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폴리스 2016.08.31 19:12

예전에 뮤지컬을 보러 한 공연장을 찾았다가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곳 로비엔 해당 작품에 출연하는 모든 출연진의 이름과 사진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있었고 유명 연예인도 끼어 있었는데, 나와 동행한 지인이 그 연예인이 누군지 모르겠다고 하는 거였다. 나름 TV에도 많이 나오고 유명한 연예인이었음에도 말이다. 한 편으론 그런 현상이 이해되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을 넘어서면서 세상은 그 이전 시대와 많이 달라졌다. 각종 편리한 현대적 기기가 발명되고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화에 따라 그 누구나 손쉽게 다양한 '정보'를 바로 접할 수 있게 되었으며, 최근 들어선 무선 랜과 스마트폰으로 인해 길 가다가도 어떤 류의 정보를 습득하거나 웹 커뮤니티에서 특정한 활동을 한다든가 갖가지 놀이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이전엔 '아는 사람'과 직접 약속을 잡고 만나야지만 '교류'라는 걸 할 수 있었으나, 요즘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실시간으로 대화 나눌 수 있고 SNS를 통해 서로의 근황을 전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의 '관심사'도 꽤나 다양해졌다.


블로그스피어에서만 봐도, 올라오는 글의 '소재'는 진짜 다양하다. '여행'을 좋아하는 어떤 이는 갖가지 여행 후기를 올리고, 식도락가들은 '맛집'에 관한 이야기를 꾸준히 들려주며, 그 외 '육아'에 관련한 얘기라든가, 본인의 '일상' 얘기라든가, 'IT 분야'나 '자동차', '시사', '영화', '만화', '패션', '공연', '애완 동물', '해외 생활', '방송', '연애', '축구', '야구' 등등에 관련한 이야기가 심오하게 펼쳐지는 등 개별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각각 관심 가지는 분야'는 매우 버라이어티하다.




이렇게 각자 관심사도 다르고 버닝할 거리도 많기 때문에, 요즘 사람들은 10년 전 & 30~40년 전 사람들이 그러했듯 TV 프로그램에만 목매달지 않는다. 게다가, 최근 들어선 TV 채널도 워낙에 다양해졌다. 선택해서 볼 수 있는 채널 수가 백(100) 단위를 넘어가다 보니 케이블 채널 프로 중에선 시청률이 1%도 채 안나오는 0.** 수준의 '소수만 보는 TV 프로그램'이 꽤 많으며, 지상파 방송에서도 90년대처럼 시청률 60% 대박 치는 프로는 최근 들어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예전엔 드라마 쪽에서 10%대 초반이 무척 낮은 시청률이었었지만, 요즘엔 주중 드라마가 10% 초반만 넘어서도 '기본 or 중박' 정도는 한 걸로 간주되고 있다. 사람들마다 '관심사'가 워낙에 다양해져서, 갈수록 '한 TV 프로그램'에 집중되는 인원이 줄어드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요즘엔 TV를 거의 안 보는 사람들도 꽤 있다. 뉴스 같은 건 종이 신문이나 인터넷 통해서도 접할 수 있고, 드라마나 예능 같은 TV 프로그램 역시 때로 인터넷으로 찾아보거나 관심 없어서 안보거나 하는 식이다.


개인적으로 '음주'는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가무'는 좋아해서 소시 적에 TV 버라이어티쇼나 예능 프로를 굉장히 열심히 보았으며 인기 있는 대중 가수를 열렬히 좋아했던 때가 있었지만, 그건 다 '지나간 한 때'이고 성인이 된 이후론 그런 것들에 대한 관심이 좀 줄어들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내 주변에 성인이 된 지 오래 되어서까지 아이돌 가수에 열광하는 이는 거의 없다. 



그래서 나 역시 맨 위에서 말한 저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예전에 보았던 어떤 뮤지컬에 인기 아이돌 가수가 캐스팅되었는데, 그가 데뷔한 지 꽤 오래 되었음에도 난 그 때까지 그 가수가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 가수 뿐 아니라, 또 다른 '인기 아이돌 가수'들이 요즘 나오는 많은 뮤지컬에 캐스팅되곤 하는데, 그 때마다 '꽤 인기 많고 유명한 연예인이라는데, 난 왜 이름도 얼굴도 처음 접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요즘엔 아마 그런 사람들 많을 것이다-


1990년대에 예능 분야 통틀어 '인기 투표'에서 늘 1위를 하고 '높은 시청률 드라마'에 많이 출연했던 '고 최진실' 정도면 국내에서 연령대를 불문하고 고른 인지도를 가졌었겠지만, 2000년대 접어 들어선 그게 점점 희귀한 현상이 되어가고 있다. 딱히 TV를 볼 필요성을 못느끼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으며, 그게 아니더라도 하루 24시간이 후딱 지나갈 만큼 '이어지는 각자의 일상과 버닝거리'가 너무나 다양해졌고, TV 채널이 100개 넘어가는 수준으로 무척 많아진데다, 전 국민이 다 같이 챙겨 보는 TV 프로 수도 점점 줄어드는지라 '범 대중적인 인지도'를 갖는 연예인 수 또한 점점 줄어가는 게 아닐런지? 


