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드라마 <아이리스> 3회에 나온 이병헌과 김태희의 '사탕 키스'가 큰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그 '사탕 키스'씬이 그리 아름다운 장면이라 느껴지진 않았다. 별로 설렌다거나 하는 감성적인 삘을 전혀 받지 못했으니.. 오히려 '보는 시청자 입장에선 어차피 드라마가 <꾸며진 극>이란 걸 다 감안하고 보는 것'인데, 연기자들이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만 들었다.


조금 더 본심을 드러낸다면, 실제로 10살이나 어린 연기자 김태희랑 그러고 있는 이병헌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이병헌, 이 도둑놈 같으니라고~" 하는 생각이 들기도..;; 젊은 시절의 이병헌이야 물론 잘생겼었지만, 또 나름 동안인 것 같긴 하지만, 나이 차이 많이 나는 김태희와 커플로 나오기엔 이젠 사십 줄
(우리 나이로 40세)에 접어든 이병헌에게도 슬슬 나이가 보이는 것 같다.

심지어는 극 중에서 NSS 백산 부국장(김영철)이 김현준(이병헌)에게 큰 시련을 주고 조직에서 내치려는 것도 그가 대한 민국 대표 미녀인 김태희를 꼬셔서 사내 연애를 걸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이상야릇한 음모론이 떠오르기도 한다. 나이 차이도 많이 나면서, 드라마 찍으며 김태희랑 별 거 별 거 다하는 이병헌은 한국 남성들에겐 다분히 '공공의 적'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여성 시청자들 입장에서도, 극 중에서의 그런 '진한 애정씬'이 좀 민망하게 느껴진다고 말하는 이들이 꽤 많다.

요즘엔 평균 수명도 길어졌고 각종 의학 기술과 미용 팁으로 많은 사람들이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긴 하지만, 그래두 TV 드라마 속에서 멜로를 펼쳐 보이는 남녀 커플이 그럴듯 해 보이는 건 실제 배우의 나이가 30대 초중반대까지인 것 같다..(그것두, 나이 들어 보이는 유형의 마스크가 아닌 경우에 한해서..)


시청자들 중에 실제로 '젊은 사람들'이야 본인이 젊으니 당연히 젊은 커플에게 감정 이입이 잘될 것이고, 이젠 청춘을 훌쩍 벗어난 '나이 든 시청자들' 입장에서도 본인이 늙어가는 게 서럽고 청춘 시절에 대한 향수가 있기 때문에 비주얼적으로 젊은 커플에게 감정 이입하고 싶어한다. 예전에, 젊은 커플이 나와서 굉장히 히트 친 모 드라마에서.. 그들의 할머니뻘 되는 분들이 그 드라마 보면서 그 커플의 풋풋한 모습을 보고 무척 예뻐하는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다.(오히려 젊은 사람들보다 더 좋아하더라는..)

아무리 동안이라도 실제 그만큼 나이 차이가 나서 그런지, 드라마 <아이리스> 속에서 김태희 옆에 있는 이병헌과 정준호의 모습에선 어딘지 모르게 나이가 많이 느껴진다. 허나, 이병헌 특유의 노련한 멜로삘 연기력으로 어느 정도 김태희와의 러브 스토리를 커버하고는 있는 상태이다.



요즘엔 TV 드라마에서도 워낙에 (다소 민망한 분위기의) 진한 키스씬이 다반사로 나오니, 그런 걸 너무 많이 봐서 이젠 웬만한 드라마 속 키스씬은 무덤덤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영화 쪽은 한술 더 떠서, 키스씬은 장난이고 엄청나게 허걱~스러운 찐한 베드씬이 수시로 쏟아져 나온다.

