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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어떤 극에서든 이야기 중심은 '메인 주인공'에게 있고 '서브 주인공'이나 '조연'들은 그를 빛나게 해주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언젠가부턴 그런 류의 구분이 무의해지고 있다. 조연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 심지어는 잠깐 나왔다 사라지는 카메오나 단연 배우들이 주인공 보다 더 큰 강렬함을 선사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 것이다.

예를 들어 작년 드라마 <추노>에 나왔던 조연 캐릭터 천지호(성동일)는 주연급 배우들 못지 않은 엄청난 존재감을 자랑했으며, 재작년에 방영된 수목극 <아이리스>에서의 서브 여주인공 김선화(김소연)는 메인 여주인공이었던 최승희(김태희)보다 훨씬 임팩트 큰 연기로 대중들의 호평을 받았을 뿐 아니라, 한동안 활동이 지지부진했던 김소연은 그 드라마 출연 이후 메인 주인공급으로 다시 올라서기도 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사실 요즘엔 극 안에서 '주연' 포지션인가 '조연' 포지션인가에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진 않다. 오히려, 분량에 관계 없이 특정한 이야기물 안에서 형상화된 <캐릭터>가 매력 있나 없나가 훨씬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아울러 그 캐릭터를 소화해야 할 배우의 <연기력>도 중요하다.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 새 수목극 '공주의 남자' 주인공(승유, 세령)

향후에 방영될 예정인 국내 드라마들 중에선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수목극 <공주의 남자>가 가장 기대되는 느낌인데, 원래 '사극'이나 '시대물'을 좋아하는 데다가 조선 시대 '실존 인물'을 극의 주요 캐릭터로 설정한 이 극의 여러 요소들이 큰 흥미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홍보하기론 이 드라마를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널리 알리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음악'적인 요소가 좋은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인해 그 작품 자체를 꾸준히 좋아하고 있긴 하지만 그 안에서 선호하는 캐릭터는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주인공이 아니라 '티볼트'나 '머큐시오' 같은 조연 캐릭터였다.

곧 선보이게 될 '조선 시대판 로미오와 줄리엣' 설정의 드라마 <공주의 남자>에서도, 미리 접한 예고편이나 하이라이트 영상을 통해 더 끌리는 캐릭터는 주인공 로미오(승유)나 줄리엣(세령)이 아닌 조연 or 서브 여주인공 캐릭터이다. 본격적으로 뚜껑 열린 게 아니기 때문에 아직까지 확신할 순 없지만, 이런 저런 요소를 종합해 봤을 때 메인 주인공이 아닌 '경혜 공주' 캐릭터가 상당히 매력 있게 느껴진다.

'캐릭터' 자체의 매력 뿐 아니라 배우의 '연기력' 면에서도 조선판 줄리엣인 '세령' 역의 문채원 보다는 그동안 사극에서 작은 역으로 꾸준히 내공을 쌓아 온 '경혜 공주' 역의 홍수현 쪽이 훨씬 안정적이다. 아직 몇 장면 소개되지 않았지만, 그 몇 장면에서조차 살짝 국어책 대사를 치고 있는 어설픈 연기의 문채원 보다는 홍수현의 연기가 훨씬 급수가 높아 보이는 것이다.

새 수목극 <공주의 남자> 속 '경혜 공주'


새 수목극 <공주의 남자>에서 홍수현이 연기하게 될 '경혜 공주(敬惠公主)'는 조선 시대 실존 인물로, 실제의 그 삶 자체가 꽤 파란만장했던 인물이다. 조선의 4대 임금인 세종 대왕이 슬하에 자녀를 꽤 많이 두었으며, 그 중 5대 임금인 '문종'과 '수양 대군(=세조)'은 세종의 아들들이다. <공주의 남자>에 나오는 이 '경혜 공주'는 문종 임금의 장녀이며, 문종의 뒤를 이어 왕이 된 '단종'은 경혜 공주의 남동생이다.

