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헝가리 뮤지컬계'에 처음 입문하게 된 것은 제라르 프레스귀르빅(Geraed Presgurvic) 작사/작곡의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해서였다. 뮤지컬도 일정한 '기/승/전/결' 이야기 구조를 가진 하나의 <극> 장르기이기에 '극적인 재미'가 무척 중요하다 할 수 있는데, 맨 처음 헝가리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접하게 되었을 때 마치 신대륙을 발견한 듯한 오묘한 느낌을 받았었다.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 관련하여 프랑스의 오리지널 초연 DVD(2001년 파리 공연 실황) & 뉴 버전 DVD(2010년 파리 공연 실황), 헝가리판 DVD와 일본 다카라즈카 가극단 버전 DVD가 정식 출시된 바 있는데, 그 중 가장 물건은 '헝가리판 로미오 앤 줄리엣'이 아닐까 생각한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있는 모 극단이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외에도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 대본의 몇몇 오스트리아 뮤지컬을 자국어 버전으로 제작하였는데, 쿤체 & 르베이 콤비의 <엘리자베트>도 그 중 한 편에 해당한다. 이 쪽도 '뮤지컬 DVD'를 내는 데엔 박하지 않아서,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처럼 <엘리자벳>도 헝가리 버전 DVD가 존재한다. 같은 작품이지만, 독일어로 공연된 2005' 오스트리아(빈)판 <엘리자베트>와 2004' 헝가리판 <엘리자베트>는 그 세부적인 내용이나 연출 방향이 살짝 다르다.(물론 극의 '기본 줄기'는 동일하지만...)
이 헝가리 연출가의 작품으로 맨 처음 접한 게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는데, 비록 배우들의 노래 실력은 프랑스판이 낫지만 '스토리의 매끈함'이나 '극적인 재미'는 헝가리판이 우월하여 그가 연출한 다른 작품도 신뢰하게 되었다. 우리 나라에서도 이미 많이 알려진 오스트리아 뮤지컬 <모차르트!>의 경우에도 그 감독의 헝가리 버전은 그 나름의 '뚜렷한 컨셉'을 갖고 있으며 '연출 방향'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인상적으로 봤는데, 헝가리판 <엘리자벳> 역시 오스트리아의 원 버전과는 다르게 연출되었다.
이 쪽 판본에선 '프란츠 요제프 황제(Bereczki Zoltan)'의 미모 역시 꽤 출중한 듯 보였다. 헝가리판 <엘리자베트>에서 '프란츠 요제프 황제 & 엘리자베트'의 아들인 '루돌프' 역으론 헝가리판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미오' 역으로 출연한 바 있는 돌허이 어틸러(Dolhai Attila)가 나오는데, 이 배우의 비주얼도 꽤 괜찮은 편이다. 전반적으로 뮤지컬 <엘리자베트> 헝가리 버전의 '황제 가족(프란츠 요제프 황제-엘리자베트 황후-루돌프 황태자)'의 미모는 다른 판본에 비해 뛰어난 편이라 할 수 있다.
헝가리 <엘리자베트>에서의 여주인공 '엘리자베트(Janza Kata)'와 그 남편인 '프란츠 요제프 황제(Bereczki Zoltan)'.. 둘의 미모도 뛰어난 데다, '베레츠키 졸탄-프란츠 요제프'의 색다른 캐릭터 해석과 탁월한 연기력으로 인해 이 판본에선 '황제 부부'의 존재감이 무척 크게 다가왔다. 물론, 헝가리 버전 <엘리자벳> 안에서 '다른 캐릭터'의 존재감도 그리 약하지 않은 편이다.
같은 작품이지만, 이 뮤지컬은 나라별로 '캐릭터 특징'과 '극 구성'이 조금씩 다르다. 일본 다카라즈카판 <엘리자베트>에선 원래 제 2 주인공이었던 '죽음(Tod)' 캐릭터를 제 1 주인공으로 설정했고, 스토리 역시 이 '죽음'이란 등장 인물 위주로 돌아간다. <남역>이 중심이 되는 다카라즈카의 특성 상 여주인공 '엘리자베트'를 메인으로 내세울 순 없었기에, 오스트리아 원판과는 다른 캐릭터 해석을 시도하였다.