어린 시절에 봐 왔던 TV 드라마 속에선 배우들이 그냥 키스 '하는 척'만 했었는데.. 요즘엔 이상하게 '꾸며진 극' 안에서도 배우들이 너무 리얼한 애정씬을 선보이고, 폭력적인 장면에서도 실제로 막 때리거나 맞곤 한다. 어떤 면에선, 그런 것들이 좀 불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어차피 관객 입장에선 진짜가 아닌 걸 다 감안하고 보는 것인데, 만드는 입장에서 너무 '필요 이상'으로 리얼함을 추구해 주시니 말이다.

예전에 심리학 책이나 유혹의 기술에 관한 내용들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사람의 마음을 낚는 데에도 '과유불급'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 같다. 너무 넘치면 오히려 역효과인...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면 오히려 삘이 안 오고, '보일 듯 말 듯~ 될 듯 말 듯~' 이런 아슬아슬한 수준으로 보여줘야, 진정 인간들은 더 많은 것을 상상하게 되고 설레임을 느끼게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대놓고 '진짜 같지~? 찐하지..?' 하는 식의 수목 드라마 <아이리스> 속 김현준
(이병헌)과 최승희(김태희)의 민망한 키스씬 & 사탕 키스 보다는 최근 주말극 <보석 비빔밥>에 나온 영국과 비취의 '비둘기 포옹씬'에서 더 큰 설레임을 느꼈다.


요즘 <보석 비빔밥>의 내용 자체는 그냥 평이한 편이지만, 지난 주에 나온 <영국과 함께 장 보러 갔다가, 잠시 인사동 길을 걷던 비취(고나은)가 본인이 무서워 하는 새 무리들 사이에서 용기를 내어 볼려다가 옆의 애들이 새(비둘기)를 확~ 쫓는 바람에 놀라서 뒷걸음질 치고.. 얼떨결에 달려오는 비취(고나은)를 보호하려는 듯 안아주는 영국(이태곤)의 장면>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가슴 속 '느낌표 백만 개'를 느끼며 간만에 드라마 속 커플을 보면서 큰 설레임의 정서를 맛보았더랬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장면이었는데.. 순간, 남녀 커플들 간의 '이런 <은근한 애정씬>이야말로 고품격이야~'를 외치면서 말이다. 그 때 흘러 나오던 팝송 배경 음악도 좋았고, 생각보다 크나큰 삘을 받아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날 뻔했다.(몇 달 전.. TV에서 해준 '마이클 잭슨 공연 실황'을 보면서도 느꼈던 거지만, 난 최근에 '사람이 갑자기 너무 흥분하거나 급작스럽게 감동 or 감탄의 정서를 느껴도 놀라운 마음에 눈물샘이 자극될 수 있구나..'라는 걸 몸소 느끼고 있는 중이다.)


이태곤이 키가 꽤 큰 편이어서 여자 쪽이 쏙~ 안기는 '바람직한 키 차이'에 이어 한 손으론 몸을, 한 손으론 여자의 머리를 폭 감싸는 그 구도가 참 멋지단 생각이 들었다. 촬영 감독 센스 좋고, 그 때 나오는 배경 음악도 괜찮아 보였다.
그리고.. 나중에 그 장면이 슬로우 버전의 회상씬으로 한 번 더 나왔고, 다른 각도에서 찍은 듯한 모습을 보여 주었는데, 여느 드라마들에 나오는 요란뻑적지근한 애정씬들보다 훨씬 느낌이 좋은 바람직한 애정씬이라 생각된다.

드라마 <보석 비빔밥>에 나오는 비취(고나은)와 영국(이태곤) 커플의 장면들에선 '은근히 밀고 당기는 감정의 교차도 있고, 주인공들이 서로 연인으로 나아가기까지 스토리나 감정선이 널을 뛰지 않으면서 단계별로 차곡차곡 개연성 있게 쌓아 나가는 세밀함'이 느껴진다.


이건 전작들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임성한 작가가 다른 건 몰라도 극 중 남녀 사이를 설렁설렁 그리지 않고 앞뒤 상황들에 대한 유기적인 연관성 있게 꼼꼼하게 잘 그려내는, 필력이 있는 드라마 작가인 것만은 틀림없다. 만들어 내는 '설정' 자체도 진부하거나 남이 써 먹었던 식상한 내용이 아닌, 창의적이면서 현실감 있는 내용들이다. 