어린 나이에 보위에 오른 경혜 공주의 동생 '단종'은 즉위한 지 3년 만에 폐위되면서 숙부인 '수양 대군'에 의해 왕좌를 빼앗긴다. 조선 최초의 반정이라는 이 '세조 반정'에서 한명회, 신숙주 등이 단종파에 있던 신하 김종서 등을 제거하고 수양 대군을 왕으로 추대하게 되는데, 드라마 <공주의 남자>에선 야사에 수양 대군 딸과의 로맨스가 있었다는 '김종서의 손자'를 '김종서의 아들'로 설정하여, 그가 수양 대군(=세조)의 딸 세령과 '로미오와 줄리엣'식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세조 반정' 때 수양 대군이 김종서를 죽이게 되니, 극 중 김종서 아들인 승유와 수양 대군 딸 세령은 '원수 집안의 아들과 딸'인 셈이다. 여기에 세령(문채원)을 연모하는 신숙주 아들 신면(송종호)이 승유와 삼각 관계를 이루게 되고, 승유(박시후)라는 남자를 두고 세령과 경혜 공주가 또 삼각 관계를 이루는 모양이다. 그런 경혜 공주(홍수현)를 사랑하는 남편 정종(이민우)이 등장하지만, 그는 결국 단종의 편에 서다가 세조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모양이다.(여기서의 '정종'은 조선 2대 왕인 그 '정종'이 아님)

새 수목극 <공주의 남자> 속 정종(문종의 사위) & 경혜 공주


조선 5대 임금 '문종'의 장녀인 '경혜 공주'는 원래 왕의 딸, 즉 '공주' 신분이었고 참판 정충경의 아들인 정종은 '공주의 남편(부마)'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경혜 공주 아우인 '단종'이 폐위되고 숙부 '수양 대군'이 반란을 통해 왕이 된 뒤 정종(경혜 공주의 남편)은 '단종의 복위'를 도모하다가 결국 사약 받아 죽게 되고, 그 후 정종 사이에서 난 아들과 함께 남게 된 경혜 공주는 재산을 몰수당한 뒤 '공주관비(천민)'의 신분으로 전락하는 비운을 겪게 된다. 비록 남편 정종의 <단종 복위 운동>으로 세조에 의해 천민 신분으로 떨어졌지만, 경혜 공주는 순천 관비 시절에도 왕족의 꼿꼿함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훗날엔 '세조(수양 대군)'가 '경혜 공주'에게 다시 재산과 노비를 하사하고 그녀의 아들도 작은 벼슬에 올랐다는 걸 보면, 그래두 조카라고 세조가 경혜 공주를 영 홀대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단종 복위'의 움직임이 일자 단호하게 '친형의 아들이자 조카인 단종'을 죽여버린 그였으나, 그랬던 세조가 즉위 기간 내내 그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하니 영 비정한 사이코패스 유형의 인간은 아닌 것 같기도... 그놈의 '왕좌에 대한 욕심'이 그로 하여금 '패륜 행위'를 저지르게 한 것이다.

우리 나라에 그동안 '왕'을 주요 인물로 한 사극은 많았으나, 서양 동화에 단골로 나왔던 '공주'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극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공주'를 주요 인물로 하여 다음 주에 방영될 <공주의 남자>에서 그 주인공 '공주'는 비록 세조 임금(=수양 대군)의 딸인 세령 공주(문채원)이고 그녀가 원수 집안 남자인 승유(박시후)를 사랑하게 되는 것이 주된 내용이지만, 또 다른 임금(문종)의 딸이자 '왕족~천민'의 신분을 두루 겪은 파란만장한 삶의 실존 인물 경혜 공주(홍수현) 이야기도 무척 기대된다.

