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원작을 각색한 제라르 프레스귀르빅(Gerard Presgurvic) 작사/작곡의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Romeo et Juliette)'에선 '원작에서 별로 존재감이 없었거나 비중 낮았던 조연 캐릭터'들 하나하나에 그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였는데, 그건 이 뮤지컬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어쨌든 기존에 창작된 '원작 따라잡기'에 연연해 하지 않고 각색 단계를 거쳐 그 나름의 '새로운 미덕'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선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처음엔 그냥 그랬는데, 이 뮤지컬 DVD를 자꾸 보다 보니 조연 캐릭터들도 각각의 의미로 짠하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조연들의 이야기'에 꽤나 힘을 실어주었지만,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 & 줄리엣> 2001년 버전(공연 실황 DVD)에선 '로미오와 줄리엣'.. 두 '주인공 캐릭터'도 전혀 약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게 느껴지는 데엔, 유난히 목소리 궁합이 좋은데다 '다른 배우들과는 차별화 되는 독특한 개성'을 지닌 다미앙 사르그(Damien Sargue)와 세실리아 카라(Cecilia Cara) 두 배우의 힘이 컸다고 생각한다. 이 버전의 주인공들은 자기만의 '고유한 특징'을 지니고 있어서 나름의 설득력을 갖는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기본적으로 남자들은 예쁜 여자 좋아하고 여자들도 잘생긴 남자를 좋아하지만, 요즘 세상에 단순히 그것만 가지고 '극 중 인물이 사랑에 빠졌드래요~' 하기엔 뭔가가 결핍된 듯 너무 허전하다.(그런 건 쌍팔년도식 스토리~) 그것 외에, 상대 이성이 반할 만한 '특별한 뭔가'가 있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DVD 초연 버전에 나오는 극강 소녀스러운 '세실리아 카라의 줄리엣'은 어떤 면에서 보면 이 극에 나오는 남성들의 '로리타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듯한 줄리엣이다. 비록 껄쩍지근한 컨셉이긴 하지만, 그런 확실하고 뚜렷한 색깔이 있기에 이 버전에 나오는 여러 설정들이 나름의 '개연성'을 갖는다는 생각이다. 굳이 그 컨셉이 아니라 <서로를 엄청나게 증오하는 생활을 오래 지속하면서, 잦은 유혈 난투극에 지친 베로나의 몬테규가와 카풀렛가 젊은 남자들이 '(아기 줄리엣처럼) 세속의 손이 닿지 않은 맑고 순수한 그 무엇인가'를 갈망한다>로 파악해도 충분히 말이 되고 말이다..
이 뮤지컬 안에서 '붉은 의상'으로 상징화된 카풀렛 가문의 '줄리엣' 쪽 이야기는 맨 처음에 잘생긴 재력가 '파리스 백작'이 '줄리엣'에게 청혼하러 오면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이 남자가 좀 '도둑놈' 같은 게.. 극 중 파리스 백작은 30세의 남자인데, 이제 겨우 16세인 줄리엣에게 청혼을 하러 온 것이다.(띠 동갑도 훌쩍 넘어선 그 '엄청난 나이 차이'라니, 이건 약간 '원조 교제' 삘이 아닌가-)
일각에서, 그런 파리스를 견제의 눈으로 바라보는 한 남자가 있다. 바로.. 친척인 줄리엣을 열 다섯 살 때부터 남몰래 흠모해 왔다는 티볼트이다. 비록 극 안에서 '현재 시점'의 티볼트 나이가 정확하게 언급되진 않았지만, 인상 착의로 봐선 티볼트 역시 줄리엣과 '나이 차이'가 꽤 있어 보이는 남자이다.
