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앞에서

동화 삽화가 '에드몽 뒤락'의 환상 세계

타라 2016. 8. 30. 23:37
예전에 뮤지컬을 보러 갔다가 뒤에서 추임새 넣는 '앙상블' 무리 중에서 마스크가 굉장히 괜찮은 여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솔직히 '미모'만으론 그녀가 오히려 여주인공으로 나온 배우보다 훨씬 낫던데(그 극의 여주인공 캐릭터 자체가 '미모를 요하는 역'이었음), 왜 맨날 주인공 하는 처자는 따로 있고 '이미지' 상 그 역할에 별로 맞아 보이지 않는 여배우가 주인공인 걸까...나름 심각한 생각에 빠져들어 본 적이 있다.


내가 만약 기획사 사장이면, 마스크 신선한 그런 배우를 발탁해서 주요 캐릭터로 기용했을 것이다. 그녀가 만일 춤만 추는 '댄서'였으면 '아, 노래가 안되니까 그렇구나..'라고 생각했을테지만, 그 때 본 여배우는 분명 '댄서'가 아닌 <일정 수준의 노래 실력을 갖춘 앙상블> 일원이었다. 그 작품의 앙상블 자체가 약간 '난이도가 있는 노래'를 소화해야 했기에, 그 때 본 '마스크 좋은 무명 여배우'가 주요 캐릭터의 곡을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노래 실력이 나쁘다고는 볼 수 없었다.


요즘엔 TV 드라마 같은 걸 봐도 '저 캐릭터에 저 이미지는 정말 안 어울리는데?' 싶은 배우들이 종종 발견되곤 한다. 또한, 주연 배우보다 조연 배우가 더 잘생기거나 예쁜 경우가 요즘엔 꽤 많다.(별로 안생긴 주연 배우는 빽이 좋아서 주인공이고, 외모가 훌륭한 조연 배우는 빽이 없어서 조연인 건진 모르겠지만...) 그러한 이유로, 특정한 극에 나오는 '캐릭터'를 최대한 그 이미지에 맞게 '그림'으로 묘사하는 극(굳이 이름 붙이자면 '화극') 같은 걸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나마 작가가 일정한 '기/승/전/결 구조의 이야기'를 가진 글도 쓰면서 '해당 캐릭터의 이미지'에 맞는 그림으로써 그 역할을 딱 떨어지게 구현할 수 있는 '만화'가 있긴 하지만, 홀로 처리해야 될 '작업량'이 너무 많고 '정적'인데다 '흑백'이어서 약간의 한계가 있다. 또한, 장면 구성을 글로써 보다 세밀하게 묘사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이야기의 결이 제대로 살아있는 건 아무래도 텍스트로 무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소설' 쪽인데, 어른용 소설엔 글만 빼곡하게 있는 경우가 많아서 좀 심심하게 느껴진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 봤던 동화책처럼 어른용 소설에도 매 장마다, 아님 한 두 장에 한 번씩 <삽화> 같은 게 들어가 있으면 좋으련만...


개인적으로 프랑스 출신의 동화 삽화가 에드몽 뒤락(Edmund Dulac/Edmond Dulac)의 일러스트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는데, 어른들이 읽는 이야기물(소설책)에도 그런 재능 있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의 '멋진 삽화'가 들어가 있으면 글을 읽는 재미가 참 크겠단 생각이 들었다. 


[ 프랑스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에드몽 뒤락(Edmond Dulac)'의 삽화 1 ]

Blue Bird


Snow Queen


Princess Badoura 1


Eldorado 

Firebird


1882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에드몽 뒤락은 '일러스트의 황금기'라 불렸던 시기(19C 후반~20C 초반)에 영국에서 활약한 삽화가로 덴마크의 케이 닐센, 영국의 아서 래컴과 함께 <3대 일러스트레이터>로 꼽혔던 인물이다. 주로 어린이들이 보는 '동화 삽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때론 어른용 삽화도 작업했다.


에드몽 뒤락(Edmund Dulac)이 그린 삽화들을 보면, 한 가지 톤을 고수하기 보다는 각 이야기의 특징에 맞게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천일야화>에서 중국 여인이 등장하는 '바두라 공주(Princess Badoura)'처럼 동양적인 풍의 삽화도 꽤 인상적으로 묘사했고, <안데르센 동화> 등에 나오는 서양풍 삽화도 그의 작품에선 우아하면서 아기자기한 매력이 느껴진다.


[ 프랑스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에드몽 뒤락(Edmond Dulac)'의 삽화 2 ]

Sleeping Beauty 


Rubaiyat of Omar Khayyam


Arabian Nights


Princess Badoura 2 


Dreamer of Dreams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전 '에드몽 뒤락'이 원래 법학도였다고 하는데, 그가 만일 법조계로 진출했다면 대중들이 그의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작품을 접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에드몽 뒤락(Edmond Dulac)은 <눈의 여왕> <인어 공주> <미녀와 야수> <심밧드의 모험> <푸른 수염> <왕자와 공주> <신데렐라> 같은 '동화' 뿐 아니라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한 일러스트도 많이 남겼다.


에드몽 뒤락(Edmond Dulac)


유아기 땐 '텍스트의 양이 많아지는 동화책'으로 가기 전 '그림 동화책'부터 보기 시작한다. 그 이후에 보게 되는 '초등 학생용 명작 동화'에도 '그림 동화' 만큼은 아니지만 '일정 양의 그림(삽화)'이 존재했는데, 그런 것들이 특정한 캐릭터를 파악하고 무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혀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장면 장면을 상상하는 건 너무 막막한 것에 반해, '동화 삽화가'들이 그려놓은 약간의 일러스트는 때로 그 막막한 상상의 길잡이 역할을 해줄 수도 있기에 말이다.. 


특정한 출판사 & 특정한 작품의 '삽화'를 담당하는 일러스트레이터(Illustrator)와 비교적 궁합이 잘 맞다면, '대체로 주인공 하는 사람만 주인공으로 나오기에 더 이상의 신선함도 없고, 특정한 캐릭터에 대한 <씽크로율>이 잘 맞는 배우를 만나기 무지 힘든 뮤지컬이나 TV 드라마 같은 극'에 비해 '삽화 들어간 소설' 류의 이야기물이 극을 감상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만족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현실 세계에서 '고정된 이미지의 실물'로서만 존재하는 연기자들에 비해, 일러스트레이터의 손끝에서 탄생되는 '캐릭터에 대한 이미지'는 언제 어느 때든 무한 변형이 가능하고, 마음만 먹으면 '특정한 이야기물에 나오는 등장 인물'과 씽크로율 100%로 맞춰서 구현해낼 수 있기에 말이다..


3대 일러스트레이터 '아서 래컴'의 작품 세계

3대 일러스트레이터 '케이 닐센'의 삽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