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프랑스 뮤지컬 <태양왕(Le Roi Soleil)>에 관한 포스팅을 심층적(?)으로 해 보고 싶었는데, 오늘에서야 날을 한 번 잡아 본다. 이 뮤지컬은 오래 전에 DVD를 구입해서 몇 번 봤으나 '한글 자막'이 없어서 구체적인 내용 파악에 애를 먹음과 동시에, 그러한 이유로 캐릭터 설명과 극 전개에 대한 탁월한 '이미지 리딩'이 필요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듣기 좋은 음악'엔 국경이 없는 관계로, 대부분의 상황이 노래로써 전달되는 이 뮤지컬을 난 굉장히 재미있게 감상했다.
실제 역사 속의 사실과 뮤지컬로 꾸며진 이야기물 사이 : 왕을 차지한 최후의 여인은? 17세기 프랑스 절대 왕정의 대표적인 전제 군주, 태양왕 '루이 14세' & 왕의 여인들~
<태양왕>은 안무가 출신인 카멜 우알리(Kamel Ouali)의 2005년도 작품이고, 당시 프랑스에서 굉장히 히트 친 뮤지컬이다. 스케일도 크고, 그 안에 나오는 넘버들이 정말 듣기 좋다.(작곡가는 여러 명~) 프랑스의 음악 관련 유명 행사인 NRJ Music awards에서 이런 저런 상도 받은 모양이다. 기본 스토리는 '프랑스의 역사 속 실존 인물'인 <루이 14세의 사랑 이야기>이다. 17세기 프랑스 절대주의 시대의 대표적 전제 군주였던 루이 14세의 여인(왕의 여자)들과의 멜로를 담은 낭만적인 작품-
당시 스페인 공주인 마리 테레즈와 정략 결혼을 한 루이 14세는 왕비인 마리 테레즈 외에도 다른 여인들과의 여성 편력이 좀 있었던 왕이었는데, 실제론 그 수가 더 많았으나 프랑스 뮤지컬 <태양왕> 속에선 3명의 여인들과의 사랑 이야기로 압축된다. 다 실존했던 인물들이다. 이 뮤지컬은 '루이왕의 멜로'를 다룬 작품이고, 주인공이 루이 14세이다 보니 여러 면에서 주인공 캐릭터가 달달하게 부풀려진 감이 있지만, 대놓고 역사 왜곡을 하거나 하는 그런 유형의 이야기물은 아니다.
루이 14세(Emmanuel Moire) |
'프롱드의 난' 이후 오랜 내란으로 전국 유랑을 하는 고난을 겪기도 했는데, 그런 이유로 파리가 싫어진 루이는 베르사이유 궁전으로 왕실을 옮긴다. 1661년 오랜 기간 동안 정치를 주도했던 마자랭 재상이 죽자, 루이 14세는 재상제를 폐지하고 친정(親政)을 시작한다. 그 후 루이 14세는 왕권을 강화하고, 잦은 발레 공연과 무도회를 열며 자신이 직접 '큰 태양이 수 놓인 화려한 의상'을 입고 춤을 추기도 했는데, 태양옷을 입고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왕으로 인식된 그는 나중에 '태양왕(Le Roi Soleil)'이란 별명을 얻게 되며, 프랑스 절대 왕정을 대표하는 왕으로 남게 된다.
루이 14세(Louis le Grand Monarque)는 집권기 동안 왕권을 강화하여 활동적인 정복 사업을 벌였다. 문학과 예술에 관심이 많은 그는 좋은 작가를 배출하는 등 고전주의 문학을 꽃피웠고, 베르사유 궁전과 같은 '유럽을 대표하는 빼어난 건축물'을 남겨서 프랑스의 국제적 위상을 드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프랑스 내에서의 개신교들을 탄압하고, 국민의 복지에 대해선 많은 관심을 보이지 않아 그들의 삶을 힘들게 했으며, 잦은 전쟁과 화려한 궁정 생활로 프랑스 재정을 어렵게 만들기도 하였다.
젊은 시절의 루이 14세는 마자랭 재상의 조카인 '마리 만치니'를 사랑했으나, 어른들의 반대와 절박한 정치적 상황의 벽에 부딪혀 결국 사랑하는 마리 만치니와 헤어지게 되고(프랑스 뮤지컬 <태양왕> 1막 스토리~) 스페인과의 평화를 위해 스페인 왕의 딸인 '마리 테레즈'와 혼인한다.(루이 14세의 정식 아내인 '왕비 마리 테레즈'는 이 뮤지컬 안에는 등장하지 않음)
마리 만치니(Anne-Laure Girbal) |
루이 14세의 첫사랑 여인. 마자랭 재상의 조카이다. 성인이 된 루이왕이 '대관식'을 치른 뒤, 그것을 축하하기 위해 루이의 동생 필립이 주도한 무도회에 참석했다가 루이왕과 인연을 맺게 된다. 사랑에 빠진 마리 만치니와 루이 14세는 결혼을 약속하지만, 국가 간의 이득과 정치적인 논리를 중시하는 루이왕의 모후 안 도트리슈와 마자랭 재상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안타까운 이별을 맞게 된다.
