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폴리스

'도플 갱어', 내 몸 밖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나?

타라 2012. 5. 2. 11:52
도플 갱어(double goer)의 원어는 독일어 'Doppelganger'로,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이란 뜻을 갖는다. 일종의 '분신 복제'인 셈이다.('빙의' 하고는 확연하게 다른 개념이다.)

이 '도플 갱어'란 말은 오래 전부터 독일에서 전해져 내려왔던 '민담'에서부터 처음 사용되었다. 쉽게 말해, 동일한 시/공간에서 특정인과 똑같은 환영을 보는 현상을 의미한다. 즉 '장동건 or 배용준'이란 사람이 눈 앞에서 자기랑 똑같이 생긴 또 다른 '장동건과 배용준'을 보게 되는 것이다.


현대의 심리/정신 분석학적 용어로 오토스카피(Autoscopy-자가시(自家視) 현상/자기상 환시)라고도 하며, 요즘엔 '어떤 사람이 정신적으로 크나큰 충격을 받았을 때 제어력을 상실하여 생기는 정신 질환의 일종'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비슷한 용어로, 스코틀랜드에서 사용하는 '레이드(wraith) or 패치(fetch)란 말이 있다.

그런데.. 이 도플 갱어 중 한 쪽 분신은 당사자에게만 보이는 '투명 인간(?)'인지라, 그를 목격했을 때 '본인'은 놀라 까무라치지만 '옆에 있는 사람'은 그 사람이 왜 놀라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희한하게도 '도플 갱어'를 목격한 사람 중 '여성'은 잘 없고, 대부분이 '남성'이라고 한다.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단편 소설 <윌리엄 월슨>에도 이 '도플 갱어' 주인공이 등장한다.(자신인지도 모른 채, 정신 이상자로 보이는 주인공 윌슨이 '도플 갱어=자신'을 찔러 죽이는 결말..) (뮤지컬을 통해)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로버트 루이스 스티브슨(Robert Louis Stevenson) 원작의 <지킬 앤 하이드> 같은 작품도, 따지고 보면 '도플 갱어'를 주 소재로 한 이야기이다.


'미남' 배우 알랭 드롱처럼 생긴 젊은 남자가 그와 똑같이 생긴 '또 다른 자신=도플 갱어'를 보면, 너무 잘생겨서 반할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영화나 문학 작품 소재로도 종종 쓰이는 '도플 갱어(double goer/Doppelganger)' 이야기 중엔 은근히 '동성애물'도 많다고 한다.

도플 갱어가 생겨난 '원인'에 대해 여러 가지 카더라설이 존재한다. 그 중 '(영혼이 2개라는) 영혼 복수설'이 아주 흥미진진하다. 이것은 이집트에서 유래된 것으로, '인간의 영혼은 Ba(육신이 죽으면 저승으로 가는 영혼='저 세상'용 영혼)과 Ka(살아있을 때 인간의 삶을 이뤘던 영혼='이 세상용' 영혼)으로 이뤄져 있는데, 그 중 Ka는 한 사람이 죽어서 육신이 사라지게 되면 저승으로 가지 않고 유령이 된다'고 한다.

살아있을 때에도 Ka(이 세상용 영혼)는 그 사람이 <잠자고 있을 때> 막 떠돌아 다니기도 하며, 그게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꿈'이다. 드물게 이 Ka가 사람이 <깨어있을 때> 육체에서 나와 활동할 때도 있는데, 이것이 바로 앞에서 말한 '도플 갱어'..


'흥부'를 예로 들어 보면, 이 도플 갱어의 경우엔 원래의 흥부 성격과는 '정반대(놀부 성격)'로 나타나기도 하고, 평소 흥부가 바랐던 '이상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한다.

특정인이 또 다른 자신을 보게 되는 '도플 갱어'는 흔히 그 사람이 곧 죽을 것임을 암시하는 등 '죽음'과 연관된 경우가 많지만, 때론 도플 갱어를 목격하고서 오래 사는 사람들도 있다. 도플 갱어를 목격하고서도 거기에 호들갑 떨거나 두려워 하지 않고 '그러려니~'하며 자연스럽게 그 존재를 받아들이는 사람들 중엔, 죽음을 면하는 이들도 있는 모양이다.

어떤 학자의 주장에 따르면, 도플 갱어가 '또 다른 공간이나 시간에서 온 자기 자신'이란 설도 있다. 요즘 이런 쪽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저서들을 자주 읽고 있는데.. 인간이 '육신을 입고 생활하는 이 세상=물질 세계'를 살다가 죽으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세계(4차원 세계)를 만나게 된다고 한다.

이승에서 살다가 죽으면 '육체'는 사라지고 '영혼'만이 남는데, 이 영혼들이 사는 세계엔 '시간'이란 개념이 따로 없다.(그래서 '과거'로도 가고, '미래'로도 가 보는 등 자기 마음 꼴리는 대로 떠돌아 다닐 수 있는...) 또한, 그 세계에는 '시간'이란 개념 자체가 없기 때문에 특정한 '공간'을 이동하는 데에 별도의 시간이 걸리지 않는 등 '순간 이동'이 가능하다.(육체라는 몸을 입지 않은 오리지널 '영혼'들은 한국에서 프랑스나 이탈리아까지, 혹은 남극이나 북극까지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는 능력자가 된다는 것-)


도플 갱어(double goer)는 이렇게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자신의) 영혼'이 현재 처해있는 시/공간과 다른 곳에서 떠돌아 다니다가 지금의 그 사람에게 찾아와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는 '또 다른 자신'>인 셈이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Goethe)의 경우, 자신의 몇 년 뒤 모습(도플 갱어)을 만나서 같이 대화를 나누었다는 일화도 있다.

난 가끔, 이 '도플 갱어'가 있으면 '때때로 삶이 더 편리해질 때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사람들이 '너무 바빠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라고 할 때나 '24시간이 너무 짧다', '체력이 딸려서 정해진 일을 다 못하겠다' 할 때에 자신의 분신인 '도플 갱어'가 나타나서 (그 사람이) 하루 사이에 해야할 일을 반반 나눠서 일 처리를 한다면, 그건 꽤나 '생산적이고 효과적인 도플 갱어'가 될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