그러하듯 '남역 위주'에 '조연'은 들러리 취급하는 일본 다카라즈카 버전 <엘리자베트(에리자베토)>에선 다른 배역들의 비중을 팍 줄여가며 대체로 제 1 주인공인 '죽음(토토)' 혼자 다 해먹는(?) 분위기인 것에 반해, 헝가리판 <엘리자베트>의 경우엔 '이 캐릭터는 이 캐릭터대로, 저 캐릭터는 저 캐릭터대로 골고루 다 개성 넘치고 존재감 있게 연출되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결혼한 '엘리자베트'에게 위협을 가하는 죽음 / 배후에서 '루돌프 황태자'를 조종하는 절대자 죽음
다카라즈카 <엘리자베트>에서의 '죽음(Tod/토트, 토드, 토토)' 캐릭터는 여주인공 '엘리자베트'를 제치고 '메인 주인공'으로 등극한 데다 각색된 대본(가사) 내용 상 '표출해야 할 감정선'이 늘어나고 세밀해진 탓에, 포지션 자체는 감정 없는 추상 명사인 '죽음'이지만 캐릭터의 특징은 뭔가 '인간적'이다.
<엘리자베트> 헝가리 버전에선, 그와는 반대로 오스트리아 원판보다 '죽음 캐릭터'를 더 자제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표면적'으로 이 버전의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엘리자베트와 그녀의 남편인 프란츠 요제프 황제, 시어머니 조피 & 루돌프 황태자 등 <파란만장한 황제 가족 이야기>가 메인 플롯인 것처럼 느껴지며, 헝가리판 죽음은 다카라즈카 버전의 '여주인공에게 순정을 느끼는 캐릭터'와는 달리 '불행한 가족사를 겪어 나가면서 차츰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엘리자베트 곁을 맴돌며, 그 주변인들이 죽을 때에 그들을 황천길로 데려가는.. 어떤 <절대자적인 존재>와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헝가리 <엘리자베트>의 '사보-죽음' 캐릭터는 어찌 보면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초연 때의 '안느-죽음'과 그 느낌이 비슷한 것 같다. 그는 극 전반적으로 '이승 세계의 사람들과는 다른 음산하고 무서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살곰살곰 황제 가족 주변을 맴돌면서 그들에게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다가 때 되면 스윽~ 데리고 가 버리는 비교적 '냉정하면서 정적인 느낌'의 캐릭터이다..
거기엔 그럴듯한 느낌의 분장과 조명이 일조하고, '죽음' 역을 연기한 배우(Szabo P. Szilveszter)의 분위기나 연기력도 캐릭터의 강렬함을 한껏 살려준다.
그렇다고 해서 이 헝가리 <엘리자베트>가 호러물적인 성격의 극은 아니며, 전반적으로 맺고 끊는 게 분명하면서도 그 안에 나오는 '인물 하나 하나'를 다 살려주는 드라마적 요소가 강한 버전이라 할 수 있다.
헝가리 판본에서의 엘리자베트(Janza Kata)는 배우 자체가 진짜 미인이어서 그 나름대로 존재감이 상당하고, 졸탄(Bereczki Zoltan)의 프란츠 요제프 황제는 다른 버전과는 살짝 차별화된 황제 캐릭터를 선보이면서 여주인공 엘리자베트와 제대로 긴장감 조성해 주고.. 황제 엄마인 조피 모후(Molnar Piroska)도 그 나름대로 귀엽고 무척 애잔한 인물이며, 무섭고 음산하면서도 특유의 위엄과 분위기를 선보이는 죽음(Szabo P. Szilveszter) 역시 꽤나 강렬한 캐릭터이다.
그리고 이 극의 화자인 루케니(Foldes Tamas)는 처음부터 죽음 캐릭터와 '2인 복식조'로 활동하면서 적당히 극에 개입하고, 황제 부부 아들인 루돌프 황태자(Dolhai Attila)가 '죽게 되기까지의 과정'도 오스트리아의 오리지널 버전 <엘리자베트>에 비해 약간 보강되었다.