이 극에 나오는 티볼트는 대사를 통해 자기 입으로 오래 전에 이미 여자 경험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그게 '결혼' 경험도 있다는 말인지.. 좀 헷갈린다.) 티볼트의 솔로곡 '내 잘못이 아니야(C'est pas ma faute)' 장면을 통해서 말이다. 그럼에도 이 친구는 같은 카풀렛 가문의 줄리엣을 정말 좋아하며, 나중에 줄리엣이 로미오랑 사랑에 빠진 걸 보구서 참을 수 없는 '질투심'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렇게.. '줄리엣보다 나이도 훨씬 많은 남정네'들이 아직까지 애 티를 못 벗어난 아기 같은 줄리엣(Cecilia Cara)에게 눈독 들이고 있을 때, 복병에 해당하는 그들의 '라이벌'이 나타난다. 재력가 파리스가 빚 갚아준다는 말에 약간 혹한 줄리엣 아빠 카풀렛 경이 줄리엣과 파리스가 가까워지도록 하기 위해 벌인 <카풀렛가의 가장 무도회>장에 몰래 숨어 들어온 로미오(Damien Sargue)가 또 '완전 귀여운 그 애기 줄리엣'을 보고 홀딱 빠지게 되는데, 줄리엣 또한 나이 많은 파리스 아저씨 보다는 이 로미오 오빠에게 첫눈에 꽂힌 것이다. 그가 원수 집안인 몬테규가의 아들이란 사실도 모른 채...
이 버전의 등장 인물들은 죄다 '줄리엣'을 무척 예뻐한다.(특히 '무도회 장면'에서..) 그녀보다 무려 14살이나 많으면서 줄리엣에게 눈독 들이고 있는 파리스 백작(Essai)도 그렇고.. 친척인 티볼트(Tom Ross)도 계속 줄리엣 옆에서 같이 춤춰 볼려고 껄떡거리면서, 나이 어린 그 여동생이 귀여워 죽겠다는 듯 행동한다. 심지어는 무시무시한 죽음 언니(Anne Mano)마저 줄리엣을 보구서 '정말 귀여운 애로구나~' 식의 모션을 취하고, 줄리엣이 다른 이들이랑 춤추는 걸 가만히 지켜보던 로미오(Damien Sargue)도 그런 줄리엣이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듯 가면 사이로 '하트 뿅뿅~'의 눈빛을 보낸다..
그건 세실리아 카라와 같은 '아담한 여배우'가 마침 '채 젖살이 안 빠진 어린 나잇대'에 이 역할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한창 이상적인 사랑을 꿈꿀 나이인 이 '줄리엣'은 고집도 좀 있고 사랑 하나에 모든 걸 내맡길 만큼의 무모함 & 모험 정신도 있는 여성이지만, 남들이 보기엔 그저 '깨물어 주고 싶을 만큼 귀엽고 사랑스럽고 쪼맨한 애기 줄리엣'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 이 때의 세실리아 카라는 연기력 면에서도 살짝 풋내가 느껴지는데, 그것마저 '사랑에 처음 빠져들어 어쩔 줄 몰라하는 소녀 줄리엣'의 성격을 강화시켜 준다고 생각될 만큼 그 씽크로율 면에서 '별로 나빠 보이지 않는 분위기'이다.
'파리스'와 '티볼트' 같은 경우엔 자신들이 더 이상 천진할 나이가 아니며 '살아 온 이력'도 결코 순수하지 않기 때문에 <순수의 상징>과도 같은 '소녀 줄리엣'에게 버닝하는 것일 수 있다. 줄리엣과 비슷한 또래인 '로미오'는 로미오대로 이제껏 자신에게 호감을 보여 온 타 여성들과는 또 다른 '줄리엣만의 매력'을 느끼곤 그녀에게 빠져들게 된다. 어쩌면 서로 비슷한 점에 대해 직감적으로 알아보고 끌린 것일 수도...
이 버전의 로미오(Damien Sargue)와 줄리엣(Cecilia Cara)에겐 둘 다 '뭔가 나른하고 몽롱한 분위기'를 풍긴다는 공통점이 있다. '꿈꾸는 소녀 줄리엣'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자신에게 호감을 표해 온 베로나의 젊은 여성들은 많았지만 그런 그녀들에게서 별다른 특별함을 발견하지 못한 로미오' 역시 '꿈결 너머의 뭔가를 추구하는 듯한 아련한 눈빛의 청년'이다. 제라르 프레스귀르빅의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 파생작들 중 다른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에겐 그런 류의 몽롱함과 아련함이 없는 듯하다.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지만, 그 '안 새로운 것'을 잘 조합하고 재배치하여 이전의 것들과는 또 다른 미덕을 제시하는 게 '각색자'들이 해야 할 일이다. 배우가 출연한 <로미오와 줄리엣> 중에는 아무래도 탁월한 미모의 올리바아 핫세(Olivia Hussey)와 레오나르드 위팅(Leonard Whiting) 주연의 1968년 버전 영화가 제일 유명한 것 같은데,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초연(2001~2002년) 버전은 어설프게 그들을 따라하지 않으면서 이 버전만의 '독특한 개성'을 부여했다.