'주인공' 보다 '조연' 캐릭터가 더 빛난던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개인적으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셰익스피어 원작의 '로미오와 줄리엣' 스토리는 이제 너무 식상하여, 직접 공연도 보고 비교적 최근까지 공연 실황 DVD도 종종 감상하고 있는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를 통해 정작 '비극적인 로맨스'를 보여주는 진부한 사연의 주인공 '로미오'와 '줄리엣' 캐릭터에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한 채 오히려 '조연' 캐릭터들에게서 깊은 인상을 받았는데, 국내 드라마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할 수 있는 신작 사극 <공주의 남자>에서도 왠지 그럴 조짐이 보인다.

물론 '주인공'이니까 주연 캐릭터에게 많은 공을 들이겠지만, 그럼에도 모든 장르의 극에서 '주연 못지 않은 조연' or '주인공을 뛰어넘는 조연 캐릭터'는 요즘 트렌드이기도 하기에 '예고편'에서 이미 조연급 배우들이 더 돋보이는 <공주의 남자> 역시 그 흐름을 탈 가능성이 크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여러 면에서 '이제는 일반 대중들에게 다소 진부하게 느껴지는 로미오 & 줄리엣' 캐릭터를 연기하게 될 이 극의 주연 배우들(박시후, 문채원)이 조연 캐릭터에게 밀리지 않으려면 많이 분발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posted by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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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Edit/Del  Reply Favicon of https://daoloth.tistory.com BlogIcon 에바흐

    제가 홍수현 완전 사랑합니다.
    시놉시스 보고 별로였다가, 예고편에서 홍수현이
    상당히 살벌한 모습을 보이는 걸 보고 앗싸했답니다. -ㅅ-

    2011.07.15 19:26 신고
    •  Addr  Edit/Del Favicon of https://prorok.tistory.com BlogIcon 타라

      예고편 보니까, 나름 기대되던데요..? 부디 본 방송도
      괜찮은 퀄러티로 잘 만들어진 거였음 좋겠어요.. ^^;

      2011.07.15 19:37 신고
    •  Addr  Edit/Del Favicon of https://daoloth.tistory.com BlogIcon 에바흐

      레드원으로 찍어서인지 때깔도 예술이었구요.
      사실 레드원이나 알렉사같은 HD의 2배를 훨씬 넘는
      화질의 카메라로 찍으면, 여배우든 남배우든
      다 이쁘고 멋있게 나오죠. 일단 비주얼 측면에서는
      재미를 확보했다고 봅니다.

      2011.07.15 19:46 신고
    •  Addr  Edit/Del Favicon of https://prorok.tistory.com BlogIcon 타라

      그래서 때깔이 남다른 거였군요~
      완전 기대된다는.. ^^

      2011.07.15 20:23 신고
  2.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011.07.15 20:50
    •  Addr  Edit/Del Favicon of https://prorok.tistory.com BlogIcon 타라

      예전에, 저두 가본 적 있는 곳이네요...
      항상 감사드립니다.. 새로이 찾아 온 7월의 주말,
      행복으로 가득 채워지길 바랍니다~ ^^

      2011.07.15 21:07 신고
  3.  Addr  Edit/Del  Reply Favicon of https://dangjin2618.tistory.com BlogIcon 모르세

    항상 관심에 감사를 드립니다.행복한 시간이 되세요

    2011.07.15 22:35 신고
  4.  Addr  Edit/Del  Reply 표야

    안녕하세요,,
    저 타라님 글,,너무 읽고 싶은데,,
    지금 눈에 안 들어오네요,,
    다녀와서 여유로울 때,,,읽을려고 아껴두고 갑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인사드릴려고 들렸습니다,,

    2011.07.16 12:12
    •  Addr  Edit/Del Favicon of https://prorok.tistory.com BlogIcon 타라

      저두 가끔씩 다른 분들 공간에 갔다가,
      여유를 갖고 다시 읽어볼려고 왔다 갔다
      할 때 있어요...