실존 인물인 합스부르크 왕가의 '루돌프 황태자'가 자기 부인 놔두고 '마리 베체라'라는 웬 어린 소녀를 데리고 '동반 자살'하였는데, 뮤지컬 <엘리자베트> 헝가리 버전엔 '루돌프 죽는 장면'에 '마리 베체라로 추정되는 여성'이 잠깐 등장하여 그와 함께 죽음의 춤을 추고선 생을 마감하는 걸로 처리되었다.
공연 실황 DVD에 나오는 헝가리판 <엘리자베트>의 무대 자체는 다른 나라 버전에 비해 작은 편인데, '회전식 무대'를 통해 작은 무대를 효과적으로 잘 활용한 것 같다.
뮤지컬 <엘리자벳> 오스트리아 원 버전을 봐도 그렇지만, 헝가리 버전에 나오는 '프란츠 요제프 황제'도 꽤나 애잔하게 느껴지는데, 이 잘생긴 황제가 머리 새하얀 '호호 할아버지'로 늙어가는 모습을 보니 더더욱 그러하다. 젊은 시절 '위풍당당하고 패기 만만했던 미남 군인 황제'가 '허리 굽은 늙은이'로 변해가니... 거기에다가 '늙은 프란츠 요제프 황제'는 '역마살 낀 부인 엘리자베트 황후'에게 집으로 돌아가자 부탁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그런 황제를 버리(?)고 계속 방랑 생활을 지속하니 말이다..
헝가리 감독이 나름의 '뚜렷한 작품 세계'가 있고, 다양한 캐릭터를 다 살려주면서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데,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라면 이 극단에 소속된 헝가리 배우들의 전반적인 '가창력'이 별로인 편이다.(그래서, 화면 내리고 귀로만 들으면 '듣는 귀'가 꽤나 불편하게 느껴지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경우처럼 뮤지컬 <엘리자베트> 경우에도 헝가리판이 '비주얼적인 부분'이나 '극적인 재미' 면에선 오리지널 버전에 뒤지지 않지만, 배우들 '노래 실력'은 프랑스 원판(로미오 앤 줄리엣) & 오스트리아 원판(엘리자벳)이 훨씬 낫다.
다카라즈카(타카라즈카) 가극단을 비롯한 일본 극단 쪽에도 '노래 안되는 뮤지컬 배우'들이 상당히 많다. 그런 걸 보면, 나라 별로 '노래 잘하는 민족'과 '노래 못하는 민족'이 존재하는 듯하다. 기본적으로 우리 한국인은 노래를 잘하는 민족이다.(중국 쪽에도 노래 잘하는 사람은 많은 듯...) 그에 따라, 국내 뮤지컬 배우들의 '가창력' 레벨도 그 나름대로 좋은 편이라 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일본 쪽은 우리보다 인구는 많아도 민족 자체가 '노래'를 잘하는 쪽과는 영 거리가 먼 것 같은데.. 그런 이유 때문인지, 일본 뮤지컬 극단 중 '외국인'을 영입하는 사례가 종종 눈에 띈다.(싴 극단이나 토호 극단 등) 현재 국내 활동 중인 '우리 나라 뮤지컬 배우' 중에도, 일본 극단에서 활동하다 온 배우들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따지고 보면 '프랑스인'도 노래를 잘하는 민족은 아닌데, 그들 역시 대형 뮤지컬을 무대에 올릴 때 실력 있는 '외국인'들을 종종 기용하곤 한다.