이 뮤지컬 제작자이자 작사/작곡가인 제라르 프레스귀르빅(Gerard Presgurvic)이 최근 들어선 번번히 삽질을 하고 있는 걸로 봐서 그걸 온전히 제라르의 공으로 돌리긴 힘들고, 어쩌다 초연 때 그가 발탁한 '다미앙 사르그(Damien Sargue)와 세실리아 카라(Cecilia Cara)의 조합 & 제라르 작품과의 상생'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작품 속 '로미오'와 '줄리엣' 캐릭터처럼, 당시에 정말 '풋풋한 나이'이기도 했거니와 '자기 색깔이 분명한 음색'에 '몽롱하고 아련한 분위기'를 자아내었던 이 뮤지컬 초연(2001' DVD) 버전의 <꿈꾸는 로미오, 꿈꾸는 줄리엣>은 그들의 촌스러움을 다 덮어버릴 만큼 무척 특별해 보였다..
'조연들의 이야기'에 꽤나 힘을 실어주었지만,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 & 줄리엣> 2001년 버전(공연 실황 DVD)에선 '로미오와 줄리엣'.. 두 '주인공 캐릭터'도 전혀 약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게 느껴지는 데엔, 유난히 목소리 궁합이 좋은데다 '다른 배우들과는 차별화 되는 독특한 개성'을 지닌 다미앙 사르그(Damien Sargue)와 세실리아 카라(Cecilia Cara) 두 배우의 힘이 컸다고 생각한다. 이 버전의 주인공들은 자기만의 '고유한 특징'을 지니고 있어서 나름의 설득력을 갖는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초연(2001~2002년) 줄리엣인 세실리아 카라(Cecilia Cara)는 속된 기준으로 빼어나게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까무잡잡한 다미앙 로미오에 비해 무척 새하얀 피부를 지닌 '통통하고 귀여운 줄리엣'이다. 그녀는 죄다 성숙해 보이는 베로나 언니들 사이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순수해 보이는 '세상의 때가 전혀 묻지 않은 듯한 아기 같은 줄리엣'이며, 그러면서도 '꿈꾸는 듯 몽롱한 눈빛과 은은한 분위기를 지닌 줄리엣'이다. 그래서 세실리아가 '줄리엣'으로 출연한 이 버전은 컨셉이 확실하다.
기본적으로 남자들은 예쁜 여자 좋아하고 여자들도 잘생긴 남자를 좋아하지만, 요즘 세상에 단순히 그것만 가지고 '극 중 인물이 사랑에 빠졌드래요~' 하기엔 뭔가가 결핍된 듯 너무 허전하다.(그런 건 쌍팔년도식 스토리~) 그것 외에, 상대 이성이 반할 만한 '특별한 뭔가'가 있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DVD 초연 버전에 나오는 극강 소녀스러운 '세실리아 카라의 줄리엣'은 어떤 면에서 보면 이 극에 나오는 남성들의 '로리타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듯한 줄리엣이다. 비록 껄쩍지근한 컨셉이긴 하지만, 그런 확실하고 뚜렷한 색깔이 있기에 이 버전에 나오는 여러 설정들이 나름의 '개연성'을 갖는다는 생각이다. 굳이 그 컨셉이 아니라 <서로를 엄청나게 증오하는 생활을 오래 지속하면서, 잦은 유혈 난투극에 지친 베로나의 몬테규가와 카풀렛가 젊은 남자들이 '(아기 줄리엣처럼) 세속의 손이 닿지 않은 맑고 순수한 그 무엇인가'를 갈망한다>로 파악해도 충분히 말이 되고 말이다..
