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폴리스

한국 동화 주인공 '온달과 평강 공주'는 실존 인물?

타라 2012. 6. 11. 23:32
얼마 전 그 누군가들이랑 한국 전래 동화의 단골 이야기이자 최근엔 뮤지컬(마당 놀이)로도 나온 <바보 온달과 평강 공주>에 관한 대화를 잠깐 나눴는데, 의외로 '온달'이 실존 인물인지 모르는 이들이 많은 듯했다. 하긴.. 이들은 어린 시절에 우리가 접했던 '동화 이야기'로 많이 알려진 인물이니, 많은 대중들 사이에서 '창작물(꾸며진 이야기물) 속의 가상 인물'이라 여겨지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같기도 하다.


허나, 한국 전래 동화의 주인공인 평강 공주와 바보 온달은 우리 나라 역사 속에 존재했던 '실존 인물'들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삼국 시대의 역사서인 김부식의 <삼국사기(三國史記)>에도 나온다.

온달(溫達)고구려 25대 평강왕=평원왕(or 평국왕) 때 장군으로 활약했던 인물이다.

가난한 집에 태어나 눈 먼 홀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해 구걸하러 다녔던 온달은 그 비루한 행색과 다소 우스꽝스럽게 생긴 외모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바보 온달'이라 불리워졌다. 진짜 모자란 '바보'는 아니고 그저 '순박하고 착한 인물'이었는데, 철없는 애들이 아무리 놀려도 화 한 번 내지 않고 밝고 무던하게 지내자 그렇게 불리워졌던 모양이다.

'바보 온달'에 관한 소문은 평강왕의 귀에까지 들어갔고, 평소 그의 딸이었던 '평강 공주'가 어린 시절 자주 울었던 탓에 평강왕이 "(그렇게 자꾸 울면) 바보 온달에게 시집 보내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었는데, 그녀가 시집갈 나이가 되자 진짜 온달에게 시집 가겠다는 의사를 내비췄다. 원래 공주를 귀한 집안에 시집 보내려 했던 왕은 반대했으나, 평강 공주가 고집을 꺾지 않으며 '왕이 한 입으로 두 말하면 곤란하다'고 말하자, 노한 평강왕은 그녀를 궁에서 쫓아내었다.

값비싼 보석을 갖고 을 나온 평강 공주(平岡 公主)는 그 길로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온달(溫達)의 집을 찾아갔다. 온달 모자는 처음에 '귀하게 자란 평강 공주'는 비루한 자기 집안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며 거부했으나, 공주의 정성으로 결국 그녀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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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DSE5119 by Visionstyler-Press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활을 쏘는 온달 장군 기마상(단양 구인사의 온달 산성)

영특한 평강 공주(平岡 公主)의 내조 덕분에 꾸준히 글과 무예를 익히고 한 '사냥 대회'에서 큰 활약을 보인 온달(溫達)은 고구려의 장수로 뽑히게 되었으며, 중국과의 전투에서 '무장으로서의 공'을 세워 평강왕의 정식 사위로 인정 받게 됨과 동시에 나라에서 내리는 벼슬을 얻게 되었다.

평강왕이 죽고난 다음인 고구려 26대 영양왕 때, 신라와의 전투에 자진해서 나간 온달 장군은 화살을 맞고 전사하였다. 장사 지낼 때 온달의 관이 꿈쩍도 하지 않았으나, 평강 공주가 와서 을 쓰다듬으며 위로해 주니 그제서야 관이 움직여 무사히 장사 지낼 수 있었다고 한다.(그런 걸 보면, 온달과 평강 공주는 서로를 마음으로 많이 아껴준 사이 좋은 부부였던 모양이다..)


이 이야기를 보면, 사람의 '말'이란 게 참 중요한 것 같다.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달리 있는 게 아닌 것 같은데.. 공주의 아버지는 어린 시절의 그녀가 하도 시끄럽게 울어대니 농담처럼 <바보 온달에게 시집 보내겠다> 한 것인데, 그 을 듣고 자란 평강 공주의  내면 속엔 <온달=내 배필>이란 인식이 단단히 박혀버린 모양이다. 그래서 시집갈 나이가 되자, 진짜 아무 거부감 없이 온달을 남편으로 맞아들인...


언젠가부터 우리 나라 드라마 같은 데에 '남자 하나 잘 만나서 자기 꿈을 이루거나 잘 먹고 잘 살게 되는 신데렐라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동화 속 인물 & 실존 인물이었던 평강 공주는 그와 달리 '본인은 귀하게 자랐으면서, 가난한 집에 기꺼이 시집 가 집안을 일으킨 지혜롭고 훌륭한 여성'이다. 개인적으로 '신데렐라 소재의 이야기'가 이젠 너무 진부하게 느껴져서 그런지, 자기 삶을 스스로 개척하는 '여성주체성'이 강조된 '바보 온달과 평강 공주' 이야기에 더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어쨌든 많은 이들 사이에서 '꾸며진 얘기겠거니~'로 여겨졌던 <신데렐라>나 <바보 온달과 평강 공주> 이야기 모두 '실제로 있었던 인물들'의 실화를 담은 이야기라니, 그런 점 때문에 더 흥미가 간다..


실화였던 '신데렐라' 유리 구두, 원래는 모피 구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