헝가리 쪽도 '노래'하곤 거리가 먼 민족인지 '유명 뮤지컬'의 이 쪽 판본에서 '듣는 즐거움'은 영 별로이지만, 어쨌든 <로미오와 줄리엣> <모차르트!> <엘리자벳> 등을 새로이 각색해서 무대에 올린 헝가리 감독의 독특한 연출 센스는 꽤나 인상적이며 일정한 '기/승/전/결' 이야기 구조를 가진 '극'으로서 특유의 매력이 있기에,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 &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 콤비의 오스트리아 뮤지컬 <엘리자베트(Elisabeth)>의 '헝가리 버전'도 그 나름대로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이 헝가리 연출자는 '특정한 의미를 지닌 소품' 활용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은데, 작품의 오리지널 버전과는 또 다른 미덕을 부여하고자 하는 '헝가리 판본'만의 특징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To be continued..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 관련하여 프랑스의 오리지널 초연 DVD(2001년 파리 공연 실황) & 뉴 버전 DVD(2010년 파리 공연 실황), 헝가리판 DVD와 일본 다카라즈카 가극단 버전 DVD가 정식 출시된 바 있는데, 그 중 가장 물건은 '헝가리판 로미오 앤 줄리엣'이 아닐까 생각한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있는 모 극단이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외에도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 대본의 몇몇 오스트리아 뮤지컬을 자국어 버전으로 제작하였는데, 쿤체 & 르베이 콤비의 <엘리자베트>도 그 중 한 편에 해당한다. 이 쪽도 '뮤지컬 DVD'를 내는 데엔 박하지 않아서,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처럼 <엘리자벳>도 헝가리 버전 DVD가 존재한다. 같은 작품이지만, 독일어로 공연된 2005' 오스트리아(빈)판 <엘리자베트>와 2004' 헝가리판 <엘리자베트>는 그 세부적인 내용이나 연출 방향이 살짝 다르다.(물론 극의 '기본 줄기'는 동일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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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헝가리 연출가의 작품으로 맨 처음 접한 게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는데, 비록 배우들의 노래 실력은 프랑스판이 낫지만 '스토리의 매끈함'이나 '극적인 재미'는 헝가리판이 우월하여 그가 연출한 다른 작품도 신뢰하게 되었다. 우리 나라에서도 이미 많이 알려진 오스트리아 뮤지컬 <모차르트!>의 경우에도 그 감독의 헝가리 버전은 그 나름의 '뚜렷한 컨셉'을 갖고 있으며 '연출 방향'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인상적으로 봤는데, 헝가리판 <엘리자벳> 역시 오스트리아의 원 버전과는 다르게 연출되었다.
이 쪽 판본에선 '프란츠 요제프 황제(Bereczki Zoltan)'의 미모 역시 꽤 출중한 듯 보였다. 헝가리판 <엘리자베트>에서 '프란츠 요제프 황제 & 엘리자베트'의 아들인 '루돌프' 역으론 헝가리판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미오' 역으로 출연한 바 있는 돌허이 어틸러(Dolhai Attila)가 나오는데, 이 배우의 비주얼도 꽤 괜찮은 편이다. 전반적으로 뮤지컬 <엘리자베트> 헝가리 버전의 '황제 가족(프란츠 요제프 황제-엘리자베트 황후-루돌프 황태자)'의 미모는 다른 판본에 비해 뛰어난 편이라 할 수 있다.
헝가리 <엘리자베트>에서의 여주인공 '엘리자베트(Janza Kata)'와 그 남편인 '프란츠 요제프 황제(Bereczki Zoltan)'.. 둘의 미모도 뛰어난 데다, '베레츠키 졸탄-프란츠 요제프'의 색다른 캐릭터 해석과 탁월한 연기력으로 인해 이 판본에선 '황제 부부'의 존재감이 무척 크게 다가왔다. 물론, 헝가리 버전 <엘리자벳> 안에서 '다른 캐릭터'의 존재감도 그리 약하지 않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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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작품이지만, 이 뮤지컬은 나라별로 '캐릭터 특징'과 '극 구성'이 조금씩 다르다. 일본 다카라즈카판 <엘리자베트>에선 원래 제 2 주인공이었던 '죽음(Tod)' 캐릭터를 제 1 주인공으로 설정했고, 스토리 역시 이 '죽음'이란 등장 인물 위주로 돌아간다. <남역>이 중심이 되는 다카라즈카의 특성 상 여주인공 '엘리자베트'를 메인으로 내세울 순 없었기에, 오스트리아 원판과는 다른 캐릭터 해석을 시도하였다.