이 뮤지컬 안에서 '붉은 의상'으로 상징화된 카풀렛 가문의 '줄리엣' 쪽 이야기는 맨 처음에 잘생긴 재력가 '파리스 백작'이 '줄리엣'에게 청혼하러 오면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이 남자가 좀 '도둑놈' 같은 게.. 극 중 파리스 백작은 30세의 남자인데, 이제 겨우 16세인 줄리엣에게 청혼을 하러 온 것이다.(띠 동갑도 훌쩍 넘어선 그 '엄청난 나이 차이'라니, 이건 약간 '원조 교제' 삘이 아닌가-)
일각에서, 그런 파리스를 견제의 눈으로 바라보는 한 남자가 있다. 바로.. 친척인 줄리엣을 열 다섯 살 때부터 남몰래 흠모해 왔다는 티볼트이다. 비록 극 안에서 '현재 시점'의 티볼트 나이가 정확하게 언급되진 않았지만, 인상 착의로 봐선 티볼트 역시 줄리엣과 '나이 차이'가 꽤 있어 보이는 남자이다.
이 극에 나오는 티볼트는 대사를 통해 자기 입으로 오래 전에 이미 여자 경험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그게 '결혼' 경험도 있다는 말인지.. 좀 헷갈린다.) 티볼트의 솔로곡 '내 잘못이 아니야(C'est pas ma faute)' 장면을 통해서 말이다. 그럼에도 이 친구는 같은 카풀렛 가문의 줄리엣을 정말 좋아하며, 나중에 줄리엣이 로미오랑 사랑에 빠진 걸 보구서 참을 수 없는 '질투심'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렇게.. '줄리엣보다 나이도 훨씬 많은 남정네'들이 아직까지 애 티를 못 벗어난 아기 같은 줄리엣(Cecilia Cara)에게 눈독 들이고 있을 때, 복병에 해당하는 그들의 '라이벌'이 나타난다. 재력가 파리스가 빚 갚아준다는 말에 약간 혹한 줄리엣 아빠 카풀렛 경이 줄리엣과 파리스가 가까워지도록 하기 위해 벌인 <카풀렛가의 가장 무도회>장에 몰래 숨어 들어온 로미오(Damien Sargue)가 또 '완전 귀여운 그 애기 줄리엣'을 보고 홀딱 빠지게 되는데, 줄리엣 또한 나이 많은 파리스 아저씨 보다는 이 로미오 오빠에게 첫눈에 꽂힌 것이다. 그가 원수 집안인 몬테규가의 아들이란 사실도 모른 채...
이 버전의 등장 인물들은 죄다 '줄리엣'을 무척 예뻐한다.(특히 '무도회 장면'에서..) 그녀보다 무려 14살이나 많으면서 줄리엣에게 눈독 들이고 있는 파리스 백작(Essai)도 그렇고.. 친척인 티볼트(Tom Ross)도 계속 줄리엣 옆에서 같이 춤춰 볼려고 껄떡거리면서, 나이 어린 그 여동생이 귀여워 죽겠다는 듯 행동한다. 심지어는 무시무시한 죽음 언니(Anne Mano)마저 줄리엣을 보구서 '정말 귀여운 애로구나~' 식의 모션을 취하고, 줄리엣이 다른 이들이랑 춤추는 걸 가만히 지켜보던 로미오(Damien Sargue)도 그런 줄리엣이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듯 가면 사이로 '하트 뿅뿅~'의 눈빛을 보낸다..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 초연 DVD에 나오는 줄리엣(Cecilia Cara)은 탁월한 미인은 아닐지라도,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 '하얗고 보드라워 보이는 오동통한 볼때기'를 한 번 만져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만드는 '정말 사랑스럽고 순수해 뵈는 아기 같은 줄리엣'인 것이다.
