 있는 마을'에선 관련 축제를 열고 효(孝)와 관련한 다양한 문화 행사를 벌이고 있는데, 굳이 심청의 마을 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부모에 대한 효(孝)의 미덕'을 강조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얼마 전 '교복 입은 학생(청소년)'들이 친구들끼리 모여 자신의 부모에 대해 상식적인 기준을 넘어선 막말을 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요즘 자녀들은 집에서 외동인 경우가 많고 부모들이 무조건 '오냐 오냐~' 하면서 키우니까 자기가 최고인 줄 알고 '자신의 부모'에게조차 버릇없게 구는 애들이 많은 것 같다.

고전 소설의 주인공이자 실존 인물일지 모를 '심청(沈淸)'의 경우처럼 그렇게 지극한 효심까지는 아니더라도, 요즘 젊은이들이 '낳아서 길러준 부모'에 대한 기본적인 '효'의 도리는 다 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지금 '성장기 아이들'을 키우는 세대는 <(자신의) 부모에게 효도하는 마지막 세대 & (자신의) 자식에게 효도를 못 받는 첫 세대>라는 서글픈 말이 있던데, 그 말처럼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강조해 왔던 효(孝)의 가치'가 점점 퇴색되거나, 힘들게 자식을 키워 놓아도 그 자식이 크면 저 살기 바빠서 부모를 나몰라라 하는 '이기적인 자식들의 세상'이 올까봐 살짝 걱정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