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토크

중국 뮤지컬 디에 후기+출연진 인사(커튼콜 1)

타라 2009. 4. 11. 15:20

중국 뮤지컬 <디에(버터플라이즈)-나비> 커튼콜 1 : 출연진 인사 / 배경음악-我相信 于是我

얼마 전에 중국 뮤지컬 <디에
(蝶)>를 보고 왔다. 보고 온지 좀 됐는데, 귀차니즘의 압박으로 이제서야 쓰는 후기.. 뮤지컬 '디에', 우리 제목으로 '나비' 보러간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나비 부인'이냐고 묻는 이들도 있었는데, '나비 부인'이 아니라 제목이 그냥 '나비'이다. 영어 제목은 'Butterflies(버터플라이즈)'.. 올 10월에 프랑스 뮤지컬을 재가공하여 만든 '한국어 버전 <노트르담 드 파리>'가 중국에도 진출한다고 하던데, 중국 뮤지컬 <디에>는 그 한국판 <노트르담 드 파리>의 맞교환 작품이기도 하다.(중국과의 문화 교류 차원..?)

한국에서, 단 며칠 간의 특별한 공연 : <디에-나비>


이거 보고 온 이들 중 몇몇 사람들이 볼 만하고, 좋다고 하고 마침 한국에서는 며칠 밖에 공연을 안하기 때문에 놓치면 아쉬울지 몰라서 급예매했는데.. 비싸면 예매를 안했겠지만, 이번에 어찌어찌 하여 대박 싼 가격으로 좋은 좌석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헌데 또, 이 공연이 별로라는 사람들도 있어서.. 보지 말까 망설이다가, 엄청 싸게 예매하기도 했고 중간에 취소할 수가 없어서 그냥 보게 되었다.

이 공연에 대해 결론부터 먼저 얘기하자면 '(지루하지만) 나쁘지 않았다~'이다. 그렇다고 결코 좋지는 않았지만, 본 게 후회될 정도로 나쁜 정도는 아니었다. 중국 뮤지컬 <디에(나비)>는 동/서양 스탶들이 함께 모여 만든 작품으로, 중국의 민간 설화 <양산백과 축영대>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만든 중국 최초의 '대형 창작 뮤지컬'이라 한다. 중국에서의 오랜 설화인 '양산백과 축영대' 스토리는 중국에서 영화나 드라마로도 여러 차례 만들어진 적이 있는 유명한 스토리이다.

프랑스 뮤지컬 제작진들의 참여, 동서양의 스탶들이 함께 모여 만든 대형 창작 뮤지컬

중국 뮤지컬이지만 이 작품에는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돈 주앙> 등과 <태양의 서커스> 스탶도 참여했는데, 개인적으론 <노트르담 드 파리> 안무가가 이 뮤지컬에 참여했다고 해서 궁금해서 보게 되었다. 마침 공개된 예고편을 보니 전반적인 작품 분위기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한국에서 이 뮤지컬을 본 어떤 관객들은 정말 형편 없었다고 혹평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볼 만했다고 하던데.. 막상 보고 나니, 양 쪽 입장 모두 이해되는 분위기였다. 솔직히 이 뮤지컬 <디에>의 1막 한 초반까지는 괜찮았는데, 1막 초중반 이후 그 뒤론 내내 지루해서 '내가 이거 왜 보러왔지?' 싶은 후회와 짜증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왔다. 1막 중간에 졸았다는 사람, 1막만 보고 나갔다는 관객들 나름 이해될 정도로...

불만스러울 정도로 지루했던 1막, 1막의 분위기를 다소 반전시킨 2막

그래서 2막을 계속 봐야되나 잠시 망설였지만, 2막 후반부가 좋다는 얘기도 있고 또 2막 이후엔 커튼콜도 있고.. 또, 본전 생각도 나고.. 기타 등등의 이유로 2막도 열심히 보았는데, 2막은 1막보다 훨씬 볼 만하고 극 후반부로 갈수록 나름 좋아 보여서 1막에서의 불만족이 2막에서는 조금 해소되는 듯도 했다. 그리고 2막에는 들을 만한 곡도 좀 있었고, 1막과 달리 무대 분위기도 별로 심심하지 않은데다, 커튼콜 노래 & 커튼콜 분위기 모두 좋아서 중국 뮤지컬 <디에>의 2막은 그럭저럭 재미있게 보았다.