루이왕과 헤어진 마리 만치니는 그 후 마자랭 재상에 의해 이탈리아로 보내져서 다른 남자와 혼인하게 된다.(실제로.. 이탈리아에서 결혼한 마리 만치니는 그 후 남편과 사이가 나빠져 프랑스로 도망쳤고, 남편 사후에 이탈리아로 돌아갔다. 프랑스에 머물던 마리 만치니는 여러 번 루이 14세를 만나려고 시도해 봤지만, 당시 루이 14세의 정부였던 여인의 방해로 결국 죽을 때까지 서로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몽테스팡 부인(Lysa Ansaldi) |
(이 뮤지컬 안에서) 루이 14세의 두 번째 여인. 악랄한 왕의 정부- 21세 때 프랑스 파리의 궁정 사교계에 출입하였다. 그 후 몽테스팡 후작과 결혼했고, 이듬해 왕비 마리 테레즈의 시녀가 된다. 루이 14세의 애첩 라 발리에르에게 접근한 뒤 왕의 정부가 되어, 약 12년 간 궁정 사교계를 주도하게 된다.(이 뮤지컬 안에선 왕의 동생 필립의 소개를 받아 루이 14세와 만나게 됨)
몽테스팡 부인은 루이왕과의 사이에서 여러 명의 아이를 낳았으나, 어느 날 왕의 서자에 대한 자녀 양육을 맡은 맹트농 부인에게 '루이왕의 총애'가 옮겨지자 다시 왕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마녀의 검은 미사에 참석하는 등 흑마법 사건을 일으키게 되고, 그 사실이 발각되어 루이 14세의 미움을 산다.(실제로.. 왕의 관심에서 멀어진 몽테스팡 부인은 말년엔 궁정을 떠나 한 수도원에 은거하며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맹트농 부인=프랑수와즈 도비녜(Cathialine Andria)
그 후 맹트농 부인(프랑수와 도비녜)은 왕의 서자에 대한 정식 가정 교사로 임명되었고, 루이왕의 모후인 안 도트리슈가 죽은 뒤 그 서자들이 '합법적인 왕의 자녀'가 되자 베르사이유 궁으로 들어간다. 12년 간 루이 14세의 공식 정부였던 몽테스팡 부인은 왕의 관심과 사랑을 다른 여인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일부러 왕의 취향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외모의 여성'을 애들의 가정 교사로 뽑았다.
루이 14세는 맨 처음 '촌스럽고 평범하기 그지없는 맹트농 부인의 모습'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으나, 그녀가 왕의 자녀를 온 마음을 다해 정성껏 양육하자 그 성의를 인정하여 후작 부인의 칭호를 내렸다. 번번히 정부 몽테스팡 부인의 행실에 실망한 루이왕은 맹트농 후작 부인의 성품과 화술, 높은 학식을 존경하게 되었고, 왕비가 사망하자 맹트농 부인과 비밀 결혼식을 올린다.
루이왕(Emmanuel Moire) & 맹트농 부인(Cathialine Andria) - 'La vie passe' / 프랑스 뮤지컬 <태양왕(Le Roi Soleil)> 마지막 장면 - '인생은 계속해서 흘러가네'
미모는 좀 딸리지만, 왕의 진정한 사랑 & 마지막 사랑을 독차지 한 최후의 승리자(?)는 의외의 인물인 맹트농 부인이었다. 비루한 신분의 가난한 고아 출신에, 앉은뱅이 시인의 미망인에서, 마지막까지 프랑스의 절대 군주 루이왕의 사랑을 받는 '왕의 마지막 여자'가 되다니.. 태양왕 루이 14세와 맹트농 부인에 얽힌 이야기야말로, 진정한 신분 상승의 '신데렐라 스토리'가 아닌가 싶다.
역시.. 사람은 눈에 보여지는 '외형적인 모습'을 넘어서, 그 무엇보다 '내면을 아름답고 교양 있게 잘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례가 아닐까~?(실제로.. 그 후 루이 14세는 맹트농 부인을 끝까지 사랑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를 '공식적인 왕비'로 인정하지는 않았기에, 루이 14세의 공식 왕비는 실질적으로 단 한 명인 셈이다. 루이왕이 늙어서 죽을 때까지 왕의 곁을 지켰던 '왕의 마지막 여인' 맹트농 부인은 77세의 나이로 루이 14세가 사망하자, 왕실에서의 생활을 접고 궁전에서 나왔다고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