요즘 우리 나라 TV 드라마를 보면, 극 안에 나오는 등장 인물들의 감정선이 출렁출렁~ 널을 뛰거나 '저 둘, 갑자기 좋아하게 됐드래요~' 하면서 요란스런 애정씬을 선보이면 그게 폼 나는 드라마인 줄 아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인지, 저런 측면에선 '이야기의 개연성과 등장 인물 감정선의 기본적인 세밀함'을 추구할 줄 아는 임성한표 멜로 구도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수목 드라마 <아이리스>의 경우엔 '첩보물'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면서, 기존에 히트쳤던 무수한 다른 드라마들 공식을 많이 차용한 컨셉 드라마인데, 과정(극의 논리 안에서 등장 인물들이 차곡차곡 감정을 쌓아나가는 등 흥행 여부와 관계 없이 '스토리의 탄탄함'을 보여주는 것) 보다는 결과(극 중 속전속결 커플을 보면서 하루빨리 시청자들이 열광해 주기를 바라는 화제성 면에서의 결과물)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주인공들 멜로씬에 대한 설정이 그리 촘촘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이병헌, 김태희라는 인기 배우와 신승훈, 백지영 등이 참여한 '호소력 짙은 주제가'로 시청자들의 '감성적인 면'을 공략한다. 다소 촌스럽고 진부하기는 하지만 <운명적인 사랑, 비극적인 사랑, 주인공들의 오랜 시간에 걸친 파란만장한 멜로> 등 대중적으로 성공한 익숙한 설정을 끌고 와서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려 한다. 


드라마 <아이리스>의 그러한 시도가 어느 정도는 먹히는 듯하다.
나 역시.. 극 초반부터 너무 요란하게 등장한 '대놓고 찐한 몇몇 애정씬'이 좀 민망하고 불편하긴 했지만, 김현준(이병헌)과 최승희(김태희)가 보여준 극 초반의 캠퍼스씬이나 몇몇 설정들에선 '아련함'의 정서를 느끼기도 한다. 특히 극 중간 중간에 나오는 신승훈의 'Love of Iris'를 듣고 있다 보면 어쩐지 풋풋했던 시절의 첫사랑 생각도 나고, 대학교 때 생각도 나고.. 묘하게 마음이 싸~해지는데, 신승훈이 부르는 그 주제가는 듣는 사람의 '감성'적인 측면을 무한 공략하는 경향이 있는 노래이다.

아이리스 뮤직 비디오에 나오는 백지영의 '잊지 말아요' 역시, 마찬가지로 '저 둘의 사랑은 슬프고, 아름답다..'라는 느낌으로 이 드라마 속의 김현준(이병헌)과 최승희(김태희) 커플의 멜로에 혹하게 만들어 버린다. <아이리스> 방영 전에 '스틸 사진'으로만 접해 봤을 때에는 전혀 그런 성격의 드라마일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으나, 막상 뚜껑 열리고 보니 이 드라마는 은근히 촌스럽고 올드하다. 하지만 그 '촌스런 지점'이 묘하게 대중의 정서(감성적인 측면)를 건드리는 대목이 있는 것 같다.

<아이리스> 2회에서 너무 갑작스럽게 나온 두 주인공의 키스씬과 '운명적인 사랑'임을 강조하는 대목이 좀 뜬금없다 생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승훈의 노래가 '배경 음악'으로 흘러 나오던 그 다음 김태희의 회상씬에서 그 모든 게 마음으로(감성적으로) 이해된 걸 보면, 이 드라마에서 '이병헌-김태희' 커플의 멜로가 대중적으로 먹히는 데에는 아름다운 멜로디의 곡을 '호소력 짙은 음색'으로 삘 오게 부른 신승훈(and 백지영)의 '분위기 있는 주제가'의 영향도 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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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