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에 탄생한 오스트리아산 뮤지컬 <엘리자베트(Elisabeth)>가 일본 다카라즈카 가극단에선 1996년에 초연되었으며, 설조(雪組-유키구미) → 성조(星組-호시구미) → 주조(宙組-소라구미) → 화조(花組-하나구미) → 월조(月組-츠키구미) 등이 돌아가면서 공연하였다.
다카라즈카(타카라즈카) <엘리자베트>의 경우엔 그 독일어권 <엘리자베트>에 비해 '캐릭터 비중'이나 '극 구성' 자체가 많이 달라졌는데, 오스트리아 원 버전 DVD를 기준으로 해서 중간 중간 '생략된 부분'도 있고 '추가되거나 변경된 장면'도 꽤 된다.
예전에, 일어로 공연된 다카라즈카 <엘리자베트>의 몇몇 곡을 듣고서 굉장히 큰 압박스러움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맨 처음 들었던 곡이 'Die Schatten werden langer(그림자는 길어지고)'의 일본어 버전인 '闇が 広がる(어둠이 퍼져가네)'였는데, 이 곡 자체의 씽크로율은 일본어와는 별로 맞지 않는 듯하다. 독일어 원 버전이 훨씬 듣기 좋은...
하지만 뮤지컬 <엘리자베트>의 마지막 곡인 에필로그송 'Der Schleier fallt(베일이 벗겨지고)'는 독어판 원곡 보다는 일어 버전 '愛の テーマ(사랑의 테마)' 쪽이 좀 더 그윽하고 듣기 좋으며, 'Wenn ich tanzen will(내가 춤추길 원할 때)'의 멜로디 라인 역시 다카라즈카 일어 버전 '私が 踊る 時(내가 춤출 때)'와의 상생이 무척 좋은 편이다. 'Milch(우유=밀크)' 같은 곡도 다카라즈카 죽음(토트=토토) 언니와 앙상블의 조합이 돋보이는 'ミルク(우유)'가 독일판 '밀크'에 비해 꽤 듣기 좋은 편에 속한다.
기타 등등의 곡에선, 대체적으로 독일어로 불리워진 오스트리아 원 버전의 <엘리자베트> 노래가 귀로 듣기엔 더 나은 것 같다. 그래서 맨 처음엔 '요상한 분위기'에 '압박감 작렬하는 일본어' 버전의 다카라즈카 <엘리자베트>를 접하고서 약간의 편견 비스무레한 걸 갖고 있었는데, 막상 극을 보다 보니 쉽게 깔 수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다카라즈카 버전 <엘리자베트>가 오스트리아 원 버전의 <엘리자베트>보다 '극 구성'이 더 괜찮았으므로~ 거기다, 스토리적인 '개연성'도 더 있는 편이다.
다카라즈카 <엘리자베트>에 대한 윤색(潤色)과 연출(演出)은 나름 그 쪽 동네에서 별 거 별 거 다 만들어본 '코이케 슈이치로(小池 修一郎)'씨가 한 모양인데, 각 배우들(각 조)마다 해당 캐릭터를 소화하는 능력은 천차만별이지만, 어쨌거나 '캐릭터를 새롭게 창출'해낸 것과 '스토리에 대한 정리 정돈' 깔끔하게 한 걸 보면 나름 '극을 효과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감각은 있는 연출자가 아닌가 싶다.
오스트리아 원 버전의 <엘리자베트> 공연은 극 구성이 좀 산만하고, 전후 장면에 대한 개연성도 미비한 편인 데다가, 컨셉도 모호하다 생각하기에.. 오리지널 <엘리자베트> 작사가와 연출가인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씨와 하리 쿠퍼(Harry Kupfer)씨는 양심(?)이 있으면 다카라즈카의 각색 버전 <엘리자베트>를 함부로 까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 다카라즈카 <엘리자베트>가 비록 세부적인 내용에서 다소 유치한 구석이 있긴 하지만, 적어도 '이야기의 드라마적인 요소'에 있어선 오스트리아 원판보다 극 구성이 더 깔끔하고 정교하게 잘 짜여져 있으니까...
<엘리자베트>의 일판 다카라즈카 버전은 나쁘게 말해서 '유치 짬뽕~'스러운 구석이 있다. 그것이 '외국어(일본어)'이기에 망정이지, 만약 '모국어(우리말=한국어)'로 그런 유치한 가사를 노래한다면 많이 오글거렸을 것 같다. 쿤체의 오리지널 <엘리자베트>는 가사도 꽤 심오하고, 절대 그런 유치한 작품이 아닌데.. 일본어로 각색된 <엘리자베트>의 경우엔, 노래 가사 자체에 유치 짬뽕스런 내용이 군데군데 지뢰처럼 포진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허나, 그런 '유치한 가사'를 조용히 생까 준다면 다카라즈카 <엘리자베트>는 독일어권의 원판 <엘리자베트>에 비하면 극적으로 꽤 잘된 이야기물이 아닌가 싶다.