그러하듯 '남역 위주'에 '조연'은 들러리 취급하는 일본 다카라즈카 버전 <엘리자베트(에리자베토)>에선 다른 배역들의 비중을 팍 줄여가며 대체로 제 1 주인공인 '죽음(토토)' 혼자 다 해먹는(?) 분위기인 것에 반해, 헝가리판 <엘리자베트>의 경우엔 '이 캐릭터는 이 캐릭터대로, 저 캐릭터는 저 캐릭터대로 골고루 다 개성 넘치고 존재감 있게 연출되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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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라즈카 <엘리자베트>에서의 '죽음(Tod/토트, 토드, 토토)' 캐릭터는 여주인공 '엘리자베트'를 제치고 '메인 주인공'으로 등극한 데다 각색된 대본(가사) 내용 상 '표출해야 할 감정선'이 늘어나고 세밀해진 탓에, 포지션 자체는 감정 없는 추상 명사인 '죽음'이지만 캐릭터의 특징은 뭔가 '인간적'이다.
일본 다카라즈카 <엘리자베트> | 오스트리아 <엘리자베트(원판)> | 헝가리 <엘리자베트> |
감정 흘러 넘치는 '죽음' | 적절한 감정선의 '죽음' : 표준 | 최대한 감정 자제하는 '죽음' |
<엘리자베트> 헝가리 버전에선, 그와는 반대로 오스트리아 원판보다 '죽음 캐릭터'를 더 자제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표면적'으로 이 버전의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엘리자베트와 그녀의 남편인 프란츠 요제프 황제, 시어머니 조피 & 루돌프 황태자 등 <파란만장한 황제 가족 이야기>가 메인 플롯인 것처럼 느껴지며, 헝가리판 죽음은 다카라즈카 버전의 '여주인공에게 순정을 느끼는 캐릭터'와는 달리 '불행한 가족사를 겪어 나가면서 차츰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엘리자베트 곁을 맴돌며, 그 주변인들이 죽을 때에 그들을 황천길로 데려가는.. 어떤 <절대자적인 존재>와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헝가리 <엘리자베트>의 '사보-죽음' 캐릭터는 어찌 보면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초연 때의 '안느-죽음'과 그 느낌이 비슷한 것 같다. 그는 극 전반적으로 '이승 세계의 사람들과는 다른 음산하고 무서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살곰살곰 황제 가족 주변을 맴돌면서 그들에게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다가 때 되면 스윽~ 데리고 가 버리는 비교적 '냉정하면서 정적인 느낌'의 캐릭터이다..
거기엔 그럴듯한 느낌의 분장과 조명이 일조하고, '죽음' 역을 연기한 배우(Szabo P. Szilveszter)의 분위기나 연기력도 캐릭터의 강렬함을 한껏 살려준다.
그렇다고 해서 이 헝가리 <엘리자베트>가 호러물적인 성격의 극은 아니며, 전반적으로 맺고 끊는 게 분명하면서도 그 안에 나오는 '인물 하나 하나'를 다 살려주는 드라마적 요소가 강한 버전이라 할 수 있다.
헝가리 판본에서의 엘리자베트(Janza Kata)는 배우 자체가 진짜 미인이어서 그 나름대로 존재감이 상당하고, 졸탄(Bereczki Zoltan)의 프란츠 요제프 황제는 다른 버전과는 살짝 차별화된 황제 캐릭터를 선보이면서 여주인공 엘리자베트와 제대로 긴장감 조성해 주고.. 황제 엄마인 조피 모후(Molnar Piroska)도 그 나름대로 귀엽고 무척 애잔한 인물이며, 무섭고 음산하면서도 특유의 위엄과 분위기를 선보이는 죽음(Szabo P. Szilveszter) 역시 꽤나 강렬한 캐릭터이다.
그리고 이 극의 화자인 루케니(Foldes Tamas)는 처음부터 죽음 캐릭터와 '2인 복식조'로 활동하면서 적당히 극에 개입하고, 황제 부부 아들인 루돌프 황태자(Dolhai Attila)가 '죽게 되기까지의 과정'도 오스트리아의 오리지널 버전 <엘리자베트>에 비해 약간 보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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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 인물인 합스부르크 왕가의 '루돌프 황태자'가 자기 부인 놔두고 '마리 베체라'라는 웬 어린 소녀를 데리고 '동반 자살'하였는데, 뮤지컬 <엘리자베트> 헝가리 버전엔 '루돌프 죽는 장면'에 '마리 베체라로 추정되는 여성'이 잠깐 등장하여 그와 함께 죽음의 춤을 추고선 생을 마감하는 걸로 처리되었다.