그건 세실리아 카라와 같은 '아담한 여배우'가 마침 '채 젖살이 안 빠진 어린 나잇대'에 이 역할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한창 이상적인 사랑을 꿈꿀 나이인 이 '줄리엣'은 고집도 좀 있고 사랑 하나에 모든 걸 내맡길 만큼의 무모함 & 모험 정신도 있는 여성이지만, 남들이 보기엔 그저 '깨물어 주고 싶을 만큼 귀엽고 사랑스럽고 쪼맨한 애기 줄리엣'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 이 때의 세실리아 카라는 연기력 면에서도 살짝 풋내가 느껴지는데, 그것마저 '사랑에 처음 빠져들어 어쩔 줄 몰라하는 소녀 줄리엣'의 성격을 강화시켜 준다고 생각될 만큼 그 씽크로율 면에서 '별로 나빠 보이지 않는 분위기'이다.
'파리스'와 '티볼트' 같은 경우엔 자신들이 더 이상 천진할 나이가 아니며 '살아 온 이력'도 결코 순수하지 않기 때문에 <순수의 상징>과도 같은 '소녀 줄리엣'에게 버닝하는 것일 수 있다. 줄리엣과 비슷한 또래인 '로미오'는 로미오대로 이제껏 자신에게 호감을 보여 온 타 여성들과는 또 다른 '줄리엣만의 매력'을 느끼곤 그녀에게 빠져들게 된다. 어쩌면 서로 비슷한 점에 대해 직감적으로 알아보고 끌린 것일 수도...
이 버전의 로미오(Damien Sargue)와 줄리엣(Cecilia Cara)에겐 둘 다 '뭔가 나른하고 몽롱한 분위기'를 풍긴다는 공통점이 있다. '꿈꾸는 소녀 줄리엣'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자신에게 호감을 표해 온 베로나의 젊은 여성들은 많았지만 그런 그녀들에게서 별다른 특별함을 발견하지 못한 로미오' 역시 '꿈결 너머의 뭔가를 추구하는 듯한 아련한 눈빛의 청년'이다. 제라르 프레스귀르빅의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 파생작들 중 다른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에겐 그런 류의 몽롱함과 아련함이 없는 듯하다.
그러한 이유로, 초연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유난히 마음에 든다. 비록 맨 처음에 봤을 땐 '로미오 머릿결의 압박'이 있었고 '짜리몽땅한 줄리엣'은 좀 의외였지만, 가만 보다 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버전의 '다미앙 로미오'와 '세실리아의 줄리엣'은 그런 걸 다 상쇄시켜줄 만한 남다른 미덕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이 지닌 독특한 보이스 컬러의 환상 궁합으로 들려주는 롬앤줄 오리지널 음반에서의 'Aimer(사랑한다는 건)' 역시 최고다- 그 조합의 맛을 알고부턴 다른 버전 'Aimer'는 어쩐지 뭔가 빠진 듯 허전하게만 느껴지니...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지만, 그 '안 새로운 것'을 잘 조합하고 재배치하여 이전의 것들과는 또 다른 미덕을 제시하는 게 '각색자'들이 해야 할 일이다. 배우가 출연한 <로미오와 줄리엣> 중에는 아무래도 탁월한 미모의 올리바아 핫세(Olivia Hussey)와 레오나르드 위팅(Leonard Whiting) 주연의 1968년 버전 영화가 제일 유명한 것 같은데,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초연(2001~2002년) 버전은 어설프게 그들을 따라하지 않으면서 이 버전만의 '독특한 개성'을 부여했다.
이 뮤지컬 제작자이자 작사/작곡가인 제라르 프레스귀르빅(Gerard Presgurvic)이 최근 들어선 번번히 삽질을 하고 있는 걸로 봐서 그걸 온전히 제라르의 공으로 돌리긴 힘들고, 어쩌다 초연 때 그가 발탁한 '다미앙 사르그(Damien Sargue)와 세실리아 카라(Cecilia Cara)의 조합 & 제라르 작품과의 상생'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작품 속 '로미오'와 '줄리엣' 캐릭터처럼, 당시에 정말 '풋풋한 나이'이기도 했거니와 '자기 색깔이 분명한 음색'에 '몽롱하고 아련한 분위기'를 자아내었던 이 뮤지컬 초연(2001' DVD) 버전의 <꿈꾸는 로미오, 꿈꾸는 줄리엣>은 그들의 촌스러움을 다 덮어버릴 만큼 무척 특별해 보였다..