다카라즈카 <엘리자베트>에서 생략된 장면
1)황제 부부의 헝가리 방문 때 '죽음'이 찾아와서 엘리자베트의 첫째 딸을 데려가는 장면(1막) 에루마 등 헝가리 민족주의자(혁명가)들이 '죽음'을 만나는 장면으로 바뀜
이러하듯, 다카라즈카 버전 <엘리자베트>에선 오스트리아 원판에 비해 생략된 장면이 많다. 그런데.. '꼭 있어야 될 장면'을 뺐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이 버전 공연에선 '딱히 없어도 전반적인 극을 진행하는 데 별 무리 없는 장면'을 생략했고 그 대신 '메인 주인공 캐릭터를 강화하거나 극의 흐름을 보다 개연성 있게 만들어줄 장면'을 집어 넣음으로써 오스트리아판에 비해 더 효과적인 극으로 탈바꿈하였다.
다카라즈카 <엘리자베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루돌프 황태자가 죽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오스트리아 원판보다 더 개연성 있게 묘사되었다는 대목이다. <엘리자베트> 헝가리판 역시 이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데, 헝가리판에선 2막에 접어든 어느 지점에 가면 거의 '루돌프의 독무대'일 정도로 루돌프 황태자와 관련한 이야기에서 다소 늘어진다고 느껴지는 대목이 있다. 헝가리 버전 역시 '~루돌프의 죽음'까지의 과정이 오스트리아 원 버전에 비해 더 보강된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중간에 늘어지는 부분 없이 극 구성이 좀 더 깔끔하고 효과적으로 되어 있는 건 다카라즈카 버전 같다.
● 2막에 가서 다 큰 루돌프가 갑자기 '죽음'을 찾아오고, 죽음이 그에게 황제께 반항하라고 추동함
● 루돌프 황태자가 요제프 황제와 정책적으로 대립하며 논쟁을 벌이고, 황제 아버지를 비난함
● 중간에 뜬금없이 먼 미래의 나치씬 등장함(황제의 정책대로 가면 나중에 그리 된다는 의미?)
● 루돌프가 어머니인 엘리자베트에게 찾아가 황제와의 중재를 부탁하지만, 엘리자베트가 거절함
● 이에 상심한 루돌프 황태자는 어머니마저 자신을 버렸다 생각하며 죽음과의 춤을 춘 뒤 자살함
● 1막에서부터 꾸준히 '죽음'이 헝가리 민족주의자(혁명가)들이랑 접선해서 친분을 쌓아 놓음
● 2막에 가서 다 큰 루돌프가 아버지인 요제프 황제의 정책에 반하는 글을 쓴 게 발각되어 그의 노여움을 사고, 프란츠 요제프 황제와 루돌프 황태자가 서로 첨예하게 논쟁을 벌임
● '죽음'의 조종으로 헝가리 민족주의자들과 손잡게 된 루돌프는 그들과 함께 모종의 일을 꾸밈
● '죽음 & 헝가리 민족주의자 & 무리들'은 루돌프에게 헝가리의 왕이 되라며 추동질하고(이것은 현재 오스트리아-헝가리 이중 제국의 왕인 요제프 황제 입장에서 보면 '반역 행위'나 마찬가지) 이에 삘 받아서 행복한 상상을 하던 루돌프 황태자는 곧 현재의 황제인 프란츠 요제프 아버지께 '헝가리 민족주의자(혁명가)들이랑 함께 헝가리 독립에 관한 일을 꾸몄다는 사실'을 들키게 됨
● 그 엄청난 일로 황제의 미움을 사고 '황위 계승'도 불안해지는 등, 갈 데까지 몰린 루돌프는 어머니인 엘리자베트 황후에게 찾아가서 황제께 잘 빌어달라고 부탁하지만, 이를 거절 당함
● 이에, 루돌프 황태자는 더 이상 방법이 없다 생각하고 죽음과 마지막 춤을 춘 뒤 권총 자살함
그 외에도 '특정 캐릭터의 비중'과 '장면 연결', '세부적인 스토리'가 약간 달라진 다카라즈카 버전 <엘리자베트>는 오스트리아 원 버전의 <엘리자베트> 이야기와는 여러 부분에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