공연 실황 DVD에 나오는 헝가리판 <엘리자베트>의 무대 자체는 다른 나라 버전에 비해 작은 편인데, '회전식 무대'를 통해 작은 무대를 효과적으로 잘 활용한 것 같다.
뮤지컬 <엘리자벳> 오스트리아 원 버전을 봐도 그렇지만, 헝가리 버전에 나오는 '프란츠 요제프 황제'도 꽤나 애잔하게 느껴지는데, 이 잘생긴 황제가 머리 새하얀 '호호 할아버지'로 늙어가는 모습을 보니 더더욱 그러하다. 젊은 시절 '위풍당당하고 패기 만만했던 미남 군인 황제'가 '허리 굽은 늙은이'로 변해가니... 거기에다가 '늙은 프란츠 요제프 황제'는 '역마살 낀 부인 엘리자베트 황후'에게 집으로 돌아가자 부탁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그런 황제를 버리(?)고 계속 방랑 생활을 지속하니 말이다..
헝가리 감독이 나름의 '뚜렷한 작품 세계'가 있고, 다양한 캐릭터를 다 살려주면서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데,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라면 이 극단에 소속된 헝가리 배우들의 전반적인 '가창력'이 별로인 편이다.(그래서, 화면 내리고 귀로만 들으면 '듣는 귀'가 꽤나 불편하게 느껴지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경우처럼 뮤지컬 <엘리자베트> 경우에도 헝가리판이 '비주얼적인 부분'이나 '극적인 재미' 면에선 오리지널 버전에 뒤지지 않지만, 배우들 '노래 실력'은 프랑스 원판(로미오 앤 줄리엣) & 오스트리아 원판(엘리자벳)이 훨씬 낫다.
다카라즈카(타카라즈카) 가극단을 비롯한 일본 극단 쪽에도 '노래 안되는 뮤지컬 배우'들이 상당히 많다. 그런 걸 보면, 나라 별로 '노래 잘하는 민족'과 '노래 못하는 민족'이 존재하는 듯하다. 기본적으로 우리 한국인은 노래를 잘하는 민족이다.(중국 쪽에도 노래 잘하는 사람은 많은 듯...) 그에 따라, 국내 뮤지컬 배우들의 '가창력' 레벨도 그 나름대로 좋은 편이라 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일본 쪽은 우리보다 인구는 많아도 민족 자체가 '노래'를 잘하는 쪽과는 영 거리가 먼 것 같은데.. 그런 이유 때문인지, 일본 뮤지컬 극단 중 '외국인'을 영입하는 사례가 종종 눈에 띈다.(싴 극단이나 토호 극단 등) 현재 국내 활동 중인 '우리 나라 뮤지컬 배우' 중에도, 일본 극단에서 활동하다 온 배우들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따지고 보면 '프랑스인'도 노래를 잘하는 민족은 아닌데, 그들 역시 대형 뮤지컬을 무대에 올릴 때 실력 있는 '외국인'들을 종종 기용하곤 한다.
헝가리 쪽도 '노래'하곤 거리가 먼 민족인지 '유명 뮤지컬'의 이 쪽 판본에서 '듣는 즐거움'은 영 별로이지만, 어쨌든 <로미오와 줄리엣> <모차르트!> <엘리자벳> 등을 새로이 각색해서 무대에 올린 헝가리 감독의 독특한 연출 센스는 꽤나 인상적이며 일정한 '기/승/전/결' 이야기 구조를 가진 '극'으로서 특유의 매력이 있기에,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 &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 콤비의 오스트리아 뮤지컬 <엘리자베트(Elisabeth)>의 '헝가리 버전'도 그 나름대로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이 헝가리 연출자는 '특정한 의미를 지닌 소품' 활용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은데, 작품의 오리지널 버전과는 또 다른 미덕을 부여하고자 하는 '헝가리 판본'만의 특징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