      다가오는 새로운 한 주간동안 즐거운 일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

      2011.07.16 20:47 신고
  5.  Addr  Edit/Del  Reply 붉은비

    원작소설에서 승유는 아마 김종서의 손자로 나왔을 겁니다.
    제가 알기로는 실존 인물은 아니었을 거예요.
    [성균관 유생의 나날들]이 빅히트를 치면서 로맨스소설 쪽에서
    조선시대 배경의 작품들이 유행을 했었는데 이 [공주의 남자]도
    그런 작품의 하나였죠.
    작품의 수준은 [성균관...]보다 한참 떨어집니다.
    그래서 드라마도 전~혀 기대가 안 된다지요.-_-;

    2011.07.22 14:32
    •  Addr  Edit/Del Favicon of https://prorok.tistory.com BlogIcon 타라

      아, 그렇군요.. ^^; '실존 인물'이 아니라
      '소설' 속에 나온 캐릭터인가 봐요..?

      해당 드라마의 대본도 되게 수준이 높아 보이진 않던데,
      원작에서부터 이미 약간의 한계가 있는 내용인가 봅니다..
      ('화면 때깔' 만큼이나, 극의 '구체적인 스토리'는 더더욱
      좋아야 할텐데 말이지요..,)

      2011.07.22 19:00 신고
  6.  Addr  Edit/Del  Reply Favicon of https://bongworld.tistory.com BlogIcon 봉봉♬

    꺄~!! 요즘 최고의 사랑 이후로 드라마 끊고 있었는데
    이런 드라마가 하고 있었군요! 한번 봐야겠어요!
    검색해보니 호불호는 갈리는 듯 한데...
    내가 먼저 보지 않고서는 판단 할 수 없음입니다!^0^ㅋㅋ

    2011.07.26 21:33 신고
    •  Addr  Edit/Del Favicon of https://prorok.tistory.com BlogIcon 타라

      아직 시작한 지 얼마 안돼서, 갸우뚱~하는 시선들이
      있더라구요~ 부디, 기대에 부응하는 드라마가 되었음
      좋겠습니다.. ^^

      2011.07.27 01:12 신고
  7.  Addr  Edit/Del  Reply 대학생(21)

    비평 정말 잘하시는 것 같아요. 저도 글 잘쓰고 싶은데..

    2011.07.29 12:15
    •  Addr  Edit/Del Favicon of https://prorok.tistory.com BlogIcon 타라

      과찬이세요.. ^^; 님두, 충분히 잘 쓰실 것 같아요~
      책 많이 읽고, 자주자주 부지런히 쓰다 보면, 충분히
      글 잘쓰는 분 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2011.07.29 23:18 신고
  8.  Addr  Edit/Del  Reply 지나가는 이

    글 잘 읽었습니다~ 요즘 공남의 인기가 장난이 아니더라구요....근데 실제 정종은 사약이아니고 능지처참으로 사지가 찢겨 죽었다고 알고있습니다 ㅠㅠ
    여튼 경혜공주와 정종의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신선하게 느껴지는듯 합니다 ㅋㅋ

    2011.08.07 16:29
    •  Addr  Edit/Del Favicon of https://prorok.tistory.com BlogIcon 타라

      어머, 진짜요..? ㅠㅜ N 백과 사전엔 종이씨가
      사약 받고 죽었다고 나오던데, 능지처참이라니..
      수양대군(세조 따위~ ;;) 완전 나쁜 놈이네요~

      조카 딸도 딸이고, 조카 사위도 사위구만..
      자기 왕노릇 하는데 정당한 태클 좀 걸었다고
      그렇게 잔인하게 죽이다니~

      김영철님의 훌륭한 연기력과는 별개로,
      역사 속의 수양은 좀처럼 예뻐할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도 알고 보면
      뮤지컬 <티볼트와 머큐시오>였는데...
      드라마 <공주의 남자>의 경우엔,
      드라마 <(경혜) 공주의 남자 (정종)>이
      될 가능성도 있겠군요... 한 회에 5분만
      나와도 그 '미친 존재감'이라니~

      역시.. '양'보다 '질'인 걸까요..? ^^;

      2011.08.07 19:35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