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어떤 한 가지를 꾸준하게 하는 사람 or 그런 현상을 보이는 걸 큰 미덕으로 여기고 있다. 매년 각 방송사에서 개최하는 '연기 대상'도 그런 류의 '꾸준한 성격'을 지닌 TV 프로그램 중 하나인데, 최근 방송된 <2011년 MBC 드라마 대상>은 그 '꾸준함'에 큰 스크래치를 낸 시상식이 아니었나 싶다.

한 때 '연말'을 맞아 '해돋이'도 보러 가고 야외에서 '제야의 종' 치는 걸 구경했을 때도 있었으나, 그 때마다 너무 추웠던 기억이 난다. 추운데 돌아다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언젠가부턴 연말이 되면 '따뜻한 방 안에서 맛난 음식 먹으며 연기 대상이나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렇다고 해서 연말 '연기 대상 시상식'을 충실하게 챙겨 보는 편은 아니다. 요즘엔 예전에 비하여 '수상자'에 대해 느끼는 특유의 긴장감이나 공정성이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딱히 챙겨 볼려고 했던 건 아니었으나 '연기 면에서의 대상'을 누가 타는지 궁금해서 TV를 틀었더니 '어라! <연기 대상>이 아니네~?' 싶은 이상한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나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MBC 연기 대상>이 2011년엔 <MBC 드라마 대상>으로 바뀐 것이다.


우리 살아가는 세상엔 콕 찝어서 얘기하지 않더라도 특정 사안에 대한 '대략적인 기준선, 대략적인 분위기, 대략적인 흐름..' 같은 게 존재한다. 꾸준히 지켜본 사람이라면, 국내에서 행해지는 이런 류의 '각종 시상식 결과'를 요즘에도 100% 신뢰하는 순진한 시청자는 없을 것이다. 언젠가부턴 연말 '연기 대상' 시상식 역시 <배우들의 '실제 연기 실력'과는 무관하게, 각 방송사의 '이해 관계'에 따라 주최측 마음대로 나눠주는 상>으로 전락해 버렸기에 말이다.

허나 그 안에서도 나름의 '보편적 기대감' 같은 건 표출되게 마련이다. 크게 대박 난 드라마가 없는 <2011년 MBC 연기 대상(드라마 대상)>의 경우 독특한 캐릭터로 사랑 받은 <최고의 사랑> 차승원이 '대상'을 타지 않을까 하는 예측이 지배적이었으며, 그가 아니라면 무척 오랜만에 시청률 면에서 타 방송사 주말 연속극을 따라잡은 <반짝반짝 빛나는>의 김현주가 탈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연기자 차승원은 본인의 노력으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쳐도, 공효진의 경우 아무리 연기를 기본 이상으로 해도 <파스타> 때랑 <최고의 사랑> 때의 '연기'가 뭐가 달라졌는지 잘 모르겠음~)

그런데, 2011년의 MBC는 오랜 전통을 깨고 타이틀을 <연기 대상 드라마 대상>으로 바꾸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배우 개인'이 아닌 '드라마 자체'에다 '대상'을 부여하는 뜬금없는 행보를 선보였다. 시청자 입장에서 봤을 때, MBC의 이번 행태가 그닥 좋아 보이진 않는다. 어차피 <MBC 연기 대상>의 관행은 대중들이 다 파악하고 있기에, 그것에 의거하여 차승원(혹은 김현주)에게 '연기 대상'을 주었다 해도 그걸 크게 문제 삼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지난 시상식이 극뽁 안되는 독고진(차승원)?
일생일대의 '(연기) 대상' 받을 기회를 놓치다니-

하지만 '드라마 <최고의 사랑>'이 '대상'을 받는 건 얘기가 또 달라진다. 솔직히 '(연예인을 직업으로 해서 살아가는 사람은 전체 인구 중 극소수이며, 대한 민국 대다수의 대중들은 연예인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에 온전히 공감하긴 힘들텐데) 한 때 무려 최고 자리에까지 올라본 연예인 주인공(독고진 & 구애정) 2명 나와서 러브러브~했던 스토리의 <최고의 사랑>이 무려 대상 씩이나 받을 만한 대단히 작품성 있는 드라마인가~???' 싶다. 그렇다고 해서 이 드라마 '시청률(흥행 성적)'이 눈에 띄게 좋은 것도 아니다.