그러한 사회적 변화로 인해, 요즘엔 'TV에 나오는 연예인'이라 하여 모두 다 그 사람을 알아보는 건 아니다. 세대별로 선호하는 TV 프로나 좋아하는 연예인도 다 달라서, 연령대가 좀 있는 세대에선 '가요 무대에 출연하는 중견 가수'는 쫙 꿰고 있어도 '최근 인기 있는 젊은 배우나 아이돌 가수'는 누군지 모르는 경우가 많으며, 어린 층에선 '이젠 인기가 좀 떨어졌거나 결혼한 뒤로 활동이 뜸해진 왕년의 인기 스타'를 두고서 '저 아줌마(아저씨)가 그렇게 인기가 많았나? 난 처음 보는데~'식으로 얘기하기도 한다.



똑같이 TV를 보아도, 사람이 맨날맨날 TV만 보고 살 수는 없기에 보통 한 개인이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프로그램 중에서 '몇 개만 선택'해서 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경우 자신이 안 챙겨보는 프로그램에 나오는 연예인에 대해선 누가 누군지 모르거나 생소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일전에 공연장에 같이 간 나의 지인처럼 '활동한 지 오래 되었고 TV에 많이 출연한 적 있는 유명(?) 연예인'을 두고서 '나는 저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생겨나는 게 아닐까 한다. 이름 알려진 연예인들에 관한 그 '개개인별로 상이한 인지도' 외에도, 요즘 사람들이 공유하는 '이슈'란 것이 예전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10년, 20년 전 사람들은 날마다 이어지는 '소수의 특정한 이슈거리'에 전 국민이 집중하는 식이었지만, 요즘엔 개개인별로 '각자의 이슈'가 존재할 따름이다. 포털에 한 연예인(가수, 개그맨, 배우나 아나운서 등..)의 사생활과 관련한 이슈가 떠도, 그 연예인이 누군지 모르거나 그가 출연하는 TV 프로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을 것이다.



대신, 요즘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선 비교적 전문적으로 파는 편이다. 자신에게 딱히 필요하지 않은 분야는 버리되(24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 본인이 별로 땡기지 않는 분야에 대해서까지 일일이 다 섭렵하는 건 시간 낭비이니..), 관심 갖는 분야에 대해선 더 큰 '깊이'를 갖추게 된 것이다. 어떤 면에선, 일반인들도 자기가 좋아하는 특정 분야에 한해선 다들 전문가라 할 수 있다.


앞으로의 세상도 점점 그런 양상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싶다. 그래봤자 100년도 채 안되는 삶을 살아가면서,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분야의 모든 이슈'에 다 관심 가지며 살기엔 하루 24시간이 너무 짧고 그 사이에 해야할 일들 & 습득해야 할 정보가 넘쳐난다. 그러한 관계로 'TV에 자주 나오는 (한 9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민적인 인지도를 가졌던) 유명 연예인'이 더이상 '모든 사람들이 아는 유명한 인물'이 아니게 될 가능성이 높다.


'스포츠를 좋아하지만 영화는 안 좋아하는 사람'들 경우엔 야구 선수 이름은 꿰고 있어도 현재 잘나가는 영화 배우 이름(or 얼굴)은 모를 수 있으며, '가끔 영화도 보고 여행도 다니지만 스포츠엔 관심 없는 사람'이라면 최근 잘나간다는 운동 선수가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모를 수 있으며, '연극이나 오페라, 뮤지컬은 보러가도 TV를 통 안보는 사람'들은 요즘 TV에서 잘나가는 개그맨이나 아이돌 가수, 인기 드라마로 뜬 탤런트가 누군지 충분히 모를 수 있는... 이런 식으로 말이다. 



예전에 공연장에서 겪은 그 체험은 나에게 나름 문화적 충격이었고, 그래서 그것과 관련한 이런 저런 생각들이 떠올랐다. 분명 어떤 뮤지컬 작품들에선 '홍보'를 위해 '유명한(유명하다고 알려져 있는) 연예인'들을 캐스팅하는 것일텐데, 내 지인이 자기는 그 연예인을 처음 본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 지인은 그렇다고 뮤지컬을 자주 보는 이도 아니어서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뮤지컬 배우'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편이다. 어쨌든, 그 사람 입장에선 '무대 쪽에서만 쭉 활동하는 뮤지컬 배우'나 '한 때 TV 쪽에서 활동했던 유명 연예인'이나 다 '듣보잡'스럽긴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사실.. 나 역시 '구독하는 블로그'에 업데이트 된 글 읽으러 갔다가, 제목에 '요즘 잘나가는 (어린 층인 초/중/고등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인기 가수 이름'이 나오면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거나 사진을 봐도 누군지 모르겠는 경우'가 참 많다. 그나마 드라마나 영화는 가끔 접하지만, 워낙에 그 분야에서 일하는 연예인들이 많아서 그 모든 이들의 이름과 이목구비를 다 꿰고 있을 순 없고 말이다.. 요즘 들어선 '온라인' 상에서 만나는 지인들이나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주변인들 중에 그런 사람들이 꽤 많던데, 이제는 유명 연예인들이(조차) 더이상 유명하지 않게 되는 시대가 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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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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