끝이 좋으면 모든 게 좋다고 했던가- 한국에 첫선을 보인 중국 뮤지컬 <디에-버터플라이즈> 1막엔 딱히 좋은 노래도 안 나오고 전반적으로 모든 게 너무 심심해서 지루해 환장하는 줄 알았지만, 다행이 2막은 그보다 나았고 후반부로 갈수록 볼거리도 많았는데다, 괜찮은 넘버들도 종종 눈에 띄었으며 커튼콜 분위기도 너무너무 좋아서.. 결론은 '이 뮤지컬 보기를 잘했다', 나름 새로운 문화 체험하고 '그럭저럭 좋았다'로 귀결되었다. 그 반대 상황이었다면(1막은 좋은데, 2막이 지루하다면) 기분이 좀 달라졌을까..?

이 공연을 별로로 보고 온 관객들도 '배우들 가창력' 부분에 대해선 다들 좋은 평가를 내렸는데, 역시나 들어보니 중국 배우들 가창력은 참 좋았다. 지난 번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어 버전 공연을 같이 본 이는 '가창력'은 그 때의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 배우들보다 <디에>에서의 중국 배우들 가창력이 더 좋았다고 평가했다. 중국땅엔 인구가 많아서 그런지, 그만큼 노래 잘하는 사람들도 많은가 보다.

이 뮤지컬엔 프랑스 뮤지컬을 만든 스탶들이 참여해서인지 중간 중간 은근히 <노트르담 드 파리(Notre Dame de Paris)>나 <돈 주앙(Don Juan)>, <로미오와 줄리엣(Romeo & Juliette)>과 같은 불어권 뮤지컬의 향기를 풍기는 장면들이 눈에 띄었다. 한국에 처음으로 들여온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나 그 뒤에 들어온 <돈 주앙>을 보면, 극 중에서 두 여성이 한 남자를 두고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같은 스탶, 다른 작품 : 중국의 창작 뮤지컬에서 풍겨져 왔던 프랑스 뮤지컬의 향기~

<노트르담 드 파리>에선 '페뷔스'를 사이에 두고 연적인 '에스메랄다'와 '플뢰르 드 리스'가 듀엣으로 부르는 '태양처럼 빛나네(Beau comme le soleil)', <돈 주앙>에선 '돈 주앙'을 사랑하는 두 여인 '마리아'와 '엘비라'의 '한 사람을 사랑해(Deux a aimer)'란 곡이 나왔었는데, 그 팀의 스탶들이 참여한 중국 뮤지컬 <디에>에서도 역시 '양산백'을 사이에 두고 그를 사랑하는 두 여인 '축영대'와 '랑화'가 양산백에 대한 연정을 노래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리고 양산백과 축영대 스토리가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하더니, 극 중간에 제라르가 만든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리는 장면도 나왔었다. 다른 무리들이 몇 곡 부른 뒤 조금 있다가 2층 세트에서 노래 부르며 등장하는 축영대, 또 1막 중간에 축영대는 2층 세트에서 노래하고 양산백은 그 아래 1층에서 듀엣곡 부르는 장면이 은근 다미앙 사르그(Damien Sargue)가 나왔던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의 무대 분위기를 떠올리게도 했다.

이 뮤지컬엔 <태양의 서커스> 스탶이 참여하기도 했는지라, 중간중간 '태양의 서커스'스러운 장면도 눈에 띄었다. 또 프랑스 뮤지컬 제작팀이 참여한 뮤지컬이어서 그런지, 중국 뮤지컬 <디에>의 커튼콜 분위기는 프랑스 뮤지컬의 그것과 많이 닮아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일각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타 뮤지컬을 짬뽕했다거나 북경 올림픽 폐막식이 떠오른다거나 프랑스의 색채가 흐른다거나.. 뭐, 그렇게 느껴지진 않았다.

북경 올림픽 폐막식 봤지만 중국 뮤지컬 <디에>의 장면 장면들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그 폐막식 분위기 & 이미지가 막 떠오른다거나 하지는 않았고, 몇몇 설정들이 이전에 본 프랑스 뮤지컬들의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구석들이 있긴 했지만 워낙에 노래 분위기나 스토리, 배우들의 이미지나 가창력, 무대 전반의 분위기가 그것들과 많이 달랐기에 이 뮤지컬의 색채가 기존에 접해 보았던 프랑스 뮤지컬의 그것과 비슷하단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다만 기존에 많이 알려진 '양산백과 축영대 스토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만든 중국 뮤지컬 <디에>의 기본 플롯 자체가 많이 허접하다는 느낌은 들었다. 

