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폴리스

전설의 삼족오, '까마귀'에 관한 오해

타라 2012. 7. 9. 22:10
우리 나라에선 언젠가부터 '까치'를 길조(吉鳥)로 바라보고 '까마귀'를 흉조(鳥)로 여겨 왔기에, 그런 말을 듣고 자란 입장에서 까마귀가 울면 괜시리 안좋은 기분에 휩싸이곤 했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까마귀'는 원래 흉조가 아니었다고 한다. 서양의 어느 곳에 가면 행운의 새라 여겨지고 있으며, 우리 조상인 한민족에게도 원래는 친근한 새에 속했다고 알려져 있다.
 


예전에 방영된 <주몽>이나 <태왕사신기> 같은 사극을 보면 고구려의 국조로 '삼족오(三足烏)'가 등장한다. 이는 '발이 세 개 달린 까마귀'로, 그것이 '천(天)/지(地)/인(人)'의 삼신 사상을 나타낸다는 해석과 '태양신(해신)'을 뜻한다는 해석이 존재한다. 고구려 벽화에서도 '삼족오' 문양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삼족오 문양에 나오는 새가 까마귀가 아니란 설도 있고, 이것에 관한 건 기록마다 조금씩 다르다.)

우리 선조들은 까마귀를 '하늘과 사람 사이를 연결시켜 주는 존재'로 여겼으며, 견우 직녀와 관련한 <칠석 설화>에서도 까마귀는 까치와 함께 오작교를 만들어 그들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랬던 까마귀가 한국에서 '흉조'로 오인되어 전해지게 된 것은 중국과 일본의 영향 때문이었단 말이 있다.


과거, 고구려에 패한 한족(중국 민족)이 고구려군의 상징이었던 '삼족오'를 의도적으로 깎아내렸다는 설과 일본 제국주의 시대 때 그들이 '(한국에서 길조로 여겨지던) 까마귀는 흉조라는 소문'을 퍼뜨렸다는 설이 존재하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도 '까마귀'의 위상은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며, 영어를 사용하는 서양에선 지금도 까마귀에게 왕권을 상징하는 'Crow'라는 이름을 붙여서 사용하고 있다.

자식이 성장한 뒤, 어버이께서 길러준 은혜에 보답한다는 '효심'을 나타내는 동양권의 사자성어 '반포지효(反哺之孝)'에서의 '반포(反哺)'가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사냥할 힘이 없어진 늙은 부모 새에게 먹이를 물어다 먹인다>는 뜻을 담고 있는 말이다. 그만큼 까마귀는 효성이 지극한 편이고, 무리 내에서 '많은 경험을 축적한 나이 든 까마귀'를 공경하는 습성을 갖고 있는 새이다.


여러 연구 결과에 의하면, 새들 중에서 IQ가 가장 높은 것도 '까마귀'이다.(조류 중에서 가장 머리가 나쁜 새는 비둘기, 타조 등이라 한다.) 영장류에 속하는 '침팬지'와 비슷한 수준으로, 조류에 불과한 '까마귀'들도 도구를 만들어서 사용할 줄 아는 놀라운 지능 수준을 갖추고 있다. 보통 머리 나쁜 사람들을 두고 '조두(새머리)'라는 농담을 하곤 하는데, 비교적 지능이 높은 '까마귀'는 그 머리 나쁜 조류에서 살짝 동떨어진 '똑똑한 새'인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문명을 이룬 수메르인들 사이에선 원래 비둘기가 아닌 '까마귀'가 '평화의 상징'이었으나, 히브리인들이 까마귀가 육식을 한다는 이유로 비둘기로 대체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육식을 한다곤 하지만, 실상 까마귀는 곡식이나 벌레를 주식으로 삼고 있다.


국조 '삼족오'에서도 알 수 있듯, 우리 선조들 사이에서도 까마귀는 원래 '진귀한 존재 & 경외의 대상이었다. 고구려 뿐만이 아니라 단군 조선(고조선)이나 북부여에서도 신성한 의미를 가진 존재였다 알려져 있는데, 세 발 달린 까마귀=삼족오는 '천/지/인' 뿐 아니라 '환인/환웅/단군'으로 해석되기도 했었다. 여러 정황으로 봤을 때, 서양의 고대 문명권에서 그리 인식되어진 것처럼 우리 한민족 사이에서도 '까마귀'에 대한 주된 이미지는 '흉조(凶鳥)'가 아닌 '길조(吉鳥)'였을 가능성 농후하다.

머리 좋고, 효심이 지극하고, 신성과 평화의 상징이었던 그 '까마귀'가 오늘날에 와서 대다수의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불운을 안겨다 주는 존재'로 알려지게 된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