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논란의 잔혹녀 엘리자베스 바토리, 희대의 마녀 or 누명?

타라 2010. 10. 8. 23:47
루마니아 명문가 출신의 Erzsebet Bathory는 우리 나라에선 '엘리자베스 바토리'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에르제베트 바토리 or 에르체베트 바토리'라고 발음해야 되지 않나 싶다. 유럽 쪽에는 '비교적 인지도가 높은 영어, 독어, 불어' 외에도 별의 별 언어들이 다 있다. 이 '에르제베트 바토리' 이름도 헝가리어 'Báthory Erzsébet' 외에 여러 언어로 표기 가능한데, 발음이 다 다른 것 같다.


Erzsebet Bathory(1560~1614)

어쨌든 한국에서 '엘리자베스 바토리'로 알려진 이 여인네는 루마니아(트란실바니아)나 폴란드의 왕을 많이 배출한 명문가 출신의 '실존 인물'로, 각종 문화 컨텐츠에 나오는 '흡혈귀 or 드라큘라' 이야기의 모티브가 된 여성이다. 희대의 잔혹한 마녀였던 그녀에 대해 짧게 요약하자면, 그걸 마시면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엉뚱한 믿음으로 '수백 명의 처녀들을 죽인 뒤 그 피를 마신 엽기적인 행각을 벌인 인물'이다.(실제로 그랬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으나, 그렇다고 알려져 있다.)


엘리자베스 바토리(Erzsebet Bathory)는 당시 '오스트리아 제국의 합스부르크 왕가'와 맞먹을 정도로 유서 깊은 '루마니아 바토리가' 태생의 왕녀였는데, 1602년 남편을 잃고 미망인이 된 그녀는 이후 자신의 소유로 되어 있는  슬로바키아(헝가리, 체코, 오스트리아, 폴란드 인접 지역)의 체이테 성으로 거처를 옮겨 지냈다. 엘제벳 바토리는 '미모와 젊음을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수시로 젊은 처자들을 납치해 잔인하게 고문하거나 죽인 후, 그 피로 목욕을 했다고 한다.

'젊은 처녀의 피'로 목욕을 하면 자신도 젊어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바토리는 농가의 처녀들을 성의 하녀로 사들였고, 한 번 체이테 성으로 들어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흉흉한 소문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자들은 돈을 받고 자신의 딸을 그 성 안으로 들여보내기도 했다.

'엘리자베스(에르제베트) 바토리'가 살았던 성


엘리자베스 바토리는 체이테 성 지하에 갇힌 젊은 처녀들을 자신이 직접 칼로 베거나 그녀들이 (입에 담기 힘든) 각종 잔인한 '고문 기구'로 끔찍한 고통을 감당하다가 죽게 만든 뒤, 그 피로 맛사지 or 목욕을 즐긴 걸로 알려져 있다. 처음엔 젊음을 유지하겠다는 목적으로 그리 한 것이지만, 점점 '붉은 피를 흘리며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다가 죽어가는 여성'을 바라보는 것에서 희열을 느꼈다 한다. 나중엔 피가 부족해서 귀족 딸들에게까지 손을 뻗치다가 꼬투리가 잡히는 바람에 뽀록났다는 설이 있다.

그 일로 재판을 받은 엘리자베스(에르제베트) 바토리는 신분이 높다는 이유로 사형 대신 '종신 금고형'을 선고 받았고, 그녀의 하인들은 참혹하게 고문을 당하다가 화형에 처해졌다. '창문도 없는 컴컴한 탑 꼭대기'에 갇혀서 조그마한 구멍으로 전해지는 소량의 물과 음식만을 먹고 지내던 그녀는 3년 뒤 미모도 사라지고 삐쩍 마른 흉한 몰골로 55세의 나이로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바토리가 즐겨 사용했다고 하는 고문 기구


이 엘리자베스 바토리(Erzsebet Bathory)가 나이 어린 처녀들을 상대로 저질렀다고 하는 갖가지 '잔혹하고 엽기적인 행각'들이 널리 알려져 있는데, 그것이 실제로 그녀가 저지른 일이라기 보다는 특정 세력에 의한 '모함'이라는 설도 있어서 아주 흥미롭다.

에르제베트 바토리는 선해 보이는 인상에, 피부가 환상적으로 뽀얀 우윳빛깔 미녀였다. 게다가, 당시의 군주들을 뛰어넘을 정도로 엄청난 지식과 외국어 능력을 갖춘 여성이었다고 한다.

'종교 개혁'이 일어나는 등 전반적인 면에서 혼란기였던 16세기 유럽은 '마녀 사냥'이 유행하던 시절이었는데, 당시의 권력자들은 대중의 관심을 돌릴 대상이 필요했다.



마침 헝가리 왕도 위협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재산을 소유하고 있었던 미망인 '에르제베트 바토리'가 예쁘고 똑똑하기까지 하여, 그 영향력이 커질까 두려워 하던 남성 권력자들이 그녀에게 누명을 씌워서 제거하고 그 막대한 재산을 차지했다는.. 엘리자베트(에르제베트) 바토리에 관련한 '음모론'이 있다.

실제로.. 당시의 재판 과정이 좀 허술했고, 진짜 증인이 되어줄 만한 그 성 안의 하인들도 죄다 사형 당하는 등 이런 저런 의혹이 있었다 한다. 그녀가 엽기적인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는 증거로 제시된 '지하실에 갇히거나 땅에 묻힌 처녀들 시체'도 조작된 증거로, 교회와 군주 & 남성 귀족들이 에르제베트의 엄청난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그녀를 모함했다는 것이다.



진짜 엘리자베스(에르제베트) 바토리가 수백 명 처녀를 죽여서 말도 안되는 '피의 목욕'을 했는지, 아님 '마녀 사냥'이 유행하던 당시에 그녀의 권력이 커질까 두려워하던 숙적들이 자기들 이익을 위해 바토리를 '천하의 악녀'로 만든 것인지.. 거짓 없는 '진실'은 저 너머에 있는 게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