한 가지 칭찬해주고 싶은 것은 나름 볼거리는 있었다는 것- 개인적인 취향으로 영화든 뮤지컬이든 스펙타클하고 웅장한 분위기.. 왠지 모를 비장미가 느껴지는 그런 분위기 참 좋아하는데, 중국 뮤지컬 <디에>의 경우엔 전반적인 무대의 규모는 확실히 크고, 세트도 오밀조밀 잘 활용했으면서 웅장하고, 조명 색감같은 건 기존에 봤던 프랑스 뮤지컬들보다 더 화려하면서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졌던지라 그런 대목은 마음에 들었다.(조명 쓰는 거나 무대 세트 활용하는 게 프랑스 뮤지컬 쪽은 확실히 너무 심플하고 단조롭기는 하기에...)

빈약한 플롯, 산만한 분위기 :  but 웅장한 규모, 화려한 무대

같은 카메라(커튼콜 영상)로 찍어 왔는데, 이전에 봤던 프랑스 뮤지컬들 커튼콜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배우들 의상 배색이나 조명에 대한 색감, 무대 활용의 알참과 전반적인 화려함은 중국 뮤지컬 <디에> 쪽이 보는 눈은 더 즐거웠다.

특히나 여주인공(딩베이베이)의 미모는 기존에 내한했던 프랑스 뮤지컬(노트르담 드 파리, 십계, 돈 주앙, 로미오 앤 줄리엣..)의 서양 여주인공들보다 더 나아 보였다. 동양인이라 이목구비는 서양인에 비해 더 평면적일지 몰라도 그 나름대로 동양적으로 매력적인 마스크, 무엇보다 우아하고 늘씬한 체형과 아름답게 디자인된 드레스를 입은 옷태가 아주 돋보였는데 기존에 내한했던 프랑스 여주들에게서 전혀 느낄 수 없었던 여주인공으로서의 아우라, 기품, 우아함.. 이런 게 느껴져서 마음에 들었다.(기존에 내한했던 프랑스 팀 여주인공들의 체형이나 전반적인 분위기 등에선 그런 아우라가 너무 없었던지라..;;)

눈에 띄는 미모+분위기+가창력 : 간만에 보게 된 진정한 대작 여주인공스런 여주인공

<디에>의 여주인공 딩베이베이가 2막 후반부에 입고 나온 의상(상기의 커튼콜 영상에서의 흰 드레스)은 디자인 자체가 좀 부해 보이는 스타일의 옷인데, 그 이전엔 더 타이트한 드레스를 입고 나왔으며 커튼콜 화면에 나온 것과 달리 이 여주인공의 기본 체형 자체는 참 호리호리하고 늘씬한 분위기였다. 프랑스 여주들과 달리 커튼콜 때 그렇게 나대지도 않고, 전반적으로 풍기는 포스 자체가 살짝 도도하면서 기품있고 우아한.. 전형적인 대작의 여주인공 포스가 흘러넘쳐서 그거 하나는 참 마음에 들었다.

그 외 (아직 덜 다듬어진 듯한 면도 있지만) 기존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나 유럽권 뮤지컬과는 또 다른 색다른 분위기의 중국 뮤지컬을 체험했다는 것과 배우들 가창력이 참 좋았다는 점, 어쨌거나 약간의 볼거리가 있고 스케일은 컸다는 점, 커튼콜 곡과 커튼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는 점, 전반적으로 지루한 넘버들의 연속이었지만 그 와중에 건질 만한 곡이 몇 곡 있었다는 점 정도는 중국 뮤지컬 <디에>를 관람한 것이 크게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되게 하는 대목들이다.

그리고, 다른 뮤지컬 스탶이 참여한 탓에 그 스탶들이 지닌 기존의 방식이 이 뮤지컬 <디에>에서도 좀 느껴지긴 하지만, 극 전반에 흐르는 넘버들은 철저하게 중국적이다. 딱 듣기에 중화권 노래란 분위기가 팍팍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