그것이 무슨 <여명의 눈동자>나 <허준> <상도>.. 하다못해 <대장금> 정도라도 되면 모를까 '전 세대를 다 아우르지 못한 채 일부 층에서 좀 인기 있었던 & 시청률 면에서 대박난 드라마도 아닌 <최고의 사랑>'이 MBC의 오랜 전통을 깨뜨리고 캐릭터의 절반을 창출해 낸 차승원을 물 먹이면서까지 '대상' 타이틀을 거머쥘 만큼 그리 대단한 드라마란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다.

급작스럽게 타이틀이 바뀐 이번 <2011년 MBC 드라마 대상> '대상' 시상 때 이미 '왕국'에서 '동네 지역국' 수준으로 전락한 M사에다 '드라마 왕국'의 호칭을 애써 강조하면서 '(연기를 평가 받는 특정 배우 아닌) 특정 드라마'에다 상을 부여하던데, 그 장면은 특히 민망하기 그지없었다. 그것이 과연 '대상' 수준인가 싶은 <최고의 사랑>에 돌아갔기에 더더욱 모양 빠져 보였다고나 할까? 말은 '드라마 왕국'이라 했지만, MBC의 이번 처사는 그 '드라마 왕국' 명성에 더더욱 흠집 내는 시추에이션이었다 생각한다..

'자기네들끼리만 공감하는 가벼운 로맨스의 드라마'가, 그것두 최고 시청률 
고작 17%, 21% 정도의 드라마가 한 방송사의 전통을 뒤엎고 '대상'이라니..! 누가 보면 드라마 <최고의 사랑>이 무슨 <여명의 눈동자>급의 작품성이 있거나 평균 시청률 한 40~50% 되는 줄 착각할 만한 '뜬금없는 드라마 대상'이 아닌가-

그렇다고 해서 <최고의 사랑>이 그렇게 떨어지는 드라마는 아니지만, MBC 방송사의 유구한 전통을 급작스럽게 뒤집어 엎고 '대상' 씩이나 수여할 만큼 대단히 작품성이 뛰어난 드라마는 절대 아니란 것이다- MBC에서 이번에 그런 '뜬금없는 행보'를 선보인 것에 대한 나름의 추측성 글도 읽어 보았는데, 그 모든 걸 다 감안해도 이번 <MBC 드라마 대상>은 여전히 황당하고 뻘쭘한 시상식 같다.

2010년에 '<내조의 여왕>에 비해 시청률도 화제성도 한참 떨어졌던 드라마 <역전의 여왕>'으로 김남주가 대상을 받고, 새파랗게 어린데다 '연기력' 면에서 지진희나 이소연에게 한참 밀린다는 평가를 들었던 한효주가 <동이>로 '공동 대상'을 수상했는데, 그 아무나(?) 받는 '대상'을 '2011년 MBC 최고의 캐릭터로 사랑 받은 차승원'이 못 받다니.. MBC는 차승원에게 두고두고 미안해 해야 할 것이다.

오랜 전통까지 갈아 엎은 <2011년 MBC (연기 대상 아닌) 드라마 대상>은 '상 나눠 먹기'를 두고 이것저것 잔머리 굴리다가 탄생한 '조잡스런 꼼수'가 엿보였던 '급 떨어지는 시상식'이 아니었나 싶다. 그 바뀐 타이틀이 2012년에도 계속 유지될 것인지, 아님 2012년이나 2013년부턴 다시 <MBC 연기 대상>으로 급 번복될 것인지, 그것에 대한 추이가 무척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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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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